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서정가제로 인해 책을 사보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저도 올해는 책을 거의 사지 않고 살 생각도 안 듭니다. 신도서정가제가 정착되면 책 평균 가격이 내려가서 실제 책을 사는 소비자들에게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신도서정가제 이후 책 평균 가격은 오히려 더 올랐습니다. 여기에 책 할인을 많이 해주던 온라인 서점이 구간이던 신간이던 마일리지 포함 최대 15% 이상 할인을 할 수 없게 되어서 저렴한 가격의 구간을 구매하는 발길이 거의 끊어졌습니다. 유일하게 긍정적인 것은 새책을 사나 1년 6개월이 지나서 사나 책 가격이 하락하지 않기에 기다렸다 사지 않고 새로운 책 구매의 손길이 늘었다는 점이 유일하게 긍정적인 면입니다.
그러나 책 구입 가격의 문턱을 높여서 독서율을 줄이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게다가 책과 경쟁하는 시간 소비재 및 쾌락재들이 계속 늘고 있습니다. 특히 유튜브가 책 읽는 시간을 많이 앗아가고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도 어떤 정보를 찾거나 자세히 배우고 싶을 때 포털 검색을 하거나 아니면 전문 지식이 있는 유튜브의 강연이나 설명문 같은 영상을 찾아 봅니다.
물론 책이 주는 효용은 넓고 깊습니다. 깊이 있는 지식 증가, 어휘력 증가, 세상을 보는 시선 확장 등등 무궁무진 하지만 책을 대체하는 대체재가 넘치면서 책을 찾는 손길은 줄고 있습니다. 이에 대형 서점들은 책 안 사도 좋으니 여기서 놀다 가라고 편안한 쇼파와 긴 테이블과 의자를 곳곳에 배치해서 도서관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교보문고이고 최근 생기는 대형 서점이나 중형 서점도 휴게 공간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고객의 시간을 점유하라! 스타벅스와 교보문고가 외치고 있는 마케팅 포인트입니다.
츠타야 서점을 벤치마킹한 을지로 아크앤북
일본의 유명한 츠타야 서점은 고객의 시간을 점유하는 서점으로 유명합니다. 워낙 유명해서 한 번 이상 이 서점의 이름을 들어봤을 겁니다. 츠타야 서점은 큐레이션 서점으로 유명합니다. 서점이라고 하지만 안에 스타벅스를 끼고 운영되는 곳이 많아서 커피 마시면서 츠타야 서점의 책을 잠시 읽을 수 있는 휴게 공간으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다른 서점과 달리 인문학, 철학, 자연과학, 소설, 시, 수험서, 잡지 같은 보편적인 분류 대신, 철학, 여가, 주말 등 키워드 별로 분류해서 큐레이션을 해주는 서점입니다.
따라서 책은 많지 않지만 편집샵처럼 하나의 주제로 묶인 다양한 상품과 책을 함께 구매할 수 있는 서점과 스타벅스를 낀 편집샵 느낌입니다. 이 츠타야 서점을 벤치마킹한 곳이 생겼습니다.
을지로 부영 빌딩 지하에 생긴 '아크앤북'서점은 일본 츠타야 서점을 벤치마킹한 서점입니다.
1층 계단이나 을지로 도로 변에 있는 계단을 타고 지하로 내려가면 디스트릭트.C가 보입니다. 이 아크앤북은 디스트릭트.C 공간의 일부입니다. 이 공간을 만든 곳은 부동산 개발업체인 오티디코퍼레이션입니다.
디스트릭트.C는 아크앤북 큐레이션 서점과 다양한 음식점과 카페 등을 동시에 입점 시켰습니다. 전체 크기는 260평이고 책은 약 3만 여권이 있고 3,000종의 패션 잡화와 음반 등 다양한 제품을 함께 판매합니다.
입구를 보니 미국의 황금시대인 1930년대 풍의 전구가 가득하네요. 요즘 미국의 황금기였던 1930년의 아르누보 풍의 디자인이 인기가 많네요. 대표적곳이 CGV죠.
창가 앞에 있는 테이블과 의지는 엄청 고급스럽습니다. 저 의자 굉장히 비쌀 듯 하네요.
고급짐이 뚝뚝 떨어지는 서재가 인상적입니다. 이렇게 고급진 책장을 사용하는 곳은 처음 봅니다.
아크앤북이 있는 공간에는 다양한 음식점과 상점이 함께 있습니다. 아이스크림 가게도 입구에 있네요.
