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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12 - 하나씩 천천히
씬1. 신혁의 사무실 (11회 엔딩씬)
화면 분할 상태.
강주 : 오빠 아버지가 맡았던 사건이 있는데.
하은 : (미소가 짙어지며) 그런데?
강주 : 저기 지금은 나도 정리가 안돼서 얘길 못하겠어. 머리가 너무 복잡해, 지금.
하은 : 무슨 일인지 궁금한데?
강주 : 좀 더 알아본 뒤에 다시 전화 할게.
하은 : ..그래, 그럼.
전화 끊고 화면이 하은에게로 온다.
하은 : (미묘한 미소를 지으며) 총명한 따님을 두셨습니다, 이의원님.
미소가 점차 사그라지며 무서우리만치 냉정한 표정으로 바뀌는 하은.
씬2. 병원 한곳 (오후)
강주가 급한 걸음으로 들어와 엘리베이터를 향해 간다.
한쪽에 의문에 쌓인 채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생각에 골몰해 앉아있는 수철을 못 보고 지나쳐 가는 강주.
수철 :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정신 나간 사람처럼 중얼거린다)..만약 유신혁이 하은이하고 연락이 닿은 거라면....
씬3. 입원실 (오후)
강주, 들어와 보면 아무도 없다. 무심히 둘러보다 화환을 본다.
‘후배 경상도’란 이름에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오곤 무심히 시선 돌려 경반장을 보는데 경반장 부인이 들어온다.
강주 : 안녕하세요.
부인 : (보는)...
씬4. 무릉 건설 옥상 (오후)
하은, 와이셔츠 차림으로 서서 노래를 허밍하고 있는 하은의 얼굴엔 표정이 없다. 그 위로.
강주 : (E) 경팀장님이 20년 전에 수사했던 사건이에요. 유건하란 형사하고 함께.
씬5. 입원실 (오후)
부인 : (강주가 건넨 20년 전 건설부 과장 자살 기사 복사 본을 들고 강주를 본다) 유건하씨요?
강주 : (긴장된) 그 분 잘 아세요?
부인 : (미소가 저절로 떠오르며) 그럼요. 이이가 존경하던 선배셨어요. 뵌 적은 몇 번 없지만.
강주 : ..네에. 혹시 이 사건에 대해서 뭐든 알고 계신 건 없으세요?
부인 : (미안한 미소로) 사건 얘긴 전혀 안 해요, 이 사람.
강주 : (실망하는)...네에. (이내 웃는 얼굴로) 고맙습니다.
부인 : 도움이 못 돼서 죄송해요. (하며 복사한 기사 건네고)
강주 : (받으며) 아닙니다. 빨리 회복되시길 기도할게요.
부인 : (미소를 보인다)
강주 : 안녕히 계세요. (하고 돌아서는데)
부인 : 저기요.
강주 : (돌아보며)
부인 : 술이 취해 한 말이긴 하지만 이이가 그런 애길 했어요.
강주 : 무슨 얘기요?
부인 : 어쩌면 사고가 아닐지도 모른다구.
씬6. 입원실 복도 (오후)
강주, 진지한 표정으로 생각에 빠져서 걸어오고 있다. 그 위로.
부인 : (E) 유건하씬 사고로 돌아가신 게 아니라구요.
강주 : (복잡한 얼굴로 우두커니 서서 중얼거린다)....세상의 모든 일은 하나의 끈으로 연결 돼 있다.
(혼란스러운 시선으로 크게 숨을 들이쉰다)
씬7. 인테리어 팀 (오후)
설계도면 펴 놓고 회의 테이블에 앉아있는 은하, 해경, 팀장, 팀원들.
팀장 : 등대라니?
은하 : (차분하지만 소신 있는) 컨벤션센터 현관 양 옆으로 등대 모양의 설치물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해경 : 외관상 그림은 되는데 활용성면에선 불필요한 설치물 아닐까?
은하 : 단순한 설치물이 아니라 전망대로 활용하면 지역적 특징도 살릴 수 있고 상징적인 면에서도 효과적일 것 같아서요.
해경 : (동조하는) 거기다가 홍보 전시실도 만들면 좋겠네.
은하 : (미소로)..네.
팀장 : 벌써 도면 제출 끝났는데 뭘.
해경 : 기존 도면을 변경시키는 건 아니니까 심사 때 한번 애기해 볼만한 안건이잖아요.
부사장이 말한 컨셉에도 딱 맞는 아이디어구.
팀장 : 그런가?
해경 : 그렇다니까요. (하고 은하를 보고 웃어 보인다)
은하 : (미소로 대답한다)
씬8. 신혁 사무실 (오후)
하은이 팀장과 해경을 맞았다. 재훈도 참석한 상태.
모두 자리에 앉아있지만 하은은 서성이면서 조용히 머리 끄덕여 주며 얘길 듣고 있다.
팀장 : 전망대를 설치해서 동해를 내려다 볼 수 있게 하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해경 : 강원도의 상징물로서 자리를 잡으면 일반 관광객들을 유치하는데도 도움이 될 수 있구요.
하은 : (미소가 떠오르며)...의견을 낸 사람이..누굽니까?
팀장 : 서은하씨 의견입니다.
하은 : (짐작하고 있었던 듯 미소가 떠오른다)
해경 : 은하씨 고향이 강원도라서 이번 일에 도움이 많이 되고 있어요.
하은 : (잔잔한 미소로 고개만 끄덕이더니) 그럼 등대 디자인은 서은하씨한테 맡기면 되겠군요.
팀장 : (얼떨결에)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하은 : (흔쾌히) 설계팀하고 협의해서 진행하세요.
씬9. 인테리어 팀 (오후)
은하 : (놀라서) 제가요?
해경 : 은하씨 의견이고 은하씨가 누구보다 잘 알 테니까 한 번 해봐.
은하 : 하지만 전 아직
해경 : (시원스레 O.L.) 좋은 기회야. 은하씬 잘 할 수 있을거구.
은하 : (좀 쑥스러운 미소)
해경 : 근데 시간이 너무 없어서 걱정이다. 월요일이 심산데 그때까지 디자인 뽑을 수 있겠어?
은하 :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
씬10. 신혁 사무실 (오후)
하은 : (잔잔한 미소를 띠운 채 생각에 빠져 있다)
재훈 : (들어와서) 회장실로 오시랍니다.
하은 : 그래요? (나가려다가 뜬금없이) 안비서님은 등대하면 뭐가 떠올라요?
재훈 : (잠시 생각하다) 등대지기요.
하은 : 아아..등대지기.
재훈 : 부사장님은 뭐가 떠오르시는데요?
하은 : (툭) 첫 키스요.
재훈 : (어리둥절) 예?
하은 : (겸연쩍은 듯 피식 웃고 나가는)
재훈 : (자신도 모르게 푹 웃곤 따라 나간다)
씬11. 인철의 사무실 (오후)
하은과 인철.
인철 : (좋은 낯으로) 네가 너무 매달리고 있는 것 같애.
하은 : (보는)
인철 : 내 생각엔 컨벤션센터 건은 승산 없는 게임이야. 포기할 건 빨리 포기하고 다른 일에 몰두하는 게 효율적인 듯싶은데.
하은 : 게임은 시작도 안 했습니다.
인철 : (보는)
하은 : J&C의 로비가 아무리 막강하다 해도 세상 모든 사람들이 로비에 끌려다닐 거라 생각하진 않습니다, 전.
인철 : (뜻밖의 말에 어색한 미소로) 물론 그렇기야 하지.
하은 : 처음 말씀드렸던 것처럼 되든 안 되는 끝까지 진검승부로 부딪쳐 보겠습니다.
인철 : (좀 당황스러운 미소로) 니 뜻이 정 그렇다면야 그렇게 해야지.
하은 : 믿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인철 : (미소 띤 얼굴로) 고맙긴. 아버지가 아들을 믿는 건 당연한 건데.
하은 : (본다)
인철 : (부드러운 미소로) 이런 얘긴 좀 쑥스럽다만 내 옆에 니가 있다는 게 난 항상 고맙고 아주 든든해.
하은 : (고마운 미소가 입가에 살며시 잡히면서)...믿어주시는 만큼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인철 : (미소로 끄덕끄덕)
하은 : 그럼 일어나 볼게요. (하고 일어서려는데)
인철 : 어, 이번 주말에 저녁 약속 없지?
하은 : ...네.
인철 : 손님을 초대했어. 인테리어 팀에 근무하는 서은하라구.
하은 : (순간 당황스런 눈빛)..
인철 : (담담하게)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신영이 일로 그 아가씨한테 신세를 진 게 있어.
하은 : (얼른 표정 감추며)..네에.
씬12. 동찬 사무실 (오후)
동찬 :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고 있다) 이강주가 서하은에 대해 캐고 다니고 있습니다...저도 그 점이 궁금합니다.
