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장할 정도로 화려한 봄날에
태우 부부네 농장입구에는 노란 개나리가 만발해 있다
몸짱 얼짱인 태우각시
급 수습에 나선 총무님 상률씨와 태우 각시가 장을 봐서 상을 차리다
쇠주 일비에.
쇠주 댓비에
인석이 얼굴이 붉어오기 시작한다
만희씨는 두어잔 술에 행복을 마니마니 느끼면서 한말씀...
4월5일 일요일이다.
길일(吉日)이다.오늘은 청명과 한식이 겹치는 날이다 일년중 만물의 생명력이 가장
왕성한 절기이고 이때부터 날이 풀리기 시작해 화창해진다고 하여 농사의 준비와
함께 조상의 묘소도 둘러보고 식목도 하고 무너진 흙은 다시 돋우고 잔디도 씌우기도
하는 의미있는 날이기도 하지만 나는 오늘 미리계획된 고등학교 동기들과의 봄산행에
나의 더듬이를 곤두세워놓고 있었다. 그동안 늘 '힘들다, 바쁘다'라는 이유같지않은
이유로 동기들과의 만남이 조금 멀어지고 소원해지기 까지 하였다. 좋은친구를 많이
갖고 가는것이 노후의 삶이 행복하다고 하니 오늘의 봄산행은 그동안 소원해져있던
우정의 관계 복원을 위해 치밀하게 계산된 나의 행복한 노후를 위한 휴(休)테크 이기도하다.
시세(時勢)를 떠나 친구를 위하는 두터운 우정에 관한 고사 '관포지교(管鮑之交)'에서는
'나를 낳아준 이는 부모님 이지만 마지막에 나를 알아 주는 이는 친구다' 라고 하였다.
결코 우정을 소홀히 해서는 절대 안된다는 이야기가 아니겠는가?
남은 시절에 좋은친구가 있다는 것은 삶의 낙이라고 하니 이제라도 열심으로 친구와의
우정을 위하는 일이라면 열일 마다하고 우선순위로 달려갈 것을 다짐도 해본다.
포항근교인 죽장면에 위치한 봉화봉으로 산행이라 아침시간이 많이 느긋해진다.
약속시간 9시까지는 아직 2시간 이상을 빈둥빈둥 하면서 여유를 부려야 할 시간이다.
창문너머로 불어오는 아침의 봄바람은 이마를 차갑게 훔치면서 마음을 선듯하게
하더니만 이내 코끝에 와서 걸리는 냄새에서는 봄처녀의 상큼함이 묻어나면서 얄궂은
세상살이의 쓴맛으로 딱딱하게 덧씌워진 나의 감성벽을 허물어 놓고 만다.
먼지 쌓인 오디오에서 귀에 익은 C.D 한장을 골라내어 볼륨을 올리고는 눈을 지그시
감아 보면서 영화속 '러브스토리'의 주인공이 되어 꽃밭에 앉아 꽃잎속에서 애절하게 묻어
나오는 풋사랑의 추억속으로 깊숙히 빠져든다.'꽃밭에 앉아 꽃잎을 보니 ~~~~'
노래까지 따라 흥얼거리면서 가슴은 봄바람으로 부풀어 올라 터질듯 아슬아슬 해진다.
항상 노심초사 전전긍긍 하면서 힘없고 못난 아빠,그리고 버림받은 남편으로 살아가야 했던
'김형택'이라는 이름은 '구름나그네'가 되어 아름다운 봄의풍경을 그리기 시작한다.
넓은들과 높은산이 배경이되어 꽃이되고 새가 되어 살가운 봄바람에 날개짓도 해본다.
산골짜기 한모퉁이에 보리밭도 그려넣고 이제 막 피어나는 보리싹에는 엷은 초록을 입히고
산능선에서는 수줍게 피어나는 진달래에는 분홍색 물감을 풀어놓고 자호천을 흐르는 강물
위에는 꽃잎띄워 봄처녀에게 꽃잎편지까지 보내본다. 이산저산 곳곳에는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벗꽃도 담아본다.솔향 그윽한 우거진 소나무 아래에서는 친구들이 모여앉아 새소리와 함께
도란도란 우정을 나누면서 술잔을 서로에게 권하니 한폭의 그림은 시가되고 노래가되니
별유천지의 세상이 펼쳐진다. 아름다운 춘화(春畵)에 갑자기 춘색(春色)이 슬그머니 동(動)한다.
