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사의 통상임금 소송이 ‘제2라운드’에 돌입했다. 지난 1월 1심 판결에서 사측의 승소로 판가름이 난 이후 노사는 통상임금 문제 해결 등을 위한 임금체계 개선을 위해 후속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 노사가 통상임금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은 다른 산업계의 바로미터가 될 정도로 파급력이 있기 때문에 결과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올초부터 개선논의 본격화 자문위원단 해외 벤치마킹 총액범위내 개편 등 관심을
◇통상임금 판결로 임금체계 개선논의 본격화
지난 1월 서울중앙지법은 현대차 노조가 제기한 통상임금 대표소송에서 대다수 근로자의 상여금이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판결하고 3년치 임금 소급분 요구를 기각했다. 다만 전체 조합원의 11%에 해당되는 현대자동차서비스 출신 근로자 5700명에 대해 상여금의 고정성을 인정해 통상임금에 포함시켰다.
현대차는 법원 판결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임금체계 및 통상임금 개선위원회’ 활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비효율적인 현재의 연공서열식 임금체계에서 벗어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선진 임금체계 수립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최근에는 노사와 외부 전문가 4명으로 구성된 자문위원들이 독일과 일본을 잇따라 방문했다. 연공서열이 아닌 숙련도에 따라 임금이 달라지는 독일식 임금체계와 26년만에 임금체계 대수술에 나선 도요타 사례를 벤치마킹하기 위한 행보였다.
노사관계 전문가들은 “현대차가 가까운 미래에도 지속적으로 성장, 발전하기 위해서는 직무, 능력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 임금피크제, 숙련 단계별 임금제 등 임금제도의 유연화가 필요하다”며 “현재의 고임금 저생산성, 정년 연장, 근로시간 단축 등이 심화되면 날로 치열해지는 글로벌 자동차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요기업 총액임금내에서 통상임금 문제 해결
전문가들은 통상임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총액범위내 임금구조 개편 등의 사례를 현대차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A자동차 전장부품업체는 상여금 700% 중 200%를 통상임금으로 산입하는 대신 500%를 성과연동 상여금으로 전환했다. 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상여금 추가 연장수당을 폐지하는 등 통상임금 확대로 인한 경영부담을 축소하는 방안도 도입했다.
B전자는 통상임금을 확대하는 대신 전년대비 기본급 인상률을 대폭 삭감하고 수당을 축소하는 등 복리후생을 줄이기로 했고, C자동차 제조업체는 성과금 50%를 삭감하는데 합의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많은 기업들이 ‘총액 임금내 정리’를 통해 통상임금과 경쟁력 문제를 동시에 해결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난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기준으로 이미 패소했거나, 패소가 예상되는 다수 기업들도 상여금을 통상임금 범위에 포함하되, 기본급 동결, 성과금 삭감, 연월차 수당 축소, 임금피크제 도입 등 총액 임금 범위내에서 문제를 해결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임금체계 개편시 임금인상 등 선순환 가능
통상임금 문제는 ‘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여부’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유지된 연공서열 중심의 복잡한 임금체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또 수당체계는 동일기업 근로자간,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그리고 신규 입사자와 장기근속 근로자간 끊임없는 갈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한 전문가는 “이번 통상임금 문제를 계기로 기업들은 산업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임금체계 개선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며 “합리적인 임금체계는 경영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고 종업원 성과배분을 통해 임금상승으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