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퀼트
휘트니 오토 지음
“삶을 나의 무늬로 바라보라.
행복과 고통은 다른 사건들과 섞여 정교한 무늬를 이루고
시련도 그 무늬를 더 해 주는 색깔이 된다.
그리하여 마지막 순간이 다가왔을 때
우리는 그 무늬의 완성을 기뻐하게 되는 것이다.“
대학원 졸업을 앞두고 있는 핀은 학교를 마치기 전 마지막 여름을 보내기 위해 캘리포니아 교외의 할머니 집을 방문한다. 따뜻한 햇살과 오렌지 농장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그 곳에는 할머니와 이모할머니가 함께 살고 있다. 이번 여름에 핀은 두가지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 한 가지는 그 동안 지지부진했던 학위 논문을 마치는 일이며 나머지는 남자 친구 샘과의 결혼에 대해 심사숙고하는 것이다. 핀은 샘의 청혼을 받았지만 아직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다. 그녀에게는 사랑이 식어 일찍 헤어진 부모를 지켜본 아픈 기억이 있는 것이다.
할머니의 집은 오랜 시간을 친구로서, 이웃으로서 함께 지내 온 여성들의 퀼트 모임이 열리는 장소이기도 했다. 그리고 퀼트 모임의 구성원들을 핀에게 가족이나 다름없는 정다운 사람들이었다. 할머니를 비롯한 퀼트 모임은 핀에게 뜻 깊은 선물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것은 핀의 결혼을 기념하기 위한 웨딩 퀼트였다. 하지만 정성어린 결혼 선물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는 핀의 마음은 편치 않다. 왜냐면 핀은 그녀를 방문한 샘과 미래에 대한 의견 차이로 크게 다투고 말았기 때문이다. 샘과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던 핀에게 어느 날 한 남자가 나타난다. 그에 대해 아는 것도 없으면서 그의 매력에 끌려 핀의 마음은 점차 혼란스러워진다. 완벽한 사랑은 도대체 어떤 것인가?
번민하는 핀에게 퀼트 모임의 친구들은 자신들의 삶을 이루어 온 사랑에 대한 꿈, 기쁨, 절망과 고통의 이야기들을 알려준다. 형부와 불륜을 맺은 하이와, 그 일 때문에 평생을 증오 속에 살아간 그녀의 언니 글래디조, 가정의 울타리에 갇혀버린 아름다운 다이버 소피아, 사랑하는 남편이 죽은 후 지울 수 없는 그리움을 안고 사는 콘스탄스, 바람기 많은 화가와 결혼한 아름다운 모델 엠, 한순간의 만남에서 영혼의 동반자를 찾은 마리안느, 짧은 사랑, 긴 이별이었지만 진정한 용기가 무엇인지 알았던 안나 등, 그들이 들려주는 사랑의 조각들이 핀에게 전해 줄 퀼트에 새겨지고, 그들의 얘기를 들으며 핀은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달아간다.
저자 휘트니 오토(Whitney Otto)는 매력적인 글을 쓰는 여성작가로 유명하다. 그녀가 뉴욕타임스 선정 베스트셀러 1위인 "아메리컨 퀼트(How To Make An American Quilt)" 속에 그토록 다양한 이야기를 담을 수 있었던 것은 상상력 때문이었다.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나 그 곳에서만 어린 시절을 보냈던 그녀는 늘 가보지 못한 곳을 동경하며 그 곳에는 무엇이 있을까를 상상하며 보냈다고 한다.
그녀를 유명하게 만든 또 하나의 작품은 "미켈란젤로의 딸"이라는 소설이다. 400년이라는 시차를 두고 예술가의 꿈을 키우던 두 여성이 시공을 초월한 교감을 나누는 이야기로 이 소설의 중요한 소재는 미켈란젤로의 걸작 다윗상이다. 다윗상을 만들던 미켈란젤로의 천재성을 지켜보았던 줄리에타는 미켈란젤로의 천재성에 감동하고 자신에게 잠들어 있는 예술적 열망을 키우게 된다. 예술가로서의 성취를 누리고 싶은 소설 속 여인들에게 다윗상은 그들이 지향하는 어떤 정점과도 같은 것이었다.
"중요한 것은 조화를 생각하는 것이다". 마지막에 나오는 말이다. 화려하면서도 중심의 힘을 잃지 않는 퀼트를 만들기 위해 항상 생각해야할 아포리즘이다. 내 마음에 드는 천만 골라 붙일 수 없는 것. 바로 사랑도 삶도 그런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