곳곳에 편하게 쉴 수 있는 의자가 인심 푸짐하게 많이 놓여져 있습니다.
아크앤북의 명물은 이 책터널입니다. 예술 서적 좋아하는 분들이 꼭 만나게 되는 독일의 타센 예술 도서 8,000권으로 만든 터널입니다. 책 배경으로 사진 찍기 좋은 곳으로 인스타그래머들의 성지가 될 듯 하네요.
여느 서점과 참 많이 다릅니다. 보통 이런 공간 가득히 책을 진열하는데 비해서 마치 보석 가게처럼 책을 띄엄띄엄 전시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세로도 아닌 가로로 전시하고 있네요.
디스트릭트.C에는 카페가 참 많이 있습니다. 서점 바로 옆에 있는 카페입니다.
최신 디자인 트랜드인 깔끔함이 덕지덕지 묻어나고 있네요. 츠타야 서점처럼 아크앤북 서점에 있는 책을 커피 시켜 놓고 읽을 수 있습니다. 미리 말하자면 아크앤북은 수익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서점은 아닙니다. 서점은 거들뿐, 주요 매출과 수익은 이런 카페와 상점에서 나옵니다. 따라서 이 상가들이 많이 알려져야 하고 카페와 음식점에 음식 먹으러 왔다가 책 구경도 하고 좋은 책은 구매하거나 선물로 주기 좋습니다.
이 카페 말고 대만 음식점인 '샤오짠', 초밥집 '스스시시', 피자전문점인 '운다'와 '화분이 엄청 많은 '식물학 카페' 등이 입점해 있습니다. 참 빵집 '태극당'도 있습니다. 사진 찍는 것이 조심스러워서 상점들은 촬영하지 못했네요.
아크앤북은 다른 서점과 다른 점이 많습니다. 먼저 외국 잡지와 국내 잡지 코너가 생각코다 큽니다. 잡지라서 서서 읽지 못하게 랩으로 씌여져 있습니다. 랩 없으면 카페 옆에 있어서 온갖 잡지가 커피 테이블 위로 이동하겠네요.
그렇다고 모든 잡지가 랩으로 쌓여 있는 건 아닙니다.
위를 올려다 보니 에어컨 덕트 등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네요. 요즘은 이런 식으로 노출 디자인을 많이 하더라고요.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이 자리입니다. 긴 쇼파가 있고 가운데 충전 콘센트가 있습니다. 마치 영화관 같다는 느낌마저 듭니다.
커피 꽂이도 있고 USB포트도 있습니다. 스마트폰 충전할 일이 있는 분들은 여기 들리면 되겠네요. 종로1가 종로 서점도 전원 콘센트 제공하는 긴 테이블이 있어서 좋습니다.
정말 고급진 공간입니다. 더 흥미로운 건 쇼파 바로 위에 엔틱한 램프가 달려 있습니다. 실용성은 없지만 분위기 만드는 데는 큰 역할을 하네요.
이런 공간은 곳곳에 포진해 있습니다.
아크앤북 한쪽 끝에는 몰스킨 상품을 전시한 공간이 있습니다. 교보문고도 영풍문고도 명동 인터파크 서점 등등 중,대형 서점 대부분이 책 이외의 팬시 제품과 다양한 액세서리 제품을 동시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책이 아닌 그렇다고 책 관련 제품도 아닌 일상용품을 파는 모습이 좀 엉뚱하긴 합니다. 알라딘 중고서점도 책 이외의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데 대부분은 책과 연관된 제품을 판매합니다. 예를 들어 북앤드나 독서대나 책갈피나 촛불 등을 판매하는데 전혀 연관성이 없는 제품들도 많이 판매하네요.
이는 아크앤북이 책만 팔기 보다는 라이프스타일을 판매하는 곳이라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풀어서 말하면 아크앤북은 내가 사고 싶은 책을 싸게 사고 회사 근처에 있는 곳에서 사는 곳이 아닌 그냥 들렸다가 이 책 재미있겠네 하며 사는 큐레이션 서점입니다.
