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샘 김동환칼럼
서자 취급받는 상·하수 연구과도 퇴출당한다니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에 붙여진 이름들이 명확하게 붙여진 것인지, 언어가 존재의 본질을 제대로 나타내고 있는지 의문으로 시작하고 있는 김춘수 시인의 <꽃>이다.
허드레로 보는 잡풀에도 이름이 붙여져 있고 강물과 실개천에도 이름이 붙여져 있다.
하기야 작금에는 부모가 기쁜 마음으로 지어준 이름도 성형수술을 하듯 개명하는 사례가 2010년부터 2019년까지 무려 146만 명이나 된다고 한다. 물론 일제강점기 시절에는 강제적으로 일본식 이름으로 바꾼 아픈 역사도 있다.
많은 학자나 지도자들이 상선약수(上善若水)의 삶을 살겠다고 다짐한다.
상선약수는(위상, 착할 선, 같은 약, 물 수)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는 뜻으로 몸을 낮추어 겸손하게 남에게 이로움을 주는 삶을 비유한 말이다.
노자의 도덕경에서 유래한 말로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물은 온갖 것을 이롭게 하면서도/다투지 않고/모든 사람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머문다/그러므로 도에 가깝다>라는 도덕경의 한 구절이다.
물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데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겸손함과 부드러움을 지녔지만 때로는 세상을 집어삼키는 홍수와 같은 대재앙을 일으키는 것 또 한 물이다. 기후변화에 따라 점차 홍수와 집중 폭우가 많아지는 작금이다.
상선약수의 상(上)과 수(水)그리고 그의 길인 도(道)가 상수도이다.
상수도(上水道)라는 단어가 우리나라에서 처음 사용된 것은 1903년 미국인 콜리브란이 고종황제에게서 사업권을 획득하고 조선수도회사(朝鮮水道會社, 1905년)를 설립하면서이다.
이후 조선총독부령으로 수도상수보호규칙(1910년), 관영수도급수규칙공포(1911년), 경성부 상수도 개요발행(1938년)으로 이어져 왔다.
해방 이후에는 수도법이 제정(1961년)되었으며 지방공기업 상수도 운영 (1969년), 상수도 시설기준발간(1972년), 한국수도협회 설립(1973년), 2000년 수도협회를 발전적으로 해체하고 한국상하수도협회가 설립된다. 한국상하수도협회는 민‧관‧학이 어우러진 특수법인으로 수도의 역사는 120년을 넘기고 있다.
건설부 상하수국이 환경처로 이관된 것은 1994년, 올해로 30여 년 전이다. 환경부에 상하수국(국이나 실)이 존재했다면 소소하게나마 30여 주년 기념식도 열었겠지만 서자 취급받는 상하수도분야에 누가 눈길이라도 줄 것인가. 하물며 상하수도협회도 침묵하고 이냥 넘겨 버렸다.
건설부로부터 상하수국을 인수하면서 환경과 아우르는 상‧하수를 관리한다고 물길은 열었지만 결국 환경부 인수 15년만인 2019년 조직 자체를 해체하였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상하수국과 함께 같은 해 보사부에서 넘겨받은 음용수 관리를 비롯한 상하수 전문 연구과를 환경부 이관 16년만인 2010년에서야 조직했다. 너무도 간격이 큰 시차이다.
그러나 그 ‘상하수연구과’마저도 14년 만에 다시 해체한다는 조직개편안을 행안부에 제출해 놓고 있다.
상하수도라는 이름이 그토록 오만불손하고, 천박하며, 이치에도 어긋난 이름이어서인가, 시대에 뒤떨어진 과거의 유물과 같아서일까.
정부 부처 중에는 과거와 같이 굳건하게 개명도 하지 않고 고유의 이름을 지켜오고 있는 부처가 있다, 법무부, 통일부, 외교부, 국방부와 그리고 환경부이다.
농림부는 농림수산식품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5번의 개명을 하다가 결국 해양수산부를 독립시키고 현재에 이른다.
내무부(1919년)로 시작한 행정안전부도 행정자치부(1998년), 행정안전부, 안전행정부 등 부침이 심하게 개명의 개명을 이어오다가 16년 만에 과거의 이름인 행정자치부로 다시 회귀했다.
그렇게 부처 이름이 혼미한 부처들도 내부 조직 속에는 관련분야의 고유 명칭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품격을 높이고 세련미를 부여한다는 구실로 조직 이름을 변경했다고 하지만 이것은 국민 전체를 위해서는 매우 난해하고 이해하기 어려워 안방조차 찾아가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단순명료한 것이 오랫동안 기억되며 실생활에 쉽게 적용된다.
이름 하나에 운명이 좌지우지하기 마련이고 이름값을 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다.
상하수도 인으로 살아오고 살아갈 많은 전문집단은 환경부 조직 속에 상하수가 사라진 지 5년이 지난 현실에서 부모의 이름도 없어져 환경부에 가면 서자 취급받고 있다고 말한다. 지자체도 도대체 관련 업무를 어느 부서와 협의해야 하는지 번번이 곤욕스럽다고 한다. 계모들과 대화하려니 껄끄러운 게 속사정이다.
‘환경부’라는 명증한 이름답게 예측할 수 있는 이름들이 제자리를 찾아가야 한다. 그래야 이름값을 하고 이름에 먹칠하지 않게 노력하게 된다.
대한상하수도학회, 상하수도기술사회, 한국상하수도협회와 한국물환경학회 등도 여론을 수렴하여 환경부가 제 이름을 찾을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
방관자도 공범이며 역사적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환경경영신문www.ionestop.kr김동환 환경국제전략연구소 소장, 환경 경영학박사, 시인,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