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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케어’ 지적장애인의 희망이 자란다 | ||||||||||||||||||||||||||||||||||||||||||||||||||||||
[유럽의 지적장애인들] ①'독일' 레벤스힐페 & 아틀재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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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라디오 주미영 PD는 얼마 전 약 2주간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세 나라의 지적장애인 시설을 취재했다. <함께걸음>은 이번 달부터 3개월에 걸쳐 주미영 PD가 들여다본 유럽 지적장애인들의 직업교육, 일자리 등 그들의 삶을 알아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부모에게 기대지 않고 사회 구성원으로 당당하게 꿈을 키우며 살아가는 유럽 지적장애인의 삶을 통해 우리나라 장애인 복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전망해본다. -편집자 주
장애인 중심 기업, 레벤스힐페 지난 10월 10일 월요일 뮌헨공항에 도착해 KBS 라디오 윤미원 통신원의 안내로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독일 남동부 바이에른주 트라운로이트에 있는(뮌헨공항에서 남동쪽으로 약 110㎞ 떨어져 있음) 장애인시설 레벤스힐페 킴가우(Lebenshilfe Chiemgau)다. (킴가우는 지역이름) 레벤스힐페 킴가우 사무실 건물은 콘크리트로 되어 있어 마치 큰 기업체를 연상케 했다. 10월 11일 화요일 이른 아침, 본관 입구에 들어서니 카페테리아가 있고 그 왼쪽에 커다란 식당이 자리하고 있었다. 식당 바로 앞에서 레벤스힐페 킴가우 대표이사인 엔델레씨가 반갑게 마중 나와 자신의 사무실로 안내했다. 그는 경영학을 전공하고 치료관련 교육도 받은 전문경영인이자 사회복지사다. 약 10년간 레벤스힐페를 경영해오며 지적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인구 9만 명의 독일 남부의 작은 도시 트라운로이트에서 장애인들을 위한 여러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는 레벤스힐페는 말 그대로 장애인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는 하나의 기업이었다. 현재 총 직원은 412명, 이 중에 비장애인 직원은 96명으로 장애인직원 비율이 80% 가까이 된다. 이곳에서 일하는 장애인들은 주로 지적장애인이다. 장애인들은 자신들의 적성이나 희망에 따라 여러 직종에 배치되어 일하고 있었는데 장애가 심한 경우에는 실습생과 사회봉사자, 자원봉사자들이 이곳으로 와 도와주고 있었다. 레벤스힐페 킴가우에는 총 6개의 보호작업장이 있으며 그중 1차 산업인 농·축산업에 속하는 곳은 5곳이나 된다. 레벤스힐페 킴가우 대표 엔델레씨의 말이다.
레벤스힐페 킴가우가 운영하고 있는 농장은 요하네스호프와 그로스오어나흐 두 개다. 그로스오어나흐 농장으로 가려면 트라운로이트 시내를 지나 약 15㎞ 정도 초원을 지나야 하는데 완만한 언덕이 있는 초원과 듬성듬성 들어선 뾰족한 모양의 빨간색 지붕의 건물도 만날 수 있었다. 농장에 도착해 제일 먼저 만난 사람은 양배추를 다듬고 있는 지적장애인들이었다. 날씨가 약간 쌀쌀함에도 야외에서 열심히 작업하고 있었다. 나무로 지어진 농장 바로 옆에는 기숙사 건물이 있다.
