樂山樂水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68. 산수를 좋아한다 배길관 충북대 명예교수
산과 물은 정이 잘 통하는 천생의 짝꿍이요 영원한 적수이다. 그들은 언제 어디서나 완전한 조화를 이루면서 아름다움을 연출한다. 아름다운 것은 생명적인 것이라고 하거니와 산이 있는 곳에 물이 있고 물이 있는 곳에 생명이 있어 언제나 완전한 아름다움을 연출한다. 풍류를 즐겼던 옛 선비들은 산수를 스승삼고 벗삼아 학문을 닦고 호연지기를 길렀다고 한다.
知者樂水 仁者樂山 知者動 仁者靜 知者樂 仁者壽(지자요수 인자요산 지자동 인자정 지자락 인자수),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하며, 지혜로운 사람은 동적이고 어진 사람은 정적이며, 지혜로운 사람은 즐겁게 살고 어진 사람은 오래 산다「논어」. 사물의 이치와 인륜의 도리를 깊이 통찰한 공자의 이 말씀에서 樂山樂水(요산요수)라는 사자성어가 나왔고, 지금도 자연을 좋아한다거나 산수를 좋아한다는 뜻으로 자주 인용한다. 산과 물은 자연의 중심이며, 어짊과 지혜는 인륜의 근본이다. 어짊을 따라서 사는 삶 자체가 지혜요, 지혜가 생활 속에서 실현되는 것이 곧 어짊이다.
知者不惑(지자불혹), 지자는 미혹하지 않는다「논어」. 공자 말씀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是非之心(시비지심) 즉 옳고 그름을 가리는 이성적인 판단력과 옳은 것을 행하는 의로운 정신을 갖춘 사람이기 때문에 세상의 불의에 빠지지 않는 不動心(부동심)을 지닌다. 그는 지성적으로 통달하여 사리와 도리에 밝고 사사로운 욕심에서 해방된 양심의 자유를 얻은 사람이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나 막힘이나 걸림이 없이 세상에 두루 통하는 이른바 자유인이다. 그러므로 지혜로운 사람은 본성이 맑고 그 흐름이 자유롭고 활동적인 물을 닮아 물을 좋아하고, 그 삶이 자유롭고 활동적이고 낙천적이다.
仁者不憂(인자불우), 인자는 근심하지 않는다「논어」. 공자 말씀이다. 어진 사람은 양심으로 욕심을 다스리고 세상을 두루 사랑하는 온전한 덕을 지니기 때문에 근심할 일이 없으며 그 인품이 의연하고 중후하다. 그러므로 어진 사람은 무겁고 고요하여 움직임이 없으나 만물을 품고 기르는 큰 덕을 지닌 산을 닮아 산을 좋아하고, 그 삶이 중후하고 정적이고 장수한다.
한 때 세간에서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山山水水)’라는 성철 스님의 法文(법문)이 자주 회자되었다. 본래 山山水水는 중국 당나라 시대 뛰어난 스님이었던 임제 선사의 禪詩(선시)에 있는 詩句(시구)이다. 마음의 눈을 바로 뜨고 그 실상을 보면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일 뿐이라는 말이다. 지극히 단순하고 평범한 이 말 속에는 아무나 쉽게 인용할 수 없는 깊은 진리의 세계가 담겨 있다고 한다.
스스로 잘난 체하여 서로 시기하고 얕보고 시비를 다투는 것이 인간 세상의 일상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일 뿐 그곳에 잘났고 못났고 옳고 그름이 따로 없다. 산은 물을 보고 그르다 하지 않고 물은 산을 보고 그르다 하지 않는다. 산은 물을 내려다보지만 얕보지 않고 물은 산을 우러러보지만 시기하지 않는다. 그들은 서로 간섭하지 않고 그저 그렇게 있을 뿐이다. 산수 자연은 있는 그대로가 진리의 세계이다. 충북 영동군 천태산에 있는 영국사에서는 샘가에 있는 돌에 山山水水 네 글자를 새겨놓고 깨달음의 교훈으로 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