서하은의 사진을 봤다면 유강혁이란 사실을 알았을 텐데 너무 조용해서요.
(웃으며) 그렇다고 뭐 크게 염려하실 일은 없을 겁니다. 증거도 없고 캐봐야 뭐가 나오겠습니까?
씬13. 인철 사무실 (오후)
전화를 끊는 누군가의 손. 생각이 많을 때 생기는 버릇인 듯 책상을 천천히 두드리는 손가락.
씬14. 태준 사무실 (오후)
강주 : (태준 앞에 앉으며 서두르며) 절 보자고 하신 이유가 뭐예요?
태준 : 애비가 하나밖에 없는 딸을 만나는데도 꼭 이유가 있어야 돼?
강주 : (배시시 웃으며) 그건 그러네. 툭하면 외박인데 전화도 자주 못 드리구. 죄송해요, 아빠.
태준 : (웃곤) 유부사장하곤 완전히 끝낸 거야?
강주 : (좀 어색하게) 끝내고 말고 할 사이도 아니죠, 뭐.
태준 : 다시 한 번 생각해 봐. 그 친구 맘은 변한 게 없어. 너 때문에 내린 결정이었지.
강주 : (뭐라 대답할까하다 미소만 짓는다)
태준 : 그건 그렇고 요즘도 많이 바쁘지?
강주 : 이진 올라가니까 더 정신없어요. 근데 적성에 맞아요, 바쁜 게.
태준 : (웃으면서) 기자가 체질이야, 넌. (묻고 싶은 말을 이제야 꺼낸다) 요즘 취재하고 있는 사건은 뭐가 있어?
강주 : 뭐 그때그때 다르죠.
태준 : (살피는 눈빛) 특별히 흥미로운 사건은 없는 모양이지?
강주 : 있긴 한데요.
태준 : (긴장해서)..그게 뭔데?
강주 : (뭔가 말하려하다가 이내 얼른 웃는 얼굴로) 뭐 특별한 건 아니에요.
태준 : (부러 농담하듯) 나한테까지 숨기는 거 보니까 특종감인가 본데?
강주 : 아니에요, 그런 거. (시계 보더니 급하게) 그만 가봐야겠어요, 아빠.
태준 : (딸이 그 일을 숨기는 것이 걸려서)..그래, 조심해서 가.
강주 : 네에. (하고 나가려다가 문득 돌아보며) 아빠가 건설부 퇴직하신 게 몇 년도죠?
태준 : ? 그건 왜?
강주 : 1985년쯤 아니에요?
태준 : (대수롭지 않은 듯) 1984년 12월이야.
강주 : (얼른 빠르게 와서는) 그럼 김철민과장이라고 아시겠네요?
(20년 전 건설부 과장이름-기사에 나와 있으면 그 이름으로 해 주시길)
태준 : (순간적으로 굳어지는)...!
강주 : 아빠하고 같은 시기에 건설부에 근무한 사람이에요.
태준 : (당황스레)...글쎄. 너무 오래전이라서.
강주 : 뇌물수수혐의로 도주 중에 자살한 사람인데...기억 안 나세요?
태준 : (억지로 웃어 보이며)...도통 생각이 안 나는데? 근데 그건 왜?
강주 : (얼버무리듯 미소로) 그냥 좀 알아볼 게 있어서요. 갈게요.
태준 : (당황한 눈빛으로 억지 미소 지으면서) 어, 그래.
강주 : (나간다)
태준 : (창백하게 굳어져서)...
씬15. 강력5팀 (오후)
수철 : (전화를 하고 있다) 지난 달 15일 투숙한 손님 중에 무릉건설 유신혁 부사장이 있었는지 사실 여부를 알고 싶어 전화 드렸습니다.
(창백해지는)...그래요. 그럼 퇴실한 날은 언젭니까? ..알겠습니다. (끊고, 혼란스러운 표정인데)
장형사 : (들어오며) 그 중국인 빈집털이범이요. 행동강령까지 만든 거 보면 아무래도(하는데)
수철 : (벌떡 일어나 정신없이 나간다)
장형사 : 어디 가세요?
수철 : (대답도 없이 나가버린다)
장형사 : (어리둥절해서)...
씬16. 무릉 건설 앞 (밤)
갈등하고 망설이며 건물을 올려다보는 수철...어느 순간 맘을 꽉 다지고 안으로 들어간다.
씬17. 신혁 비서실 (밤)
하은을 찾아온 수철.
재훈 : 부사장님은 지금 자리에 안 계십니다.
수철 : 언제쯤 오시나요?
재훈 : 무슨 일로 오셨는데요? (하는데)
하은, 들어오다 수철을 보고 그다지 놀라지 않은 담담한 표정으로 멈춰 선다.
수철 : (긴장된 표정으로 하은을 본다)..안녕하십니까?
하은 : ..들어오시죠.
하은이 안으로 들어가면 수철이 그 뒤를 따라 간다.
재훈 : (무심히 보고 자리에 앉으려는데 떠오르는)
<플래시 컷-7회 64씬>
수철 : 저 사람이 이 회사 부사장...유신혁인가요?
재훈 : 그건 왜 물으시죠?
수철 : 맞아요? 저 사람이 유신혁입니까?
석연치 않는 듯 신혁의 사무실 쪽에 시선을 주는 재훈.
씬17. 신혁 사무실 (밤)
하은 : (여유 있게 앉아서) 여기까진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수철 : (단단히 맘먹고, 단도직입)...당신...정체가 뭡니까?
하은 : (짐짓 의아한 표정으로 보며) 나요?
수철 : 경상도란 가명으로 반장님 입원비를 내 준 사람이 당신이란 거 다 알고 왔어요.
하은 : (표정 변화 없다) 그래서요?
수철 : (태연한 하은의 반응에 더 긴장이 된다) 당신이 나한테 했던 말..누군가는
하은 : (O.L.) 죽은 사람을 위해 일해야 하니까.
수철 : (창백해지며)
하은 : 그 말에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수철 : 그 말은 하은이가 아니면 알 수 없는 말입니다.
하은 : (입가에 미소가 잡히며) 그래서요?
수철 : 서형사가 강릉 00호텔에 나타났던 날 당신도 그 호텔에 투숙해 있었어요.
하은 : 김형사님도 그 호텔에 계셨죠, 아마.
수철 : (당황하는)
하은 : 형하고 유일하게 연락이 닿았던 사람은 김형사님 뿐이었구
형의 은신처를 아는 사람도 김형사님뿐인 걸로 알고 있는데.. 아닌가요?
수철 : (가슴을 찔러 말문이 막힌다)
하은 : (시선 피하지 않고 똑바로 보고 있다)
수철 : ...당신..하은일 만났나요? 아니면...(두려운 얼굴로 말을 멈추고 본다)
하은 : (차가운 표정으로) 아니면?
수철 : (두려운 눈빛으로 말을 못하고)...
하은 : (담담한 표정으로 바뀌며 여유 있게) 질문에 대답해 드리죠. 형을 만났느냐?....못 만났습니다. 전화는 받았어요.
20년 전에 죽었다고 생각했던 형의 전화를 받은 제 심정..아마 이해 못하실 겁니다.
뭐 그런 감상적인 얘긴 관심 없으실 테구 요점만 말씀드리죠.
형은 급한 일을 처리한 뒤에 만나자면서 그 날 밤엔 절친한 친구인 김형사님과 약속이 있다고 하더군요.
자신을 도와줄 유일한 사람이라면서.
수철 : (시체처럼 창백해지는)
하은 : 결국 전, 형을 만나진 못했죠. 이유야 김형사님이 더 잘 아실테구.
왜 경반장님께 꽃을 보내고 입원비를 냈냐구요? 단순합니다. 형이 그 분과는 각별한 사이란 정볼 들었는데
형을 생각해서라도 그 정돈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죠.
수철 : 그럼 왜
하은 : (O.L.) 가명을 썼냐구요? 이런 도움은 못 받는다....그 분 가족들 그렇게 나올 텐데 옥신각신 서로 불편한 거 싫어서요.
수철 : (혼란스러운 표정)
하은 : 또 뭐가 문제였지? 아아 맞다. 그 말? (혼잣말 하듯) 그건 나도 신기하네. 쌍둥이라 생각하는 것도 비슷한 건가?
수철 : (극도의 혼란으로 말을 잃고 서서).....
하은 : 뭐 또 궁금한 거 있습니까?
수철 : (입이 막힌 듯 아무 말 못하고 본다)....
하은 : 없으시면 이번엔 내가 질문하나 하죠.
수철 : (긴장해서 보는)
하은 : 그날 밤 우리 형과의 약속은 왜 지키지 못하셨습니까?
수철 : (창백하게 보는)
하은 : 김형사님이 형의 시신을 발견한 시간은 새벽이었으니까 결국 형을 못 만났다는 얘긴데...
