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모토 무사시(宮本武藏)
「미야모토 무사시」는 전국시대 일본에서 이름을 날렸던 무사의 이름이기도 하고, 이 소설의 제목이기도 하다. 무사시는 1584부터 1645년까지 살았는데 이 시대는 무로마치 막부(室町幕府, 1336∼1573)를 무너뜨리고 천하통일의 서막을 연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 그의 뒤를 이어 통일의 대업을 완성한 도요토미 히데요시(豐臣秀吉), 중앙집권체제로 에도시대를 연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등이 각축을 벌이던 격변의 시대였다.
세 사람이 난세의 영웅으로 대망을 이루기 위해 할거하였던 효웅(梟雄-사남고 용맹한 영웅)이라면 ‘미야모토 무사시’는 같은 시대를 살았지만 전혀 상반된, 달리말해 무사도(武士道)를 지향하며 구도자의 길을 걸었던 인물이다. 그것은 그가 말한 대로 “나는 검을 통해 자신의 인간적 완성뿐 아니라 그것을 통해서 치민(治民)을 도모하고, 경국(經國)의 근본을 실현시키겠다.”고 한 것에서 짐작해 볼 수 있겠다. 그의 검은 수신은 물론 치국의 검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이상과 개혁은 뜻을 펼치기도 전에 좌절되고 자신의 생각이 꿈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절감하고는 문무를 겸비한 정치야 말로 무결(無缺)한 정치로 세상을 이롭게 하는 대도(大道)라는 깨달음을 얻는다.
‘미야모토 무사시’는 일생 동안 60여 차례의 시합을 치러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은 불패의 검사로 검성이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그에게는 무사라는 면모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림과 조각에도 남다른 조예가 있었고 실제 그가 남긴 수묵화나 조각들은 현재 일본에서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어 있기도 하다. 2015년 「문예춘추사」가 전 10권으로 펴낸 소설은 ‘요사카와 에이지’가 1935년부터 4년간 아사히신문에 연재하여 선풍적 인기를 얻는 것은 물론 《배가본드》라는 제목의 만화영화로, 에니메이션으로 또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한 원작소설이다.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중학교 시절 이 소설을 처음 읽었을 때 일본의 성씨가 만들어진 과정, 남녀 간 밖에서 야합이 이루어지던 성행위 등이 그려져 있었던 것 같고, 일본의 ‘무사도’에 대해 새겨보던 기억도 어렴풋이 난다. 소설의 ‘머리말’에서 저자가 한말을 보면 이 소설의 성격이 짐작되기도 하는데, “서로 마주보는 거울에서 초점과 각도를 어디에 둘 것인가는 개개인의 자유다. 소설 속에서 그려지는 무사시의 모습을 현대와 과거라는 양면거울로 바라보아도 그의 검이 단순한 흉기가 아니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또 한사람의 인생이 역사가 되기도 하고 전설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다시 새겨보게 된다.
「미야모토 무사시」 소설을 읽는 것을 계기로 지난 2014년 아사히TV에서 2부작으로 제작한 영화도 보았는데, 사토 시마코가 극본을, 카네자키 료스케가 연출을 맡은 것으로 기무라 타쿠야, 유스케 산타마리아, 마키 요코, 마츠다 쇼타, 카호 등이 출연한 영화로 ‘전설적인 사무라이 미야모토 무사시의 강한 영웅적 이미지 뒤에 가려진, 알려지지 않은 인간적인 고뇌의 궤적을 그린 휴먼 시대극’이라고 소개하였다.
영화는 소설보다 흥미를 더해져 있지만 영화나 소설의 줄거리를 적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는 생각도 들고, 또 교보문고에서 서평과 줄거리를 써두고 있어서 그것을 보도록 한다.
[줄거리]
1. 땅의 장
열일곱 살의 다케조는 죽마고우인 마타하치와 함께 일본의 전국시대 패권이 갈린 세키가하라 전투에 도요토미 쪽 병졸로 참전했다가 패잔병이 되어 죽을 고비를 넘기며 전장에서 탈출한다. 산속을 헤매던 다케조와 마타하치는 전장에 널브러져 있는 시체에서 투구와 무기 등을 훔치는 아케미를 우연히 만나게 되고 그녀의 양어머니 오코의 허락으로 그녀의 집에서 숨어 지내게 된다.
