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불쌍하고 초라한 남자 -
권다품(영철)
내가 작아졌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느새 나이를 이렇게 먹어버렸을까?
나를 가장 많이 알거라 생각한 아내가 "이제 옛날처럼 젊지도 않고, 또, 하던거나 잘 지킬 생각을 해야지, 뭘 새로 다른 걸 할라꼬? 또, 지금 돈도 다른데 다 넣어놔서 못 빼는데 ..."는 말을 들었다.
순간적으로 머리카락이 쭈뼛 설 만큼 화가 났다.
어떻게 해얄 지를 몰랐다.
"돈을 왜 의논도 안하고 니 맘대로 하는데? 내가 학원 두어 개 더 인수할 거라고 몇 번이나 말했잖아?"
폭팔할 것 같았지만 겨우 눌러 참으면서 말을 했다.
물론, 짜증이 나고 다툼은 어쩔 수 없었다.
며칠을 수업도 않고 누워 버렸다.
수업도 하기가 싫었다.
밥도 먹기 싫었다.
슬펐다.
학원을 더 인수하지 못하는 것만 화가 나는 것이 아니었다.
나를 가장 많이 알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나를 몰라준다는 게 더 슬펐다.
벌써 나를 늙었다고 생각하고, 내 능력에도 믿음이 안 간다고 생각하나 보다.
내 꿈이 다 무너지는 것 같았다.
아직 너무 젊지 않은가!
그런데 "이제 자기 나이도 있고, 이제 젊을 때 하고는 다를 수도 있지." 라니...
그게 화가 났다.
물론, 싸워서라도 내가 하고싶은 대로 할 수는 있겠다.
이자 손해를 보고 찾아서 학원을 인수할 수는 있겠다.
그러나 꼭 그렇게까지 하고싶지도 않았다.
아내에게 고정도로밖에 생각 안 되는 놈이란 말 아닌가?
주위의 누구 말을 듣고 그런 생각을 했는 지는 모르겠다.
내 아내가 우리 재산이나 우리 사업을 나와 의논하는 것이 아니고, 주위 사람들 말을 듣고 판단했다는 말이겠다.
정말 화가 났다.
"어느 '대가리' 나쁜 년이 그런 말을 하더노?"하며 캐 묻고, 또, 그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서 "왜 남의 집 일에 왜 함부로 주둥이를 대느냐? 내 머리가 당신 대가리보다 못할 거라고 생각해서 남의 일에 그렇게 함부로 주둥이를 대느냐? 아니면, 우리가 돈을 조금 버니까 시샘이 나서 그러느냐?"며 욕도 나올 것 같았다.
며칠을 수업도 않고 줄담배만 피우면서 자리에 누워 버렸다.
자꾸 내 생각을 바꾸려고 애를 썼다.
어린 자식들에게 그렇게 소리 지르며 싸우고, 애비란 작자가 험한 말을 하는 모습을 보이면서까지 돈을 벌어야 할까 싶었다.
그래도, 가장 가깝고, 나를 가장 많이 안다고 생각했던 아내로부터, 다른 사람말 때문에 남편의 능력을 의심받는다는 것이 초라하다는 생각은 어쩔 수 없었다.
내가 확 작아져 버린 것 같다.
벌써 이 나이에 내 꿈을 접어야 하다니...
이제 서서히 노인처럼 살아야 한다는 말 아닌가!
정말 이렇게 나이가 들어 늙어가야 한다는 게 나는 너무 싫다.
차라리 죽어 버릴까?
어느 소설에서, 자식을 위해 보험을 들어놓고 교통 사고로 위장해 죽는 아버지 생각도 났다.
그러면서도 곰곰히 생각해 보면, '아이들도 분명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건 아니지 않은가? 나로 인해 태어났으니, 할 수 있는 만큼은 애비 역할은 하고 가야지. 나도 어릴 때 엄마 아버지가 싸울 때는 그렇게 불안하고 무섭지 않았던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겨우, 정말 겨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나, 예전처럼 힘은 생기지 않았다.
그냥 수업이나 하고 집으로 올라오는 정도였다.
학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신경도 쓰이지 않았다.
내 인생이 요렇다.
참 불쌍하고 초라하다 싶다.
내 그릇이 요정도밖에 안 되는 모양이다.
마 요래 살다가 가자.
에이, 지기미, 내 팔자가 그렇지 뭐.
집에 있는 바리깡으로 내 머리를 빡빡 다 밀어 버렸다.
211년 10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