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하늘 233회 낭송회에는 형상시 5인을 초대하였습니다.
최근 각자의 시집을 출간하고 활발한 문학활동을 하고 계시는 형상시 5인심수자, 홍준표, 박용연,은종일,권분자 시인과 함께 할 이 날 낭송회에는
이들의 시창작 수업을 함께 해 주신 박윤배 시인과의 대담 시간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형상시 5인과 박윤배 시인과 만날 이 날이 벌써 기다려 지네요.
많이 와 주세요.
날짜/ 2017년 10월 20일 금요일 저녁7시 건들바위라이브레스토랑
심수자 시집/구름의 서체
변명
울먹거리며 다가온 무당벌레가
산길 더듬다 목에 걸린 적막을
내 목구멍 속에서 당겨 낸다
몸에서 나온 흔들리지 않는 길이
수천의 풀잎들을 흔들어댄다
침묵 깊어질수록 생겨나는 가슴 속 빈칸
꽃말로도 채울 수 없는 공허함은
농도 짙은 점액질로 무늬를 찍는다
나로부터 슬픔을 감지해낸
무당벌레 동그라미 저 몸통이
허공의 흰 뭉게구름 사이로 사라진다
알고 보면 내 몸속 무당벌레를
다 꺼내지 않았기 때문에
내 옆구리에 자라는 통증
일주문을 향해 내려오는 독경소리에
몸의 무늬 낙엽 속에 감추니
너도 나도 적막에 들 시간이다
바람 내려앉은 줄 위에서 무당벌레
한 번은 비틀거리고 사라진다
나리 플라워
비닐하우스에서 자란 꽃송이들이
버스정류소 앞 나리꽃집에 모여 있다
누군가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
누군가의 이별을 위로하기 위해
자궁 안쪽을 힘껏 오므린 꽃들
어디론가 떠나기 위한
유리 안에 모여 환승구역 내다보고 있다
싱글벙글 앞줄의 꽃들은
분명 축하화환으로 세워지려 하고
이미 근조화한으로 세워질 것을 아는 흰 꽃들은
뒤쪽에서 기도하듯 다소곳하다
만남과 떠남이 교차하는 순간에도
버스 기다리는 사람들 눈길은
슬쩍슬쩍 가게 안, 꽃들을 엿본다
홍준표 시집/구조적 못질
구조적 못질
부푼 쟁반이 받쳐 든 치킨에
벌레가 바글거린다
아비규환 물정 모르는 순진한 꼬꼬댁이
가진 돈 몇 푼 다 말아먹고 비워 준 가게
팔목 떨어진 마네킹이 지키는 가게
때 묻은 앞치마가 저 혼자 펄럭이는 가게
양품점이 들면 양품전이 나가고
바게트가 들면 바게트가 나가고
치킨이 들면 치킨이 나가고
덴 가슴과 생가슴을 드러낸 인부들이
다시 인테리어를 시작하는 가게
하루 일당 어치만큼 구조는 바뀌어 있고
못질하는 문과 문의 거리에서
끊임없이 부화하는 구더기 파리로 날아오르는 가게
어쩌면 내부수리보다 외부수리가 시급한 가게
달빛 착지
은빛 고양이 훌쩍
미끄러운 지붕 위로 올라간다
살짝 유연함을 점검했으니
이내 내려올 준비를 하겠지
튀는 것들이 마감하는 자리는
대개 아래를 보지 못하는 고소공포의 현장
꼿꼿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수염 듬성한 고양이는 알고 있다
높은 곳에서는 꼬리를 치켜세우지 않는다
먹을 것들은 매일 바닥에 뒹굴고 있기에
달빛지붕 틈새에서 쥐를 맞닥뜨려도
날름 잡아먹지 않는다
반가워 엎드리다가, 쥐락펴락 어르다가
효과적인 착지, 그 다음의 동작이
늘 궁금하다
어디, 둥근 물결이나 잡아챌 수 있는지
더 잽싸게 튀어봐
평평한 곳에서 달을 따고 싶다고?
