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세일이 한창인 지금, 패션 브랜드의 쇼룸은 이미 가을/겨울 시즌 의상들로 채워져 있다. 한 달 후면 당신이 매장에서 만나게 될 그 옷과 백, 구두를 패션 에디터가 먼저 만져보고, 입어보고, 신어보고서 그 감상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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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EL
퍼가 풍성하게 장식된 트위드 재킷과 퀼팅 소재의 백팩, 그리고 보송보송한 양털 소재의 에비에이터 스타일 모자까지. 새로운 컬렉션을 보는 것도 즐거웠지만, 가장 흥미로운 건 샤넬의 기발한 슈즈 컬렉션이었다. 강아지 두 마리처럼 보이기도 하는 앵클 부츠의 무성한 털을 헤쳐보면 마치 미술 작품처럼 정교하게 조각된 아름다운 굽이 숨어 있다.
JAIN SONG
숲이나 물가의 풀과 이끼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제인 송 컬렉션. 얼핏 클래식한 흔적이 보이는 베스트와 셔츠를 이리저리 커팅해 독특한 형태를 완성했는데, 쇼룸을 둘러보는 내내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디자이너의 상상력에 감탄했다. 미로처럼 생긴 베스트는 제대로 입는 방법을 터득하는 데까지 한참이 걸릴 정도였다.
BURBERRY PRORSUM
양털 가죽 소재의 점퍼와 에비에이터 스타일의 모자까지. 이번 시즌 크리스토퍼 베일리는 비행기 조종사에게서 영감을 듬뿍 받았나 보다. 입는 순간 온몸을 포근하게 감싸는 양털 점퍼와 특유의 밀리터리 스타일 코트는 한 손으로 들기 버거울 정도로 무겁지만, 이런 코트라면 어깨가 부서져도 좋다. 이미 버버리 프로섬의 매력에 홀딱 반한 나는 이 무게마저 사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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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VATORE FERRAGAMO
페라가모의 남성복 디렉터였던 마시밀리아노 지오르네티가 이번 시즌부터 여성복을 디자인했다더니 확실히 매니시한 느낌이 강해졌다. 1970년대 스타일에서 영감을 얻은 길고 가는 실루엣과 함께 시선을 사로잡은 또 한가지 요소는 그동안 페라가모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레오퍼드 패턴! 보송보송한 송치 소재에 레오퍼드 패턴을 입은 발레리나슈즈와 토트백, 그리고 패딩점퍼까지 있다. 가을/겨울 시즌에는 레오퍼드 패턴이 대세다.
TOD’S
토즈의 실용적이면서 세련된 감성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희소식을 전한다. 이번 시즌, 백과 슈즈뿐만 아니라레디 투웨어 컬렉션이 더욱 강화되었다는 사실! 지퍼로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는 후드가 달린 트렌치코트와 점퍼,스웨이드 소재의 코트 등이 훌륭한 의상 컬렉션 역시 토즈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데렉 램의 솜씨다.
PRADA
프라다의 가을/겨울 시즌 컬렉션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가슴을 강조한 프릴장식, 허리를 강조한 우아한 실루엣, 그리고 앞코가 뾰족하고 리본이 달린 스틸레토 펌프스. 가슴의 프릴장식은 레이스를 여러 겹 겹쳐서 섬세하게 표현했는데, 그 자체로 볼륨이 풍성해서 상상이상으로 글래머러스한 실루엣이 연출된다. 겸손한 가슴을 가진 여성들은 프라다에게 감사해야 할 일이다.
TORY BURCH
토리 버치의 청담동 매장 2층에 위치한 프라이빗한 쇼룸은 그녀의 아늑한 응접실처럼 꾸며 있다. 응접실의 한쪽 벽면에가지런히 놓인 롱부츠들. 가죽과 함께 고무와 펠트 등으로소재의 다양한 매치를 보여준 슈즈 컬렉션이 다소 투박한 느낌인 데 비해, 의상은 좀 더 감성적인 느낌이다. 서재에 걸려 있는 여성스러운 블라우스에는 바로 이런 매니시한부츠를 신어야 더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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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RDIN DE CHOUETTE
1990년대의 기억에서 가져온 힙합 스타일의 팬츠와 가죽 재킷, 소프트 밀리터리를 표현한 레이스의상과 슈즈가 마치 예술 작품처럼 놓여있는 디자이너 김재현의 아틀리에 겸 쇼룸.김재현이 아니면 누가 힙합 바지와 빅토리아풍의 레이스 블라우스, 군화처럼 생긴 슈즈를 매치할 거란 생각을 할까. 그녀의 대담한시도는 언제나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한다.