1년 가까이 모녀의 집에서 숨어 지내던 다케조와 마타하치는 모녀의 집을 약탈하러 온 쓰지카제 덴마를 때려죽인 일을 계기로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자고 약속한다. 그러나 마타하치가 오코의 유혹에 넘어가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한 날 도망쳐버리고 다케조만 혼자 고향으로 돌아간다.
2. 물의 장
3년간 고행의 생활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무사 수련의 길에 나선 다케조, 각지의 고수들을 찾아 이른바 ‘도장 깨기’에 들어갔는데, 첫 상대로 선택한 인물은 천하제일검이라 불리는 요시오카류의 2대 당주 요시오카 세이주로였다. 그러나 세이주로가 마침 도장을 비운 탓에 그의 제자들만 상대한 뒤 훗날을 기약하고 다시 길을 나선 다케조는 창술로 유명한 호조인을 찾아가 또다시 결투를 청한다.
한편, 오쓰는 하나다 다리에서 자신을 남겨두고 가 버린 사람이 이름을 무사시로 바꾼 다케조라는 것을 알고 그를 찾아 정처 없이 길을 떠나지만 두 사람은 만날 듯 만날 듯 만나지 못하고 엇갈리기만 한다. 심지어 무사시의 제자가 된 조타로를 길가에서 우연히 만나 길동무가 되어 한동안 같은 길을 가면서도 조타로가 무사시의 제자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다.
3. 불의 장
무사 수련의 길은 멀고도 험난했다. 무사시가 가는 길에는 과거의 악연으로 깊은 원한을 품은 고수 시시도 바이켄, 가문의 명예를 걸고 복수를 맹세한 요시오카 도장의 요시오카 세이주로, 그리고 형보다 검술 실력이 뛰어나다는 요시오카 덴시치로 등 난적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그들과 오로지 홀로 맞서 싸워야 하는 무사시는 여전히 자신을 죽이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마타하치의 어머니 오스기를 피해 다니느라 애를 먹는다. 친구의 어머니이자 연로한 노파를 다른 사람처럼 힘으로 제압하지도 못하고 그저 오해가 풀리기만을 바라지만, 오스기는 무사시를 죽일 때까지는 결코 멈출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4. 바람의 장 上
마침내 요시오카 세이주로와 결투를 하게 된 무사시는 자신을 일개 떠돌이 무사라고 얕잡아보고 별다른 전략 없이 덤벼드는 세이주로를 단 일격에 외팔이로 만들어버린다. 교토에서 검술로는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문하생만도 천 명에 달한다는 요시오카 도장의 당주를 보란 듯이 제압하고 승리를 쟁취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요시오카 일족과 문하생들 전부를 적으로 돌리는 결과를 낳고, 세이주로의 동생 덴시치로로부터 결투장을 받는다.
한편, 사사키 고지로를 사칭하고 다니던 마타하치는 당사자인 고지로에게 발각되어 죽을 고비를 넘기고 우여곡절 끝에 오쓰를 만나 같이 도망가자고 유혹하지만 이미 다른 여자와 결혼한 마타하치를 거부하자 마타하치는 오쓰를 죽이기로 결심한다.
5. 바람의 장 下
자신들의 당주와 그의 동생까지 잃은 요시오카 가문의 일족과 문하생들은 무사시에게 복수하겠다며 혈안이 되어 그를 찾아다닌다. 결국 무사시를 결투 장소까지 끌어내는 데 성공한 요시오카 측 사람들은 이번에야말로 기필코 무사시를 죽여 실추된 가문과 도장의 명예를 되찾겠다며 동원할 수 있는 병력과 무기를 총동원하여 준비를 갖추고 무사시가 오기만을 기다린다.
무사시는 수십 명, 아니 백 명이 넘을지도 모르는 적을 상대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또 상대가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자신을 죽이려고 들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단신으로 결투장소로 향한다.
6. 공空의 장 上
새로운 삶을 꿈꾸며 오쓰와 조타로를 데리고 에도로 가던 무사시는 자신의 뒤에서 따라오는 줄만 알았던 두 사람의 행방이 묘연해지자 당황한다. 결국 오쓰가 괴한에게 납치된 사실을 알고 그녀의 행방을 수소문해보지만 끝내 찾지 못한다. 대신에 조타로가 나라이의 다이조라는 사람을 쫓아갔다는 소식을 들은 무사시는 오쓰의 행방에 대한 작은 실마리라도 잡기 위해 그를 찾아 길을 나선다.