슬프거나 그리울 때
보기만 하는 정서를 갖고 싶단 말이지
풀쩍 고양이가 내려온다
입 안 가득 쓴맛만 다시고
박용연 시집/풍금
어머니의 성경 책
새벽기도 멎은
어머니의 성경책들
빈방 구석으로 몰려났다
한때 성경 몇 구절에 시비를 걸었던
강퍅한 내 성질에
포개 놓은 책들은 자신의 운명이
내 손에 달렸다는 걸 알고 있다
몇 개의 흐릿한 어머니 지문 앞에
온순한 물기 머금고 있는 저 책들
내다 버릴까 그냥 둘까
고심하고 있는 내 귀에
나지막한 벌레의 날개 비비는 소리가
새벽 문 밀고 나가는 어머니의
발자국 소리로 들리고 있었다
등 구부려야 빠져나갈 수 있는
동굴의 입구처럼
카타콤에서 죽은 내 귀에
문 여는 발자국
어린것들의 허물을 보지 마시고
내 허물로 여겨 달라는
낯익은 기도 소리였다
언제나 꽃 팔고 있으니 꽃을 닮아간다는
주인여자의 말을 기억하고 있는 내게
버스정류장은
버스 기다리는 사람들을 팔고 있다는
잠시의 착각을 꽃에게 보탠다
대량 입하된 꽃들이 내뿜는 향기는
군집을 이루다가
축하꽃다발로 뽑혀지거나
회한의 배경이 되기도 하는 나리플라워
어느 순간 꽃을 닮아가는 우리도
도착할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암울이라는 골목의 그늘
인적 끊긴 늦여름 오후 골목
어린 내가 적막에 갇혀 있다
도망치듯 넘어온 담쟁이 잎들이
병 조각 꽂힌 담 위에서 번들거린다
이곳은 오래전 시간이 멈춘 듯
지붕은 나름 무게 있는 것들에 눌려 있고
사물은 액자 속 그림처럼 멈춰 있다
어디선가 재래식의 암모니아 냄새가
이끼의 포자로 번져
검은 비누 같은 유년의 기억들을
부글거리게 한다
낡은 슬레이트 집 방안
둥글게 모여 앉은 낯익은 얼굴들
하나둘 떠올랐다 사라진다
다시는 이 길을 걸어볼 수 없는 골목 안 사람들
그들 삶의 흔적 남아 있는 이 길에서
내 마음이 왜 이리 무거울까
옥상에서 자란 작은 가지의 석류가 고개를 떨군다
오후의 그늘에 휘어진 내 그림자
언제쯤 말끔히 닦여질까
손톱 같은 낮달 떠오른 골목길은
길지 않아도
그 길의 끝은 어느새 노을이다
은종일 시집/사소한 자각
무정란 편지
그녀가 내민 군 입대선물
책 한 권 읽으라고
눈물얼룩 포장을 벗겼더니
일주일에 한 통으로 계산된 150매 우표뭉치
그녀에게 붙여 보낸 것은 딱 한 장
나머지는 쥐가 물고 가버렸다
약속의 무게는 점점 줄어만 갔고
들쥐가 나눠 붙였을 그만큼의 편지들이
군부대 앞산 비탈에
사철 꽃을 피웠다
첫사랑은 무정란 같다는 말
오늘 나는 꽃핀 풍경 사진 한 장을
기다림에 눈 깊어진 그녀에게
보낸다
아직도 오랑캐꽃
물 찬 제비 꽁지깃
꽃잎 날개로 일어섰다
방천 둑 아래 오줌 누던
건넛집 순희 벌떡 일어서며
미처 끄집어 올리지 못한 민망의 안쪽이
보랏빛으로 촉촉할 때
내 헛기침 소리는
달려든 순희에게 뭇매를 맞았다
오랑캐새끼, 오랑캐새끼
꼬집히고 꼬집혀 퍼렇던 그날의 팔뚝에
누가
또
쳐들어온다
권분자 시집/수다의 정석
나팔꽃 창틀
산비알로 누워 잠드는 어머니에게
불러줄 노래가 마땅치 않아
들쥐 들락거린 구멍에 하품을 하다가
물씬한 불여귀不如歸 물똥 냄새에
눈물이 찔끔 났다
틀니 없는 입안에서 오물거리는 물안개
