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돈
채털리 부인의 연인 (하)권에 대해서 이야기해줄게.
(하)권의 줄거리만 이야기하면 금방 끝날 것 같아.
그렇게 많은 이야기가 펼쳐지지는 않았거든.
하지만, (상)권에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이 소설은 단순이 사랑 이야기가 전부가 아니라고 했잖아.
영국이 산업 사회로 급격히 변해가면서 일어나는 사회 문제에 대해서도
지은이는 비난의 수위가 높았어.
그런 생각이 문득 들더구나.
영국 상류사회로 대표하고 있는 주인공 클리퍼드가
하반신 불구가 된 것이 혹시,
영국의 정통이 무너지는 것에 대해 빗댄 것은 아닌지 말이야.
영국의 상류사회도 생산수단을 가지고 있는 자본가에 불과하고
그들도 돈이 없다면 그들을 따르는 이들도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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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9)
코니는 귀 기울여 들으면서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나도 뭔가를 주고 싶어요.” 그녀가 말했다. “그러나 내게는 그것이 허용이 안 돼요. 지금은 모든 것을 돈으로
사고팔아요. 당신이 말한 그 모든 것 또한, 랙비와 시플리가
사람들에게 상당한 이익을 남기고 팔고 있는 거지요. 모든 것은 돈을 주고 사야 해요. 당신은 심장 박동 한 번만큼도 진정한 공감을 나눠 주지 않아요. 그리고
게다가 누가 그들에게서 자연스러운 삶과 인간다움을 빼앗아 저리고 이 끔찍한 산업의 현실을 준 거죠? 누가
그런 짓을 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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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3)
“당신 같은 사람이 지배한다고요?” 그녀가 말했다. “당신은 지배하지 않아요. 우쭐대지 마요. 당신은 그저 당신이 받을 몫보다 더 많은 돈을 가졌을 뿐이고, 주급 2파운드를 주면서 당신을 위해 일하게 만들고 그렇지 않으면 굶어 죽을 거라고 사람들을 협박하는 거죠. 지배한다고요! 그 지배로 당신은 무엇을 해주고 있나요? 아니, 당신은 메말랐어요! 당신은
유대인이나 악덕업자처럼 당신 돈을 가지고 횡포를 부릴 뿐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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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5-446)
여러분 자신의 모습을 보십시오! 돈만을 위해 일하고 잇는 자신들의
모습을! 여러분 자신들의 소리를 들어 보십시오! 돈만을 위해
일하고 있는 자신들의 소리를. 여러분은 돈을 위해 일해 왔습니다! 테버셜을
보십시오! 그것은 흉측합니다. 바로 여러분이 돈을 위해 일하는
동안 지어졌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여자를 보십시오! 그들은
여러분에게 관심이 없습니다. 그들 자신에게도 관심이 없습니다. 그것은
바로 여러분이 돈을 위해 일하고 돈에만 신경을 쓰면서 시간을 보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이야기도 나누지
못하고 돌아다니지도 못하고 살지도 못하며 여자와 잘 지내지도 못합니다. 여러분은 살아 있지 않습니다. 여러분 자신을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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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7)
“인간 세상이 파멸할 운명이고, 그 자체의 비열한 야만성에 의해
스스로 파멸할 운명이 되었다고 느꼈을 때, 그럴 때면 식민지들도 안전하게 도망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멀리 떨어져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소. 달조차 충분히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을 거요. 그곳에서도 뒤를 돌아보면 온갖 별들 가운데 지저분하고 짐승 같고 고약한 냄새가 나는 지구가 보일 테니까 말이오. 인간들에 의해 더렵혀진 지구가 말이오. 그러면 난 쓸개를 삼켜서
