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내가 기도하는 것은, 여러분의 사랑이 지식과 온갖 이해로 더욱더 풍부해져, 무엇이 옳은지
분별할 줄 알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여러분이 순수하고 나무랄 데 없는 사람으로 그리스도의
날을 맞이하고" (9~10)
필리피서 1장 9절의 '기도하다'라는 뜻으로 사용된 '프로슈코마이'(proseuchomai)는 하느님을 향한
기도를 나타내는 동사이며, 여기서는 직설법 현재 시제로 쓰였다.
여기서 직설법 현재 시제가 지속과 반복의 의미로 쓰여 그 기도의 행위가 지속적이라는 사실을 나타낸다.
사도 바오로는 어쩌다 한 번이 아니라 항상 자신의 마음을 가득 채우고 있는 필리피 교인들을 위해
날마다 기도한 것이다.
그리고 9절부터 11절까지 사도 바오로가 필리피 교인들을 향한 사랑과 애정의 발로로서 바친 기도의
구체적인 내용이 나온다.
9절에 나오는 첫번째 기도 내용은 필리피 교회가사랑이 풍부해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 '사랑'은 '아가페'(agape) 사랑인데, 전적으로 하느님의 사랑을 말하며, 하느님께 의존된 사랑이고
하느님으로부터 기인된 사랑이다.
또한 이 사랑은 타인이 나에게 유익을 주지 않아도 사랑하는 무조건적인 사랑이며, 타인의 유익을
위해 헌신하는 이타적 사랑이다.
사도 바오로는 필리피 교인들에게 아가페 사랑이 더욱 풍성하여 그들이 그리스도의 사랑의 충만함에
이르도록 간구한다.
한편, '더욱더'로 번역된 '에티 말론 카이 말론'(eti mallon kai mallon;more and more)이란
부사구는 부정적이고 긍정적인 뉘앙스로 나누어 고찰할 수 있다.
먼저 부정적으로는 필리피 교인들이 아직 완전에 이르지 못하는 것을 암시한다(필리3,12~15).
즉 사도 바오로는 이 표현을 통해 필리피 교회가 사랑이 아직도 결여되어 있다는 것을 은연중에 밝히고
있다.
반면, 긍정적으로는 필리피 교인들이 지금 지니고 있는 아가페 사랑이 날이 갈수록 풍성해져서
그리스도의 성숙한 경지에까지 이르기를 바라는 마음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에페3,13참조).
그리고 '풍부해져'로 번역된 '페릿슈에'(perisseue; may abound)는 '페릿슈오'(perisseuo)의 가정법이다.
'페릿슈오'는 '풍부하다', '충분하다'라는 의미의 동사로서, 복음이 가져온 결과를 한마디로 특징짓는
말이다.
이것은 하느님께서 성령의 역사를 통해 이루시는 일인데, 하느님의 계시로 말미암아 지혜가
풍성해지고, 그리스도 안에서 은총과 사랑이 충만히 넘쳐나는 것을 말한다.
'지식과 온갖 이해로'
여기서 '지식'으로 번역된 '에피그노세이'(epignosei; knowledge)의 원형 '에피그노시
스'(epignosis)는 일반적인 보통의 지식을 말하는 '그노시스'(gnosis)에 '~위에', '~에 더하여',
또는 '철저한'이란 뜻이 있는 전치사 '에피'(epi)가 더해졌다.
이것은 종교적이고 도덕적인 것과 관련해서 '그노시스'(gnosis)보다 완전하고 진보된 깊은 지식을
말한다.
즉 이것은 하느님의 자기 계시를 통해 가능하게 된 하느님을 아는 지식을 말한다.
그리고 '이해'로 번역된 '아이스테세이'(aisthesei; insight)는 감각적으로 꿰뚫어 보는 통찰력과
분별력을 말하는 것으로서, '감각', '지각', '경험'을 모두 포함한 도덕적인 이해와 분별력을
말한다.
또한 '이해' 앞에 수식된 '온갖'으로 번역된 '파세'(pase; all)은 '이해'의 완전성을 말하기보다는
'이해'의 깊이를 말한다(히브5,14).
사도 바오로가 이렇게 사랑에 지식과 이해가 더하여지기를 기도한 것은 하느님께 대한 사랑과 열정에는
반드시 하느님의 의로움을 분별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분별'이란 바로 악에서 선한 것을 가려내는 능력이며, 선을 택하고 악을 배격하고,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구별하여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분별이 결핍된 사랑은 무분별한 헌신을 초래할 수 있으며, 또한 지식없는 열정은 오류에 빠지기 쉽다.
사도 바오로는 하느님께 대한 올바른 지식과 이해없이 '하느님의 의로움'을 저버리고 '자신들의
의로움'를 세우려 했던(로마10,2.3) 유대인들의 어리석음을 필리피 교인들이 답습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아가페' 사랑에 올바른 지식과 이해를 더불어 가지게 되기를 기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사랑에는 참된 지식과 올바른 분별력이 겸비되어야 한다.
'순수하고 나무랄 데 없는'
이것은 지식과 이해를 겸비한 사랑이 풍부할 때 오는 두번째 결과이다. 그것은 필리피 교인들이
온전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순수'로 번역된 '에일리크리네이스'(eilikrineis)는 '햇빛'이란 뜻의 명사 '헤일레'(heile)와 '판단하다'
라는 뜻의 동사 '크리노'(krino)의 합성어로서 '해가 비침으로 분명하게 드러나는 어떤 것의 확실함'을
의미하며, 이것이 '흠없는', '섞이지 않은', '투명한'이란 의미로 발전했다.
여기서도 '섞이지 않고 더렵혀지지 않은 순수한'이란 뜻으로 사용되어 '도덕적으로 순결한 것'을 말한다
(2베드3,1).
또한 '나무랄 데 없는'으로 번역된 '아프로스코포이'(aproskopoi)의 원형 '아프로스코포스'
(aproskopos)는 '넘어지게 하지 않는', '깨끗한', '불쾌감을 주지 않는', '범죄케 하지 않는'이라는
뜻인데, 길에서 어떤 애물에 걸려 '넘어져서 상처를 입지 않고' 그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하는 것에 대한
비유적 표현이다.
사도 바오로는 필리피 교인들이 더러운 세속에 물들지 않고 순수하게 자신을 지킬 뿐 아니라, 자신을
통해 다른 사람이 걸려 넘어지지 않도록 하는, 성숙한 신앙인이 되기를 위해 기도한 것이다.
사도 바오로는 필리피 교인들이 악한 것과 선한 것, 천한 것과 귀한 것을 구별하여 순결하고 흠없이
그리스도의 날까지 이르기를 바라고 있다.
마지막으로 '그리스도의 날'은 하느님께서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을 통하여 사람들의 은밀한 것을
심판하시는 날(로마2,16)이며, 여기서 쓰인 전치사 '에이스'(eis; into)는 순수하여 허물없는 상태가
그리스도의 날 이후까지 계속된다는 뉘앙스를 나타내고 있다.
<피앗사랑 rigel 글 참조>
첫댓글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