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즐마가 운영하는 돈자랑에서 돼지고기 김치찌게를 먹었습니다. 정말 맛있었습니다. 만일 가까이 있다면 거의 매일이라도 찾아가 먹고싶을 정도로 맛있었습니다. 즐마한테 아부하는 것이 아닙니다. 진짜 맛있습니다.
김치와 돼지고지. 참 잘 어울리는 음식입니다. 김치와 돼지고기가 만나면 그냥 그것만으로 아무 첨가물 없이 아주 맛있는 훌륭한 음식이 됩니다. 왜 그럴까요. 자, 이제부터 이 신비의 맛을 파해쳐 보려합니다. 그리고 이 분석을 바탕으로 진짜 기상천외한 돼지고기. 또 한번 세상이 깜짝 놀랄 미래의 돼지고기를 제시해 볼까합니다. 왜냐하면 떼돈을 벌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그냥 심심해서 그럽니다. 그럼 이제 슬슬 떠나볼까요.
-김치에 대한 현대과학적인 분석.
지금 일본에서는 김치바람이 불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일본이라는 나라는 우리의 생활 문화 등 거의 모든 것을 무시해 왔습니다. 특히 마늘냄새가 나는 우리의 김치 음식문화는 무척 천하게 여기기까지 했습다. 그러던 일본인들이 지금은 김치라면 사죽을 못 쓰고 있습니다. 일본이라고 해서 우리의 김치처럼 채소염장음식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 나라에도 다꽝이나 나나찌케처럼 염장음식이 있습니다. 그런 그들이 그렇게 천시했던 김치를 얻기 위해 일부러 한국에 찾아오고, 수입해 슈퍼를 찾다가, 이제는 아예 집에서 담궈먹기까지 한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김치에 홀딱 반한 것이지요.
왜 일까요. 그 이유는 바로 김치 속에는 엄청난 과학의 비밀이 숨어있기 때문입니다. 이 신비하고 과학적인 비밀 때문에 김치는 그 무엇이 흉내내지 못하는 독특한 맛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맛이 바로 인간의 입맛을 사로 잡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단 김치맛을 한 번 보기만 하면 뽕 맞은 것처럼 사죽을 못쓰게 되는 것입니다.
김치를 만들려면 먼저 배추가 있어야겠지요. 배추는 식물입니다. 동물을 포함한 모든 생물은 세포와 그 세포를 감싼 세포막으로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그러지만 식물세포는 동물세포와는 달리 세포벽이라는 것을 더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세포막과 세포막으로 이루어진 동물세포와는 달리 식물세포는 세포벽과 세포벽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벽이라는 것이 그 단어가 미리 말해주듯이 벽돌처럼 딱딱한 구조를 합니다. 그래서 식물은 동물처럼 움직이지 못하고 이렇게 움직이지 못하는 생물을 식물이라고 합니다. 그 말이 그 말인가. 하였튼 그렇다고 합니다.
이런 배추를 반으로 가른 후 잘 씻어 하루 쯤 소금물에 절입니다. 바로 여기서부터 신비의 맛을 내는 김치의 과학이 시작됩니다. 우리들 모두 중학교 첫 생물시간 때 배운 것이 있습니다. 세포와 삼투압이라는 것이지요. 뭐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소금물처럼 짠 용질액에 세포를 넣으면 세포 속에 있는 싱거운 세포액이 밖으로 빠져 나온다는 것이지요. 즉, 쩐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싱거운 맹물에 세포를 장시간 담구면 이번에는 거꾸로 세포 밖의 물이 세포 속으로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즉, 탱탱 부르튼다는 것이지요. 이렇게 세포 안의 용질이 세포 밖의 용액농도에 의해 빠져 나가거나 들어가는 현상을 삼투압현상이라고 배웠습니다. 다시 말해 배추를 소금물에 절인다는 것은 배추 속에 있는 세포 액을 세포 밖으로 뽑아 낸다는 것입니다. 걸레나 행주 혹은 짤순이처럼 짜내는 것이 아니라 소금으로 뽑아 내는 것입니다.
