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둠 속에서, 그녀는 혼자 생각에 잠겨 있었다.
교회를 습격해, 신부를 죽이고 벌써 하루.
어디에 숨기든지『있는』것이라면 찾아낼 수 있다, 라고 단언하고 나서 하루다.
다른 서번트라면 어떨지 모르지만, 마술에 뛰어난 그녀가『성배』정도의 성유물을 발견하지 못할 리가 없다.
그렇게 되면, 답은 하나.
이 교회에는, 처음부터 성배 따위 존재하지 않았다.
「—————————」
희미한 탄식을 흘리고, 그녀는 관자놀이에 손가락을 댄다.
……눈을 감으면, 무거운 어둠이 전신에 덮쳐 왔다.
그건, 단순히 비명이었다.
타인의 것이 아니다.
그녀 자신의, 육체와 정신이 지르는 비명, 피로라고 하는 이름의 임계이다.
소환되고 나서 이미 한 달.
그 동안, 승리하는 것만을 위해서 전력을 다해 왔다.
마스터는 마술회로를 가지지 못한 일반인이며, 자신은 서번트 중 가장 약하다.
그 결점을 보완하기 위해, 금기로 삼아 온 마술을 마구 사용했다.
시민으로부터의 착취. 도시 전체에 둘러친 마력의 실과, 제물인주(人柱)를 사용한 지맥의 조작.
……그것은 생전, 그녀가 “마녀”로 불리는 원인이 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쓴 적은 한 번도 없다.
한 번도 없을 터였고, 결코 금기를 깰 생각은 없었다.
———그것을.
어째서 이런, 별 것 아닌 싸움을 위해 쓸 생각이 든 것인가.
자신은 복수를 위해 영령이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을 “마녀”로 깎아 내린 주술을 써서는 의미가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녀가 쓰는 것은 사소한 마술뿐.
다른 사람이 욕망에 의해 자멸할 뿐인, 자신에게 돌아오는 저주만으로, 재액을 부르는 것을 신조로 삼아 왔다.
그것이 그녀의 최대한의 복수였는데, 어째서, 이렇게까지 길을 잘못 들어 버렸던 것인가.
「……모든 것은 성배를 위해서. 모든 소망을 이루는 성배니까, 미쳐버리는 건 당연하죠」
그건 거짓말이다.
그녀는 성배의 정체를 눈치채고 있다.
그것이 어떤 것인지, 애초에 자신들이 어떤 목적으로 불려진 것인지, 훨씬 전부터 이해하고 있다.
……확실히, 이 도시에 나타나는 성배라면 대개의 소원은 이루어지겠지.
그녀를 영체로서가 아니라 실체로서 이 세상에 붙잡아 두고, 인간 세계에 간섭할 수 있는『인간』으로서 제2의 생조차 부여해 준다.
—————그러나.
「—————바보네. 그런 것에, 무슨 의미가 있다는 거야」
중얼거리고, 그녀는 눈꺼풀을 닫았다.
의식을 텅 비게 만든다.
지금만———한때만 모든 경계를 풀고, 마음을 쉬게 했다.
……빗소리가 들린다.
그건 달이 없는 밤이었다.
주위는 한 점의 불빛도 없는 어둠이고, 텅 빈 마음인 채로 방황했다.
거기서 만났다.
피투성이인 몸과, 손발이 매우 차가워진 채로.
어떤 기적보다도 기적 같았던, 그 우연에.
그것은, 류도사가 있는 영산이었다.
퍼부어지는 비.
울창하게 우거진 잡목림 속을, 그녀는 정처도 없이 방황하고 있었다.
「하아—————하아, 하—————」
핏자국을 남기면서 간다.
손에는 계약파기의 단도.
보랏빛 옷은 비에 젖고, 흰 손발은 겨울비에 얼어붙어 있었다.
「하—————하아, 아—————…………!」
나무들에 쓰러질 듯 기대면서 걷는다.
진흙에 더럽혀지고, 호흡을 흐트러뜨리고, 도움을 구하듯이 손을 뻗고 계속 걷는다.
그 모습은, 항상 여유를 가진 그녀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아니, 그 마력조차, 옛 모습은 전혀 없었다.
———지쳐 있다.
그녀에게는 이제, 한줌의 마력 밖에 남아있지 않다.
서번트에게 있어서, 마력은 자기를 존재시키는 육체 같은 것이다.
그것이 남김없이 없어져 있다. 마스터로부터 보내져 올 마력도 없다.
하지만, 그건 당연하다.
방금, 그녀는 자신의 마스터를 살해했다.
그녀의 소모는, 전적으로 그것이 원인이다.
그녀———서번트 캐스터는, 자유를 얻은 대가로서, 이 산에서 혼자 사라지려고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아하, 아하하하—————」
마른 웃음.
자신의 몸이 유지되지 못하는 것도 우습거니와, 천한 마스터의 방심한 틈을 찔렀던 것도 우스웠다.
말한 김에 덧붙이자면, 마스터와의 연결을 얕보고 있었던 자신의 무름도 우스워서 견딜 수 없다.
—————그녀는, 정말 잘 했다.
그녀의 마스터는 정규 마술사였다.
나이는 30대에, 살도 보통이고 중키로, 그다지 특징이 없는 남자였다.
싸울 생각도 없는 주제에 승리만을 꿈꾸고 있는, 다른 마스터들의 자멸을 그늘에서 기다리고 있을 뿐인 남자였다.
남자는, 캐스터를 신용하지 않았다.
마술사로서 뛰어난 캐스터를 싫어했고, 다른 서번트보다 떨어지는 그녀를 매도했다.
몇 일만에 가망이 없다고 포기했다.
그녀는 종순한 서번트로서 행동해, 남자의 자존심을 계속해서 채웠다.
결과적으로 단순한, 별 것 아닌 일에 령주를 소비시킨 것이다.
령주 따위 없어도 된다, 하고.
령주의 속박 따위 없어도 그녀는 마스터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있다, 하고 굳게 믿게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믿는 쪽이 잘못이다.
마스터는 별 것 아닌 일에 3번째 령주를 쓰고, 그 순간, 캐스터의 손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손쉬웠다.
그 남자와의 계약이 남아있는 것도 불쾌했기에, 죽일 때 룰 브레이커로 숨통을 끊었다.