그것이 내 속을 갉아먹고 있으며 안전하게 도망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멀리 떨어진 곳이 어디에도 없는 것 같은 기분이 드오. 그러나 기분이 바뀌면 난 그 모든 것을 잊어버리오. 지난 백 년
동안 인간들에게 일어난 일들은 정말 수치스럽기 짝이 없소. 남자들은 오로지 일벌레로 바뀌었고, 남자다움과 진짜 삶을 모두 빼앗겨 버렸소. 난 지상에서 다시 기계들을
다 쓸어내 버리고 산업 시대를 완전히 끝내고 싶소. 끔찍한 실수를 끝내는 것처럼 말이오. 그러나 그렇게 할 수가 없고 어느 누구도 그렇게 할 수 없기 때문에 난 나만의 평화를 유지하면서 나 자신의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게 나을 것 같소. 내가 살아야 할 삶이 있다면 말이오. 그게 있을지 의심스럽긴 하지만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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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4)
그러나 물론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이유는 당신과 내가 함께 살기 위한 것이오. 사실 난 무섭소. 악마가 허공에 도사리고 있는 게 느껴지고, 그 악마가 우리를 덮치려고
할 거요. 정확히 말하면 그것은 악마라기보다 맘몬(부와 탐욕의
신)이오. 난 그것이 결국 사람들의 집단 의지, 즉 돈을 원하고 삶을 증오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오. 어쨌든, 커다랗고 하얀 두 손이 허공에서 사방을 더듬으며 살려고 애쓰는 사람을, 돈을
초월해서 살려고 애쓰는 사람의 목을 비틀어서 목숨을 끊어 놓으려고 하는 것이 느껴진다오. 어려운 시간이
다가오고 있소. 힘든 시간이 다가오고 있소. 아, 정말로 고난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소! 세상이 지금처럼 계속 돌아간다면
미래에는 이 산업 대중에게 죽음과 파괴만 있을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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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들을
읽어보면
지은이의
놀라운 통찰력을 알 수 있단다.
세상이
지금처럼 계속 돌아간다면
미래에는
이 산업 대중에게 죽음과 파괴만 있을 거라고 하잖아.
그가 이야기하는
미래에 지금 우리가 살고 있어.
아직 죽음과
파괴만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좀 더
미래에는 어떨까.
산업 사회의
끝은 좀더 진보된 다른 사회가 올 수 있을까.
아니면
세상의 종말이 올까.
산업 사회로
인해 뜨거워진 지구를 생각해보면
왠지 지은이
데이비드 허버트 로런스의 말이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1. 사랑
그럼, 짧게 줄거리도 이야기해줄게.
(상)권의 후반부에서 코니와 클리퍼드 사이는 점점 안 좋아졌잖아.
그들의
관계는 점점 극에 달하였단다.
클리퍼드는
지배계급이 가지고 있는 오만과 고집이 점점 심해졌고,
코니는
그에게 점점 혐오감을 갖게 되었어.
코니와
멜러스의 사랑은 점점 깊어지고 코니는 더 과감해졌단다.
코니는
밤에 몰래 나와 멜러스의 집에서 머물다가 새벽에 돌아오기도 했어.
멜러스와
있을 때 나누는 대화는
클리퍼드와
나누는 고리타분한 이야기와는 달랐어.
사랑하는
사람과 나누는 밀어들이고, 사람들 사는 이야기였어.
그런 이야기들을
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랐지.
코니의
과감한 사랑은 읽는 이로 하여금
다른 사람한테
들키면 어쩌나 조바심을 내게 할 정도였단다.
…
(상)권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코니는
아버지와 언니와 함께 이탈리아 여행을 가기로 했잖아.
이탈리아
여행을 가기 위한 준비를 위해 언니 힐다를 만났어.
코니보다
더 자유분한 성격의 소유자였던 힐다도
결혼이라는
굴레는 참지 못하고 이혼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어.
코니는
언니에게 멜러스와 관계를 이야기했어.
언니에게
이야기하고 자신이 멜러스와 함께 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기 위함이었지.
그리고
자신을 응원해주는 사람도 필요했고 말이야.
그러나
언니도 멜러스의 낮은 계급을 탓하면서
코니에게
헤어지라고 이야기했어.
그렇게
자유분방했던 힐다도 계급사회의 굴레를 두르고 다녔던 것이야.
코니의
계획은 이랬거든..