(똑바로 보며) 혹시 이런 생각은 안 해 보셨습니까?
수철 : (떨리는 눈빛으로 보는)...
하은 : (차가운 눈빛으로) 만약, 그날 밤 김형사님이 형과의 약속을 지켰다면 ...형은 죽지 않았을 수도 있을 거다..뭐 그런 생각.
수철 : (단숨에 허물어지는 눈빛)..
씬18. 무릉 건설 엘리베이터 앞 (밤)
허깨비 같은 표정으로 걸어 나오는 수철, 다리에 힘이 풀리듯 휘청하며 겨우 벽을 짚고 지탱하고 선다.
씬19. 신혁 사무실 (밤)
냉정한 얼굴로 창 밖을 응시하고 서 있는 하은.
씬20. 인테리어 팀 (늦은 밤)
책상위에 도화지 펼쳐놓고 등대 밑그림 작업을 하고 있는 은하.
스케치가 거의 끝난 등대의 모습이 어딘지 은하와 하은 등대의 모습을 닮아있다.
등대 외관은 테라스가 넓고 들어가는 입구를 크게 전망대의 용도에 적합한 모양이다.
은하, 등대 스케치를 끝내고 도화지를 들어 기쁜 듯 미소를 띠며 들여다본다.
씬21. 고급 바 (밤)
혼자 술을 마시고 있는 진우, 좀 술이 취한 상태로 어쩐지 쓸쓸해 보인다.
그 옆에 강주가 와서 턱 앉는다.
강주 : 어쩐 일이야? 정진우가 혼자 술을 다 마시구?
진우 : 뭐 마실래?
강주 : (종업원에게) 아이스티요. (진우 보며) 오래 못 있어. 금방 들어가 봐야 돼.
진우 : (농담하듯) 요즘 정진우 인기 없네.
강주 : (장난스럽게 살피며) 술 많이 마신 모양이네?
진우 : ..좀.
강주 : 무슨 일 있어? 천하의 정진우가 여자한테 채인 건 아닐거구.
진우 : 정답.
강주 : (뜨악해서) 정말?
진우 : ..그래. 여자한테 보기 좋게 채였다. 그것도 단번에.
강주 : (재밌는 듯) 이야, 그거 특종감이네? 대 J&C 후계자를 걷어 찬 배짱 좋은 아가씬 누군데?
진우 : (앞만 보면서) 풀장에 뛰어든 용감한 아가씨.
강주 : (놀라서)...우리 아버지 출판기념회 때 말하는 거야?
진우 : ..응.
강주 : (뜻밖이어서) 그 뒤로 서은하씨하고 만났어?
진우 : (의아해서 보며) 니가 이름을 어떻게 알아?
강주 : (기막혀서) 허 진짜 세상은 하나의 끈으로 연결돼 있나 부네.
진우 : 무슨 소리야?
강주 : 그런 게 있어, 우주에서 내려오는 X파일.
진우 : 은하씨를 어떻게 아는데 넌?
강주 : 얘기하자면 복잡하구 그냥 인연이 좀 있어. 근데 채였단 소린 뭐야? 벌써 프로포즈하고 거절당하고 할 만큼 진행이 됐던 거야?
진우 : 한 발짝도 가까이 못 갔어. 사랑하는 사람이 있대, 서은하씨.
강주 : (짐작이 가는)..
진우 : (씁쓸하게 웃으며) 정진우가 한심해서 못 참겠다. 단번에 거절당한 여자를 왜 자꾸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그 여자가 사랑한다는 사람, 뭐 하는 남잔지..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고 화가나구...
내가 생각해도 정진우 유치하고 너무 한심해서 못 참아주겠어.
강주 : (진지하게 듣는)....
진우 : 근데..나 그 여자 정말 지켜주고 싶다. 곁에서 보호해 주고 싶고..힘이 돼 주고 싶어.
(훗 웃으며) 그냥 듣고 잊어버려라, 이강주.
강주 : ...진심이구나, 오빠.
진우 : (허망하게 웃곤 술잔을 다 비우곤) 일어나자. 들어가 봐야 된다면서?
강주 : 그 사람...죽었어.
진우 : ? (본다)
강주 : 서은하씨가 사랑한다는 사람...얼마 전에 죽었어. 이 세상사람 아니야.
진우 : (가슴이 내려앉듯 본다)
강주 : 은하씨, 지금 정진우가 아니라 어느 누구도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이야. 많이 힘들고 고통스러울 거야, 지금.
진우 : (충격으로 멍한)...
씬22. 재수의 집 동네 (늦은 밤)
멈춰진 진우의 승용차. 운전기사는 운전석에 있고 진우는 뒷좌석에 앉아 생각에 빠져있다.
<인써트>
무단횡단 하던 은하의 눈에서 흐르던 눈물.
진우, 이제야 은하의 눈물의 의미를 이해하듯 착잡한 심정으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려 밖을 보면
저쪽에서 터벅터벅 걸어오는 은하의 모습.
진우, 차 문 손잡이를 잡아 열려다가 손을 멈춘다.
은하가 진우의 차를 지나쳐 간다.
진우, 망설이다가 은하를 그냥 보낸다.
씬23. 은하 방 (늦은 밤)
방으로 들어오는 은하, 가방 놓고 벽에 걸린 등대를 아련한 눈으로 바라본다.
씬24. 인테리어 팀 (늦은 밤)
하은, 은하의 책상 앞에 잠시 서 있다가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커다란 파일을 조용히 넘겨본다.
그 안에 은하가 그린 등대 그림이 들어있다.
칼라는 아직 미완성이지만 등대엔 색깔이 입혀져 있다.
자신들의 등대처럼 빨간색과 하얀색.
하은의 눈에 아련한 그리움이 차오며 입가엔 잔잔한 미소가 떠오른다.
씬25. 권투 도장 앞 (낮)
중국집 배달원이 빈 통을 들고 나와 오토바이를 타고 사라진다.
씬26. 도장 안 (낮)
천사장과 캐주얼 복 차림의 희수가 자장면을 먹고 있다.
희수 : 이 도장 아저씨 거예요?
천사장 : 친구 거. 저쪽 작은 방이 내 사무실이구.
희수 : (가리키는 쪽을 보곤) 아 정말 빈티 팍팍 나네. 내 옥탑 방이 천배는 낫겠다.
천사장 : (담담하게 자장면만 먹고)
희수 : 도대체 사업은 언제 하는 건데요? 무작정 동업하자고 해 놓고 몇날며칠 그 놈의 영어회화에 자장면만 먹고,
도대체 건수가 뭐예요?
천사장 : 골프 잘 치지?
희수 : (금방 애처럼 신나서) 당근 사업하려면 골프는 기본이죠. 내 별명이 타이거 박입니다.
천사장 : (훗 웃고) 개인지도 좀 해야겠다.
희수 : (벙) 누구요?
천사장 : (한쪽 보곤 무심히) 왔어요.
희수, 천사장의 시선 따라서 입구 쪽을 본다.
양복차림의 하은이 들어와 서 있다.
희수 : (어리둥절해서 본다)
하은 : (앞으로 걸어와 서서 희수를 한 번 보고 천사장에게) 여기 좋네요.
천사장 : (빙긋 웃고 만다)
하은 : (희수를 보곤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한다)
희수, 어리둥절한 채로 일단 하은의 손을 잡는 순간 하은이 그 손을 잡아서 엎어치기로 희수를 바닥에 메다꽂는다.
아파서 죽는 희수, 황당해서 하은을 보다가 불끈 화가 나서 벌떡 일어서자마자 열 올라 소리 지르며 하은에게 달려든다.
하은, 달려드는 반동을 이용해 다시 희수를 바닥에 메다꽂는다.
그 모습 보는 천사장, 대수롭지 않다는 듯 푹 웃고.
희수 : (있는 대로 열이 받아서 버럭) 이씨, 뭐야, 당신!
하은 : (담담하게) 아무하고나 손을 잡으면 안 돼. 잘못하면 다쳐, 박희수.
희수 : (황당) 뭐?
하은 : 찬물도 위아래가 있는데 반말은 곤란하지.
희수 : (기막혀서) 허 (천사장 보며) 누구예요, 이 사람?
천사장 : 박희수 전과자 딱지 떼어주신 분.
희수 : (놀라서) 예? (하은을 본다)
하은 : (차가운 미소로) 반갑다, 박희수.
희수 : (어리둥절한 채로)...날 어떻게 알았는데요?
하은 : (물끄러미 보며) 널 어떻게 알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널 데리고 뭘 할 건지가 중요하지.
희수 : 뭘 할 건데요?
하은, 피식 웃고는 양복 윗도리 벗어서 툭 던져 놓더니 한쪽에 있는 샌드백을 툭툭 치기 시작한다.
희수 : (가서) 뭘 할거냐구요?
