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률 ‘제로(0)’ 공포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도내에서도 청약자가 단 한명도 없는 아파트 단지가 나왔다. 아파트의 프리미엄이 거의 사라지고 주택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청약 예정자들이 가점을 높이기 위해 통장 사용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기 때문 등으로 풀이된다.
9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과 1월 공개청약을 마감한 도내 아파트 단지 중 전주 하가택지지구 휴먼빌(331가구), 군산시 수송공원 삼성쉐르빌(654가구), 전주 효자동 뷰티빌(171가구) 등 3곳에 청약 접수자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도내에서 청약률 제로 아파트가 나온 것은 지난해 도내 주택공급률이 110%를 넘어서고, 미분양 물량이 적체돼 있지만 분양가 상한제를 피할 목적으로 무리하게 분양물량을 쏟아 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관련업계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또 아파트에 대한 투자가치가 떨어지면서 프리미엄도 형성되지 않고, 청약률을 높이기 위한 속칭 ‘떳다방’ 등도 자취를 감춰 주택시장의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가라앉은 것도 한 요인으로 꼽고 있다.
이와 함께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주택시장 활성화를 위한 양도세와 주택 취·등록세 감면 등에 대한 검토 작업이 이뤄지면서 아파트 구입에 따른 부담이 감소될 것이라는 소비자들의 심리도 적잖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
이로 인해 업체들의 ‘깜깜이’ 청약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깜깜이 청약은 수요자들이 순위 내 청약(청약통장 사용)을 꺼리는 점을 활용해 요란한 광고 대신 비공개 마케팅을 통해 모델하우스 개장과 동시에 선착순 계약을 받는 방식으로 통상 불황기에 자주 사용되는 아파트 판매 전략.
분양업체 관계자는 “소비심리 위축으로 청약이 안 될 것을 알고 있는데 지금 무리를 할 수 없는 상황이고, 청약률 저조 소문이 나면 다른 고객까지 영향을 줄 수 있어 앞으로 진행될 선착순 모집에 전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와 올 1월 전국에서 청약을 마무리 한 110여 단지 가운데 27%인 30곳 정도에서 청약자가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