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스팀세척기 117개국에 수출
에스제이이 : 유호묵 대표이사
부산 기장군 정관산업단지에 있는 에스제이이(SJE) 본사 2층 전시실에 들어서자 대형 청소기 같은 기계가 여러 대 놓여 있다. 빨강, 노랑, 초록 등 아동용 카트를 연상케 하는 이 기계가 지난해 117개국에서 500만 달러가 넘는 수출을 일궈냈다. 유호묵 대표이사(57세)는 “자체 디자인 개발한 스팀세척기를 인터넷의 힘으로 이름도 처음 들어본 나라에 수출했다”고 말했다.
에스제이이(SJE)가 지난해 500만 달러가 넘는 수출을 일궈낸 대표 상품은 스팀세척기 ‘옵티마 스티머’이다. 가정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스팀청소기와 유사하지만, 산업용으로 주로 사용된다. 세차장이나 공장의 세척용, 식품 공장의 살균용 등 용도도 다양하다.
스팀세척기의 가장 큰 장점은 물 절약이 가능한 고압세척기보다 물 소모가 더 적다는 점이다. 폐수가 거의 발생하지 않아 세차장이나 공장, 사업장의 폐수처리 비용이 크게 절감된다. 유호묵 대표는 “고압세척기로 자동차 세차를 할 때도 평균 100리터의 물을 사용하는데 스팀세척기는 고압세척기의 20분의 1이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고객의 요구에 따라 개발
해양대학교 조선기자재학과를 졸업하고 울산 현대상선에서 일하던 그가 세척기 업체의 CEO가 된 것은 우연한 기회였다. 현대그룹 최연소 과장으로 진급하는 등 직장에서도 인정받으면서 10년간 근무했지만, 업무 성과에 대한 보상이나 성취감에 대한 불만이 차츰 쌓여 갔다. 자의 반 타의 반 퇴직을 하고 창업에 나선 것이 1991년이었다. 처음에는 조선 관련 직종에서 일하다가 지인을 통해 고압세척기 업체를 인수하면서 직접 경영하게 됐다.
“대학교와 현대에서 선박기계와 조선기자재 관련 공부도 하고 업무경험도 쌓았습니다. 고압세척기는 완전히 다른 업종 같지만, 모터와 펌프, 보일러 등 원리는 비슷해요. 어마어마하게 큰 선박기계 설비를 만지다가 장난감을 만지는 기분이랄까요. 아무튼 전공 분야이고 아는 기술이라서 영업 판매도 비교적 수월했습니다.” 우연히 인수한 수입 판매 회사를 15년간 경영한 그가 스팀세척기를 개발하게 된 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지나치게 튼튼한 고압세척기를 판매한 탓이었다.
“한 번 구매하면 10년 이상 가는 겁니다. 재구매가 일어나지 않는 거예요. 자연히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었지요. 때마침 미국의 바이어가 스팀세척기를 만들 수 있겠느냐는 겁니다. 사실상 고객의 요청에 따라 개발을 시작한 셈이지요.” 다른 회사에 개발을 의뢰했다가 실패한 미국 바이어가 마지막으로 SJE를 찾은 것이었다. 주어진 기간은 2개월에 불과했지만, 그동안 쌓은 기술 덕분에 기존 제품을 개조·보완해서 어렵지 않게 개발에 성공했다. 다른 회사 브랜드로 라스베이거스 전시회에 등록해 놓은 바이어 덕분에 SJE 제품이 전시되는 행운도 누렸다.
이후 SJE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제품을 보고 외국에서 한두 건씩 문의가 오면서 수출도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나선 것은 2006년이었다. 해외 전시회에 참가하는 방법을 고려했지만, 제품의 무게와 규격 탓에 참가비용 문제 등 여러 가지 장벽이 많았다. 고심 끝에 해외에 나가는 대신 인터넷을 활용하기로 했다. 나라별로 점유율이 높은 검색 사이트에 제품을 올려 직접 소비자를 공략했다. 검색 광고에 들인 비용만 몇 년간 1억 원에 육박할 정도였다.
인터넷에서도 제품 홍보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각국의 특성에 맞는 검색어를 활용했다. 그 덕분에 SJE의 스팀세척기는 미국에서는 마트의 카트, 포도주 공장 설비, 놀이터의 놀이기구 살균 용도로, 동유럽에서는 동상이나 비석 등의 세척에, 프랑스에서는 광장의 보도 타일 사이에 자라는 잡초를 제거하는 목적으로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물론 현재도 스팀세척기의 주된 용도는 차량과 엔진 세차, 공장기계 청소용이다.
몇 년간 인터넷 광고로 성과
수년간 인터넷 광고에 공을 들인 끝에 현재는 스팀세척기만 검색하면 상위에 자동으로 검색될 정도다. 수출 담당자가 더 이상 광고 홍보에 투자할 필요가 없다고 유 대표를 말릴 정도로 인지도가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수출 금액에 비해 수출 국가가 많은 것도 인터넷 덕분이다. SJE의 스팀세척기가 팔려나간 국가는 총 117개국에 달한다. 지역별로도 미주 35%, 유럽 35%, 중동과 아시아 30% 등 고루 분포돼 있다. 이들 가운데는 500만 원짜리 스팀세척기 한 대가 수출된 곳도 있다.
“(화물 공간이 작아) 스팀세척기가 들어가지 않을 만큼 작은 비행기에 간신히 실어 이름도 처음 들어본 작은 섬나라에 팔았던 기억이 나네요. 그 덕분에 세계지리 공부를 많이 하게 됐어요.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발틱 3국에도 수출하면서 잘 알게 됐습니다. 지금은 많은 나라에 대리점을 두고 지역별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스팀세척기는 5년 전까지 유럽 수출 비중이 70%였으나, 현재에는 제품 구매에 보수적이었던 미국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에서 7년 동안 유학 후 시카고에서 일하던 딸이 “미국에서도 잘 먹힐 제품”이라는 조언에 2010년 미국 법인을 세웠다. 딸이 직접 지사장으로 운영 책임을 맡아 전시회와 광고 홍보에 공격적으로 마케팅한 결과다.
SJE는 연내에 중국 동관에도 현지법인을 세울 계획이다. 현지법인 직판체제로 전환하면 고객들에게 적정 수준의 제품을 공급하는 것은 물론 사후관리를 통해 회사 신뢰도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 시장의 성장 속도가 빠른 만큼 당장 수익을 내겠다는 생각보다는 지속적으로 투자하면 그만한 성과가 돌아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기타 자세한 내용은 첨부한 자료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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