이렇게 채소를 소금에 절이는 과정은 일본의 다꽝이나 우리의 김치가 서로 를 바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일본의 다꽝은 이렇게 절이는 것으로 끝나는 반면에 우리의 김치는 이렇게 절이는 것으로부터 시작됩니다. 그러니 일본의 다꽝은 그 고유의 맛을 내기 위해 소금물에 여러가지 양념과 첨가물 함께 타 절입니다. 허나 우리의 김치는 그냥 왕소금물에 배추를 절여 배추 세포 속 채액만 뽑아냅니다. 다 같이 채소를 소금물에 절인다고는 하지만 이것이 바로 다꽝과 김치의 차이입니다.
일단 일본 다꽝은 소금물에 절이는 것으로 끝났으니 이제 우리의 김치만 단독 집중적으로 더 알아보겠습니다. 일단 하루 쯤 소금에 절인 배추를 꺼내, 맑은 물에 행구고 씻어 소금기를 완전히 제거합니다. 전날까지 뻗뻗했던 배추는 하룻만에 축 늘어진 배추가 되겠지요. 그렇습니다. 뻗뻗한 놈 숨 죽여 놓은 것입니다. 소금물에 체액이 다 빠린 놈이 뻗뻗할 수 없겠지요. 목에 힘 주고 뻗뻗하게 있는 놈들에게는 소금물이 직방입니다.
우리의 김치는 바로 이렇게 축 늘어진 배추를 가지고 시작합니다. 즉, 이 녀석을 다시 빵빵하게 되살려 놓는 데, 이번에는 소금에 절일 때와는 반대로 진을 채워 넣습니다. 그렇지만 그냥 맹물로 채워 넣는 것은 아닙니다. 잘 아시지요. 김치재료. 마늘, 생강, 멸치젓, 새우젓, 미나리, 쑥, 갓 등 각종 재료들을 버무린 양념으로 축 늘어진 배추 세포 속을 다시 채우는 것입니다.
식물세포에는 동물세포에는 없는 세포벽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비록 하루 동안 소금물에 절여 많이 빠져 나갔다고는 하지만 세포벽까지 몽땅 빠져 나간 것은 아닙니다. 조건만 맞으면 언제라도 다시 빵빵해질 수 있습니다. 한 번 생각해 보십시요. 존나게 배고푼 놈이 찬밥 더운밥 가리는 거 봤습니다. 마찬가지입니다. 바짝 쫄아 찌그러진 놈이 맹물 양념물 따지겠습니까. 있기만 하면 일단 무조건 채워 놓고 봅니다. 우리의 김치는 바로 이런 배추의 헝그리 성질을 십분 이용한 것입니다. 배추 세포 속의 물을 쫙 빼내고 대신 양념물을 집어넣는 그야말로 그 어디에서 볼 수 없는 아주 위대한 과학적인 식품인 것입니다. 어디 감히 일차 절임으로 끝나는 다꽝같은 것이 이에 견줄 수 있겠습니까.
김치의 과학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멸치젓, 새우젓 괜히 넣었는지 아십니까. 양념 버무릴 때 넣었던 멸치 새우젓들이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바로 배추 세포 속에 들어가 있습니다. 그럼 얘네들이 배추 세포 속에서 가만히 있겠습니까. 천만에요. 얘네들 주특기가 뭡니까. 바로 삭히는 것 즉 발효하는 것이 바로 얘네들 주특기입니다. 발효는 멈추지 않습니다. 계속됩니다. 그렇다면 그냥 얘네들만 발효하나요. 그렇지않습니다. 얘들이 배추 속에 들어올 때 함께 들어 온 동료들이 많이 있습니다. 마늘, 생강, 고추가루, 미나리, 쑥, 갓 등 한 둘이 아닙니다. 바로 함께 들어 온 애들과 마구 섞여 발효를 합니다. 이렇게 발효가 되면서 맛을 내는 데, 이 맛이야 말로 상상을 초월한 기상천외한 독특한 맛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이게이게 바로 김치입니다. 그래서 김치는 시간에 따라 맛이 다르고 온도에 따라 맛이 다른 것입니다.
이 지구상에서 말입니다. 우리의 김치처럼 과학적이고 우리 김치처럼 독특한 맛을 내는 음식이 있으면 나와보라고 하십시요. 아마 없을 것입니다. 마치 우리가 사용하는 한글처럼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입니다. 김치는 너무도 독창적이고 과학적인 음식입니다.