밤늦게까지 일을 하다 새벽녘이 되어서야 곤히 잠든 아내의 젖가슴을 살짜기 더듬어 보지만
바람꺼진 풍선처럼 축쳐진 가슴에서는 구름나그네의 애로틱한 로맨스를 찾을 수가 없었다.
이미 현무암 처럼 새까맣게 구멍뚫린 가슴에 찬바람만 쌩쌩 불어 넣는 모양이다.감싸안은
나의 두팔을 밀치더니 널브러진 이불을 다시 몸에 감싸면서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다.
잠자는 사람 그냥 곱게 놓아두는 것이 가정의 평화를 지키는 일이란다. 평화를 이야기 하고
있지만 아내의 말속에는 금속성의 차가움이 배어 있었다. 나또한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는
봄바람에 잔뜩 부풀어 있던 나의 감성들을 잠시 구겨 놓아야만 했다.
곤한 잠에 취해있는 아내의 얼굴을 바라다본다.희끗한 머리결과 눈가의 굵은 주름살이
고달픈 그녀의 삶을 보는듯 하여 마음 한구석에서는 미안한 마음이 고개를 쳐든다.
한이불을 덮고 살아온 세월이 30 여년이 흘렀다. 어질고 착한 아내였다. 어머니 앞에서는
항상 '네'라는 한음절 외에 토를 다는 일이 거의 없었다. 말썽꾸러기에 사고뭉치였던 어린
시동생의 뒷바라지며 잘못된 빚보증에서 아버님이 물려주신 땅마저 내놓아야 했을때도
미련하리만큼 순순히 응했던 아내였다. 나자신마저도 스스로의 힘에겨워 술에 취해 흥청
거리며 세상을 마음데로 쥐고 놓으며 큰소리 뻥뻥칠때에도 항상 내곁에서 말없이 기다려
주었다. 중년의 나이가 되면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따뜻하게 사랑한다는 말한마디 제대로
한번도 해보지 못했다. 특별히 작심을 하고 아껴 두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보통의 경상도
사람들처럼 나의 입으로 꺼내 놓기가 조금 어색하고 낯이 간지러울 뿐이었다.
나는 적당한 위로의 말을 골라 내느라 머리속을 뒤적 거리면서 생각 날듯말듯 맴도는 말을
잡아 내려고 애를 써보지만 결국 포기하고 말아 버린다. 어떤 말로도 위로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가슴이 쓰렸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없었다.늘 실수로 이어지는 날들이지만
믿음과 애정으로 언제나 변함없이 나를 지켜봐주는 내가 사랑하는 아내였다.
그런 당신이 있어 오늘 하루도 하늘이 내게준 좋은 선물이라 생각합니다.
빨리 나오라는 휴대폰이 울리면서 빈둥빈둥의 수동모드가 빠르게 자동모드로 전환된다.
식탁위에 차려진 밥을 먹는둥 마는둥 배낭을 챙기고 허겁지겁 약속장소로 달려간다.
봄이오는 길목에서 농부가 씨앗을 준비하듯 다들 한해를 위한 준비로 바쁜모양이다.
멀리 청주까지 아버님산소를 돌보러가신 산악회 회장님이하 많은 친구들이 바쁜일로 빠졌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고 적으면 적어서 좋은게 산행이다. 서넛이면 여러가지로 좋고 둘이면 손잡기
좋고 혼자면 마음대로라 좋다고 한다.홀로가면 바람과구름 나무와새 꽃과나비를 몽땅가슴에
담을 수 있어 좋을뿐더러 자연과 친구가 될 수 있어 희한하게 좋다고 한다.
오늘 모인 친구들이 다섯명이라 여러가지로 좋을 것 같다. 여러가지 좋은일들이 무엇일까 궁금해진다 .
봉화봉(610m)은 죽장면사무소 뒷쪽에 위치한 나지막한 산이다. 자호천을 따라 능선이 편안하게
이어지면서 능선위에서 바라보는 자호천변의 올망졸망한 마을들이 한가롭게 펼쳐지면서 소박한
산골의 인심을 마음껏 느낄 수 있는 정겨운 등산로인것 같다.산좋고 물좋은 죽장면이다.
