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순창과 전남 곡성의 도계(道界) 옆뽈떼기에 야산(野山)들이 도토리키재기를 하고 있다.
오르는 순서대로 나열하면 ‘삼학산,모래봉,호미봉,쇄실밭골산,노적봉’이다.
나는 여기서(약 9km) 걸음을 멈추었지만 더 진행하면 ‘갈산,방금산,할배산’을 추가하게 된다.
이 다섯 봉우리 중에서 지형도에선 ‘모래봉’만 그 이름이 나온다.
그러나 ‘카카오맵’을 검색하면 이 봉우리들이 모두 “나 여깄소”하며 고개를 쳐든다.
이쯤되면 오늘 산행에서 명분을 삼을 수 있는 이유로 충분하다.
‘삼학산(三鶴山 218.6m)’은 세 마리의 학이 앉은 형국이라 유래된 이름으로 보인다.
200m대의 세 봉우리 중간에 삼학산이 살짝 고개를 들었다.
접근로는 묵은 임도가 이어지고 있었으나 잡목 넝쿨이 방해해 아예 개척으로 치고 올랐고, 모래봉으로 이동하는 능선엔 ‘골재 채취장’으로 인해 가파른 절개지가 이루어져 있다.
‘모래봉(237.4m)’은 산에 모래가 많다고 붙여진 이름으로 유일하게 지형도에서 보이는 이름.
그래서그런가 산아래엔 골재를 채취하는 ‘광업소’가 들어서 있다.
바로 옆에 삼각점(△237.1)이 따로 있어 봉꾼들이 ‘1봉 더하기’를 하기도 한다.
하산은 삼각점 남쪽 지능으로 개척하였고, 이후 농로를 걸어 묘원에서 도계(道界)에 올라섰다.
‘우치(牛峙·소뚝재 약150m)’는 전남 곡성군 주산리에서 전북 순창군 금곡리 호성마을로 넘어가는 고개로서 ‘설산(4.3km) 등산안내도’가 세워져 있다.
이후 ‘안곡·호성’ 갈림길 이정표를 지나 호미산에 오르게 된다.
‘호미산(虎尾山 264.2m)’은 본래 ‘쇠실’이라 부르던 마을 뒷산이었다.
‘쇠실마을’에는 덕산,호성,안곡(安谷) 마을이 있었는데, 지금의 ‘금곡리’가 된 것은 1914년 행정구역 개편 때 세 마을을 통폐합하면서 쇠실의 ‘금(金)’자와 안곡의 ‘곡(谷)’자를 따서 ‘금곡리(金谷里)’가 되었다.
또 ‘호성(虎城)마을’은 마을 뒷산이 호랑이가 편안하게 누워있는 ‘와호형국(臥虎形局)’으로, ‘호랑이 아가리·발톱·꼬리’ 지형이 각각 있다고 한다.
따라서 ‘호미산’은 ‘범(虎)의 꼬리(尾)산’인 것.
내려선 ‘주산리(舟山里)’는 배(舟)를 닮아서이고, 골짜기엔 ‘배감마을’이 터를 잡고 있었다.
임진왜란이 터진 것도 모르고 베를 짜고 있었다는데, 특히 감나무가 많아서 ‘배감(培甘)’이라 부른다는 것.
‘쇄실밭골산’은 높이가 200m도 채 되지 않는 낮은 산이지만 남쪽으로 널따란 산간농지가 형성되어 있다.
이 골짜기를 ‘쇄실밭골’이라 부른다면 그 정수리에 솟아있는 이 봉우리를 자연스럽게 ‘쇄실밭골산’이라 부르게 되었으리라.
‘노적봉(露積峰)’은 높이도 제대로 나오지 않아 제각각인 낮은 봉우리.
마치 노적까리를 쌓아 놓은 것처럼 보인다는 꼭대기엔 ‘전주 이씨’가 터를 잡았다.
한편, ‘쇠실’은 ‘우치’에서 보듯 ‘소(牛)’와 관련된 듯하나 ‘쇠(金)’와 관련되어 있고, ‘쇄실’은 또 다르게 표현되고 있다.
산행코스: <전남 곡성군 옥과면 수리 372-1>-묵은 임도-삼학산-절개지-모래봉-△237.1m-도계 능선-우치(소뚝재)-호미봉-
주산리(배감)-쇄리밭골산-아스팔트-노적봉-<전남 곡성군 옥과면 죽림리 466>
궤적.
약 9km에 4시간 20분.
고도표.
미리 준비한 표지기.
<전남 곡성군 옥과면 수리 372-1>을 입력하여...
포장 농로를 따라 올라가는 길에...
수리저수지(水里堤)가 있고, 그 우측 너머에 삼학산이 솟아있다.
포장 임도를 오르다 보이는 잘록이는 삼학산에서 모래봉으로 이어가는 절개지가 있는 곳.
임도는 비포장으로 바뀌더니...
<까치밥>
차츰 거칠어 진다.
급기야 잡목과 덩쿨이 바짓가랭이를 붙잡아...
능선으로 개척하였다.
다시 묵은 임도를 만나지만 진행불가하여 치고 올랐다. 묵은 곳(묵은 밭·묵은 임도)은 으례히 가시잡목이 엉켜있기 마련.
그렇게 삼학산에 올라 표지기를 건 뒤...
이웃한 봉우리(1학)는 좌측 사면으로 우회한 뒤...
절개지 능선을 따른다.
우측으로 내려다보면 앗찔.
가시잡목이 거칠은 능선을 요리조리 진행하다...
다시 한번 뒤돌아 보았다. 풍산농공단지에서 출발했다면 저 산자락을 넘어야 했을 것.