이러니 이제까지 그렇게 김치를 천시했던 일본인들이 김치를 알고부터는 사죽을 못 쓴다고 합니다. 일본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번에 싸스로 혼이 난 중국에서도 김치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저는 단연코 말할 수 있습니다. 머지 않아 온 세계가 우리의 김치를 애용하고 격찬을 할 것이라고요. 왜냐하면 이 보다 더 과학적이고 이 보다 더 독특한 맛을 내는 음식은 세상 어디에도 없기 때문입니다. 확실합니다. 얼마든지 내기해도 좋습니다.
이런 김치가 돼지고기와 만났습니다. 맛이 어떻겠습니까. 그렇습니다. 끝내준다가 아니라 죽여줍니다.
- 기적의 돼지고기.
지금까지 우리는 김치에 대해서 알아 봤습니다. 즉 삼투압을 이용하여 배추 속에 양념을 채워 놓는 방법을 알아보았습니다. 이제부터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이 세상에 김치만큼 알려진 우리의 음식 중에 "불고기"가 있습니다. 육식을 주식으로 하는 서구와는 달리 우리의 주식은 곡물과 채소였습니다. 그러니 어쩌다 잔치나 명절 때 맛 볼 수 있는 고기는 상대적으로 귀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귀한 고기를 먹을 때 우리는 서구처럼 그냥 소금이나 쳐 구워 먹지 않았습니다. 이 역시 김치처럼 갖은 양념을 멈무려 고기를 절인 후 요리해 먹었습니다. 아마 고기를 절여 먹는 민족 역시 우리밖에 없을 것입니다. 물론 서구에서도 포도주 와인등에 고기를 절인 후 요리해 먹는 경우도 있겠지만, 우리처럼 철저하게 고기를 절여서 요리해 먹지는 않았습니다. 우리가 주로 해먹는 불고기, 불갈비, 돼지갈비 등을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일본의 사부사부나 시오야끼와 다르고, 서구처럼 스테이크에 소스를 얹어 먹는 방식과도 분명히 차이가 납니다.
그렇다면 왜 서구에서는 우리처럼 고기를 절여 먹지 않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이렇다고 봅니다. 서구에서는 고기를 큰 덩어리 상태로 요리해 먹습니다. 이렇게 덩어리 상태이다보니 제 아무리 갖은 양념을 하여 재워놓는다 한들 이 두꺼운 고기 속 깊숙히까지 스며들기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러니 할 수 없이 서구에서는 덩어리 고기를 익힌 후, 그 위에 소스를 얹어 먹는 방식으로 먹을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우리처럼 고기를 얇게 썰지 않는 이상 말이지요.
첫댓글 100키로 완주 술 사주러 갔으니 언제 다시 올 때까지 기다리나?
100키로 뛴 야그 들을라믄 시간좀 걸리것다.....그나저나 녹향이는 조컷다~카
역시나 딥따 잼있따. 들풀아, 우리 낼 애기아빠로 안주하자.
애기아빠는 음식 먹는거만 잘하는게 아니구 이론적으로도 대단하네. 지난 평창정모때는 냉면에 대하여 강의를 하더만....
애기아빠 대단하다. 그냥 58친구로만 알고있어야 하는데 ,애기아빠 직업은 되게 궁금타^^ 깍뚜기를 담그는 남자 말이야...
요리연구가여...
애기아빠, 역시 대단하다. 머리속에 기억하려면 용량이 커야 될텐데... 많은 상식을 제공하여 감사!
애기아빠 - 항상느끼는거지만 참 대단해 그냥 노가리가 아니고 내용이 살아있어 후편 계속올려봐!!
평창 도로의 특성에 대한 고찰은 토목쟁이 보다 더 해박하고, 또 먹는거는 ? 존경스럽다. 후편 기다릴께.
오빠!하여간 팔방미인야! 술 잘 마시지, 춤 잘 추지,술 마시다 혼자 도망가서 나이트클럽에 가지~~.
음식이야기에 양념으로 나오는 단어가 향정신성의약품이 꼭나온다. 이번에는 뽕이다.
애주야, 그 나이트 클럽 이름이 뭐시기더냐? 울 낄 함 가자. 술은 마시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