하은, 대답하지 않고 제대로 폼 잡고 샌드백을 팍팍 친다.
희수 : (어이없는 표정으로 천사장을 본다)
천사장 : (자기 할 일만 하고 있다)
희수 : (기막혀서 허 웃더니 안 되겠다 싶은지) 구려서 안 되겠다. 난 빠질래요. 합의금 내 준건 석 달 내루 갚을게요.
하은 : (샌드백 턱 잡더니) 재밌는 게임 한 번 해 보자.
희수 : (본다)
하은 : 이제부턴 사기꾼 박희수가 아니라 재미교포 스티븐 리야.
희수 : (어리둥절해서 보는)..
하은 : (차갑게 웃는다)
씬26. 재수 집 마당 (오후)
은하, 외출복 차림으로 나선다. 한 손엔 만두를 담은 그릇을 예쁜 보자기로 정성껏 싸서 들고 있다.
재수 : (따라 나서며 좀 섭섭해서) 왜 너만 초댈 해?
은하 : (본다)
재수 : 사실적으루다 그렇잖냐. 하은이 가족이 초대한 건데 당연히 나도 같이 초댈 해야지. 안 그래?
은하 : 오빠네 가족들 아직 오빠 일 몰라요.
재수 : ? 아니 왜?
은하 : 유신혁씨가 이강주씨한테 부탁했대요. 오빠 누명이라도 벗겨진 담에 알리고 싶다구.
재수 : 그래? (이해하는) 허기사 그렇기도 하겠다. 그럼 널 왜 초대한 거야?
은하 : 다녀와서 말씀드릴게요. 시간 늦었어요.
재수 : 그래, 그래. 어서 가. 무거운데 택시 타고 가.
은하 : (미소) 네에. 다녀올게요. (하고 나가려는데)
재수 : (은하 팔 잡으며) 저기, 하은이 동생한테 또 놀러오라고 해. 이번엔 나 술 절대 안 먹을 거니까 안심하구. 응? 알았지?
은하 : (쓸쓸한 미소로)..네. (나가고)
혼자 남은 재수, 쓸쓸한 얼굴로 뭘 해야 할지 몰라 잠시 서성이는..
씬27. 신혁의 방 (오후)
캐주얼 차림으로 회사 서류보고 있는 하은, 곧 오게 될 은하로 인해 마음이 복잡해서 서류에 글자가 눈에 들어오질 않는다.
서류 탁 놓고 숨을 들이쉰다.
씬28. 달리는 택시 안 (오후)
은하 역시 하은의 가족을 만날 생각에 마음이 복잡하고 착잡하다.
가족을 만나지도 못한 하은의 생각에 마음이 아려오는 듯 흐릿한 시선을 창밖으로 던진다.
씬29. 신혁의 방 (오후)
초조하게 방안을 서성이며 안절부절 못 하고 있는 하은.
씬30. 인철의 집 앞 (늦은 오후)
은하, 복잡한 시선으로 집을 바라보고 서 있다.
강주의 승용차가 와서 멈춰 선다.
차 안의 강주, 은하를 확인하곤 의아한 표정으로 밖으로 나온다.
은하는 그때까지도 자기 생각에 빠진 채 서 있다.
강주 : (E) 은하씨?
은하 : (돌아보곤, 강주 확인한다)
강주 : 어쩐 일이에요?
은하 : 저녁 초댈 받았어요.
강주 : (좀 놀라서) 그럼 서형사님 얘길 부모님께 한 거예요, 신혁오빠가?
은하 : 아뇨. 출판기념회 때 일루.
강주 : 아아..근데 왜 나까지 초댈 하셨지?
은하 : (보는)
강주 : 어쨌든 반가워요. 들어가죠.
은하 : ...네. (하면서도 쉽게 발이 떨어지질 않는다)
강주 : (은하 보며 이해하듯) 마음이 좀 무겁죠?
은하 : (애써 미소 지으며)..그러네요. 오빠가 있었으면..정말 좋아했을 텐데.. 그런 생각만 자꾸 들구...
강주 : (이해하듯 보는)..
씬31. 인철의 거실 (늦은 오후)
인철, 담담한 표정으로 화초 손질하는 위로 인터폰 소리 들리자 인철이 현관 쪽을 돌아본다.
신영 : (인터폰 받는) 어서 와, 언니. (문 열어주는데)
이화 : (음식 준비하다 주방에서 나오면서) 그 아가씨야?
신영 : 응. 강주언니랑.
이화 : (강주란 말에 의아해서 인철을 본다)
인철 : 내가 오라고 했어. 신혁이나 나나 회사상산데 불편할 거구 아무래도 비슷한 또래가 있으면 편하지 않겠나 싶어서.
이화 : 그래요. (신영에게) 오빠 내려오라고 해.
신영 : 알았어요. (이층으로)
이화 : (걱정스레) 서로 초면일 텐데 오히려 불편하지 않을까요?
인철 : (웃으며) 그런가?...그 생각까진 못했는데.
강주와 그 뒤로 은하가 들어선다.
강주 : (씩씩하게) 안녕하셨어요? (인철에게) 건강하시죠?
인철 : 덕분에.
이화 : 어서와. (은하에게) 어서 와요.
은하 : (하은의 어머니를 보자 마음이 아려온다)...처음 뵙겠습니다. 서은하라고 합니다.
이화 : (따뜻한 미소로) 이름이 참 곱네요.
은하 : (흐린 눈으로 이화에게서 시선 떼지 못하고)...감사합니다.
이화 : 들어와요. (강주에게) 들어와.
강주와 은하 들어선다.
인철 : 오느라 고생했어요.
은하 : (그제야 정신을 차리듯 인철보곤 고개 숙여 인사한다)
인철 : (웃으며 끄덕이고)
이층에서 하은과 신영이 내려온다.
하은의 표정은 애써 담담하다.
강주 : 사람을 봤으면 인사 좀 하지?
하은 : 왔어. (은하에게 담담하게) 왔어요.
인철 : (보는 눈빛이 순간적으로 날카롭다)
은하 : (고개 숙여 인사하곤 이화에게 보자기에 싸 온 것 내밀며) 이거.
이화 : (보는)
은하 : 만두를 좀 만들어 봤어요. 입에 맞으실지 모르겠네요.
하은 : (복잡한 시선으로 보는 위로)
이화 : (E) 손이 많이 가는 일인데..
이화 : (기특한 듯 미소로 보며) 고마워요. 잘 먹을게요.
강주 : 은하씨 대단하다. 만두도 만들 줄 알아요?
인철 : (뜻밖이라는 듯) 두 사람 아는 사인가?
그 말에 하은, 은하, 강주, 동시에 좀 긴장하는.
강주 : (얼른 사태수습) 인연이 좀 있어요, 서은하씨하고 저하구.
인철 : (의미 있는 미소 지으며) 그래?
씬32. 신혁의 방 (늦은 오후)
하은과 강주, 은하가 들어온다.
강주 : (들어오면서) 오빠 집 진짜 오랜만이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처음인가?
하은 : (신경은 은하에게만 가 있다) 넌 어떻게 온 거야?
강주 : 아저씨가 전활 하셨어.
하은 : 회장님이?
강주 : 아직도 회장님이야? 웬만하면 아버지라고 좀 불러.
하은 : ....
강주 : 어 참, 오빠가 사준 약 먹고 몸이 개운해 졌어.
은하 : (그 말에 자신도 모르게 하은을 본다)
강주 : (하은 보며 미소로) 고마워.
하은 : (그저 의례적인 미소를 짓다가 은하의 시선과 부딪친다)
은하 : (얼른 시선을 피하고 벽에 걸린 액자에 시선을 준다)
강주 : 그나저나 언제까지 강혁오빠 얘길 숨길 생각이야?
하은 : (본다)
강주 : (둘러보면서) 솔직히 아까 아줌마랑 아저씨 보는데 맘이 불편했어.
하은 : 때가 되면 해야지.
강주 : 그 때가 언제가 될지 모르잖아?
하은 : 어쨌든 아직은 아니야.
강주 : (보다가 포기하고) 근데 두 사람 너무 불편해 보인다. 은하씨.
은하 : (보면)
강주 : (책상 쪽으로 가면서) 회사 밖으로 나오면 부사장이 아니라 그냥 유신혁이에요. 편하게 대해요.
은하 : (어색한 미소)
하은 : (복잡한 심정으로 은하를 보는데)
강주 : (E) 아직 애구나, 이런 거 갖고 노는 거 보니까.
하은과 은하가 강주를 보면 강주, 주사위 손에 들고 빙글빙글 돌려 보고 있다.
하은 : (순간 확 긴장해서 자신도 모르게 은하를 본다)
은하 : (놀라서 굳어 서 있다)
강주 : (주사위 하나 들고 하은 보며) 하난 나 주라.