「윽—————크, 아—————」
그러나, 그녀는 실수했다.
서번트는 마스터로부터의 마력공급으로 존재할 수 있다.
그것은 꼭 “마력”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서번트는 이 시대의 인간과 이어지는 것에 의해, 이 시대에의 존재를 용납 받는 것이다.
즉—————자신의 신체(神體), 현세에의 패스포트인 마스터를 잃는다고 하는 것은, “바깥쪽”으로 강제송환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소모되지는 않는다.
이건 그녀의 마스터가 남긴 저주다.
그녀의 마스터는, 자신보다 뛰어난 마술사인 캐스터를 인정하지 않았다.
때문에 그녀의 마력을, 항상 마스터자신 이하의 양으로 제한하고 있었던 것이다.
인간 정도의 마력량으로 영령을 머무르게 할 수 있을 리도 없다.
본래의 그녀라면, 마스터를 잃은 상태라도 이틀은 활동할 수 있겠지.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마력은 존재하는 것만으로 시시각각 격멸해 가고, 드디어 바닥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마도, 앞으로 몇 분.
이대로 다음 마스터신체(神體)를 찾아, 계약하지 못하면 그녀는 사라진다.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그저 유린되기 위해서만 불려진 가련한 서번트로서, 싸우기 전에 사라지는 것이다.
「아—————하아, 하—————」
분했다.
분했지만,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럴 것이, 항상 그랬던 것이다.
그녀는 언제라도 부당하게 취급 당해 왔다.
언제라도 누군가의 도구였고, 누구에게도 이해 받는 일 따위 없었다.
—————그렇다.
그녀의 인생은, 타인에게 계속 지배당할 뿐인 것이었다.
신이라고 하는 선정자에 의해 선택 받은 이아손영웅을 돕는 것만을 위해, 아직 어렸던 그녀왕녀는 마음이 부서졌다.
미의 여신이라는 것은, 자신이 마음에 든 영웅만을 위해서, 알지도 못하는 남자를 사랑하도록 저주를 걸어.
소녀는 마음이 텅 빈 채로 아버지를 배신하고, 자신의 나라마저 배신하게 됐다.
……그로부터 뒤의 기억 따위 없다.
모든 것이 끝난 뒤, 왕녀였던 자신은 낯선 이국에 있었다.
남자를 위해 왕인 아버지를 배반한 소녀.
조국에서 도망치기 위해 남동생을 갈갈이 찢고, 무참하게 바다에 버린 마녀.
———그리고 그것을 바란 남자는, 왕의 자리를 얻기 위해, 마녀 따위 처로 맞을 수 없다고 그녀를 버렸다.
조종된 채로 낯선 이국에 끌려와, 마녀의 낙인을 찍히고,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상대에게 버려졌다.
그것이 그녀의 기원이다.
그녀에게 잘못은 없고, 주위의 자들도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녀에게 마녀의 역할을 계속해서 요구했다.
왕의 자리를 지키기 위한 악.
어두운 미신을 받아 주는 악.
그들은, 온갖 재해의 원인을 억지로 갖다 붙일 수 있는, 편리한 제물을 원했던 것이다.
그 시스템만은, 어느 시대도 다르지 않다.
인간은 자신이 선량하다고 하는 안도감을 얻기 위해, 알기 쉬운 악을 바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로, 그녀는 알맞은 제물이었다.
의지할 부왕은 이국 저편.
그녀를 변호하는 자 따위 한 명도 없고, 사람들은 기분 좋게 그녀에게 허물을 가져다 붙였다.
생활이 가난한 것도,
타인이 미운 것도,
사람들이 추한 것도,
사람이 죽는 것조차도,
모든 것은 그 마녀의 짓이라고 평판을 낸 것이다.
「하—————하하, 아, 하—————」
……그래서, 받아들여줬을 뿐.
어차피 마녀로밖에 살아갈 수 없다면, 마녀로서 살아 주겠다고.
너희들이 원한 것, 너희들이 받들어 올린 것이 얼마나 추한 것인지, 진실로 그 모습이 되어 깨닫게 해 주겠다고, 맹세했을 뿐.
너희들이 너희들의 허물을 모른다고 한다면, 그걸로 상관없다.
그걸 모르는 무구한 마음인 채, 자신의 죄에 의해 명부에 떨어져, 영원히 괴로워해라.
그도 그럴 것이 죄의 소재를 모르기에, 평생 죄인인 채 괴로워할 수 밖에 없다.
그것이—————그녀가 자신에게 지운 존재의의.
마녀라고 불리며, 한 번도 자신의 의지로 살아가지 못했던 소녀의, 그들이 부여한 역할이었다.
「아—————아—————」
그러나, 그런 것.
사실은 누가 바란 것도 아니다.
그녀도 그것은 마찬가지.
그녀는 자신의 바람도 없는 채, 그저 복수를 계속할 뿐이었다.
———그렇다.
이 순간, 낯선 누군가와 만날 때까지는.
바스락, 하는 소리가 났다.
「—————————」
쓰러질 것 같은 의식인 채, 그녀는 눈앞을 노려봤다.
시간은 심야.
이런 산림에, 설마 다가오는 인간이 있을 줄은.
「거기서 뭘 하고 있나」
무거운 목소리였다.
상대를 보고 인식할 여유조차 없었다.
그저 끝났다, 라고 생각했을 뿐.
그녀에게는 마술을 행사할 힘도 없다.
보라색 로브는 방한구로 보이지 않는 것도 아니겠지만, 허리 밑은 튄 피로 새빨갛다.
이 빗속, 피에 젖은 여자가 숨어있다.
그것만으로, 이 인간이 무엇을 할 지는 명백했다.
우선은 도망친다.
그 뒤는 어떻게 할까. 신고할까, 못 본 것으로 할까.
……어느 쪽이든, 이미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그녀에게는 관계 없는 이야기였지만.
그래서, 마지막까지 남아 있었던 기백이 시들었다.
그녀는 생전과 마찬가지로, 혼자인 채 차가운 최후를 맞이했다.
———틀림없이, 그렇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정신이 들자, 그 장소에 있었다.
눈앞에는 그 인간—————숲에서 만났던 남자가 앉아 있었다.