봄이면 봄나물축제와 고뢰쇠축제로 술렁거리기 시작한다.여름이면 계곡이 좋은 곳이고 겨울이면
자호천에 얼음썰매장을 만들어 놓아 군고구마와 썰매를 타면서 옛추억에 흠뻑 젖을 수 있어 마냥
좋은 곳이기도 하다.마음의고향이라 느껴지는 곳이라 참으로 정겹게 느껴진다.
봉화봉은 최근에서야 축제와함께 가벼운산행의 즐거움도 더하기 위해서 죽장면에서 등산로를
만들어 놓아 알음알음 알려지고 있다. 다양한코스의 등산로가 이어져있어 입맛에 맞추어 산행을
할 수 있어 근교의산행지로 강하게 추천 할만한 곳이다.
면사무소에서 한눈에 바라보이는 봉화봉은 오르기도 전에 마음부터 느긋하게 만든다.
마음이 느긋해지니 쉬엄쉬엄 세상에 바쁠 것 하나 없다. 다들 느긋하게 발걸음을 옮긴다.
처음 산을 오를때는 그냥 산이 좋아 이산저산 찾아 다녔습니다. 그러다 산에서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만나는 사람들이 너무너무 좋아서 이제는 사람을 만나러 산을 찾아 나서고
있습니다. '삶'이란 사람과사람이 서로 만나서 사랑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라고 합니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듯 누군가와의 만남을 즐기며 항상 만남을 갈망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사람이 모든 사람을 만날 수 없고 모든 사람들을 사랑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부모를 선택하여 태어날 수 없는 것처럼 만남은 하늘의 뜻이라고 합니다.세상은 하늘과 땅이
조화를 이루며 제자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에 아름다운 자연이 있듯이 만남과 관계가 잘 조화된
사람의 인생은 아름답고 행복합니다. 만남에 대한 책임은 하늘에 있고 관계에 대한 책임은 사람에게
있습니다.따뜻하고 아름다운 관계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관계를 맺기위해 수고하고 노력하는
사람에게만 생겨납니다.오늘 우리들은 오래전에 동문수학(同門修學)한 학우(學友)들입니다.
배움을 같이한 인연으로 만난 것입니다. 우리들의 관계가 아름답고 따뜻해질 수 있도록 서로의
생각들을 나누어 보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느긋하게 옮겨 놓는 발걸음들이 참으로 편안하게 보인다. 오르막을 오를때는 이야기의 끝이
엿가락 늘어지듯 길어지는가 싶더니만 이내 능선길을 만나면 어설픈 연정까지도 풀어 놓기도
하고. 핑크빛의 진달래의 유혹에는 노래가락으로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화답한다.
용석이는 다음달에 있을 초등학교 동기들과의 산행이 벌써부터 신바람이 난다.
산행코스를 어디로 잡아야 할지 부터 시작해서 하산주까지 행복한 고민이 시작된다.
가까운산으로 가야하나 아니면 조금 먼 산으로 가야할까,나이도 있는데 낮은산이 어떨까?
그래도 조금 높아야 하지 않겠냐 하면서 좋은산행지의 한 곳을 부탁한다.
산행후 뒷풀이는 노래방 분위기로 갈것인가 아니면 찜질방 분위기로 가야할지 즐거운 비명이다.
요즈음은 나이가 들면서 여학생들이 분위기를 좌지우지 한다고 한다. 친구의 즐거운 고민에
다들 지난날에 있었던 추억보따리를 하나둘씩 풀어 놓는다. 고만고만한 또래들의 추억들이지만
아련한 추억들은 우리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놓는다. 아름다운 추억들은 행복바이러스가 되어
배낭을 가득 채워놓은다.
짧은 두다리로 톱니바퀴처럼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에 보폭을 맞추기가 힘이 들었고 때로는
불안하기까지 하였는데 오늘같이 동기들과 함께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과 더불어 아련한 추억
까지 노래하면서 마냥 즐거워하는 산행을 나는 '웰빙산행'이라는 이름으로 간직하고 싶다.
웰빙이란 말을 이곳저곳에서 흔하게 많이 사용하다 보니 웰빙이란 말의 순수함이 조금은
탁해진 느낌이 들지만 '참살이'라는 본래의 뜻인 웰빙은 아마도 자연과 조화로운 관계로
살아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들은 항상 마음이 성급하여 빨리빨리 살아왔다.