하은 : 안돼.
은하 : (하은을 본다)
강주 : 세 개나 있잖아?
하은 : (긴장된 표정 들키지 않으려고 애쓰며 서둘러 변명하듯) 아버지가 사 준 거야, 형하고 나한테.
은하 : ....
강주 : 아아..그런 사연 있는 건지 몰랐어. (그제야 굳어있는 은하보고)..왜 그래요, 은하씨?
은하 : (이내 정신을 차리 듯) 아니에요, 아무것두.
신영 : (문 열고 서서) 내려오시랍니다!
하은 : (강주에게) 나가자. (은하 보며) 가요.
은하 : ...네.
강주 먼저 앞서 나가고 하은 뒤 따라 나가면서 뒤를 돌아보면
은하는 책상위에 놓여 있는 주사위를 돌아보곤 애써 감정 추스르고 돌아선다.
그 순간 하은과 은하의 시선이 마주친다.
하은 : (담담하다 못해 좀 차갑게) 기다리시겠어요. (하고 휙 돌아선다)
은하 : (보다..뒤 따라 나간다)
씬33. 인철 거실 (밤)
식사를 마치고 차와 과일을 놓고 앉아있는 인철, 이화, 하은, 은하, 강주. 신영.
이화 : (은하에게) 인사가 늦어서 미안해요.
은하 : 아닙니다.
인철 : (이화에게) 서은하씬 우리하고 인연이 참 깊은 것 같애. 은하씨 오빠가 우리 신혁이하고 착각될 정도로 닮았다는구만.
순간 하은과 강주, 긴장한다.
이화 : 그렇게 많이 닮았어요?
은하 : (차분히)...네.
이화 : (미소로 보며) 한 번 보고 싶네요.
은하 : (당황스럽다)
이화 : 만두를 참 곱게 만들었던데 집에서 자주 해 본 솜씨에요.
은하 : ..오빠가 좋아해서 자주 만들었어요.
신영 : (끼어들며) 우리 오빤 아주 싫어하는데.
하은 : (당황스럽게 보는)
신영 : 밀가루 알레르기 있거든요, 우리오빠.
은하 : (순간 의아해서 하은을 본다)
하은 : (표정 수습하며) 노력중이야, 극복하려구.
이화 : (의아한 듯 하은을 본다)
인철 : 그래?
하은 : 네. 조금씩 고쳐보려구요.
인철 : (미소로) 좋은 생각이다.
신영 : 좋은 건 만은 아니죠, 아빠. (강주보고) 언니가 책임져.
강주 : ? 뭘?
신영 : 우리 오빠 요즘 멘탈에 이상 생겼어. 언니한테 차여갖구.
강주, 당황스레 하은을 보면.
하은은 좀 당황한 표정으로 조용히 시선 내리고 있는 은하를 보고는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강주, 기분이 좀 묘해진다. 그 모습들 위로.
이화 : (E, 나무라듯) 넌 왜 괜한 소릴 하고 그래?
신영 : (E) 진짜에요, 엄마. 오죽하면 밀가루 알레르기 극복까지 해요, 오빠가.
하은 : (애써 미소 지으며) 그런 거 아니야.
신영 : 아니긴 뭐가? (강주에게) 언니가 좀 이쁘게 봐주라. 우리 오빠, 시베리아에서 태평양 따뜻한 바다로 건너오는 중이니까.
강주 : (그저 웃음으로 때우는데)
인철 : 아직 수습기간 인가?
강주 : 아뇨. 사회부로 이진 발령 받아서 경찰서 출입해요.
인철 : 경찰서 출입기자가 제일 고단할 텐데.
강주 : 할 만 해요.
인철 : (미소로 보는)
강주 : (시계보곤) 죄송한데 전 그만 일어나야겠어요. 일이 있어서요.
은하 : 저도 그만 가보겠습니다.
이화 : 바쁜 사람들 불러놓고 시간만 뺏었네요.
은하 : 아닙니다. (진심을 담아) 만나 뵐 수 있어서...너무 기뻤습니다.
이화 : (따뜻한 미소로) 나도 그래요.
하은 : (복잡한 심정으로 보는)..
씬34. 인철의 집 앞 (밤)
하은과 은하, 강주가 나온다.
강주 : 내가 바래다주면 좋겠는데 근처에서 약속이 있어서요.
은하 : (미소로) 택시타면 돼요.
강주 : 택시를 왜 타요? (하은에게) 잘 모셔다 드려.
은하 : 괜찮아요.
강주 : (웃고 하은에게) 할 얘기 있어. (시계보곤) 한 시간 삼십분 후에 시간 괜찮아?
하은 : ..그래.
강주 : 전화할게. (은하에게) 다음에 봐요.
은하 : 네.
강주, 자기 차로 간다.
하은 : (차 문을 열어주며) 타요.
은하 : 혼자 갈게요.
하은 : 타요, 어서.
은하 : (보다가) 그럼, 버스 정류장까지만 부탁드릴게요.
씬35. 멈춰진 차 안 (밤)
강주, 시동 걸려다가 차에 오르는 은하와 하은의 모습을 본다.
두 사람 모습에 어쩐지 기분이 묘해지는...
씬36. 달리는 차 안 (밤)
말없이 각자의 생각에 빠져있는 하은과 은하.
은하, 하은의 옆모습을 무심히 돌아본다. 그 위로 오버랩 되듯 겹쳐지는 하은의 모습.
<3회의 씬46에서 창피한 듯 모자를 더 깊게 눌러 쓰는 하은>
은하, 당황스럽게 시선을 창밖으로 돌리다.
하은, 그제야 은하의 옆모습을 돌아본다.
처연한 표정의 은하 모습에 마음이 아파오는 하은.
하은 : (더 이상 침묵을 참지 못하고 부러 모른 척) 집이 어디에요?
은하 : 버스 정류장 앞에 세워주세요.
하은 : (앞만 보며) 괜찮으니까 집까지 가요.
은하 : 정류장 앞에 세워주세요.
하은 : 부담스러울 거 없어요.
은하 : (좀 강하게) 세워 주세요.
하은 : (좀 화내듯) 괜찮으니까 그냥 갑시다.
은하 : (언성이 좀 높아지며) 내가 괜찮지 않아요. 괜찮지가 않다구요, 난.
하은, 도로 변에 급정거 하듯 차를 세운다.
은하 : (놀라서 본다)
하은 : (담담하다 못해 좀 무뚝뚝하게) 내려요, 그럼.
은하 : (그 말이 가슴이 내려앉듯 잠시 앉아 있다가 이내 차분하게) 조심해서 가세요. (밖으로 나간다)
하은, 감정 수습 안돼서 잠시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참지 못하고 밖으로 뛰쳐나간다.
씬37. 거리 (밤)
은하, 있는 힘껏 감정을 눌러 참으며 빠르게 걸어간다.
뛰어와 그 앞을 가로막고 서는 하은.
은하 : (굳어서 본다)
하은 :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망설이다가)...내가 서은하씨한테 실수한 거 있습니까?
은하 : (애써 차분하게)..부사장님 실수하신 거 없어요.
하은 : 나한테 화나 있잖아요, 지금?
은하 : ..그런 거 아니에요.
하은 : (복잡한 심정으로 보다가) 그럼 타요. 정류장까지 한참 걸어야 돼요. (하고 차로 가려는데)
은하 : 이해 못하시겠지만.
하은 : (멈추고 본다)
은하 : 이해하시기 어렵겠지만...전 부사장님 뵐 때마다..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 들어요.
하은 : (가슴이 막혀서 본다)
은하 : (자신이 어이없는 듯 허탈한 미소를 지으며) 아닌 줄 알면서도 너무 잘 알면서도
자꾸...오빠를 보는 것 같아서...혼란스럽구..힘들구..
하은 : (뭐라 말을 하고 싶지만 말문이 막혀있다)
은하 : (애써 차분한 미소로 보며) 조심해서 가세요. (돌아서서 간다)
하은, 더 이상 잡지 못하고 은하를 그냥 보낸다.
순간 무엇에 대해서인지 모르는 짜증이 왈칵 솟구친다.
씬38. 버스 정류장 (밤)
혼자 서 있는 은하. 쓸쓸하고 외롭다.
씬39. 버스 정류장 건너편 (밤)
차안의 하은이 건너편 길에 서 있는 은하를 처연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씬40. 달리는 버스 안 (밤)
슬픈 눈으로 경찰 배지를 들여다보고 있는 은하. 결국 전해주질 못하고 갖고 오고야 말았다.
씬41. 한강 둔치 (밤)
하은, 차를 세워놓고 서서 강물을 바라보고 서 있다.
누군가에게도 모를 조소를 날리는 하은.
그 웃음이 식고...천천히 고개가 숙여진다. 울고 있는 듯도 하다.
하은, 점점 더 어깨가 웅크려들고 있다.