「일어났나. 사정은 이야기할 수 있겠나」
그것이 최초의 말.
그녀가 멍하니 남자를 바라보자,
「폐였다면 돌아가도록 해라. 잊으라고 하면 잊지」
변함없는 말투로, 남자는 그렇게 고해 왔다.
……그것이 그녀의 마스터, 쿠즈키 소이치로와의 만남이었다.
쿠즈키는, 이상한 남자였다.
유령이라고도 하는 걸까.
살아있을 이유도 없지만, 죽을 이유도 없다.
그저 범용하게 거기에 있고, 있는 이상 주어진 일을 달성한다.
말하자면 자기가 없다.
첫인상은 그것뿐으로, 이 남자라면 허수아비로 만드는 건 손쉽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착각이었던 것은, 조금씩 깨닫게 된다.
쿠즈키 소이치로에게는 과거가 없다.
자기가 없는 것은 과거가 없기 때문이며, 쿠즈키 자신이 텅 비었다, 라는 건 아니었다.
사실, 쿠즈키는 성실한 남자였다.
마스터가 돼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을 때도, 자신의 정체를 밝혔을 때도, 깨끗이 받아들여줬다.
「이런 이야기를 믿는 건가요?」라고 물으면,
「지금 그건 거짓인 건가?」라고 반문해 온다.
물론 진실이라고 대답하면, 그렇다면 그걸로 됐다, 라고 받아들였다.
「저는 마력이 없으면 이번생을 버텨나갈수가 없습니다.부디 마력을....」
그말에 고민을 하곤 아무렇지도 않다는듯이.쿠즈키는 말한다.
「아무렇게든 상관없다.시작하지」
……어떻든, 그것으로 계약은 완료됐던 것이다.
그녀는 새로운 마스터를 얻어 현세에 머무르고, 마녀로서의 역할에 복귀했다.
……지금도, 그것을 기적이라고 그녀는 생각하고 있다.
그녀를 데려온 것이 류도사가 아니었다면, 그녀는 눈뜨기 전에 사라져 있었겠지.
류도사는 서번트에게 있어서 귀문이지만, 안에 들어와 버리면 최고의 소환장소라고도 할 수 있다.
결계에 둘러싸인 류도사는, 인간이 아닌 것을 존속시키는 데에 적합한 장소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라지려고 하고 있었던 그녀가 남아 있을 수 있었던 것은, 류도사에 옮겨졌기 때문이다. 이것이 다른 장소였다면, 옮겨진 뒤에 그녀는 사라져 있었겠지.
그 결과, 그녀는 최고의 영맥을 확보하고, 철벽의 방어를 얻게 되었다.
류도사를 손쉽게 점거하고, 성배의 원리조차 간파해, 제7의 서번트로서 어새신을 소환했다.
그러나, 그런 것은 사소한 일이다.
그 밤, 그녀는 확실히 행운이었다.
몇 개나 되는 기적이 그녀를 구하고, 이렇게 승리를 목전에 두게 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감사할 만한 일은 아니다. 없으면 없는 대로 포기할 수 있는 부류다.
———정말로 소중한 것은 하나뿐.
타인이 보면 작은, 중요성이 없는 일.
쿠즈키 소이치로라고 하는 인간과 만났던 우연이야말로, 그녀에게 있어서는, 본 적도 없는 기적이었던 것이다.
「—————————」
그것도 잘 되지 않는다.
아니, 자신이 하는 일은 전부 잘 되지 않는다, 라고 그녀는 탄식했다.
그녀의 마스터는, 이런 걸 해도 기뻐하지 않는다.
원래부터 성배 따위에 흥미가 없는 인간이다.
그 남자에게 명확한 바람이 있다면, 그녀는 전력으로 그것을 이루려고 하는데도, 쿠즈키 소이치로에게는 소망 같은 것이 없는 것이다.
일방통행의 관계.
맞물리지 않는 서로의 존재.
그런 관계인 것 자체부터, 애초에 잘 되지 않았다.
「———미라 찾으러 간 사람이 미라가 됐나. 희대의 마녀라고 하는 것도, 의외로 여리군」
「—————!」
침입자에게 돌아선다.
거기에 선 것은 그녀의 마스터가 아니다.
아직 정체불명인 서번트, 붉은 외투의 기사, 아쳐이다.
「……아쳐. 너에겐 밖에서 망보는 걸 맡겼을 텐데」
「아아, 그게 말이지. 척 보기에, 주위에 적이란 적이 전혀 없어. 지루함을 견디다 못해 말이지, 안의 상황을 보러 온 거다」
「……흥. 그건 그렇겠지. 우리들의 적은 버서커 뿐이야. 그것도 세이버만 함락하면 이쪽에서 치고 나갈 뿐이지. 네가 우리들에게 붙은 시점에서, 이미 적 따위 없어.
———너도 그걸 알고 있기에, 이쪽에 붙은 거 아니야?」
「글쎄, 어떨까. 나는 그 마스터와 계약을 끊고 싶었을 뿐, 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나. 그 마스터 이외라면, 계약자는 누구라도 상관 없었다고」
아쳐의 농담은, 어딘가 진실한 느낌이 있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건 어떤 의미인가.
아쳐는 배반할 생각 따위 없고, 그저 토오사카 린과 계약을 끊고 싶었기에 적으로 돌아섰다고 하는 것인가.
「……그래. 계집애 애보기는 사양하겠다는 거지. 확실히 우리들 서번트는 대개 마스터에게 불만을 가지지. 네가 정 떨어지는 것도 당연하겠지」
「아니. 소환자로서 그녀는 완벽했다. 다만 아주 조금 차질이 생겼을 뿐이야.
———그리고 캐스터, 하나 충고하지. 모든 서번트가 너와 같다고는 생각하지 마라.
적어도 세이버와 버서커는 주인에게 불만을 품고 있지는 않았어. 올바른 영웅이라는 하는 자는 말이지, 올바른 인간 밖에 사역할 수 없는 자다」
「……흥, 뭘 새삼스럽게. 비틀린 마스터이기에, 비틀린 영령을 부르지. 그런 건, 네가 말할 필요도 없어」
……그렇다, 서번트의 질은 소환자에 의해 변동한다.