DIOR
디올의 아름다운 쇼룸에서 눈에 띈 건 다양하고 여성스러운 소재들인데, 여성스러운 소재의 대명사 격인 시폰과 레이스를 말하려는 게 아니다. 레이스처럼 보이도록 정교하게 구멍을 뚫은 두꺼운 가죽, 그리고 올 사이사이로 리본을 집어넣은 두꺼운 니트 소재 같은 ‘창조적인’ 소재 말이다. 이런 발상의 전환은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SONIA BY SONIA RYKIEL
미술 작품이 함께 전시된 소니아 바이 소니아 리키엘의 예술적인 쇼룸에서는 갤러리에 온 듯 천천히 컬렉션을 감상했다. 귀여운 프린트가 있는 톱과 줄무늬 장갑 등 특유의 니트 컬렉션뿐만 아니라 세련된밀리터리 룩까지 발견했다! 울 소재의 카키색 밀리터리 재킷과 눈꽃무늬 니트, 독특한 소재의 골드미니스커트 등 나이 어린 여자들의 지갑을 열게 할 만한 것들로 가득했다.
MIU MIU
커다란 창문으로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는 미우 미우의 쇼룸에는 메탈 소재의 꽃과 리본 모티프가 가득하다. 햇빛에 눈부시게 반짝이는 메탈 소재 꽃 장식과 포근한 울 소재의상의 대비는 화려한 느낌을주고, 리본이 장식된 톱과 슈즈는 좀 더 여성스러운 느낌이다. 그리고 참고로 슈즈 옆에 놓인턱받이처럼 생긴 장식은 목이 아니라 발목에 두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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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NY HATES JAZZ
요염하게 앉아 있는 마네킹과 무서운 재규어 인형과 귀여운 피규어가 있는 디자이너 최지형의 쇼룸에서 나바호 부족에게서 영감을 받은 컬렉션을 관찰했다. 옷과 액세서리 곳곳에프린트된 무늬는 나바호 전통 패턴인데, 이 모양을 응용해 클러치백과 슈즈의 장식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패턴이 돋보이면서 세련된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었던 건, 심플하고 정돈된 실루엣 덕분이다.
FRED PERRY
프레드 페리는 스포티하거나 캐주얼한 스타일을 멀리하는 이들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체크 패턴을 사용한 스니커즈와 심플한 레이스업 슈즈, 그리고 레이스업에 사용한 울소재는 차라리 클래식 스타일에 더 가까우니까. 프레드 페리의 시그너처 아이템인 피케 원피스의 가슴에는 플라스틱 소재의 귀여운 월계수 장식도 달려 있다. 소비자는 이런 작은 센스에 감동하는 법!
H&M
H&M의 쇼룸에서 평소에 별 관심 없던 니트 웨어에 온통 마음을 빼앗겼다. 풍성한 니트 소재의 풀오버와 판초 등은 동유럽이나 서아시아의 이국적인 느낌이 들어서 마음에 쏙 들었다. 그리고 쇼룸 곳곳에서 포착된 기린이나 말 모양, 레오퍼드패턴 등의 동물무늬 아이템도! 자칫 시간을 지체했다간 다 팔려버리기 십상이니, 부지런히 매장을 드나들어야겠다.
ERYN BRINIE
에린 브리니에의 소녀가 조금 달라졌다. 물론 꽃무늬 원피스와 프릴 블라우스, 리본 장식의 플랫슈즈를 볼 수 없다는 건 아니다.이런 여성스러운 아이템에 밀리터리풍의 점퍼나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카키와 블랙을 믹스 앤매치하는 것이 이번 가을/겨울 시즌에린 브리니에식 스타일링의 포인트! 개인적으로 마냥 여성스럽기만 한 스타일보다 이런 믹스 앤매치 스타일이 훨씬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