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시골
유옹 송창재
오늘은 글을 쓰기가 싫어 몇년전 시골에 살때 써 두었던 글을 찾았습니다.
지금 시골은
날로 푸름이 짙어가는 산하가 아침마다 다른 표정으로 우리에게 모닝키스를 보내죠.
하지만 자세히 바람을 맡아보면
예전의 목가적 풍경의 풀냄새 녹음냄새는 아니죠.
퀴퀴한 돈 냄새가 골골이 나거든요.
이들의 잘 못은 아니죠.
돈 잡으러 능력좋은 사람들이 들어와서 휘저어 놓기도 하여,
금방 쓰러지는 빈 집도 살 수가 없지요.
개발이라는 이름의 포크레인 바가지가 파헤치고 들이닥쳐서 모텔이나 무인텔을 지어 세계 평화를 갈망하는 수 많은
사랑에 목이 마른 연인들에게 지극히 사랑할 방을 지어주고,
멋진 전원주택을 지어 계곡에 삼겹살 냄새가 진동하니,
이런 것이 돈이라는 것을 맛본 자식들이 땅값 오르기를 바라며 늙은 내외나 독거노인들인 부모에게 못 팔게 하는 거지요.
결국은 저희들 것이니까.
들어 와서 살것도 아니면서 돈만 노리는거죠.
그래서 노인들은 막걸리 한잔 마실 돈이 없어 빈집에서 집만 지키고 살다가 변호사와 공인중개사만 한몫건지거든요.
유산때문에 돈지랄들 하거든요.
그래도 아직은 사람같은 분들도 더러는 계시지요.
이제 아카시아와 이팝나무의 흰꽃들이 천지를 이룰 것 입니다.
그러나 벌은 떠나고 있지요.
그 폐가의 소복여인도 밤에는 산으로 간답니다.
그리고 아카시아 꽃이 되지요.
오늘은 글이 쓰기 싫었는데
쓰다보니 또 한꼭지가 되었습니다
글쟁이는 어쩔수 없나 봅니다.
시골의 아침
유옹 송창재
밤낮으로 무섭게 몰아대던 4월의 비바람이 개고, 오늘 아침 일찍 밖에 나섰다.
어제 심은 상추모종이 은근히 걱정되고, 어차피 이미 바람에 날려 다 떨어진 목련이나 매실 꽃은 예쁘게 보기는 어려워졌고, 며칠 전부터 늦게 자리 잡기 시작한 울타리의 벚꽃들은 다행이도 아직 피지를 않아 냉해를 입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제법 꽃대를 뽑아 올려, 봉오리를 많이 맺은 수선화와 튤립이 걱정이었다.
이제야 철쭉과 천리향은 꽃잎이 만들어지니 걱정할 것이 하나도 없지만...
아니나 다를까 마당에 내려서는 순간 발에 밟히는 버석거리는 소리는 서리였다.
그렇게 비바람이 사나웠으니, 거기에다 서리까지... 설상가상이 이것이었다.
잔디밭이 버석버석하여 온통 얼음 알갱이이니, 이 날씨에 꽃들이 무난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들여다 본 튤립은 고개가 반절이나 숙였고, 저번에 옮겨 심은 원추리와 수선화는 잎이 얼어서 뻗뻗 했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가 어린 매발톱 꽃들이다.
여러 모양의 종류가 다른 매발톱 꽃들이 있는데, 이제 잎이 괭이풀 만큼이나 앙증맞게 올라오고 있었다.
오며 가며 들여다 보고 귀여워했는데 완전 서리에 묻혀서 겨우 모양만 내 보이고 있다.
얘들 정말 큰일 났구나!
그래도 다른 애들은 조금이라도 저항력이 있겠지만 이 녀석들은 너무 어린데~~~
어제 모종한 상추 모 역시 잎들이 뻗뻗하여 압화가 되기 직전이었다.
나가 둘러보고 돌아오는데 해가 나기 시작한다.
다행히 해가 서서히 올라와서 애들을 서서히 녹여주어야 애들이 냉해를 덜 입을 텐데..
돌아오는 저수지에서는, 햇빛에 물 아지랑이가 마치 실치 떼들처럼 모랑모랑 곰지락 거리며 피워 오르고 있었다.
이것이 자연이다.
4월의 어느 날에 갑자기 비바람이 몰아치고, 서리가 내리고, 눈이 내리고.
어떤 이들에게는 이런 눈 속에서 활짝 피어있는 꽃길을 걸으며 경험하기 어려운 색다른 맛과 멋을 느낄 수 있는 멋진 기회이기도 하지만, 저들의 새로운 생명을 기르고자 대지를 뚫고 있는 애들에게는 이런 고난이 너무 힘든 것이다.
이것이 자연의 섭리인 것이다.
이 작은 따스함에도 물 아지랑이를 피울 수 있는 힘이란 누가 만들어 낼 수 있는 힘이겠느냐!
자연은 이렇게 아름답고 모질며 삶과 죽음을 가름할 수 있는 힘인 것이다.
겸손해야한다.
모든 힘으로 애들이 전부 다시 일어나 왕성하게 피어났으면 좋겠다.
그것도 자연이다.
2021. 4.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