마음에 어두운 그늘을 가진 소환자는, 빛 쪽에 있는 영령을 부를 수 없다.
그 예로 말하자면, 그녀나 라이더는 영령이 아니다.
비틀린 소환자는, 비틀린 영령을 부른다.
라이더가 과거 “아름다운 것”이었던 것처럼, 그녀도 과거 “정순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그녀가 불러낸 어새신영령이 가공의 영령이라고 하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하면 통렬한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상한 이야기로군. 너나 라이더는 영령에 적대하는 자잖나. 그런데도 불구하고 서번트로서 선택 받았지.
……뭐어, 성배에는 선악의 구별은 없지. 힘 있는 인간령이라면, 누구든지 퍼 올린다는 건가」
「———아니. 본래, 그런 “영령으로서의 측면도 있는 자” 따위 섞인 자는 선택되지 않아.
이 싸움이 잘못된 건 3번째부터야. 그 때까지는 나나 라이더그녀 같은 영령은 불리지 않았어」
……그것도, 지금이 돼서는 관계 없는 이야기다.
성배의 정체 따위, 그녀는 관심이 없다.
서번트 캐스터인 그녀의 사명은, 단지 이 싸움에 이기는 것뿐.
그 뒤의 일 따위 흥미는 없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그런 끝이야말로, 그녀는 바라고 있지 않았다.
「—————쓸데없는 이야기는 여기까지야, 아쳐.
담당한 곳으로 돌아가. 네가 뭘 생각하고 있는지는 아무래도 상관없어. 너는 이미 내 서번트. 그 목숨은 내 손 안에 있지. 그걸 명심하고 입을 놀려」
「알았다. 그럼 종순한 서번트답게, 주인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하지」
변함없는 말투로, 붉은 기사는 계단을 올라간다.
「—————————」
그걸 무언으로 관찰하며, 그녀는 긴 숨을 뱉었다.
———세이버의 함락까지 앞으로 하루.
성배만은 찾아내지 못했지만, 그렇게 되면 또 한 발짝 끝에 다가간다.
……싸움이 끝나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
캐스터는 그 힘으로 모든 소망을 이루겠지.
생전으로부터의 맹세대로, 마녀로서 계속 존재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그러나———끝나버리면, 이유가 없어진다.
그녀 본인에게 그 의사가 있다 해도, 그녀의 주인에게는, 마스터로서의 이유가 없어져 버리는 것이다.
「———————조금만 더 있으면, 성배는 이 손에 들어온다」
우아하게, 흰 손을 허공에 뻗는 캐스터.
길었던 피로도 그걸로 보답 받는데도, 그 표정은, 죽어 저 세상으로 향하러 가는 죄인과도 같았다.
———많은 인간의 시체를 봤다.
그 때에 자신은 죽고,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길에 참회는 없고.
눈은 거기서 증오를 잃고,
손은 거기서 분노를 잃고,
발은 거기서 희망을 잃고,
나는 거기서 자신을 잃었다.
아무것도 안 남았다.
구해줄 자 따위 없다고 받아들인 것은, 포기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저, 그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알았을 뿐.
죽어 가는 자는 죽고, 사는 자는 살 뿐인 것이다.
잔해의 산에 누워서, 펼쳐진 불탄 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거기서 모든 것을 이해했다.
이해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래도 생각해 버렸다.
혹시 이 자리에서 전부 다 구하는 게 가능하다면.
그건, 얼마나 멋진 일인 걸까 하고.
동경했던 것은 그런 것이다.
그저, 누구도 괴로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뿐.
그러기 위해서 정의의 사자가 되려고 했다.
여하튼 알기 쉬웠고, 그 모습은 이상처럼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목표로 했다.
갈 곳은 보이고 있고, 길은 그야말로 산더미처럼 있다.
무엇이 올바른지 몰라도, 조금이라도 다가가고 싶어서 계속 달렸다.
그렇게 지나온 길 중 다수는 비뚤어져 있어서, 행선지는 멀어져 가기만 한다.
엄청나게 멀리 돌아가고만 있다.
키리츠구에게 구해지고 나서 10년간, 계속 그런 것의 반복이다.
그러나 후회는 하지 않는다.
나는 토오사카처럼 요령 좋지는 않다.
고른 길이 잘못된 것이어서, 많은 것을 잃을 때도 있다.
그것을 무의미하다고 잘라서 버릴 수는 없다.
짓밟아 온 것, 이제 돌아오지 않는 것을 위해서라도, 살아남은 의미를 보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질 수 없다.
타인에게 지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자신에게는 이길 수 있다. 포기하라고 속삭이는 자신에게만은, 언제라도 대항할 수 있다.
그래서, 맹세한 것은 그 정도다.
내가 믿은 것, 믿고 싶었던 것은, 하나뿐.
……그렇다.
비록,자신이 틀렸다고 해도.
그것을 믿은 것에, 후회만은 하지 않도록.
「—————————윽」
밖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에 눈을 떴다.
시간은 6시 좀 전.
창 너머의 하늘은, 재를 바른 것처럼 온통 흐린 하늘이었다.
준비를 끝내고 방을 뒤로 한다.
몸 상태는 양호해서, 상처의 통증은 거의 없다.
이런 상태라면 전투가 벌어져도, 토오사카의 방해가 되는 일은 없겠지.
「—————왔네. 준비는 됐어, 시로?」
「—————」
……됐는데.
그, 토오사카가 변신해 있다.
「……? 뭐야, 지뢰 밟아서 못 움직이게 된 신병 같은 얼굴 하고. 아직 준비 덜 됐어?」
「—————아니, 그런 게 아니라. 토오사카, 어쩐지 이상하지 않냐?」
「하……?
아아, 이거? 자잘한 작업할 때 쓸 뿐이니까, 신경 쓰지 마」
「…………」
아니.
그렇다면야, 상관없지만.
……어쩐지, 굉장히 안 어울리는 것 같으면서도, 굉장히 어울리는 듯이 보이는 건, 어떤 마술인 걸까.
「알겠어? 우리들이 향하는 건 교외의 숲.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시외, 아직 사람 손이 닿지 않은 광대한 수해야.