씬42. 포장마차 (밤)
재수, 열심히 손님들에게 서빙을 하고 있는데 은하가 들어온다.
은하 : 아빠.
재수 : (기다렸다는 듯) 어어..왔구나. 안 그래도 너무 궁금해서 일이 손에 안 잡혔어.
은하 : (미소로) 오빠네 가족들이요?
재수 : 그래. 어떤 분이시든? 하은이 모친.
은하 : 아주 따뜻하고 좋은 분이셨어요.
재수 : 그렇지? 내가 딱 그럴 줄 알았어. 사람이란 게 천성이란 게 있는 거거든. 그건 부모한테 물려 봤는 거구.
너 봐? 날 닮아서 머리도 좋고 맘도 착하구.
은하 : (웃는) 맞아요.
재수 : (좋아서 보며) 여동생도 있다고 하지 않았나?
은하 : 네에. 모델처럼 키도 크구요. 예쁘게 생겼어요.
재수 : (끄덕이며) 그래에. (심난해지는 듯) 그 놈이 살아있었으면 얼마나 좋겠냐. (딸 생각해서 얼른 웃는 얼굴로) 국수 삶아줄까?
은하 : 너무 많이 먹어서 배불러요. (하며 얼른 주방쪽으로)
재수 : (말리며) 됐어. 놔두고 들어가.
은하 : 아빠랑 같이 들어갈래요.
재수 : 출근해야 되는데 나랑 어떻게 같이 가?
은하 : ..조금만 있다가 갈게요, 그럼. (웃어 보이며) 혼자 있는 거 싫어서 그래요.
재수 : (그 말에 가슴이 아파서 보고)..
씬43. 술 집 (밤)
강주, 들어와서 보면 한쪽에 하은이 양주를 마시고 있다.
강주 : (가서 앉으며) 미안, 좀 늦었어.
하은 : (조금 취한 듯 흐린 눈으로 보며) 어, 이강주기자.
강주 : (픽 웃으며 앉는)
하은 : (빈 잔 주며) 마실래?
강주 : 무지하게 마시고 싶은데 경찰서로 들어가 봐야 돼. (병에 남은 술을 보고) 많이 마셨네?
하은 : (쓸쓸하게 웃곤) 좀.
강주 : 서은하씬 잘 데려다줬어?
하은 : (대답대신) 할 얘기 있다면서?
강주 : 강혁오빠 얘기야.
하은 : 해봐.
강주 : 20년 전에 오빠 아버지가 수사했던 사건이 있는데 강혁오빠 죽음이 그 사건하고 연관이 있는 것 같애..
하은 : (무심하게 보며)..20년 전 사건?
강주 : 응. 그 당시에 오빠 아버지하고 그 사건을 함께 수사했던 형사가 경기도 팀장이야. 저번에 말했지? 강혁오빠
하은 : (O.L.) 기억나. (하고 술잔을 단번에 비운다)
강주 : 헌데 두 사건이 어딘가 묘하게 닮아있어.
하은 : (슬픈 미소를 흘리는 위로)
강주 : (E) 자살 사건이란 거 빼고도 두 사건을 수사했던 형사가 모두 죽었어.
강주 : 한 사람은 의식불명이고.
하은 : (술을 마시며 고개만 주억인다)
강주 : 그리고 이건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좀 어렵게) 오빠 아버지.. 사고가 아니라 어쩌면 타살(하다 말을 멈추고 본다)
하은 : (연거푸 술을 들이 키고 있다)
강주 : (손을 잡아 제지하며) 좀 천천히 마셔.
하은 : (혼자 중얼거린다) 천천히..하나씩..하나씩..
강주 : ? 뭐?
하은 : (자기말만 한다) 그러다....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면 어떡하지?
강주 : ...무슨 소린 하는 거야? 오빠 술 취했어?
하은 : 난 그게 겁난다.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할까봐.
강주 : ...누가 기다리는데?
하은 : (그저 부스스 웃는데 그 모습이 슬프다)
강주 : (낯선 신혁의 모습에 어쩐지 연민이 생기는)...
씬44. 인철의 집 앞 (밤)
강주의 차가 와서 선다.
씬45. 멈춰진 차 안 (밤)
운전석에 앉은 강주가 돌아보면 하은, 머리를 뒤로 기대고 잠들어 있다.
강주, 하은을 깨우려다가 손을 멈추고 잠든 하은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강주, 자신도 모르게 이끌리듯 하은의 얼굴로 손을 조심스럽게 뻗는데 하은이 강주의 손목을 잡는다.
강주 : ....! (흠칫 당황스레 본다)
하은 : (무심한 얼굴로 눈을 뜨고 몸을 일으켜 앉는다)
강주 : (손을 빼내고 당황해서) 집에..다 왔어.
하은 : ...어. (강주 보며) 니 얘기 제대로 못 들었는데 어떡하지?
강주 : (당황한 탓에 오버하듯 씩씩) 다음에 하지 뭐. 어차피 뚜렷한 결론도 없는 얘기구.
하은 : (끄덕끄덕)
강주 : 빨리 내려. 늦었어, 나.
하은 : (피식 웃곤) 가라. (미련 없이 내린다)
강주, 웃으며 하은을 보다 차츰 웃음이 사그라지며 남는 미묘한 감정.
씬46. 기자실 (늦은 밤)
강주, 복잡한 기분이 되어 자리에 와서 앉는다.
턱 괴고 앉아 ‘후우’ 숨을 들이쉬더니 내가 왜 이러지..싶은 듯 고개를 가로젓고는 책상을 보는데 그 위에 놓인 봉투 하나.
강주, 봉투 집어 들어 손에 툭툭 치고 잠시 있다가 이내 봉투를 뜯어 안에 편지를 꺼내 읽는다.
강주 : (소리 내서 읽는) 게임에서 이기는 쪽은 명석한 인간이 아니라 관찰력이 있는 인간입니다.
씬47. 신혁의 방 (늦은 밤)
하은, 흐릿한 눈으로 책상위에 주사위를 들여다본다.
약해지는 마음을 다 잡으려는 듯 입을 굳게 다물고는 주사위를 꼬옥 쥔다. 그 위로.
강주 : (E) 때론 우리가 놓치는 세세한 것들이 본질에 접근하는 중요한 길이 되기 때문이죠.
씬48. 기자실 (이른 아침)
강주, 임대식 사건 보고서를 정신없이 뒤적이고 있다. 그 위로.
하은 : (E) 친애하는 이강주 기자님. 죽은 자의 메시지를 놓치지 마십시오. 그 안에 당신이 찾아야 할 세 번째 끈이 숨어 있으니까.
강주, 임대식 사건 보고서 옆에 치우고 하은의 사건 보고서를 훑어보기 시작한다.
씬49. 달리는 차 안 (아침)
태준, 심난한 표정으로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다.
태준 : (그러다) 이보좌관.
정무 : 네, 의원님.
태준 : KSB 민영태국장하고 자릴 만들어 봐.
정무 : ..알겠습니다.
태준 : (난처한 상황에 처한 느낌이 든다)
씬50. 상국 사무실 (낮)
동찬이 상국을 찾아왔다.
상국 : (놀라서) 강주가?
동찬 : 네. 이의원님 따님이라 제 입장도 여간 난처한 게 아니라서 지금은 그냥 두고 보고 있습니다.
상국 : (기막힌 듯 헛웃음을 날리곤) 이의원은 뭐라고 해?
동찬 : 겉으론 단순하게 넘기시지만....내심 당황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상국 : 당연히 그렇겠지. 가만, (긴장하며) 그럼 강주가 서하은이 강혁이란 사실을 알았을 수도 있단 소리 아니야?
동찬 : 그게 좀 이상합니다. 사진을 봤다면 분명 의문이 생겼을 텐데.. 아직까진 얘기가 없습니다.
상국 : 강주 혼자 덮어두고 있는 건가?
동찬 : 아니면 무심코 지나쳤을 수도 있습니다.
상국 :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동찬 : 뭐 안다 해도 우리가 걱정할 건 없습니다. 이강주가 쑤시고 다녀봐야 뒤처리 깨끗이 끝난 일에 먼지밖에 더 나오겠습니까?
상국 : 일단 그 문젠 이의원한테 맡겨. 수단이 좋은 친구니까 어떻게든 방법을 찾겠지.
동찬 : 네. 그나저나 이사회 날짜는 결정됐습니까?
상국 : (순간 난감한 표정으로)...
동찬 : (무서운 눈초리로 입만 웃으며) 통 연락이 없으시니 이거 애가 타서 말입니다.
상국 : (달래듯) 이봐, 최사장. 스타호텔은 자네가 양보를 해줘야겠어.
동찬 : (일그러지듯 웃으며) 양보라니요?
