단양 잔도 그곳에 가면
글/김덕길

혹시 ‘잔도’란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잔도란 ‘다니기 힘든 험한 벼랑 같은 곳에 선반을 매듯이 하여 만든 길’을 말함이다.
내가 ‘잔도(棧道)’ 라는 단어를 처음 접했던 곳은 우리나라가 아닌 중국 장가계서였다.
2009년 중국 장가계의 귀곡잔도를 보고 나는 이렇게 썼다.

깎아지를 듯 한 절벽이 천여미터나 내려가 있다. 그 절벽 상층부에 선반처럼 만든 길이다. 노동자들은 밧줄에 매달려 절벽에 구멍을 뚫었다. 철심을 박았다. 폭이 1m남짓 되는 길을 절벽을 돌아가며 그들은 잔도를 만들었다. 구멍에 박힌 철심에 의지한 채 길은 난간에 아슬아슬 서 있다. 다리를 받쳐줄 기둥하나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저게 가능할까?
다리는 우리가 걸을 때마다 흔들렸다. 저마다 탄복에 탄복을 거듭했다. 중국 여행 중 가장 감동적인 순간이 바로 지금이다. 원시상태로서의 아름다움이 아닌 인간의 힘으로 만든 귀곡잔도 앞에서 나는 내가 감동할 수 있는 사람인 것에 고맙고 감사했다. 지금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묻거든 나는 말하련다. 이 귀곡잔도를 건설한 노동자들이라고…….
단양 잔도는 상진철교 아래부터 만천하스카이워크 초입까지 1.2km가량 이어진다. 수면 위 높이 약 20m에 폭 2m 길로, 한쪽은 깎아지른 절벽이고 반대편은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강물이다.

나는 천천히 걷는다. 이런 길은 신선놀음을 하듯 걸어야 제 맛이다.
남한강 강물의 물빛은 차갑다. 반쯤 얼어붙은 강위로 새는 웅크리고 앉는다. 쪼아 먹을 먹이 하나 없을 얼음위에서 새들은 무엇을 하는 것일까? 오래 들여다보아도 그 모습 그대로다.

강가에 배가 한 척 버려졌다.
언젠가는 힘차게 물살 가르며 유유히 강으로 나아갈 것을 기대해 본다.

깎아지를 듯 한 절벽을 머리에 두고 잔도는 아슬아슬 이어진다. 낙석에 사고가 날까봐 천정을 투명아크릴 판으로 씌웠다. 지금도 공사를 하는 노동자들이 보인다. ‘이 추운 날씨에 얼마나 고생이 심할까?’라는 생각보다 ‘이 길을 다 완성하는 날까지 그들의 일자리는 보장이 되겠구나! 하는 안도감이 먼저 드는 것은 왜일까?
절벽을 휘돌아 나가니 정말 장가계와 흡사한 구간이 나온다. 비록 발아래가 천길 낭떠러지는 아니지만 절벽에 철심을 박고 다리를 놓았을 노동자들의 수고가 상상이 간다. 나는 그들의 수고를 생각하며 조심조심 걸었다. 그리고 강물을 보며 '칼의 노래'에 실린 김훈 작가의 글을 떠올린다.
‘저무는 해가 마지막 노을에 반짝이던 물비늘을 걷어 가면 바다는 캄캄하게 어두워갔고, 밀물로 달려들어 해안 단애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가 어둠 속에서 뒤채였다.’
한 구절의 글에서 행복을 찾는 내가 저 단양 잔도를 걷고 있다.
감동으로 뒤채인 파도가 내 야윈 가슴의 공허를 일순 쓸어내렸다.
(끝)
첫댓글 단양 혹여 우리나라?
우리나라입니다 충북단양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