오래 인간의 개입을 거부해 온 만큼, 숲은 깊고 넓어. 1년에 몇 명인가, 아무 준비도 없이 발을 들여놨다가 조난 당했다는 이야기, 알고 있지?」
「—————————」
아무 말 없이 끄덕인다.
목적지는 그 숲의 어딘가에 있는 아인츠베른의 별장이다.
그 애……이리야스필과의 교섭이 결렬되어 전투가 된 순간, 우리들의 운명은 결정돼 있다.
도움 따위 부를 수 없고, 탈출하는 것도 어렵겠지.
그 거인———버서커를 쓰러뜨리지 않는 한, 살아서 숲에서는 나올 수 없을 것이다.
「그럼, 슬슬 가자.
철야해서 있을 만한 곳은 짚어 놨으니까, 잘만 하면 한나절 정도로 찾을 수 있을 거야.
우선 국도까지는 차를 쓸 테니까, 택시비 준비해 둬」
척, 하고 무언가 여러 가지 들어찬 보스턴 백을 들고 걷기 시작한다.
「—————음」
이미 친숙해진 죽도주머니를 한쪽 손에 들고 쫓아간다.
……하지만, 토오사카.
택시비는 좋은데, 그럼 돌아올 때는 걸어서 오는 거냐, 여기까지.
———도시로부터 택시 자동차로 이동하기를 1시간.
쭈욱 계속되는 국도를 달려, 몇 개인가 산을 넘어서 숲의 입구에 도달했다.
물론, 숲에는 포장된 길 따위 없다.
고속도로와 그리 다르지 않은 국도에서 벗어나, 잡목림을 1km 정도 걸어서, 드디어 숲의 입구에 도착했다.
「—————————」
쉽게는 안 되겠지 하고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역시 실제로 눈앞에 두면 기가 죽어버린다.
숲은 낮인데도 어둡다.
하늘을 덮을 정도로 울창한 가지는 햇살을 가로막아, 숲은 그 끝은커녕, 10여 미터 앞조차 확실하지 않았다.
「잠깐 시로. 미안하지만, 앞으로 가 봐 주지 않을래?」
「? 상관없는데. 그 애가 있는 곳을 아는 건 토오사카잖아. 내가 앞에서 가도 별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이의를 제기하면서 숲에 발을 들여놓는다.
———그러자.
「윽—————뭐지, 찌릿하고 왔는데……!?」
엉겁결에 발을 움츠린다.
저려온 건 한 순간만이다.
저림 자체도 작은 것이라, 옷장 모서리에 손가락이 걸린 쪽이 훨씬 아프다.
……뭐어, 요컨대 정전기 같은 것이었다.
「———역시. 식별뿐이겠지만, 숲 전체에 관리가 빈틈없이 되고 있는 모양이네」
「에———잠깐 기다려. 그거, 안 좋은 거 아냐. 요컨대 방범 장치에 걸렸다는 거잖아?
그럼—————」
「별로 문제 없잖아? 우리들은 기습하러 온 게 아닌걸. 대화를 하러 왔으니까, 오히려 지금부터 어필해 두는 쪽이 득이잖아」
「아. 일단 조심해, 조금 찌릿하고 오니까」
「알고 있어 알고 있어. 시로가 하는 거 봤으니까 어떤 건지 알고 있다니까—————」
팔랑팔랑 손을 흔들며, 당당히 숲으로 발을 들여놓는 토오사카.
그 순간.
「우캬 — — — — !」
「라는, 유쾌한 기성을 지르며 토오사카는 뛰어서 물러났다.
「우와아……」
탁탁 하는 소리.
토오사카의 발 밑, 쌓였던 낙엽이 타서 눌어붙은 것처럼 보이는 건 기분 탓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개인차가 있는 경보였던 모양이네. 나는 인사 정도였던 것 같은데」
냉정하게 상황을 해설한다.
「크—————크크, 크크크—————」
그러나, 그 말은 토오사카에게는 닿지 않았던 듯 하다.
「제법 하잖아, 그 꼬마……! 지금 웃은 거, 분명히 들렸어……!」
쿠아—, 하고 아무도 없는 허공에 대고 고함치는 토오사카.
아까 그 말은 어디에 갔는지, 대화보다는 죽이러 갈 지도 모를 험악함이다.
……뭐어, 그건 하여간.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토오사카의 악담을 하는 건 목숨이 위태로울 듯하니 조심하자.
……숲을 간다.
이 무한이라고도 할 수 있는 나무들 속, 살아있는 인간은 우리들뿐이었다.
짐승의 숨소리도 없고, 겨울 초목은 시체처럼 생기가 없다.
나아가면 나아갈수록 펼쳐져 가는 나무들의 바다는, 끝이 없는 건 아닐까, 하는 위구를 항상 품게 한다.
숲에 들어오고 나서, 이미 3시간.
정오는 이미 지나고, 열려가는 풍경의 변화조차 알지 못하게 되기 시작했을 무렵.
「—————찾았어.
……근데, 듣고는 있었지만 어이없네. 진짜로 이런 데에 저런 걸 세우다니」
토오사카의 시선을 쫓는다.
그 끝에 있는 것은 검은 어둠이다.
나무들 사이.
주의하지 않으면 놓쳐버릴 정도의 틈 저편에, 무언가, 굉장히 어울리지 않는 것이 있다.
「……뭐야 저거. 벽, 이냐?」
「벽이야. 정말, 제정신이 아냐. 저거, 자기들 나라에서 통째로 가져 온 거야」
험한 소리를 하면서, 멀리 보이는『이물(異物)』로 향하는 토오사카.
아직 저것의 정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당혹해 하는 채로 뒤를 따랐다.
숲을 빠져 나온다.
그 정도로 끝이 없었던 숲은, 깨끗이 없어져 있었다.
아니, 여기만 거대한 숟가락으로 떼어낸 것처럼, 숲의 흔적이 소실되어 있을 뿐이다.
회색 하늘은 둥글고, 다 올려다볼 수 없을 정도로 높다.
———거대한 원형 공간.
그것은 광장이라고 하기보다, 땅속 깊이 함몰된 왕국 같았다.
그것이, 이리야스필의 거처였다.
숲 속에 세워진 낡은 성.
그 소녀가 살기에는 너무 넓은, 혼자서 살기에는 너무 쓸쓸한, 내방하는 자 따위 있을 리가 없는 숲의 고성(孤城).