상국 : 집사람하고 약속한 게 있어서 내 입장이 여간 곤란하게 아니야. 자네도 이해하겠지만 여자들 집요한 거 이거 골치가 아퍼.
동찬 : (웃고 있지만 무섭게) 회장님 뜻이 정 그러시다면야 저도 도리가 없죠.
상국 : (웃으며) 자네한텐 더 좋은 기회를 찾아보지.
동찬 : (O.L.) 도리 없이 제 뜻대로 하는 수밖에요.
상국 : (굳어져서 본다) 자네 뜻 대로라니?
동찬 : 이 최동찬이가 회장님께 이 정도의 신뢰도 얻지 못하고 있다면 회장님 옆에 남아 충성할 이유가 없잖습니까?
상국 : ..무슨 뜻으로 하는 소리야?
동찬 : 충성스런 개도 때론 주인을 물때가 있습니다, 회장님.
상국 : (노여움을 참느라 손이 부들부들 떨리며 본다)
동찬 : (다시 비굴하게 웃으며) 이런, 제가 좀 지나쳤습니다. 섭섭한 마음에 그만. 용서하십시오.
상국 : (입 꽉 다물고 노려본다)
동찬 : (웃으며 보는)
씬51. J&C 복도 (낮)
동찬, 승리자의 표정으로 걸어 나온다. 그 옆을 조용히 따르는 수하.
씬52. 상국 사무실 (낮)
상국, 심한 굴욕감으로 험악하게 구겨진 표정으로 꿈쩍도 않고 앉아있다.
씬53. 호텔 커피숍 (낮)
미정, 정장으로 차려입고 누군가를 기다리며 어딘가에 휴대폰 통화를 하고 있다..
미정 : 김이사님도 호텔사업에 관심이 큰 걸로 알고 있는데요. (자신만만) 진호가 돌아왔을 때를 생각하셔야죠.
미정의 뒷자리에서 등을 보이고 앉아 팥빙수를 먹고 있는 천사장 위로.
미정 : (E) 뭐가 회장님을 위하고 김이사님의 미래를 위한 길인지 신중하게 생각해 주시길 바래요. (하는데)
신이사 : (중년의 남자로 정장차림) 일찍 나오셨습니까?
미정 : 나중에 다시 전화 드릴게요. (환한 얼굴로) 오랜만에 뵙네요, 신이사님.
씬54. 신혁 사무실 (낮)
하은 : (휴대폰 전화를 받고 있다)...그래요? (미소를 띠우며) 이젠 움직일 때가 된 것 같네요. 그러죠. (끊고)....스타호텔이라..
재훈 : (들어오며) 가셔야 할 시간입니다, 부사장님.
하은 : 알았어요.
씬55. J&C 로비 (낮)
진우와 석훈, 빠르게 걸어간다.
J&C 직원들 네 명이 서류철을 들고 그 뒤를 따른다.
씬56. 무릉건설 로비 (낮)
하은, 다부진 표정으로 걸어 나온다. 재훈이 그 옆을 따르고 있다.
씬57. 무릉 건설 앞 (낮)
승용차 두 대 대기하고 있다.
은하와 해경, 팀장, 설계팀 직원 두 명이 기다리고 서 있다.
다들 조금은 긴장된 표정이다.
하은과 재훈이 밖으로 나온다. 다들 인사하고.
하은도 고개로 인사를 받는다.
하은의 시선이 은하에게 멈춘다. 은하도 하은을 본다.
은하, 애써 차분한 얼굴로 고개 숙여 인사를 한다.
하은도 애써 담담한 얼굴로 말없이 인사를 받고 차에 오른다.
은하와 인테리어 팀 직원들도 대기하고 있던 차에 오르고.
차가 출발하자. 저쪽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수철...마치 잠복근무라도 하는 듯한 표정이다.
씬58. J&C 앞 (낮)
진우와 석훈, 승용차에 오르고 J&C 설계팀 직원들도 차에 오른다.
급하게 출발하는 승용차.
씬59. 조달청 회의실 복도 (낮)
기술위원들 열 명, 서류철을 들고 걸어오고 있다.
그 중엔 진우가 로비로 만났던 교수 2명(안교수와 교수1)이 섞여있다.
씬60. 인철 사무실 (낮)
종인 : (인철에게) 지금 막 총회 장소로 출발했습니다.
인철 : (혼잣말 하듯) 승산 없는 게임인데...
종인 : 아무래도 컨벤션센터 건은 J&C로 넘어갈 것 같습니다.
인철 : (끄덕끄덕)
씬61. 조달청 회의실 (낮)
진우와 J&C 직원들 앞 쪽을 보고 앉아있고
그 외에 컨소시엄 업체, 다른 건설 경쟁업체 직원들 포함하여 40여명 정도 앞을 보고 앉아있다.
앞쪽엔 ‘강원도 컨벤션센터 기술위원회 총회’라는 문구가 써 있는 플랜카드가 걸려있고
그 앞으로 기술위원 10명이 앉을 수 있는 긴 테이블에 각각의 자라마다 마이크와 기술위원 000‘라는 이름표가 놓여져 있다.
(기자회견장을 연상케 하는 분위기랍니다)
하은과 은하를 비롯한 무릉건설 직원들이 들어선다.
진우, 하은을 보고 은하에게 시선이 멈추는데..
하은 : (다가와 서서) 잘해 보자.
진우 : (일어서며 자신만만한 미소로) 결과가 나쁘더라도 실망은 마라.
하은 : (빙긋 웃으며 툭) 생각해줘서 고맙다.
하곤 J&C 옆쪽으로 마련된 자리로 가서 앉는다.
진우 : (자리로 가는 은하에게) 잘 지냈어요?
하은 : (어쩔 수 없이 미간을 찡그리며 본다)
은하 : ...네. (하고 자리로)
진우, 자리로 가는 은하를 조용한 미소로 지켜보며 자리에 앉는다.
해경 : (작은 소리로) 정진우부사장을 어떻게 알아?
은하 : (곤란한 듯 미소만 짓는)
하은 : (기분이 복잡한데)...
기술위원 10명이 문을 열고 들어선다.
일순 긴장되는 분위기.
씬62. 상국 사무실 (오후)
상국 : (동찬의 일로 심기가 불편한 채로, 비서에게) 아직 심사진행 중인가?
비서 : 네, 회장님.
상국 : 뭐 어차피 그건 이긴 게임이구. 오늘 저녁은 컨벤션센터 팀들과 회식할 테니까 준비시켜.
비서 : 알겠습니다.
씬63. 회의실 (오후)
<몽타주 형식으로 빠르게 진행>
준비위원들 책상위엔 참가한 회사에서 제출한 도면을 축소해서 만든 서류철을 보며 질문을 하고 대답을 듣는다.
안교수 : (진우를 보며) 전시규모와 유동인군 어느 정도 고려하고 있는지 말씀해보시겠습니까?
진우 : (일어서서) 저희 J&C는 국내 최대 단층무주공간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축구장 4배 이상의 면적에
기술위원들 긍정적인 표정들 위로.
진우 : (E) 전시 부스는 이천 오백여개로 예상하고 있구요.
하은 : 총 천 여 개의 전시부스를 세울 수 있는 공간으로 칸막이를 설치해서 전시 용도에 맞게
안교수, 교수1 탐탁치 않은 표정으로 서류 넘기는 위로.
하은 : (E) 공간을 분리할 수 있도록
진우 :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문화공간을 제공한다는 이미로
이후 묵음으로 처리.
안교수와 교수1. J&C쪽으로 질문이 이어지고 진우의 발언이 계속 된다.
유난히 호의를 드러내는 안교수와 교수1.
몇몇 기술위원들 역시 호의적인 표정이고 몇몇 위원들은 담담한 표정으로 듣고 있다.
하은, J&C로 몰리는 분위기에 방법을 모색하는 듯 생각이 많고
은하와 재훈, 무릉 직원들은 난감한 표정.
진우 : 세계 어느 곳과도 비교할 수 없는 21세기형 최첨단 디자인으로 미래로 뻗어가는 강원도를 상징하고자 합니다.
안교수 : (호의적인 얼굴로 끄덕이곤) 그럼 결과는 이후 평가위원들의 최종심사 후에(하는데)
하은 : (벌떡 일어서며) 잠깐만요.
진우와 은하..다른 사람들 하은을 본다.
하은 : 저희 디자인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드리지 못한 것 같습니다.
안교수 : (좀 성가신 듯 보며) 말씀하세요.
하은 : 저희는 최첨단 디자인을 배제했습니다. 대신 강원도의 자연을 상징하는 친환경적인 디자인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탐탁지 않은 표정의 안교수와 교수1.
그들과 달리 기술위원 서넛은 하은의 의견에 관심을 갖고 들어주고 있다. 그 위로.
하은 : (E) 건물 아래는 넓은 타원형으로 대지를 표현하고 지붕은 나뭇잎이
여유있는 표정으로 듣고 있는 진우.
