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부터 손은 축복을 주는 몸의 일부라고 여겼다. 안수는 그리스도교 의식 가운데 하나로, 사람에게 특별한 권리와 능력 및 자격을 부여하는 상징적 행위이다.
열두사도는 신도들을 모두 불러놓고 이렇게 말하였다. "형제 여러분, 여러분 가운데서 신망이 두텁고 성령과 지혜가 충만한 사람 일곱을 뽑아내시오. 이 일은 그들에게 맡기고 우리는 오직 기도와 전도하는 일에만 힘쓰겠습니다."
모든 신도들은 이 말에 찬동하여 믿음과 성령이 충만한 사람 스테파노를 비롯해서 일곱 명을 뽑아 사도들 앞에 내세웠다.
사도들은 기도하고 그들에게 안수하였다. 하느님 말씀이 널리 퍼지고 예루살렘에서는 신도들 수가 부쩍 늘어났으며, 수많은 사제들도 예수를 믿게 되었다(사도 6,2-7 참조).
구약시대부터 장자권 상속, 육체의 건강 기원, 직권 양도 등을 위해 머리 위에 손을 얹고 축복하여 하느님을 섬기게 하고 성령의 은혜를 전달하였다. 이런 전통은 초대교회에서도 계속되어 성령을 전달하거나 직위 수여, 병자 치유, 축복 등의 목적으로 안수를 하였다.
구약시대 안수는 축복의 표시로서 말뿐 아니라 행위를 통해서도 이뤄졌다. 야곱은 아브라함과 이사악에게서 받은 축복의 풍요함을 안수를 통해 자기 자손들에게 전했다(창세 48,17-22 참조). 거룩하게 하는 표시인 안수는 선택한 사람이나 제물을 구별하는 의미를 갖는다.
이처럼 안수는 어떤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권한과 능력을 주는 것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래서 레위 지파는 안수에 의해 다른 사람들과 구별되었다(민수 8,10 참조).
또한 여호수아도 안수에 의해 지혜의 성령을 충만히 받아 백성의 지도자로서 임무를 완수할 수 있었다(민수 27,15-23 참조). 이같은 사실은 번제를 드릴 때나 친교와 속죄의 제물을 바칠 때 잘 드러난다(레위 1,3-2,16 참조).
신약에서 예수님의 안수는 축복을 전달하는 표시로 나타난다. 예수님은 어린이들에게 손을 얹으셨다(마르 10,13 참조). 또 안수는 해방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 사실은 예수님께서 병자를 고치신 사실에서 잘 드러난다. 당시에는 인간이 병이 드는 것은 악령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열여덟 해 동안이나 병마에 사로잡혀 허리가 굽어져서 몸을 제대로 펴지 못하는 여자가 있었다. 예수님께서는 그 여자를 보시고 가까이 불러 "여인아, 네 병이 이미 너에게서 떨어졌다"고 하셨다.
그리고 예수님은 그 여자에게 손을 얹어 주셨다. 그러자 그 여자는 즉시 허리를 펴고 하느님을 찬양하였다(루가 13,11-13 참조).
초대교회 안수는 부활하신 예수님 약속을 따라서 이뤄졌다. 사도들은 예수님처럼 병자에게 손을 얹어 병을 고쳤다. 또 안수를 통해 하느님 성령의 선물이 주어졌다. 베드로와 요한은 아직도 성령을 받지 못하고 있던 사마리아 사람들에게 성령을 주었다(사도 8,17 참조).
이때부터 안수 행위는 전능하신 하느님의 실재를 나타내는 가시적 표시가 되었다. 교회는 이 같은 안수로써 특수한 사명에 걸맞은 영적 권능을 주었고, 어떤 특정한 직능을 부여하기 위해서도 안수를 사용했다.
이는 초대교회에서 일곱 사람을 부제로 뽑을 때와 바오로와 바르나바를 사도로 축복할 때도 잘 드러난다. 사도에게서 안수받은 바오로는 디모테오에게 안수했고(1디모 4,14 참조), 디모테오는 자기가 선택한 사람들에게 교회 직무를 맡기기 위해 안수를 베풀었다(1디모 5,22).
현재 가톨릭교회에서는 세례지원자에게서 악마를 내쫓을 때, 사죄를 할 때, 병자성사, 견진성사, 신품성사에서 안수를 행한다. 오늘날 안수는 교회 직위와 권능 수여, 직위 계승의 의미가 강하다.
특히 1947년 교황 비오 12세께서 안수를 서품의 유일한 질료라고 한 것처럼 안수는 서품식에서 가장 본질적인 것이다.
- 서울대교구 허영엽 마티아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