「—————————」
……어찌되었든, 여기서 기가 죽어 있어도 어쩔 수 없다.
토오사카의 이야기로는, 이리야스필도 우리들이 온 건 알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적의가 없는 것을 보이기 위해, 정문에서 당당히 들어가야겠지.
「좋아, 가자 토오사카…………어, 토오사카?」
토오사카는 심상치 않은 얼굴로 성을 올려다보고 있다.
그 옆얼굴은, 적과 대치했을 때와 같은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토오사카. 신경 쓰이는 거라도 있는 거야」
「……응. 우리들 이외에 누가 있어」
「그거야 있겠지. 이리야라는 애랑 버서커의 거처니까」
「그게 아니라, 그 이외의 누군가 말이야. ……시로, 이쪽에서 들어가자」
「에—————자, 잠깐, 너……!?」
말릴 틈도 없이, 토오사카는 벽 가의 거목까지 달려갔다.
아니, 그게 아니다.
토오사카는 그대로 가지에 손을 대고, 솜씨 좋게 올라가 버렸다.
「—————————」
멍하니 올려다본다.
토오사카는 두리번두리번 성을 둘러보고, 그대로———
성 2층에, 날아차기를 날리고 있었다.
쨍그랑, 하는 소리.
유리창은 멋지게 채여서 깨지고, 붉은 모습이 성 안으로 사라져 간다.
「자, 빨리……! 진짜로 이상해, 이 성……!」
「윽———아 진짜, 대화를 하는 거 아니었냐……!」
하지만, 저질러 버린 건 어쩔 수 없다.
이쪽도 나무를 타고, 토오사카와 똑같이 성 2층으로 뛰어서 옮겨갔다.
침입한 방에서 복도로 나온다.
그 지나친 호화로움에 눈을 크게 뜨기 전에, 토오사카가 말한 “이상”에 마음을 빼앗겼다.
울려오는 소리는, 틀림없이 전투의 소리다.
검과 검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
하지만———이런, 폭풍 같은 검극이 있을 수 있을까.
지금까지 가장 격렬했던 검끼리의 싸움……세이버와 버서커의 대결조차, 이런 소리는 내지 않았다.
「—————————아」
거기서, 갑자기 생각났다.
이건 검극의 소리 따위가 아니다.
1대 다수의 싸움———문자 그대로, 이 성의 어딘가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 한편은 버서커임에 틀림없다.
이 성은 이리야스필의 성이다.
전쟁이 일어난다고 하면, 버서커가 침입자를 맞아 싸울 때뿐이다.
내달렸다.
소리는 아래에서 울려온다.
들어올 때 확인한 위치관계로 보건대, 싸움은 성의 중심———내방한 자를 맞아들이는 로비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익숙하지 않은 성을 달려나간다.
의견을 교환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뭐가 일어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무언가,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계단을 내려간 그 앞은 2층 복도였다.
처절한 검극은, 바로 근처에서 행해지고 있다.
「됐어. 여기, 로비의 2층 높이 허공에 이어져 있어」
통로 앞을 확인하는 토오사카.
복도는 T자로 나눠져 있고, 각각이 로비 양측 테라스로 통해 있는 듯 했다.
「여기서 갈라지자. 나는 이쪽에서 상황을 볼 테니까, 시로는 그 쪽을 부탁해」
뭉쳐있는 것보다 흩어지는 편이 낫다.
……지금의 우리들은, 발견된 시점에서 도망쳐 살아남을 방법은 없다.
그건 둘이서 있든 혼자서 있든 마찬가지다.
그러니 나눠진다.
양쪽으로 나눠져 있으면, 비록 한쪽이 발견됐다고 해도, 다른 한쪽만은 어떻게든 도망칠 수 있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토오사카는 동쪽 복도로 발걸음을 옮긴다.
「—————————」
끄덕이고, 다른 한쪽 복도———정반대에 위치하는 서쪽 복도로 나아간다.
「—————시로」
갑자기 불러 세웠다.
「……알겠지. 무슨 일이 일어나든지 절대로 상관하지 마. 지금 우리들에게 싸울 수단은 없어.
알았지, 위험하고 생각되면 바로 도망치는 거야. 어느 쪽인가가 잡혀도 상관말고 달려. ……누군가를 구하는 것 따위, 우선 자신을 구하고 나서 생각하는 거니까」
감정을 억누른 목소리.
그것은 충고라고 하기보다, 어딘가 애원에 가까운 느낌이 있었다.
크게 돌아서 로비의 테라스로 나온다.
정면, 멀리 떨어진 테라스에는, 나와 같은 타이밍에 도착한 토오사카의 모습이 있었다.
토오사카는 테라스에 닿자마자 몸을 굽혀, 숨으면서 눈 아래의 상황을 엿본다.
그걸 따라서 로비를 내려다 본 그 순간, 우리들은 동시에 목소리를 죽이고 있었다.
「시, 신지—————!? 어째서 저 녀석, 이런 데에……!?」
잔해 위. 로비 구석에서, 신지는 즐거운 듯이 상황을 보고 있다.
아니, 아니다.
놀라야 할 것은 그런 게 아니다.
지금, 정말로 인지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은, 신지가 바라보고 있는 “싸움”이었다.
검은 거인이, 우렁차게 외치고 있었다.
후려치는 부검은 모래먼지를 말아 올리고, 깨어진 잔해를 재와 먼지로 되돌려 보낸다.
이전과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광전사의 모습.
아니, 귀기 어린 포효는 이전과 비할 바가 아니겠지.
거인의 등뒤에는, 하얀 소녀의 모습이 있다.
버서커의 마스터, 이리야스필.
끊임없이 천진한 웃음을 띄우고 있었던, 죽고 죽이는 싸움에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소녀.
그 소녀가.
지금은 어깨를 떨며, 울부짖기 일보직전인 얼굴로, 자신의 서번트를 바라보고 있었다.
창백해진 얼굴은, 눈앞의 절망을 필사적으로 부정하고 있다.
누군가 도와줘, 하고.
흰 소녀는, 떨리는 입술로 그렇게 호소하고 있었다.
「—————그런」
거칠게 부는 선풍.
