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은 14일 오전 11시 특별수사부 폐지·축소를 골자로 한 검찰 개혁안을 직접 발표한 뒤 브리핑에 배석한 간부들과 장관실 내 회의실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했다. 6명씩 길게 앉아 마주보는 12인용 테이블이었다. 조 장관은 이 자리에서는 본인 거취와 관련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오전 발표한 내용은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보고된 것” “후속 개혁 추진의 기틀도 마련됐다”는 자평이 조 장관과 참석 간부들 틈에 오갔다.
식사가 끝나고 일부 간부가 퇴장한 건 오후 1시쯤이었다. 조 장관은 이때 “장관직을 내려놓겠다”고 처음으로 말했다. 예상치 못한 갑작스러운 통보에, 조 장관의 말을 직접 들은 간부들은 만류하거나 반발하지도 못했다고 한다. 검찰 개혁안 발표와 무관해 회의실에 없었던 간부들도 있었기 때문에, 조 장관은 몇몇을 추가로 따로 불러 자신의 거취를 알려야 했다. 언론에 조 장관의 사임 의사와 입장문이 전해진 것은 오후 1시30분쯤이었다.
조 장관은 대변인실을 거치지 않고 ‘불쏘시개’ 표현을 포함한 입장문 전문을 스스로 작성했다고 한다. 초미의 관심사인 만큼 보안 문제를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오후 2시부터 조 장관의 사직 소식이 언론에 일제히 보도됐다. 조 장관은 법무부 핵심 간부들을 장관실로 불러 “자기 자리에서의 맡은 일을 잘 챙기라”고 당부하기 시작했다. 사실상 마지막 간부회의였다. 김오수 차관에게는 특별히 “장관 대행으로 남은 업무를 빠짐없이 해 달라”고 말했다. 다른 간부들에게는 “차관을 잘 도우라”고 했다.
조 장관은 마지막 회의에서도 검찰 개혁이 본인의 사명이었다고 강조했다. 조 장관은 “다음에 오실 분도 검찰 개혁의 과제를 잘 인식할 분이 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법무·검찰 개혁위원들을 향해서는 ‘국민적 염원’이란 의미를 부여하며 “흔들림 없이 더욱 잘 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한 참석 간부는 “본인의 쓰임새가 다했다고 생각한 느낌이었다”며 “장관직이 가족 수사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꺼려 왔는데, 이 역시 거취 표명에 하나의 요인이 된 듯하다”고 말했다.
조 장관의 염려가 집중된 김 차관은 별다른 말 없이 묵묵히 조 장관의 말을 들었다. 조 장관은 “함께 해 준 모든 분들에게 고맙고 미안하다”는 말로 인사를 맺었다. 인사가 끝나고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설 무렵 장관실에서는 박수 소리가 들렸다. 한 참석 간부는 “가는 마당에 좋은 마음과, 걱정되는 마음이 상충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또다른 간부는 “마음의 정리는 어느 정도 해둔 상태이셨던 것 같다”며 “모두 슬퍼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간부회의를 마친 조 장관은 자신의 입장문을 소셜미디어에 직접 올렸다. 오후 3시30분이 되자 가방이 없는 맨몸으로 법무부 청사 정문을 통해 걸어나왔다. 별도 퇴임식은 없었다. 35일간 출퇴근 때마다 취재진 카메라가 빼곡했던 장소였다. 10여분 전부터 청사 안팎에 늘어서 기다리던 법무부 직원 50여명이 박수를 친 게 환송 행사의 전부였다. 조 장관은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고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이제 한명의 시민으로 돌아간다”며 “법무부 혁신과 검찰 개혁의 과제는 저보다 훌륭한 후임자가 맡으실 것이고, 더 중요하게는 국민들이 마지막 마무리를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1. 조국장관님께서 검찰개혁의 당위성을 일깨워주시고 떠나시니 누구도 할수 없는 일을 하셨습니다. 훗날 역사에 남을 일을 하신 겁니다. 당분간 가족과 함께 지친 심신돌보시고 머지않은 날 더 큰 지도자로 국민곁으로 오시리라 믿습니다. 동시대에 살고 있어 다행입니다. 2. 꼭 대통령이 되십시요. 그 누구보다 훌륭한 인격과 품격을 가지셨네요. 이름 값하는 아름다운 사람, 조국! 당신을 지지합니다 끝까지~! 3. 섹검(섹스를 좋아한 검사) 축하한다. "가족 인질극의 승리"했으니 이제 그 칼끝은 검찰의 목을 향할 것이다. 각오하라. 4. 이제 인격과 품격이 높으신 분 대통령으로 뽑고 싶지 않습니다. ㅠㅠ 적폐들을 향해 칼 춤을 춰줄 백정같은 분이 차기 대통령이 되야 합니다. ㅠㅠ 분해서 참을 수 없습니다. ㅠㅠ 5. 나이가 들어 눈물이 많아져서인지 알 수는 없지만, '조국'이란 이름만 봐도 눈물이 나고, 서초동 촛불 집회 갈 때마다 홀로 아리랑 노래가 나오면,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예정된 수순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마음 한켠이 답답하고 미안하고 허전하다. 삼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이기만 바랄 뿐이다. 수 년 같았던 후보 임명에 이은 장관직 수행 35일까지 여론의 뭇매와 검찰의 모진 협박질을 홀로 감당하시느라 정말로 고생하셨습니다. 일반인으로 돌아가시지만, 제 마음에는 또 하나의 살아 계신 위인으로 자리잡게 되실 겁니다. 고마웠습니다. 5. 반백을 훨씬 넘어 육십다된 나이에도 검찰개혁이란 말이 피부에 와닿지 않았었는데 조국이란 사람으로 인해 우리나라 검찰권력이 어떤 건지 제대로 알게 됐습니다. 너무나 큰일하셨고 너무나 미안하고 죄송합니다. 만신창이 된 가족들께도 너무 미안합니다. 6. 몇달새 폭삭 늙으셨네 가족을 돌려깍기하고 난도질하는데 어떻게 버티냐? 인질도 아니고 사람 붙잡아 놓고 정신고문하고, 인간백정들! 니들은 국민이 심판할꺼다 사퇴하자마자 풀어주다니 죄가 있긴 했던거냐? 쓰레기 같은 인간들 다음 선거에 죄다 쓸어버릴테다. 7. 검찰개혁안을 수립하여 상정시키고 떠나는 마음 이해됩니다 . 만약 계속 장관직을 수행하게 되면 특수부가 계속 조국 장관을 물고 늘어지면서 본인들 밥그릇 챙기 는 작업을 합리화 할 것이고 , 특수부의 명맥과 자신들의 절대 권력을 어떻게든 내려놓지 않기 위해 상상초월의 정치적 기법을 다 이용하려고 들었을 것입니다. 그런 일말의 여지를 본인 한명이 희생함 으로써 남기지 않겠다는 의지로 보입니다. 일단 개혁안이 회의 국회의원들에게로 넘어갔습니다. 이제 남은 건 국민이 조국이 되고 국민이 국민이 국가가 되는 것, 국회로 모입시다.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