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일이다. 어머니께서 부지런히 생활해 모은 돈으로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는데, 어머님은 좀 더 아름다운 자리로 꾸미고 싶으셨던지, 장식품,
커튼 등을 산다며 이모님과 함께 물건을 사러 나가셨다. 그날 오후 어머님은 지친 몸을 이끌고 돌아오셨다.
“휴, 얼마나 짐들이 무겁던지. 그래도 이모가 짐을 같이 들어 주셔서 다행이었다. 아이고, 좀 누워 있어야지.”
그렇게 조금 누워 계시다 일어나 짐 정리를 하시던 어머님이 놀라며 말씀하셨다.
“이게 뭐지? 아이쿠! 큰일났네.”
어머님 말씀은 이랬다. 이모와 함께 식당에 칼국수를 먹으러 가셨단다. 거기서 짐을 탁자 위에 놓아두셨는데, 짐이 하나 떨어져 있기에 이모가 국수를
다 드신 뒤 “저것도 우리 짐인가 보네” 하며 그 봉지를 가방에 넣어 주셨다는 것이다. 어머님은 아니라고 했지만, 식당에 손님이라고는 두 분뿐이었
기에 더 의심하지는 않으셨단다. 그런데 그것이 남의 옷보따리였던 것이다. 그것도 한 벌이 아닌 3벌.
어머님은 “사이즈도 나랑 똑같네. 갖다 줄라고 해도 길도 멀고 주인이 다시 찾아 오려나? 그래도 이거 내가 열심히 살아서 하늘이 선물을 주신 건가
보다. 아니야 그래도 이게 만약 그 사람에게는 소중한 물건이라면?” 하며 한동안 혼잣말로 고민을 하셨다.
한참 뒤 어머님은 드디어 결정하셨는지 “그래도 이걸 내가 어떻게 입고 다니겠어. 날마다 입고 다닌다고 해도 죄책감만 생길 거야. 주인도 못 찾을 거
고, 하늘이 내게 준 선물을 나도 다른 사람에게 베풀어 보자! 어차피 내 물건이 아니니” 하며 속시원하다는 듯이 말씀하셨다. 곧 어머님은 노란 옷을
입고 서 있는 불우이웃을 위한 수거함에 옷 세 벌 모두를 잘 싸서 넣으셨다. “새 옷인데 누구일지 모르지만 깨끗이 잘 입으세요” 하시며….
지금쯤 그 옷은 어머님 바람대로 꼭 필요한 누군가 잘 입고 있겠지. 그 일이 있던 날 저녁, 주무시던 어머님 얼굴에는 왠지 모를 따스한 미소가 내려앉
아 있었다.
신현지 / 부산 북구 화명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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