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며가며 몇 번째 들린 중앙성당근처 구제옷가게, 품 넓은 구제 잠바하나 맘에드는 거 있으면 살 요량으로
그동안 너 댓번째 들렸었다. 오늘은 늦은 저녁 8시쯤, 그 가게앞을 지나가다 불빛 사이로 가게주인 할망의 얼굴이
비쳐서 들어갔다. 품 넓은 가벼운 잠바 하나 있겠습니까? 주인할망은 실뜨게질을 하고 있다가 나를 맞는다. 객은
굳이 옷을 고를 맘이 없고 주인도 권하지 않는다. 가게안은 불꽃조차 보이지 않는 석유난로가 겨우 추위를 막아주고
도수가 낮은 전기불은 칠순 할망만큼이나 침침해 있다. 가게 안쪽 커튼사이로 언뜩 부엌살림이 보이길래 살림집도
여기 같이 있습니까? 아니수다, 9시면 문 닫고 노형동집으로 갑니다. 켜 놓은 텔레비젼을 보니 할망의 퇴근시간까
지는 한 시간 가량이 남았다. 나는 곧 나오려던 생각을 접고 허름한 응접의자에 할망과 이웃해 앉아 TV를 보며
할망과 친해지기로 하였다. 나도 임시거처로 돌아가봐야 별재미도 없었기에 후덕해보이는 할망과 시간이나 보내려
맘 억었다. 할망은 나에대해 묻고 나는 할망에 대해 물으며 한가한 시간을 지내는데
"그래 가족은 몇이나 되세요?"
"딸 하나 있수다. "
"에고, 겨우 딸 하나?" 그 연세(70)에 대개 서너댓은 자식이 있겠거니 하고 의례 물었는데 하나라는 말에 의외다싶다.
"그래 그 따님은 지금 뭘 합니까?"
할망이 머뭇거리다 웃으며 말하는데, 잘못들었나 귀를 의심하였다.
"국회의원입니다."
"네? 국회의원이요? 정말 국회의원이란 말이예요? 누구입니까?"
"이름을 대도 아실려나 모르겠습니다."
"아니, 그래도 이름을 대 보세요, 여자국회의원이면 흔치 않으니 이름이라도 들으면 알지도 모르잖아요."
"더불어민주당 장하나 국회의원이라구, 전국구 청년비례대표로 지나번에 국회의원되었답니다."
원, 세상에! 국회의원은 다 돈많은 사람들이 한다싶었는데, 이렇게 허름한 월세가게에서 장사를 하는 모친을 둔
국회의원이 있다니?...... 나는 속으로 놀랐지만 태연하게 계속 물었다.
"그래, 그 따님이 자랄때는 어땠습니까?"
"제가 서울에서 늦게 딸을 낳아서 키우기는 제주에서 혼자 딸을 키웠는데, 얘가 공부는 시키지 않아도 잘 하고, 늘
우가 두 개 모두 수를 받곤 했는데, 일등은 못하고 늘 이등만 하더라구요. 그래서, 니가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일등할 수
있을텐데, 더 노력좀 해보렴 했더니 엄마, 일등보다는 이등이 나아, 일등하면 떨어질일만 있잖아? 하더랍니다. 초등학교
때와 고등학교때 전교회장을 했고, 그 당시 좁은 방바닥에 업드려 커다란 종이에 회장이 되면 어떻게 하겠다고 공약을
쓰던 모습이 눈에 선하답니다. 하나는 공부도 잘했지만 시간만 나면 모슬포쪽에 장애의 몸으로 장애자를 돌보시는
원장님이 하시는 복지원으로 봉사를 하러 나간다고 그렇게 시키지 않아도 열심히 봉사를 나가더랍니다. 그래서
어느날 다른애들은 안그러는데 너는 그 멀리까지 버스타고 가서 꼭 봉사를 해야하느냐고 물었더니 엄마, 힘든사람을
도와야 세상이 좋아져요 하더랍니다. 고등학교를 나오고, 그때 할망은 식당일을 하고 있었는데 서울 연세대학교 수시
로 들어가서 사회과와 철학과를 복수로 다녔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IMF여파로 할망이 빚보증을 잘못서서 그나마 재산
을 다 날리게 되어 서울공부 뒷바라지, 방세도 못내게 되어 학교를 중단하고 하나가 제주에 내려와 같이 구제옷가게를
시작하게 되었고, 조금 돈이 모이자 하나가 대학공부를 마저 마치러 다시 서울로 가고 졸업하고 직장다니고 있는데,
제주도 모국회의원이 하도 내려오라고 해서 내려와서 도의원에 나갔다가 790표차로 떨어져서 집에 있다가, 어느날
하나가 "엄마 나 기도해주세요, 민주당에서 전국구비례 청년을 뽑는데 응시했어요," 하더랍니다. 몇백명 지원한데서
겨우 두 명 뽑는데 뽑혀가지고 국회의원이 되었답니다."
여기까지 할망의 이야기를 듣고 할망을 자세히 보니, 할망의 얼굴에서 남다른 신념과 의지의 관상이 읽혀졌다.
