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 지나고 난 뒤의 노래교실의 분위기가 여느 때와는 조금 달랐다. 아마 10월 달에 예정된 마을 축제 때문일 것이다. 올해에도 노래교실에서는 무대의 한 순서를 장식한다고 한다.
“올 해에도 축제가 열린데요 아저씨 작년처럼 잘 하실 수 있으시죠?”
“응 춤 출거여 내가 나가서”
노래교실이 시작되었다. 노래도 하고, 춤도 추는 박*동 님에게 아침에 살짝 보였던 감기 기운이 잠시나마 보이지 않았다.
“명절 잘 보냈어?”
“잘 보냈어유!”
박*동 님과 장순자 선생님이 반갑게 인사를 나누신다. 직원도 옆에서 선생님께 인사드리니 반갑게 받아주신다.
“아저씨 오늘 선생님한테 집 언제 초대해 주실 건지 물어보시는 건 어떠세요? 저번에 초대해 주신다고 하셨잖아요!”
“물어볼까?”
“네!”
박*동 님이 장순자 님의 어깨를 두드리며 물었다.
“집 언제 가유!”
“잉?”
“집 언제 가유!”
“뭐라는겨?”
박*동 님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장순자 선생님께 직원이 옆에서 거들었다.
“지난번에 선생님께서 집 초대 해주신 거 언제 가는지 물어보시는 거예요. 제가 여쭤보니까 여쭤보고 싶다고 하셔서요!”
“하하 그럼 나야 좋지! 오늘 시간 돼? 내가 밥도 사줄게!”
박*동 님이 좋다고 하신다.
“아저씨 뭐 좋아해? 뭐 먹고 싶은지 물어봐봐”
“제가 물으면 순대라고만 하셔서요... 선생님이 한 번 여쭤보시고 이야기 나눠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다른 메뉴가 나올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노래교실이 끝난 뒤에 두 분이 의논하시게끔 한 발짝 뒤에서 두 분을 따라갔다.
“피자 좋아해? 피자 먹을까?”
“피자 좋아유!”
“근데 요 주변에 피자 파는 데가 없지 참, 그럼 짜장면 좋아해?”
“짜장면 좋아유!”
“그래 그럼 가서 짜장면 시키고 탕수육 시켜서 먹음 되겠네 내가 잘 아는 곳 있어”
두 분이 메뉴를 정하셨고, 따라 가보니 직원도 아는 식당이었다. 유명한 곳이다. 식당에 가기 전에 계획한대로 짜장면 세 개와 탕 수육 하나를 시켜서 먹었다. 이가 없는 박*동 님이 드시기 편하게 직원이 자장면을 잘게 잘라서 드리니 맛있게 드셨다. 하지만 탕수육은 눅눅해져도, 잘게 잘라도 드시기 힘든 듯 했다.
“다른 걸 먹을걸 그랬나? 여기 소스에 좀 뒀다가 먹어!”
장순자 선생님은 박*동 님이 드시는 걸 계속 보시며 걱정하셨다. 직원은 더 눅눅해진 탕수육을 더 잘게 잘라드렸다. 박*동 님은 다 행히 잘 드실 수 있었고, 장순자 선생님도 다행이라는 표정이셨다.
식사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 중 주된 이야깃거리는 명절에 관한 내용이었다.장순자 선생님은 이번 명절에 박*동 님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하신 것을 아쉽게 여기셨다.
“이따 마트 들렀다가 우리 집 가는 거 괜찮지? 가서 나 환불 받을 것도 있고, 먹고 싶은 것도 골라!”
박*동 님은 배를 만지며 배부르다고 했지만 과일은 괜찮다는 선생님의 말과 함께 식당을 나섰다. 두 분께서는 두 손 잡고 마트로 향하셨고, 마트에선 박*동 님이 좋아하는 종류 위주로 과일을 고르셨다.
“내가 이렇게 살어~”
깔끔하고 포근한 느낌의 선생님 댁, 들어서서 앉으니 왠지 모를 익숙함마저 느껴진다. 분주히 다과를 준비하는 선생님을 바라보며 박*동 님은 콜라가 있는지 묻는다. 다행히 콜라도 있었다.
과일도 먹고, 콜라도 마시고, 커피도 마시고... 직원도 덩달아 배가 터질 것 같았다. 박*동 님은 좋아하는 바나나도 배가 부르다며 남겼다. 오가는 이야기는 평범했고, 평화로웠다.
“순자 누나가 아퍼서 병원에 다닌댜”
박*동 님이 누나 이야기를 꺼내신다. 생각해 보니 박*동 님 누님과 장순자 선생님의 성함이 같다. 이해하기 어려워하시는 장순자 선생님에게 직원이 간략하게 상황을 설명 드렸다.
“누나가 아퍼? 아이고.. 근데 나도 순자여, 순자 누나라고 불러~”
박*동 님은 이해가 안 되었는지 순자 누나는 병원에 있다고 하며 고개를 저었다. 장순자 선생님은 미소와 함께 자신을 누나라고 부르라며 계속 장난치셨다.
꽤나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갈 시간이 되었다. 그 때쯤 되자 장순자 선생님은 과일도 싸주시고, 홍삼 영양제 두 상자를 챙겨 주셨다.
“추석 선물이여~”
추석 선물까지 받으신 박*동 님은 신나게 선생님 댁에서 나섰다. 직원이 뒤이어 짐 정리를 하며 나갈 준비를 하다 보니 눈에 낯익은 무엇인가가 들어왔고, 잘 생각해보니 그건 박*동 님이 선생님께 생신 선물로 드린 디퓨져였다. 벌써 반이나 비워져 있었다.
“다음 주에 봐!”
배웅을 나와 주신 선생님께 인사드리고 박*동 님 댁으로 돌아왔다. 양 손에 과일과 선물을 쥐고 귀가한 박*동 님에게서 뒤늦은 추석 분위기가 느껴졌다.
2023년 10월 10일 화요일 최승호
박*동 아저씨와 장순자 선생님과의 관계가 이보다 더 정겹고 평범할 수 있을까요? 사회사업을 멀리하고 무엇으로 입주자의 삶을 도울까요? 그저 귀하고 감동입니다. 고맙습니다. - 다온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