버서커의 부검은 전부 튕겨진다.
로비 중앙.
잔해의 왕좌에 군림하는, 한 서번트의 “보구”에 의해.
무수한 검이 춤춘다.
남자의 등뒤에서 나타난 그것들은, 하나하나가 틀림없이 필살의 무기였다.
꿰뚫는다.
그야말로 물 쓰듯이.
끝없는 보구는 버서커의 부검을 튕겨내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않고, 그 몸을 유린해 간다.
날아가는 사지.
검은 검은 거인의 몸통을 자르고, 머리를 꿰뚫고, 심장을 찌른다.
———그러나, 그래도 죽지 않는다.
거인은 즉사할 때마다 되살아나, 확실하게 적에게로 전진한다.
이미 8번.
그 정도의 수만큼 무참하게 죽임을 당하면서도, 버서커는 전진한다.
그걸, 그 “적”은 즐겁게 웃으면 맞이했다.
되풀이되는 참극.
버서커는 적에게 다가가는 것조차 하지 못하고, 몇 번이나 죽어간다.
「—————말도 안, 돼」
저 버서커가 손도 써 보지 못하고 쓰러지고 있다, 라는 게 아니다.
저 남자———저 서번트가, 너무나도 터무니 없다.
차례차례 내보내지는 무수한 보구는, 그 전부가 진짜.
아쳐의 검을 투영했기에 파악할 수 있다.
저것은, 모든 보구의 원형, 전설이 되기 전의 최초의 하나다.
그것을 한없이 보유하는 영령이라는 건 누구인가.
아니, 애초에 서번트는 7명일 터.
그렇다면 저 녀석은 8명째———규정 외의, 있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아닌가—————
「—————————」
숨을 쉴 수 없다.
버서커는, 보통이 아니다.
강철의 육체와 저 괴력. 거기다가 죽어도 그 자리에서 소생한다, 라는 능력이 있어서야, 그야말로 대항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그 괴물 상대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차례차례로 마검, 성검을 계속해서 내질러 압도하는 8명째의 서번트.
「—————————」
얼굴을 드니, 저쪽 편에 있는 토오사카의 얼굴도 창백했다.
———당연하겠지.
눈 아래의 공간은 사지다.
들어가면 한 순간에 죽는다.
아니, 무엇보다—————
……저 녀석은, 악마다.
버서커와는 다른 흉폭함———질서를 가지지 않는, 그저 죽이는 게 목적인 싸움을, 저 남자는 바라고 있다.
—————그러나.
그, 너무나도 규격 외인 적을 앞에 두고, 검은 거인은 여전히 최강이었다.
전신을 꿰뚫리든 찢기든, 그 걸음은 멈추지 않는다.
퍼부어지는 보구의 비를 맞고, 그 때마다 소생을 반복하면서, 확실하게 적에게로 간격을 좁혀간다.
그것은, 너무나도 우직한 전진이었다.
적의 공격에의 대항책 따위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목숨이 있는 한 앞으로 나아가, 적을 도살할 뿐인 야만적인 싸움이다.
……도달하지 못한다.
버서커의 만용은 적에게 보복하지 못하고, 그저 표적으로 끝나겠지.
저 적은 그걸 이해하고 있다.
때문에 굳이 걸음을 멈추고, 어리석게도 전진할 뿐인 거인을 도발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저 방법으로는, 검은 거인에게 승기 따위 없다.
옆에서 보고 있는 나도, 대치하고 있는 저 남자도 아는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표적이 되어 있는 버서커 자신도, 진작에 그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거인은 우둔하기까지 할 정도로 걸음을 옮긴다.
후퇴도 모르고, 피하지도 않는다.
그 모습을, 저 남자는 웃으며 맞이한다.
미친개
「—————후. 결국은 버서커, 싸움 밖에 모르는 자였나. 같은 반신반인으로서 기대하고 있었지만, 설마 그렇게까지 천치일 줄이야!」
보구가 달린다.
홍소를 하며, 남자는 등뒤의 보구에게 지령을 내렸다.
「그럼, 슬슬 저승길을 열어주도록 하지. 이 이상 가까이 오면 숨이 막힌다」
———한 마디 호령 아래, 무수한 보구가 거인을 덮친다.
거인은 그 대부분을 튕겨내고, 동시에, 대부분에 그 생명을 빼앗겼다.
검은 거구가 흔들린다.
휘청, 하고 쓰러져 가는 바위의 몸.
———그러나.
거구는 다시 한 번 버텨내고, 전신에 달라붙은 보구를 흔들어 떼어냈다.
「뭐—————라고?」
경악은 남자의 것인가.
검은 거구는 보구의 무리를 구축하고, 한층 자신의 적으로 내디뎌 간다.
……몸은, 이미 죽은 몸이다.
이미 절망적이기까지 한 치명상을 지고서도, 검은 거인은 전진한다.
「—————————」
……그것은, 강한 의지로 인한 것이다.
결코 광전사이기에 있는 광기로 인한 것이 아니다.
거인은 분명한 의사 하에, 절망적인 싸움에 도전하고 있다.
「치———크기만 한 과녁이, 아직 형체를 보존하고 있나……!」
용서 없이 뿜어지는 마탄.
부검으로 튕겨내고, 살을 깎이고, 발을 뚫리면서, 거인은 남자를 몰아넣어 간다.
「—————————」
틀림없이 도달하지는 못한다.
그걸 잘 알면서도 여전히 도전하는 것은, 내줄 수 없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무엇을 위해서인가.
서번트는 주인을 위해, 그 생명을 지키기 위해 싸운다.
그렇기에 저 거인은 물러서지 않았다.
등뒤에 있는 주인, 두려워하는 소녀를 보구의 비로부터 지키기 위해서, 방패가 되어 전진할 수 밖에 없었다.
거인은 우직한 전진을 반복한다.
이리야스필을 지키면서 저 적을 토멸하려면, 공격을 자신에게 집중시킬 수 밖에 없다고 깨달았기에.
그리고———혹시 적까지 도달할 수 있다면, 그 때야말로 그의 승리다.
이것은, 처음부터 그런 싸움이었다.
남자는 거인이 간격을 좁힐 때까지 절명시키고,
거인은 생명이 다하기 전에 남자에게로 육박한다.