미소로 하은을 바라보는 은하, 재훈. 무릉 직원들 위로.
하은 : (E) 하늘로 뻗은 형태의 디자인으로 마음의 고향인 강원도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하은 : 그리고 환경을 고려한 또 하나의 디자인 컨셉이 있습니다.
진우와 석훈 긴장해서 본다.
위원들도 하은을 주시한다.
하은 : 컨벤션센터 입구 양쪽에 등대모양의 전망대를 설치해서
안교수 : (말 자르며) 그건 제출한 도면에는 없는 내용입니다. 도면변경은 받아 들일 수가 없습니다.
하은 : 외부에 설치하는 부속물입니다. 한 번 컨셉을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진우와 J&C 사람들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고.
교수들 자기들끼리 의견을 잠시 나누는 사이 실내는 웅성거림이 인다.
위원3 : (결정을 내린 듯) 말씀해 보세요.
하은 : 직접 디자인을 맡은 서은하씨가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은하 : (순간 당황해서 하은을 본다)
하은 : (담담한 미소를 보이곤 자리에 앉고)
해경, 격려하듯 은하를 보곤 칼라 복사한 등대 디자인을 빠르게 위원들 책상에 전달한다.
은하 : (일어서서 마음 진정시키고 차분하게) 강원도엔 많은 등대가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강원도의 상징으로 등대를 떠올립니다.
하은 : (아련한 미소로 은하를 보는 위로)
은하 : (E) 단순히 조형물로서의 역할을 떠나 바다를 한 눈에
은하 : 볼 수 있는 전망대와 곳곳에 편안한 휴식공간을 마련해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따뜻하고 순박한 강원도의 느낌을 전달하고자 합니다.
씬64. 진우 사무실 (오후)
진우, 조금은 굳어진 표정으로 들어온다.
석훈 : 기술위원들 분위기가 술렁거렸다고 해서 결과는 달라지지 않을 겁니다.
진우 : (혼자 생각에 잠겨서)...
씬65. 신혁 사무실 (오후)
하은 : (기분 좋은 얼굴로) 수고 많으셨어요.
재훈 : 부사장님께서 정말 잘 하셨습니다.
하은 : 와아, 안비서님한테 칭찬 들으니까 되게 기분 좋네.
재훈 : (웃고)
하은 : 근데 평가위원들은 누구누구죠?
재훈 : (당연히 알아야할 사실을 묻자, 의아해서) 저..기술위원하곤 다르게 최종심사 하루 전까지 철저하게 비밀로 하고 있어서..
하은 : (능청스럽게) 아아..맞다. 그렇지, 참. 요즘은 자꾸 깜빡깜빡하네요.
재훈 : (어색한 미소로)...
씬66. 인테리어 팀 (오후)
홀가분한 표정으로 들어서는 팀장과 해경. 차분한 표정의 은하.
팀장 : 다들 수고했어. 특히 서은하씨 아주 잘했어.
은하 : (미소로) 아닙니다.
해경 : 오늘 보니까 우리도 좀 희망을 가져도 되겠던 데요?
팀장 : 알 수 없지. 평가위원들 점수하고 또 합산해야 하는 거니까.
은하 : ....
씬67. 신혁 사무실 (오후)
하은, 조용한 미소를 띤 표정으로 은하가 그린 등대를 바라보고 있다.
씬68. 경찰서 한 곳 (오후)
장형사와 강주.
장형사 : (의아한) 죽은 자의 메시지요?
강주 : 네에. 뭐 짚이는 거 없어요?
장형사 : ...글쎄요.
강주 : 임대식씨나 서형사님 사건 보고서를 아무리 봐도 알 수가 없어요. 임대식씨 유언장 사본 하나 구할 수 있을까요?
장형사 : 제가 갖고 있는 건 있습니다.
강주 : 그래요? 저한테 좀 보여주시겠어요?
장형사 : 외부로 유출되면 절대 안 됩니다.
강주 : (미소로) 우린 협력자잖아요.
장형사 : (멋쩍은 듯 웃곤 돌아서 몇 걸음 가다가 뭔가 스치는 생각에 우뚝 멈춘다) ...양만철.
강주 : ? 뭐라구요?
장형사 : 임대식이 자살한 모텔 벽에 양만철이란 이름이 남겨 있었어요. 반장님이 그걸 찾으셨구요.
강주 : (긴장해서)..죽은자의 메시지란 게.
장형사 : (끄덕인다)
강주 : 양만철이 누군지는 아세요?
장형사 : 아뇨. 생각해보니까. 강원도에 사는 양만철의 리스트를 뽑으라고 반장님이 지시하셨어요.
강주 : (긴장해서) 강원도요? 서형사님이 갔던?
장형사 : (긴장해서 끄덕인다)
강주 : 그 리스트 지금 갖고 있어요?
장형사 : 찾아볼게요.
씬69. 강력 5팀 (오후)
장형사, 급하게 책상 서랍을 뒤진다.
함형사 : (들어와 수철의 빈 책상을 보고) 도대체 김형사는 맨날 어딜 그렇게 돌아다니는 거야?
장형사 : (리스트 찾아들고 급하게 나간다)
함형사 : 자네도 몰라?
장형사 : (급한 마음에 대꾸도 않고 뛰어나간다)
함형사 : 이 팀 분위기 왜 이래?
씬70. 무릉 건설 앞 (늦은 오후)
한쪽에 세워져 있는 수철의 차.
차안의 수철, 마치 잠복근무라도 하는 듯 긴장된 시선으로 건물 입구 쪽을 보고 있다.
그때 건물 앞으로 나서서 자신의 승용차에 오르는 하은의 모습이 보인다.
잔뜩 긴장한 수철, 하은의 차가 출발하자 그 뒤를 미행하기 시작한다.
씬71. 달리는 하은의 차 안 (오후)
하은, 아무것도 모르는 듯 여유 있는 표정으로 앞만 보며 운전하고 있다.
씬72. 달리는 수철의 차 안 (오후)
수철, 긴장된 표정으로 하은의 차를 미행하는..
씬73. 몽타주 (오후)
<주유소 자동세차 코너>
하은의 승용차가 자동차 자동세차기로 들어가고 있다.
한쪽에 차를 세우고 세차가 끝나고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차안의 수철.
<야외 커피 전문점>
하은, 신문 보면서 여유 있게 커피를 마시고 있다.
건너편에 차를 세우고 하은을 보고 있는 수철의 표정은 초조하다.
<공원, 늦은 오후>
-하은, 산책이라도 하는 것처럼 여유 있는 걸음으로 걷고 있다.
하은은 마치 수철이 미행하는 것을 아는 사람처럼 미묘한 미소를 띠우고 있다.
-멀찌감치 떨어져서 하은을 뒤쫓는 수철, ‘도대체 어딜 이렇게 돌아다니는 거야?‘ 싶은 표정이다.
-등을 돌리고 서 있는 천사장 곁으로 걸어가서는 하은.
-수철, 누구지? 하는 표정으로 본다. 수철의 시선에서 남자가 하은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한 손엔 여전히 강냉이 들고 있는 천사장이다.
수철, 천사장을 알아보곤 굳어진다.
씬74. 오피스텔 로비 (늦은 오후)
하은, 들어와서 관리인의 인사를 미소 띤 표정으로 눈인사로 받고는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간다.
곧 문이 열리고 안으로 타는 하은.
곧 바로 들어오는 수철.
수철 : (관리인에게) 지금 들어간 사람 어딜 찾아왔는지 아세요?
관리인 : ? (보는)
수철 : (경찰증 보여주며) 협조 부탁드립니다.
씬75. 오피스텔 앞 (늦은 오후)
잔뜩 긴장된 표정으로 문 앞에 서 있는 수철. 벨을 누르는 것을 망설인다.
맘을 굳게 먹고 현관 벨에 손을 뻗는데 현관문이 열린 것이 보인다.
수철, 침을 꿀꺽 삼키듯 조용히 현관문을 밀어본다. 문이 스르르 열린다.
씬76. 오피스텔 안 (늦은 오후)
불은 꺼져 있고 창으로 들어오는 오후의 석양 빛.
하은은 벽에 붙은 사진을 응시한 채로 등을 보이고 서 있다.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서던 수철, 하은의 모습을 보고 흠칫 멈춰 선다.
그리고 그 순간 수철의 시선에 보이는 벽에 붙은 사진들.
수철, 창백하게 식어 내리며 두 눈엔 두려움이 가득 찬다.
몸과 입이 얼음처럼 굳어서 하은의 등을 보고 서 있는 수철.
잠시 후.
하은 : (등을 보이고 선 채로)...어서와.
수철 : (심장이 내려앉듯 본다)...!
하은 : (돌아보며 무표정한 얼굴로) 기다리고 있었다.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