이탈리아를
다녀온 후 이혼하고 멜러스와 함께 국외를 떠나는 것이었어.
…
2. 해피엔딩
그리고
드디어 이탈리아 여행을 떠났단다.
여행을
하면서도 여행이 끝난 후의 계획을 세웠어.
아참, 코니는 임신을 했어.
클리퍼드가
전에 이야기하길,
자신은
아이를 가질 수 없으니까 코니가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해도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 아닌 순간적인 사랑의 결과라면
자신의
아이로 받아들인다고 했잖아.
정신적인
삶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말이야.
그런데
과연 사냥터지기의 아이라고 해도 받아들일까?
그래서
코니는 자기의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에게
코니 뱃속의
아이의 아버지인 척 해달라고 했고,
그 친구도
작은 대가를 받고 그렇게 하겠다고 했어.
…
이탈리아에서의
여행은 여행 그 자체보다
여행 후의
일들이 코니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어.
그리고
랙비로부터 오는 남편 클리퍼드의 편지를 통해 소식을 전해 들었는데,
한동안
사라졌던 멜러스의 아내의 등장으로 시끄러웠다고 했어.
멜러스는
이혼하려고 했으나 아내는 그것을 들여주지 않으려고 했고,
멜러스가
여자들을 집에 끌여들였다면서 동네방네 떠들고 다녔대.
그리고
그 여자가 코니라고 소문을 내기도 했대.
물론 클리퍼드는
이 소문을 믿지 않았고, 멜러스의 아내를 나쁜 여자로 생각했다고 했어.
이런 추문으로
인해 멜러스는 해고당하고, 랙비를 떠나게 되었어.
그리고
멜러스는 이탈리아로 가서 코니와 만나게 되고,
남은 여행을
함께 하게 된단다.
코니는
클리퍼드와 단판을 짓기 위해 랙비로 돌아오고,
멜러스는
새로운 농장에 취직하여 일하게 되었어.
코니는
클리퍼드에 이혼을 요구하게 되고, 클리퍼드는 거부하게 되자,
그들은
다투게 되고, 코니는 솔직히 다 이야기했단다.
멜러스와
사랑하게 되었고, 아이도 가졌다고 말이야.
클리퍼드는
충격을 받았지..
코니는
랙비를 떠났어. 언니 힐다에게 갔단다.
그리고
마지막은 멜러스가 보낸 긴 사랑 편지로 소설은 끝이 났단다.
..
옛날 동화처럼
“그들은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해피엔딩은 아니었지만,
마담 보바리와
같은 비극적인 결말은 아니었어.
책을 다
읽은 이들은 코니와 멜러스가 곧 만날 것이라 생각할 거야.
현실은
현실..
그들도
살다 보면 티격태격 싸울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들은 정신적인 사랑뿐만 아니라 육체적인 사랑도 함께 할 수 있을 거야.
조화로운
삶 말이야.
…
그런데, 있잖니.
문득 클리퍼드와
같은 입장의 사람이 이 소설을 읽으면 어떤 느낌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어쩌면
클리퍼드 자신도 육체적인 사랑을 원하고 있을지도 몰라.
자신의
육체적 불구를 일부러 부정하면서
정신적인
삶이 전부라고 생각하면서 위안을 삼고 있던 것은 아니었을까.
코니가
떠나고 난 집에 홀로 남아 그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 또한
국가의 부름으로 전쟁에 참여했다가 불구가 된 희생자인데 말이야.
그를 너무
부정적으로 보면 안되겠다 싶더구나.
그 또한
불쌍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
자,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 코니는 점심 식사 후에 곧장 숲으로 갔다.
.
책의 끝 문장 : 약간 늘어져 있지만 희망에 찬 마음으로 말이오
책제목 : 채털리 부인의 연인 – 하
지은이 : 데이비드 허버트 로런스
옮긴이 : 이미선
펴낸곳 : 열린책들
페이지 : 338 page
펴낸날 : 2014년 08월 25일
책정가 : 11,800 원
읽은날 : 2018.10.24~2018.10.10.26
글쓴날 : 2018.11.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