그 어느 쪽인가를 먼저 달한 자가 살아남는다는 싸움.
거인은 그 진실을 깨닫고 있었던 것이다.
……비록, 그것이.
처음부터, 승산이 없는 싸움이었다고 해도.
포효가 질러진다.
10번째의 죽음을 넘어, 검은 거구가 달렸다.
잔해를 말아 올리며 남자에게로 돌진하는 그것은, 투우사에게 덤벼드는 수소 같기도 하다.
「자식이—————!」
쏘아지는 무수한 화살.
거듭되는 죽음 속에서 익숙해진 것인지, 마지막으로 날뛰는 것이었는지.
거인은 모든 화살을 튕겨내고,
보구의 주인에게로 육박한다—————!
부검이 달린다.
지금까지 단 한 번이라도 남자에 대해 휘둘러지지 않았던 강검이, 마침내 위윙 소리를 내며 번뜩이고—————
엔키두
「—————하늘의 쇠사슬이여—————!」
나타난 무수한 쇠사슬에 의해, 검은 수소는 붙잡혔다.
그것은 어떠한 보구인가.
갑자기 공중에서 나타난 쇠사슬은, 공간 그 자체를 속박하듯이 버서커를 봉하고 있었다.
쇠사슬은 버서커의 두 팔을 세게 죄어, 있을 수 없는 방향으로 비틀어 간다.
전신에 휘감긴 쇠사슬은 끝없이 조여와서, 바위 같은 목조차, 그 장력으로 조여서 끊으려고 하고 있었다.
「———치, 이래도 죽지 않는가.
과거 하늘의 수소조차 속박한 쇠사슬이지만, 네 숨통을 끊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하는 듯 하군」
남자의 목소리.
로비에는 쇠사슬이 끼긱 대는 소리가 충만해 있다.
버서커의 힘이겠지.
공간 그 자체를 제압하는 쇠사슬을 끊으려고 하는 거인.
본래 불가능할 터인 그것도, 저 거인이라면 해낼 수 있음에 틀림없다.
그리고 당연히, 남자도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싫어—————돌아와, 버서커……!」
소녀의 비명이 질러진다.
령주를 써서, 이리야스필은 버서커에게 강제철거를 명한다.
그러나, 거인은 쇠사슬에 붙잡힌 채, 한 발짝이라도 움직일 수는 없었다.
「어째서……? 내 안으로 돌아오라고 했는데, 왜」
「헛수고다, 인형. 이 쇠사슬에 묶인 것은, 설령 신이라고 할지라도 벗어날 수는 없지. 아니, 신성이 높으면 높을수록 희생이 되지. 원래부터 신을 다스리기 위해서만 만들어진 것. 령주에 의한 공간전이 따위, 이 몸이 용납할 것 같나」
그리고.
끝났음을 보이듯이, 남자는 한쪽 팔로 거인을 가리켰다.
「아—————」
깜짝 놀라는 소녀의 목소리.
……………………끝났다.
이번에야말로, 정말로 끝났다.
쇠사슬에 묶여, 무방비인 채로 보구를 맞기를 22번.
이미 기괴한 조상으로밖에 알아보지 못할 형체가 되어, 검은 거인은 침묵했다.
……숨이 붙어있는가 따위 볼 필요도 없다.
10의 죽음을 뛰어넘은 대영웅이라고 해도, 그것을 넘는 20의 죽음을 맞고는 일어설 수 없겠지.
……그렇다.
설령 살아있다고 해도, 거인에게는 호흡을 할 힘조차도, 이미 남아있지는 않겠지.
———그리하여, 둘의 싸움은 끝났다.
어느 쪽이 승리할 것인가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이다.
……버서커는, 저 서번트에게는 이길 수 없었다.
아니, 모든 서번트는, 영령인 이상 저 남자에게는 당해낼 수 없다. 영령에게는 각각, 생전에 질색이라고 여겨졌던 것이 있다.
그 인연이야말로 그들에게 있어서 최대의 약점이다.
그렇다면———혹시 모든 보구, 그 영웅을 죽였던 보구를 소유한 자가 있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
그 결과가, 이것이다.
아무리 영웅으로서의 능력으로 웃돈다고 해도, 영령인 이상은, 결코 저 남자에게는 승리할 수 없다—————
「싫어—————싫어어, 버서커……!」
묘비가 된 검은 거구에, 흰 소녀가 달려서 다가간다.
그것을.
남자는 손에 든 검으로, 용서 없이 칼로 베었다.
「—————————————」
비명이 질러진다.
남자는, 소녀의 두 눈을 일자로 갈랐다.
「—————————————」
이어서 일격, 심장에 찌른다.
그것은 빗나갔다.
아니, 일부러 빗나가게 한 것인가.
소녀는 폐를 뚫려, 콜록, 하고 붉은 것을 기침하며 토해냈다.
—————쇠사슬이 끊긴다.
쇠사슬을 끊고, 검은 거인이 남자에게로 덮쳐 든다.
그, 너무나도 둔중한 표적을, 남자는 찔렀다.
심장을 찌르는 창.
랜서의 보구, 게이볼그와 유사한 창으로 거인의 숨통을 끊는다.
—————그걸로 끝.
이번에야말로 정말로, 검은 거인은 절명했다.
「—————————————」
쓰러진 소녀에게서 검이 뽑힌다.
붉은 자국을 남기면서, 소녀는 움직이지 않게 된 거인에게로 기어간다.
「—————————————」
그 모습을 유쾌한 듯 내려다보며, 남자는 걸어간다.
검은 버렸다.
남자는, 맨손으로.
빈사인 소녀의 몸에, 마지막 일격을.
「—————————————」
죽는다.
틀림없이 죽는다.
이번만은, 절대로 죽는다.
저 서번트에게는 이치 따위 없다.
방해를 하면 그저 죽이겠지.
발견되기 전에 여기를 떠나지 않으면, 확실하게 죽임을 당한다.
그걸, 나는.
첫댓글 8번째 서번트라고해서 어벤져인줄 알고 착각햇다..;;
피식 제대로말하자면 8번째 클래스라고 하는게옳겠죠?
시로님 편한데로 하세요 ㅎㅎ
어벤져 가 아니구나..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