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은 거의 울음을 터트릴 상황이었다. 덩치에 안 맞게 정말 감
수성이 예민한 녀석이다. 자신이 살던 영지 자신이 지키던 영지
를 떠난다고 하니 눈물이 솟으려고 하나보다 이런. 내가 한심스
럽다. 친구랍시고 친구의 의사도 안 물어보고 그냥 대뜸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서 가자! 라고 하다니.. 이거 완전 거위가 백
조에게 정든 친구들 버리고 가자! 라고 하는 꼴과 다를 바가 없
군.
그 녀석은 나에게 흉흉한 눈초리로 날 보았다. 정면으로 얼굴
을 쳐다볼 용기가 없어서 그를 그냥 힐긋 보며 말했다.
"왜..?"
"그래 떠나는 건 떠나는 거고.. 그래 난 이제 어떻게 되는 거
냐?"
"나도 잘 몰라. 난 데리고 오라고 해서 데리고 가는 것뿐.."
정말 내가 이렇게 비참해 지다니. 난 이놈의 친구가 아니다 정
말로..
"꺄악!!"
무슨 소리지? 성의 북문 쪽에서 여자의 비명소리가 낫다. 난
그쪽을 바라보았지만.. 샌은 뒤도 안 돌아보며 북문 쪽으로 달
려가고 있었다. 경비 대장이라는 거.. 이런 것일까? 나 같은..
평민은 무슨 소리가 들리면 먼저 쳐다보게 되는데.. 샌은 달려
간다.. 영지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에이 쓸 때 없는 잡담은
집어치우자 무슨 슈퍼맨영화도 아니고..
"샌.."
북쪽에서부터 야만족의 한 무리인 스칼람족의 군사 1000여명이
가르미슈영지의 북문으로 진격해왔다. 너무도 급작스런 기습이
라 미쳐 준비할 틈도 없이 북문의 방어가 뚫리고 말았다. 야만
족은 이번에 풍작이 이뤘는데 대체 기습해온 이유는 뭘까?
이런 생각에 몰입하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끌어당기는 느낌
이 나더니 내몸이 주인 말도 않듣고 발랑 뒤로 나자빠졌다.
"아야.."
"이 멍청아 그렇게 멍한 채로 서있다간 화살 받이가 될게 뻔하
다고 명상이나 하려면 내려가서 해!"
아참.. 난 성벽위에 서 있었지.. 샌에게 호되게 욕먹고서야 정
신차리는군.. 근데 정말 이유가 머지? 앗!
난 야만인들이 여자2명을 끌고 가는 장면을 보았다. 그래! 그
거야!
"샌 여자들을 얼른 성 남쪽으로 피신시켜!"
"왜 임마!"
"저들은 식량을 노리고 온 것이 아니야! 그들이 노리는건 여자
라고!"
"뭐라고?"
샌은 내말이 믿기지 않는 모양이었다. 하긴 그도 믿기지 않을
것이 지금까지 한번도 이런일이 없었으니깐.. 하지만 올해 풍작
을 맞은 야만인들이 구태여 위험하게 식량을 뺏으러 오지는 않
을 것이다. 원래 인간이란.. 배가 부르면 종족 번식의 욕구가
싹트게 되어 있다. 근데 그것은 못 배운 자들보다 배운자들이
더 심하다. 안타가운 얘기지만.. 우리나라 귀족이란 것들이 더
욱 그렇다. 그리고 저기 야만인들도 굉장한 수업을 받는다고 들
었다. 더 이상 설명하려니깐 머리가 복잡해지고 꼬이니깐 이쯤
에서 그만두고 하여튼 그들은 여자를 뺏으러 온 것이다.
"카펠! 덴! 어서 노인과 아이와 여자들을 피신시켜!"
"예 대장!"
엄청나가 진격해오는 야만족의 군사들을 화살로 막다보니 화살
이 거의 떨어져 가는 상황이었다. 화살을 잃게되면.. 완젼 오픈
되어있는 북문으로 1000여명의 야만인들이 덮쳐오게 될것이고
그리고 성은 함락되겠지..
"난 온 우주의 지배자다! 우주는 나의 말을 들어라! 저들을 성
스러운 불길로 인도하길 메테오!!!"
하늘에서부터 불붙은 운석들이 떨어 지기 시작하였다. 좀 작은
운석들이 었지만.. 위력은 충분히 저 야만족들을 싸그리 태워줄
위력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 내가 아까 주문이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한 노인이 서있었다. 샌은.. 아니 다른 군인들도
기가 막혀 그 노인을 뚫어 저라 쳐다 보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
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는 중 혜괴한 노인이 운석을 소환한 것이
정말 믿기지가 않는 것이 었다. 군사들 중에는 투덜거리는 녀석
도 있었다. 하지만 이러고 있을때가 아니었다. 샌은 그와중에도
야만족의 추격을 명령하였다. 사병들은 좋답시고는 야만인을 칼
로 베는 묘미에 맛들려 버리곤 운석은 새카맣게 잊고 있었다.
"저렇게 잔인하게 죽이다니.. 역시 군인들이란.."
"전 할아버지가 더 잔인한거 같은데요!"
그 할아버지는 고개를 돌렸다. 80세 정도에 등이 구부정한 노
인이었고. 갈색으로 다 찟겨진 로브를 입고 있었다. 그는 오묘
한 미소를 짓고선 나를 처다 보고 있었다.
"난 메르도이 카이쟌트라고 하네 자넨 이름이 뭔가?"
"전 페르일 리미타이르 라고 합니다. 먼저 영주님을 찾아 뵙도
록 하죠. 제가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아닐세 아닐세 난 귀족들의 눈엔 띄어선 않되네.. 자넨 알거
같군.. 내이름 기억 않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