가장 자연적(自然的)인 속도 즉 씨앗이 움트고 자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다시 씨앗을 맺기
까지의 속도로 자연과 더불어 순응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행복한 참살이가 아닐까 생각되어진다.
가까운 곳이고 산 높이가 편안해서 일찍 산을 내려서니 또다른 할 일이 생긴다.
하산주로 가볍게 맥주 한잔씩 나누어 마시고 나자 총무인 상률이가 바빠지기 시작한다.
오늘 함께 산행하기로 해놓았으나 봄철 건조기의 산불조심 기간이라 비상근무로 오늘 함께
하지못한 태우네 농장에 가서 삼겹살 파티를 하기로 한다.기계면 성계리에서 조그마한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태우각시가 우리네 친구들에게 인기짱이다.나와의 인연은 친구의 아내가
아닌 인터넷 온라인상에 시시콜콜한 글들을 올리면서 알게된 만남인데 나중에 서로 만나고 보니
친구 태우의 아내였다. 그녀의 일상들을 옮겨놓은 글들을 보며는 남편과 자식을 소중히 여기는 것
만큼 자기자신도 역시 소중하다는 걸 느끼면서 발리댄스에서 부터 승마 배우기에 이르기까지 자신을
가꾸는데 시간과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 같다. 새로운감각을 익히기를 열심히 하면서도 땅의 진실한
약속의 믿음을 갖고 있으며 오래된 것의 맛과향에 흠뻑젖어 살아가는 순수한 된장녀와도 같다.
그녀의 손을 거치고 나면 모든 것이 발효가 되는 듯 하다.같은 삼결살을 구워내는데도 신랑인 태우가
구워주는 것은 입안에서 뱅글뱅글 도는데 그녀가 구워내는 노릿노릿한 삼결살에는 연신 술잔을 비우면서
역시 소주는 삼결살이 최고의 안주라면서 삼결살 예찬론까지 거들먹거린다. 나도 몇점 입안에 넣어
보는데 맛이 참 멋있었다. 남자들은 다 그런것인가? 아니면 나만 이상한 것인지 헷갈린다.ㅎㅎㅎ
갑작스런 방문에 준비가 소홀해서 미안해 어쩔줄 몰라 하면서도 이렇게 찾아준 친구들이 있어
너무너무 행복하다고 한다. 호박이 제대로 익기까지는 아직 한달정도 더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호박이 익으면 그때는 정식으로 초청장을 보내겠다고 한다. 그녀의 삶 자체가 그녀의 농막안에
가득 담아놓은 호박효소처럼 농익는 듯 하다.
옛날 우리의 조상들은 청명에는 청명주(淸明酒)를 담아 먹었다고 한다. 춘주(春酒)라고도 한다.
찹살 석되를 갈아 죽을 쑤어 식힌다음 누룩 세홉과 밀가루 한 홉을 넣어 술을 빚었다고 한다.
밀밭에가기만 하여도 얼굴이 붉어지는 친구 인석이도 잇달아 소주잔을 비운다.
친구야 잔을 들어라 이잔은 마음의 잔이란다. 맑고, 밝은 우리들의 우정이 녹아 발효된 청명주란다.
친구야 이술 한잔 들어나 보게 이게 바로 웰빙이 아닌가.
끼니마다 유기농먹고 저녁마다 요가를 하고 주말마다 온천을 다니는게 웰빙이 아니다.
무엇을 먹고 무엇을 입고 무엇을 쓰느냐에 관한것이 아니다.
웰빙은 어떻게 사느냐에 관한것이다. 말그대로 존재(being)의 안녕이다.
만희가 존재의 웰빙에 대해서 한말씀 하신다. '네가 있음에 내가 있고 내가 있음에 네가 있다"라고
하는데 나는 아무리 귀를 기울여도 그가 말하는 '네'와 '내'가 구별이 안된다.
너와내가 아니고 그냥 친구가 있어 마냥 즐거운 하루였다.
월척만 잡으려 하지말고 친구와 함께 세월을 낚는 즐거움도 희한하게 좋을듯 하다.
꽃밭에 앉아 꽃잎을 보면서 노래도 불러보러면 쉬엄쉬엄 둘러보자.
|
첫댓글 와~~~~넘 많다요~~눈 아포
넘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