장애인들의 일과는 아침 8시에 업무가 시작되어 오후 3시 45분 끝나고 오후 4시에 귀가한다. 점심시간 외에 오전, 오후 두 차례 휴식시간이 있고 이런 근무형태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이어지며 마지막 금요일에는 평소보다 이른 오후 2시 30분 하루 업무가 마감된다. 농장에서 만난 28세의 지적장애인인 실비아 티티에는 2002년부터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데 무엇보다 같은 장애를 가진 친구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또한, 35세의 디터 피셔는 상추를 뜯고 풀을 깎는 일을 좋아하는데 지금은 추수하는 시기라 예전처럼 풀 깎는 일이 별로 없어 좀 따분하다고도 했다. 채소농장 책임자 토마스 바우어는 “정원에서 흙이나 식물과 일하는 것, 식물이 자라는 것을 돌보는 것은 장애인이 아니더라도 모든 사람의 건강에 아주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식당에서 점심을 마친 후 우리는 약 20여㎞ 떨어진 또 다른 장소로 이동했는데 바로 레벤스힐페 킴가우에서 운영하고 있는 킴가우 키스테(Chiemgau?Kiste)다. 농장에서 생산되는 채소는 자체 내의 판매장인 이곳 킴가우 키스테로 옮겨져 소비자들에게 전달된다. 킴가우 키스테를 이용하는 고객은 총 2천500명.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1주일에 평균 700여 명의 고객들에게 주문품목들을 배달해주고 있다. 인터넷이나 전화 주문 모두 가능하고 고객들은 주로 단골로 등록되어 운영되고 있다. 배달품목은 농장에서 재배된 채소(150여 가지)뿐 아니라 주스, 차, 화장품, 치즈, 잼, 과자, 케첩 등 2차 가공품(1천여 가지) 등 다양한데 이런 가공품들은 주변 도매상에게 저렴하게 사온 것이다. 킴가우 키스테에서 일하는 장애인직원은 7명, 그리고 기사 3명과 비장애인책임자 1명 등 총 11명이다. 카탈로그를 보니 킴가우 키스테에서는 여러 과일·채소바구니 샘플을 만들어놓고 고객들이 인터넷이나 전화로 원하는 것을 주문하면 그 바구니를 고객에게 배달해 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었다.
9년 전부터 킴가우 키스테에서 일하고 있는 32세의 미카엘라 니자리스는 이곳에서 일하는 것이 너무나 재미있다고 말했는데 무엇이 그리 재미있느냐고 재차 묻자 “채소, 과일 등 자연에서 생산된 것들과 함께 있어서 좋고, 좋은 사람들이 있어서 무엇보다 좋아요”라고 대답했다. 여기서 일하는 장애인들은 최소한 숫자와 글자를 읽을 줄 아는, 비교적 장애 정도가 가볍고 임금도 비장애인과 차별 없이 받고 있다고 한다.
사랑이 꽃피는 아틀재단 다음날 찾아간 독일의 또 다른 곳은 바서부르크(Wasserburg)에 있는 아틀(Attl)재단이다. 이곳은 독일 뮌헨 시내에서 약 60여㎞ 떨어져 있고, 치즈생산으로 유명한 로젠하임과는 약 20㎞ 떨어져 있다. 아틀재단은 1873년 수도원의 성직자들이 운영하기 시작한 곳으로 장애인을 위한 생활관과 기숙사, 교육시설, 직업까지 모든 것을 제공하고 있었다. 비장애인 930명과 장애인 300여 명이 근무하고 있었는데 대부분이 이 지역주민이다. 4천여㎡, 8㏊에 달하는 글라스하우스와 비닐하우스에서 지적장애인들이 채소와 화초를 재배하고 있었다. 셀러리, 양파, 당근, 상추, 토마토, 피망, 오이 등 흔히 재배하는 품목들과 북 알프스 지역의 기후에 맞는 품목 대부분 재배 가능하다고 한다. 그리고 화훼농장에서는 다가오는 가톨릭 명절에 사용할 알러하일리겐 꽃꽂이 준비가 한창이었다.
“아틀재단의 특징은 장애인을 사랑하는 콘셉트입니다. 각자 적성에 맞으면 어떤 장애인도 여러 작업장에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각자의 강점과 약점에 따라 그에 알맞은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죠. 어린아이에서부터 늙어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이곳에서 지낼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 재단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은 92세 장애인입니다.” ‘아틀(Attl)’이라는 이름은 이제 이 지역에서는 하나의 이미지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원예농장을 찾아오는 고객들과 지역주민을 위한 축제를 자주 열고 있는데, 많게는 1만2천명에서 1만3천명까지 지역주민이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줄 뿐 아니라 지역주민이 식당과 원예 샵에서 싼값으로 물건을 사들일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현재 아틀재단 특수학교 학생 수는 80명, 선생님은 25명이다. 물론 중증장애학생들은 1:1로 돌봐주는 활동보조인이 언제나 따라붙는다. 아틀재단에서 지적장애인들에게 지급되는 월급은 한 달에 200유로(30만 원)지만 기숙사에서부터 식사, 그리고 모든 케어시설이 무료로 제공되고 연금까지 지급되어 불편함이 없다.
※ 주미영 씨는 KBS 라디오1국 PD로 일하고 있으며, 현재 KBS 3라디오에서 <소설극장>과 <명사들의 책읽기>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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