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뽑기/최정란
그들은 나더러 사냥꾼이 되라 해요
질주와 군부를 잊어버리고
겁먹은 채 웅크린,
저 갇힌 짐승들을 잡으라 해요
거짓 야성을 연마하라 해요
껍질은 내다 팔아 혼례를 치르고
고기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들을 먹이고
신부가 누울 방 한 칸을 차지한
짐승들을 몰아내고
그 자리에
아직 시작되지 않은 아늑한 사랑을 위한
신혼의 방을 차리라 해요
인형상자만한 방 하나 얻기 위해
얼마나 피 흘려야 하는지 몰라
이 도시에서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들
오백 원 동전을 움켜쥐고 사냥터로 모이는 밤
나는 문도 벽도 지붕도 없는 강으로 가요
고기 맛에 중독된
피 묻은 입, 피 묻는 손을 씻고
강물을 끌어와
내 안의 피투성이 사냥터를 씻어 내리고
깍아지른 막막 캄캄 바위 절벽에
없는 사랑의 기록
찬란한 가난의 암각화를 새기러 가요
포엠포엠 2017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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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뽑기로 대변되는 이 문명은 젊은이들에게 생명도 반항도 하지 못하는 동물을 사냥하는 거짓야성을 학습시킨다. 사랑도 결혼도 포기한 그들은 아이를 낳는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 되어버렸다. 신혼을 지낼 방 한 칸 얻는 일도 녹록치 않다. 젊은이들은 이런 막막 캄캄의 바위 절벽에서 사랑이 금지된 가난의 암각화를 새기는 불행한 존재들이다. 이 시대의 현실을 관통하는 치부를 인형뽑기라는 현상에서 발견해내는 시인의 눈이 놀랍다.
서상민 시인
첫댓글 서시인님 그날 처음 뵙고 하얀 웃음이 잊혀지지 않네요. . 좋은 시를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우리시대 청년의 고뇌를 아주 리얼하게 드러낸 수작입니다. 짝짝짝. 이러한 고발이 계속 우리 사회를 흔들어야 된다고 믿습니다. 잘 감상했습니다.
9년 전 신박하게 읽던 작품인데 아직도 동감이 되는 대한민국의 현주소가 막막 캄캄 하네요.. 새롭게 읽고 갑니다.
불행한 존재들이라고 포장해주고 싶지 않습니다. 어쩜 그들이 자초한 문제 일수도 있다고 생각하다 보니.....
가난한 암각화~ 암각화에서 인간의 오랜 역사도 느껴집니다~♡
첫댓글 서시인님 그날 처음 뵙고 하얀 웃음이 잊혀지지 않네요. . 좋은 시를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우리시대 청년의 고뇌를 아주 리얼하게 드러낸 수작입니다. 짝짝짝. 이러한 고발이 계속 우리 사회를 흔들어야 된다고 믿습니다. 잘 감상했습니다.
9년 전 신박하게 읽던 작품인데 아직도 동감이 되는 대한민국의 현주소가 막막 캄캄 하네요.. 새롭게 읽고 갑니다.
불행한 존재들이라고 포장해주고 싶지 않습니다. 어쩜 그들이 자초한 문제 일수도 있다고 생각하다 보니.....
가난한 암각화~ 암각화에서 인간의 오랜 역사도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