조타로는 납치된 오쓰를 구해내기 위해 나라이의 다이조라는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러 하고 마침 여행길에 나서려던 다이조는 조타로에게 사정 이야기를 듣고, 조타로를 여행길에 동행시키며 같이 오쓰를 찾아보기로 한다.
7. 공空의 장 下
에도로 가던 중 우연히 들른 호덴가하라라는 벌판에서 두 번째 제자인 이오리를 만난 무사시는 그곳에 정착하여 황무지를 개간하고 산적의 습격을 받은 마을 사람들을 구해내면서 검술 수련만으로는 자신이 생각하는 진정한 무사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무엇보다도 열심히 검술 실력을 갈고닦아야 하는 것이 무사라면 당연히 갖춰야 할 자세지만,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지 않으면서 자연을 다스리는 법을 배우는 것, 인간이라면 귀천을 불문하고 평등하게 그들을 존중하면서 그들로부터 존중을 받는 법을 배우는 것도 진정한 무사가 되기 위해서는 빼놓을 수 없는 자세라는 것을 깨닫는다.
8. 니텐二天의 장
북을 치는 채는 두 개, 두 개의 채가 내는 소리는 하나…… 저것이 이도二刀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두 개의 손이 있지만 검을 잡을 때는 한 손밖에 사용하지 않는다. 적도 그러했고, 모든 사람들이 그것을 습성인 양 받아들이고 있었기 때문이지만, 만일 두 손으로 두 개의 검을 완벽하게 다룰 수 있게 된다면 하나의 검만을 든 사람은 어떻게 될까?
무사시는 비로소 이도의 진리를 깨달았다. 그것은 무애자유無崖自由의 경지였다. 두 자루의 검을 양손에 들고 동시에 사용할 때 왼쪽과 오른쪽, 오른쪽과 왼쪽을 의식하지만 의식하지 않는 것이다. 오른손에 든 검도, 왼손에 든 검도 서로 방해가 되지 않으면서 각각의 역할을 자유자재로 수행할 수 있을 때 진정한 이도가 완성된다.
9. 엔메이円明의 장 上
호소카와 가문의 검술 사범으로 등용되며 평소 자신의 바람대로 마침내 부와 명예를 동시에 거머쥔 사사키 고지로. 쇼군 가문의 검술 사범으로 추천되었다가 신상에 관한 불미스런 소문이 있다 하여 등용이 취소된 뒤 은둔 생활에 들어간 무사시. 두 사람의 엇갈린 운명에 한 사람은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편안한 생활에 안주하고, 다른 한 사람은 아직 자신에겐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을 알고 수련에 더욱 정진한다.
세상 사람들은 이처럼 전혀 다른 환경에서 각자의 길을 걷고 있는 두 사람을 경쟁 관계로 몰아가며 언젠가는 반드시 결투를 벌여야 하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당사자가 원하든 원치 않든 두 사람은 이미 세상 사람들에 의해 결투를 벌여야 하는 운명에 놓이게 된 것이다.
10. 엔메이円明의 장 下
마침내 미야모토 무사시와 사사키 고지로의 대결이 성사되었다. 장소는 후나시마, 게이초 17년(1612) 4월 13일 진시 상각(오전 7시).무사시는 결투가 벌어지기 며칠 전에 배를 타고 결투 장소인 후나시마 인근 아카마가세키에 도착했고, 고지로는 검술 지도를 위해 하루걸러 나가던 도장에도 나가지 않고 자신의 집에서 정양하며 결투에 대비한다.
두 사람의 대결이 성사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세간의 이목이 단숨에 집중되었다. 오쓰와 조타로, 이오리, 마타하치, 아케미 등 무사시와 헤어져 그의 소식을 궁금해 하던 사람들을 비롯해 무사시를 응원하는 사람들은 전국 각지에서 후나시마 인근의 고쿠라와 아카마가세키로 모여들었고, 고지로를 응원하는 사람들도 그의 저택으로 몰려가 무사시와의 대결에서 꼭 이겨달라며 선물과 부적을 건네고 밤을 새워가며 기도를 올린다. 그리고 결투 당일, 수백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두 사람은 마침내 후나시마의 모래톱 위에 마주선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영화는 마지막 후나시마 모래톱에서의 결투를 구경꾼이 없는 둘 만의 결투로 재현했지만 실제로는 많은 사람이 모였을지 모른다. 아무튼 결투 결과는 무사시가 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