"우리 하나가 이번에는 노원구에서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 후보로 나온다고 아직 공천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후보등록을 하고 뛴답니다. 이 에미는 이젠 늙기도 하고 너무 멀어서 운동해주러 가지도 못하고 여기서 이렇
게 기도만하고 있습니다." 하면서 할망은 당신의 스마트폰에서 무언가를 내게 보여주신다. 작년에 장하나 국회의원은
대선불복이 아닌, 부정선거에 대해 박근혜대통령의 해명과 재선거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했고, 이어서 손석희아나운서
가 초대하여 단독인터뷰를 하는 장면이 뉴스에 나온 것이었다. 나도 뉴스에서 젊은 여자국회의원이 홀로 나서 감히
박근혜대선에 대해 불법선거 주장하며 재선거운운하는 기자회견 하는 장면을 본 것이 기억났다.
할망은 장하나가 국회에서 청년에 대한 법안도 몇개 통과시키느라 무지 애를 썼는데 그러느라 돈도 하나 못모았다고
자랑반 걱정반 하였다.
장하나 국회의원 어머니는 나와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무의식적으로 뜨개질을 계속하셨다.
"털실로 누구것을 짜시나요?" "아니요, 모자를 떠서 팔기도 합니다." 그러고보니 가게엔 털실로 짠 모자가 몇 개 보인다.
"하나가 돈도 없는 사진작가에게 시집을 가서 애을 낳았는데, 엊그제가 돌잔치여서 서울 다녀왔지요."
"아니 국회의원이면 돈많고 똑똑한 남자도 만날 수 있을텐데, 왜요?"
"그러게말입니다. 지가 좋다니까 반대도 못하고 그러라했지요, 그런데 우리사위가 착하고 무지 반듯합니다."
나는 할망과 함께 환하게 웃었다.
"잘 될겁니다. 대한민국은 살아있어요. 힘내세요! 저도 응원할께요!"
"고맙습니다. 자주 놀러오세요."
할망은 가게문을 닫을 준비를 하고 나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잔뜩, 눈먹은 제주의 밤하늘에선 눈 발이 날리듯 말듯 나는 털모자를 더 눌러쓰고 관덕정앞 횡단보도를 건너
거처로 돌아왔다. 왠지, 오늘의 이 만남을 기록해두고 싶고 누군가에게 알리고 싶다고 느껴졌다.
딸 하나를 낳아 홀로 키운 엄마의 강인한 힘과 꿋꿋하게 잘 자란 한 여자아이의 현명하고 똑똑한 의지력이
돋보이는 이 이야기를 흘려버리기에는 너무 아깝고 흔치않은 훌륭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할망과 장하나국회의원과 대한민국의 행운을 빈다.
첫댓글 일단 개눌은 아니라서 좀 덜하긴하지만...
이건 뭐죠? 무슨 의도죠?
네, 저도 의외의 만남을 갖게되어 제가 체험한것을 글로써서 널리 알리고싶었습니다.
왜냐하면 , 우리사회에 진실한 사람들의 노력이 알려져야 세상이 밝아질테니까요.
본인이 직접 적으신거라면 인정, 아니면 출처 정도는 나와야 할 것 같습니다.
네, 저는 이곳카페 정회원 빙그레입니다. 제가 직접 경험한 것을 널리 알리고싶어 카페에 올린 글입니다.
출처는 바로 본인이며 저의 블로그와 다른 친밀한 카페에도 제가 직접 게재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이야기를 널리 알리고싶어서지요,
@빙그레(경북) 네 ^^
@즈나(부산) 고맙습니다. 진실한 노력이 인정받고 현명한 사람들이 우리사회에 많아져야 합니다. 감사드립니다.
잘 읽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올리신 시기랄까요....
내용은 참 좋은데....총선을 코앞에 둔 시점이라
좋은 내용도 오해받기 쉽네요...
고맙습니다.
금수저들은 서민을 위한 정치 절대 못해요.
왜냐면 서민들의 처지를 이해를 못하니까요.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장하나가 누구야 ??
나도 아직 못만나봐서 모르지요만.....
장하나의원 잘 기억해야겠어요
서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지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잘 봤습니다.
고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
고맙습니다.
팟빵에서 아마 몇번 인터뷰하는걸 들었습니다.
일단 이분은 과거의 하시는일들로 검증을 해 볼때 현인 입니다
일단 빨간당은 아니라는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글에서 순수한 마음만을 읽어주시고 지나친
염려는 내려놓으세요
잘읽었습니다
혼탁한세상 작은 빛들이 꺼지지 않길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있는 그대로 쓴 글이니 읽고 마세요
장하나의원. 기억하겠습니다.
잘되면 좋겠네요.
읽어주셔서 대단히 고맙습니다.
@빙그레(경북) 빙그래님 글솜씨가 좋아서
재밌게 읽었습니다. ㅎㅎ
와... 퍼온 글 인줄 알았네요. 정말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지역이 경북이시네요!!!!
반갑습니다. 제가 직접 체험한 일을 글로 써로 직접 올렸지요.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뉴질랜드세요?
@빙그레(경북) 네... 이제 선거권을 잃어버려 더이상 투표할순 없지만... 꼭 한표 보태고 싶은 맘이 드네요
저 장하나 국회의원 너무 좋아하는데.. ^^..
ㅎ 저는 장하나의원을 사전에 잘 알고있지를 못했으나 이번에 그 어머니를 통해
간접 지인이 된셈입니다. 감사드립니다.
이런 분들이 국가를 이끌어야 합니다..^^
허수아비님,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