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하게 다투면서 미워하게 되고, 끊임없이 경쟁하며 부딪친다. 어느 순간 미움이 걷히면서 오해였거나 잘못되었음을 깨닫게 되면서 세상을 다시 보며 생각하게 한다. 그러면서 곱게 보이고 신뢰도 쌓인다. 사랑이 싹트면서 더 단단한 내공을 쌓듯 더 확고한 미더움이 간다. 진심이 담긴 내면을 본 것이다. 헛된 행동이 아닌 참된 모습으로 재평가를 받은 셈이다. 싸우면서 정들고 다투면서 큰다는 말이 허투가 아님이 새삼스러워진다. 성게는 온몸이 날카로운 가시투성이다. 눈길을 돌리다가도 성게 맛을 본 사람은 외면하기 어렵다. 속살이 아주 보들보들하며 맛도 그만이다. 의외의 행운이기도 하다. 속살까지 가시가 있어 씹을 적마다 콕콕 지르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더 부드러운 식감이다. 밤송이와 밤은 겉과 속이 달라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반전이다. 수박만 해도 푸른 껍질 안에 빨갛게 익은 속이 달콤하면서 수분이 많고 시원하여 여름 과일로 인기가 으뜸이다. 그런데 껍질 하나를 사이에 놓고 제대로 속을 모른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한다. 그만큼 사람의 마음은 깊고도 깊어 섣불리 헤아릴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 번 보고 쉽게 단정을 짓는다. 선입감이나 외모만 보는 잘못된 편견일 수 있다. 서둘러 속단하다 잘못된 첫 단추에서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억세면서 거친 겉모습과는 달리 그 속은 나긋나긋함이 곁들여 있음을 간과한 것이다. 우락부락한 겉모습과 달리 의외로 수줍음을 많이 타고 자상하면서 따뜻한 사람도 있다. 우리의 눈은 생각보다 정확성이 많이 떨어진다. 생각보다 속속들이 보지를 못하고 잣대가 흔들리듯이 달라져 확신을 담보할 수 없다. 그래서 결정적 순간에 ‘~같더라’라는 식으로 얼버무려 증거능력 부족이라 한다. 긴가민가하면 자신감이 떨어진다. 단 한 번 일부분을 평가하며 모두 가늠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하는데 한계가 있다. 마음이 넓어져야 안정을 찾으면서 분위기도 부드러워질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