가파른 절개지의 안전시설은 따로 없었고, 다만 이 밧줄만이 어설프게 길안내를 하고 있다.
그렇게 모래봉에 올라선 뒤...
50여m 떨어진 삼각점봉(△237.1m)을 찍는다. 남쪽 능선으로 내려서는 길은 이리저리 개척수준.
낙엽과 잡목이 친구 삼은 묵묘를 만나...
농로에 내려선다. 나아갈 곳은 '▽'지점.
임도를 따라 능선에 붙으려는데...
양지바른 묘원에서 앞서가던 일행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그 옆자리에 배낭을 벗어놓은 뒤 음료를 곁들인 간단요기.
뒤돌아보는 모래봉(뒷쪽)..
식사 후 도계능선을 타고 우치로 향했더니 가파른 봉우리 하나(약 245m)를 넘게되고, 내려서면 2차선 아스팔트도로.
무슨 용도인지 모를 시멘트 구조물이 빼곡하다.
아스팔트 도로를 건너...
도로를 건너 돌아보는 모습.
우치의 안내판.
안내판과 이정표엔 '우치'를 '소뚝재'로 쓰고 있고, 안내판의 1코스는 설산이 4.3km라는 것.
우치에서 설산 방향으론 상대적으로 길이 좋은 편.
우치에서 준비해간 표지기를 건 뒤...
작은 돌탑들이 안내하는 산길을 따른다.
돌탑들은 같은 모양과 크기로 쌓아져 있어...
유심히 헤아려 보았다.
이러한 육산에서 돌을 주워모아 탑을 쌓는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 아마도 공을 들여야 할 무슨 사연이 있었을 것.
밧줄이 안내하는 길에서...
풍산 안곡·호성 이정표를 만나고...
솔갈비 깔린 산길을 올랐더니...
호미봉이다.
'구구팔팔일만봉' 권형님의 열정.
돌탑과 간이벤치 쉼터를 지나자...
잔디가 이식된 무덤.
다시 석주와 작은 문무인석이 세워진 무덤은...
'경주김씨·配淑人용인이씨 묘.
우측에 오래된 비석이 있다.
임도를 만나...
내려서니 저만치 축사인 듯해서...
안으로 기웃거려보니 멀뚱한 눈망울의 우공(牛公)들이 산객(山客)을 맞는다.
농로를 걸으며 돌아보는 지나온 산. 도경계를 긋고 있으니 능선 너머는 전북 순창인 것.
아스팔트를 따라 좌 곡각지점에서...
우측 골짜기 방향으로 조금 들어가 보았더니 '배감' 마을버스 종점에서 새로 지은 마을회관이 산뜻하다.
130도를 좌로 꺾어 농로를 따르다 '배감저수지' 직전에서 우측 시설 농가쪽으로 진행한다.
죽으라 짖어대는 견공들을 어루고 달래며...
농가 뒷편으로 올라섰더니 산판길이 이어지고 있다.
돌아보았더니 주택 우측으로 이어지고 있는 산판길.
이제 앞서가는 권형님.
오감을 작동시키는 듯 길눈이 밝다.
능선에 올라서자 사유지인 듯 철망이 쳐져 있고...
잡목을 살짝살짝 피하며 정수리에 올라서자 '쇄리밭골산'.
남쪽으로 살짝 내려서 '쇄리밭골'인 듯한 좌측 골짜기를 내려다 보았더니 군데군데 묵어있어 하산길로는 적당치 않아 보인다.
그래서 곧장 철주가 선 능선을 따라...
김녕김씨 묘와...
가선대부 김녕김씨 묘를 지나면...
철책을 두른 묘도(墓道)로 내려선다.
농로에 이르러...
돌아보는 모습.
답사할 마지막 봉우리인 '노적봉'은 마을 어귀 작은 동산으로...
그야말로 노적까리만 하다.
일군의 묘들이 자리한 노적봉엔...
전주 이씨들이 터를 잡았다.
표지기를 걸고...
내려섰더니 저만치 우리 버스가 대기 중이다.
버스로 귀환하다 보이는 좌측 굵은 산줄기는 통명지맥을 가리는 작산(鵲山 588m)인가?
당겨 보았다,
버스가 대기하는 장소로선 더할나위 없이 좋은 곳.
지동마을 입구 삼거리다. <전남 곡성군 옥과면 죽림리 466번지>
설산 드날머리로 삼는 '성륜사'와 '아산 조방원미술관'을 가리키는 적갈색 이정표.
이제 세 봉(갈산,방금산,할배산)을 더 타고간 준족들을 찾아 '금단저수지' 아래 삼거리(곡성군 오산면 연화리 4-2)로 이동하였다.
합류한 뒤 다시 식당을 찾아 순천까지 내려온 뒤...
쌍암기사식당으로 왔다. <순천시 승주읍 서평리 444-1, 전화 061-754-5027>
뷔페식으로 성인 12,000원.
TV만 틀면 똑같은 방송.
눈·코 아래로 찢어진 입 나불거리는 자들.
나는 식상한데 그들은 그렇게 밥동냥을 한다.
언젠가 눈 찡긋거리며 코대주는 자의 코문을 열고
‘ㅋㄸㄲㄹ’ 떼어주던 모습이 자꾸 떠올라
속으로 “ㅋㄸㄲㄹ, ㅋㄸㄲㄹ”라고 불렀다.
오늘도 코문이 훤한 걸 보니
청소가 끝난 모양이다.
첫댓글 함께해서 즐거웠습니다.
수고했습니다.
행복한 밤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