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뜰 야영
우리 학교에서는 매년 6학년을 대상으로 한 앞뜰 야영을 한다. 작년에 난 밤에 선배들이 장기자랑을 하는 것을 보고, 아침에 등교하며 설거지가 한창인 모습을 보며 나도 내년에는 야영을 하겠구나, 생각을 했다. 재밌고 환상적이기만 할 것 같았다. 수련회 같은 것과 다름없을 거라 생각했고, 무서운 교관선생님들도 안 계시니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가했다. 하지만 야영은 생각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소윤아! 거기 못 좀 줘!"
"우리끼리는 못하겠다. 체육선생님 불러올까?"
처음 차례는 텐트를 치는 것이었다. 텐틀르 세우고 방수 천을 덮는 것 까진 쉬웠다. 문제는 텐트 천을 단단히 고정시키기 위해 못, 아니 못은 아니지만 못처럼 생긴 쇠막대를 박아 넣는 것이었다. 플라스틱 망치로 쇠막대기를 두드리고 있자니 잘 들어가지도 않고, 체육 선생님께서도 쇠망치로 두드리시다 보니 쇠막대가 구부러지는 등 잘 되지 않았다. 결국 도와주러 오신 한 아저씨의 도움으로 겨우 텐틀르 다 칠 수 있었다.
텐트를 치자마자 또 다른 관문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밥을 직접 해 먹어야 하는 차례였다. 우리 조는 고기를 구워 먹기로 정해 놓았었다. 다들 준비해온 준비물을 내놓고, 유미와 민정이는 쌀을 씻어 왔다. 그 동안 나, 승연이와 경민이는 가스레인지와 후라이팬 등을 내어놓고 압력 밥솥을 준비하는 등 바쁘게 움직였다.
"승연아, 이 허브솔트 뿌리면 고기 진짜 맛있게 구워진다? 뿌려보자."
"소윤아, 거기 나무젓가락 좀 줄래?"
우리는 각자 맡은 일을 열심히 하며 먹었다. 고기를 굽는 것이다 보니 고기를 구워 가며 먹어야 했다. 고기를 한참 먹고 있으니 밥이 다 되었다.
"이거......떡이 되었는데?"
"괜찮아. 그냥 먹어. 쌀도 시간도 이제 많이 안 남았는데 밥 또할 거냐?"
진짜로 밥이 좀 되게 되었다. 그래도 내 생각에는 처음 한 밥 치고는 꽤 맛있는 밥이었다.
고기를 상추에 싸먹다 보니 어느 새 밥이 다 없어 졌다. 설거지를 마치고 레크레이션이 시작되었다. 장기자랑을 하기로 한 아이들은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마지막으로 연습을 했다.
"신담비(유미의 애칭), 팟팅!"
"경민이도 파란만장 예비중딩 쇼 잘해라!"
우리 조에서는 유미와 경민이 두 명이 장기자랑을 나갔다. 유미는 세가지 댄스를 앴고, 경민이는 마지막 차례로 '파란만장 예비중딩'이라는 콘서트 형식의 쇼를 하나 한다고 했다. 레크레이션은 스스로를 대전의 메뚜기라고 부른느 한 아저씨께서 진행해 주셨다. 그런데 저녁밥을 지을 때 힘을 너무 빼서 피곤했는지 생각보다 신이 나지는 않았다.
장기자랑 다음 차례는 캠프파이어였다. 먼저 선생님을 가운데에 계시게 하고 빙빙 돌며 노는 것이였다. 하지만 우리 선생님께서는 실종(?) 되셔서 한 아저씨가 대신 선생님 역할을 맡아 주셨다. 그 차례가 끝나자 8명씩 끼어서 작은 원을 이루어 춤을 추는 이벤트가 있었다. 그런데 우리 조는 돌아오신 선생님이 끼셔서 9명이었다. 우리는 모두 미친 듯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었다. 사실 유미가 우리 조에 끼어 있어서 내 막춤이 너무 비교되었다. 춤추는 세션이 끝나자 촛불 세션이 있었다. 매번 수련회 때마다 있는 촛불 세션은 이번에도 많이 다르지는 않았다. 나는 눈물은 나지 않았지만 왠지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촛불을 끝으로 레크레이션이 끝났다. 우리는 각 조의 텐트로 돌아가 잠잘 준비를 했다. 우리 조는 모두 같이 세수와 양치를 하고 텐트 속에서 잠잘 자리를 정했다. 그 후는 야식으로 싸온 컵라면과 과자를 주스와 함께 먹었다. 거기다가 학교에서 치킨도 사다 주어 치킨을 반쯤 먹고 밖에 내놓았다. 그 후 우리는 진실게임도 하고 수다도 엄청나게 떨었다. 새벽1시가 좀 넙자 졸려서 난 눈을 감았다. 그런데 눈을 감자 잠이 오질 않아 입과 귀만 열어두었다. 애들도 한참 수다를 떨다가 한두명씩 잠들기 시작했다. 난 거의 세 시가 되어 잠이 들었는데, 사실 일찍 잠든 편이다.
아침 6시에 기상 방송이 울렸다. 그런데 분명히 어제 7시에 기상해야 된다고 안내방송이 나왔었는데, 그리고 난 4시간을 잘 것이라는 계산 하에 3시에는 수다떠는 것을 멈추었는데, 그런데도 6시 30분까지 텐틀르 철거해야 했다. 나와 유미는 아직 꿈속을 헤메고 있는 다른 애들을 깨워 텐트에서 데리고 나왔다. 텐트 철거는 생각보다 쉬웠다. 그 후에 아침밥ㅇㄹ 해 먹어야 했는데, 잘 생각이 나지를 않는다 아마 비몽사몽하면서 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다만, 밥은 완벽하게 되었지만 김치찌개는 맹물 맛이 났다는 것은 기억이 난다.
밥을 먹고 우성이산에 올라갔다 오자 엄마가 기다리고 계셨다. 난 엄마를 보는 순간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이번 야영으로 난 부모님의 감사함을 뼈져리게 느겼다. 그 조그만 텐트 안을 정리하고 단 두끼의 밥을 하는 것도 힘들었는데, 거기다 엄마는 나와 나윤이까지 봐 주셔야 하는데 엄마가 얼마나 고생하셨을까, 하고 죄송함과 동시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