입술 주름마저 깊어진 어머니는
잠속에서도 노간주나무 공중을 흔든다
모퉁이 나팔꽃은 온몸 꼬아대며
저음의 휘파람 받아 삼키는 산비탈
어머니가 내게 가르쳐준 나팔 소리가
혼곤한 딸들의 졸음을
꽃도장 입술로 흔들어 깨우는구나
오늘이 가고 내일이 들어설 이 자리엔
어머니가 없을 걱정은
느릿하게 다가오던 기차를
갑자기 눈앞에서 빨라지게 하는지
허공에 걸린 문들
치매에 다친 옆집 할머니가
어렵고 힘든 낯선 번호
비밀번호로 무장한 우리 집 출입문을
스르르 열어버렸다
쩡쩡한 겨울은 결코 낭떠러지가 아니다
허공이거나 절벽의 입구에
어떤 견고한 장치를 마련해 둔다고 해도
그리움이 깊으면 열릴 수 있다는 것
그날 이후 문은 그냥 바람막이라는
가설은 세워졌다
파삭한 마른 잎 같던 어머니를 보겠다고
치매의 옆집 할머니가
바람처럼 구르면서 뭐라고 암호를 남겨놓았다는데
어머니와 나는 아직 그걸 읽지 못한다
부서진 문짝과 망가진 시건장치들
수북하게 모아둔
치매 할머니의 집 206호는
문이 어떤 추락도 가로막지 못한다는
가설입증의 생생한 현장이다
난 열린 창문을 성급하게 닫는다
바람이 흔드는 커튼자락이 그러했듯
문틈에 낀 어린 나팔꽃은
수 없는 세탁에 나들해진 명주 속옷
나지막이 찢기는 비명이다
출처: 시하늘 원문보기 글쓴이: 여름안개/곽도경
첫댓글 회장님과 함께 시하늘 5인 시낭송회에 초대되신 회원님 축하드립니다.아울러 지도 선생님도 축하드립니다.낭송회 날은 가을시 향기로, 가을 운치로 행사장이 가득 메워지겠습니다 ~~
축하드립니다..형상시 파급력을 해외에서도 전합니다...정말....이 무대 까지 서게되다니....소식만 들어도 눈물이 글썽입니다..한 분..한분..모두 축하드립니다...부레옥잠 가시연끛이 그러하거늘..바람에 조금씩 떠 밀리며어린 물고기에 그늘 만들어 준다 하더니..축하드립니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모두 박윤배 선생님께서 이끌어주신 덕분이라 생각됩니다.바쁘시겠지만 형상시 회원들께서 모두 함께 해주신다면 큰 힘이될것입니다.^^
와우~대박입니다.축하드립니다
좋은날 좋은시간 되기길 ㅎ
첫댓글 회장님과 함께 시하늘 5인 시낭송회에 초대되신 회원님 축하드립니다.
아울러 지도 선생님도 축하드립니다.
낭송회 날은 가을시 향기로, 가을 운치로 행사장이 가득 메워지겠습니다 ~~
축하드립니다..
형상시 파급력을 해외에서도 전합니다...
정말....이 무대 까지 서게되다니....
소식만 들어도 눈물이 글썽입니다..
한 분..한분..모두 축하드립니다...
부레옥잠 가시연끛이 그러하거늘..
바람에 조금씩 떠 밀리며
어린 물고기에 그늘 만들어 준다 하더니..축하드립니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모두 박윤배 선생님께서 이끌어주신 덕분이라 생각됩니다.
바쁘시겠지만 형상시 회원들께서 모두 함께 해주신다면 큰 힘이될것입니다.^^
와우~
대박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좋은날 좋은시간 되기길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