오늘 방영한 JTBC의 <방구석 1열>에서 영화 <써니>를 설명하면서 80년대는 브랜드 시대라고 말을 하더군요. 기억나네요. 프로스펙스와 스펙스 브랜드의 차이. 나이키와 나이키와 로고가 비슷한 페가수스라는 브랜드의 차이가 있던 시절이라고 하더군요. 그 흐름에 지금도 크게 달라진 것은 아닙니다. 브랜드가 그 사람을 대변하는 것은 30년이 지난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브랜드는 품질의 차이를 알려주는 표식이었습니다. 그러나 이건 공산품의 품질 차이가 심하던 시절의 이야기고 지금은 고급 브랜드나 일반 브랜드나 브랜드가 없는 제품도 제품의 품질 차이는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가성비 좋다고 노브랜드 제품을 선호하기도 하죠. 최근에는 브랜드 파괴 상품도 많아지고 브랜드 대신 내가 원하는 제품을 안내해주는 큐레이션 시대가 되었습니다.
가격 상관 없이 내 독특한 취향 또는 내 취향을 정밀 타격해주는 제품을 안내해주는 집사들이 추천해주는 제품들이 인기가 있죠, 츠타야 서점은 가격 차별성이 아닌 북마스터들이 안내해주는 큐레이션이 강한 서점이었습니다. 지금은 인공지능 북마스터를 대신하고 있죠. 아크앤북은 큐레이션 서점입니다.
아크앤북은 기존 서점의 책 분류방법과 달리 일상, 주말, 스타일, 영감이라는 4가지 테마로 책을 배치했습니다. 그래서 맨 끝에 가니 먹방 트랜드를 반영한 요리책을 소개하는 코너가 있더군요. 음식 분야의 예수가 된 백종원이 쓴 책을 비롯한 요리책이 가득한 코너가 있습니다. 흥미로운 건 요리책과 함께 각종 요리에 도움 되는 상품을 함께 판매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주제로 상품을 묶어서 소개하는 편집샵 느낌도 강하게 드네요.
책 디스플레이도 상당히 다릅니다. 책 매대에 하나의 주제를 잔뜩 쌓아 올린 매대 대신 면사포 같은 테이블포 위에 하나의 책을 정갈하게 배치했습니다. 이런 디스플레이 덕분에 내가 사고 싶은 책을 사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내가 사고 싶은 책을 근처 검색용 PC에서 검색 후 위치가 담긴 종이를 들고 찾아가서 구매하는 것이 아닌 큐레이터가 소개한 책을 구매하는 방식입니다.
이러다 보니 책을 구매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고 책 판매로 이 비싼 공간을 유지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평일 밤에 들려서 손님이 많지 않았지만 그걸 감안해도 을지로라는 서울 속의 서울이라는 공간을 생각해도 손님은 많지 않았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지하라는 점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있었지만 일본 츠타야 서점 자체도 수익 측면에서는 성공한 서점이 아니라는 평도 많습니다. 마케터나 호사가들에게나 인기 높은 곳일지 몰라도 수익 측면에서 츠타야 서점은 성공했다고 하기 어렵죠.
아크앤북도 마찬가지입니다. 11월에 개장해서 개장한 지 얼마 안 되었다고 해도 오픈빨도 보이지 않고 앞으로도 큰 인기를 끌 것 같지는 않습니다. 차별성 높고 독특한 공간인데 츠타야를 벤치마킹한 정도로는 인기를 끌기는 쉽지 않을 것 같네요.
큐레이션 서점의 주요 고객은 젊은 층일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20,30대 들은 이전 세대와 달리 개인적인 성향이 강해서 개인 취향도 강합니다. 그래서 내 취향에 맞는 책과 물건을 검색과 친구들과의 정보 공유로 스스로 잘 큐레이션 합니다. 문제는 돈의 여유가 없어서이지 사고 싶은 물건을 장바구니에 넣고 돈이 생기면 구매합니다. 또한, 한 푼이라도 저렴하게 사는 방법도 잘 압니다.
큐레이션이 먹히는 세대는 50대 이상 돈과 시간의 여유가 있지만 어떤 제품이 어떤 책이 좋은지 정보가 어두운 세대들에게 큐레이터가 추천해주는 책이 잘 먹힙니다. 책을 사러 갔다가 관련 상품을 함께 사면 더 좋고요. 그래서 아크앤북의 도서나 상품 판매 매출은 중년 및 노년층이 이끌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잠시 들린 아크앤북은 중년도 노년층도 거의 안 보이고 대부분은 청년층입니다.
뭐 책으로 수익 내는 서점이 아니라서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책 판매로 수익을 내고 싶으면 방향을 좀 틀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들린만 한 곳입니다. 내가 경험한 서점 중에 가장 편의 공간이 발달한 서점이고 자주 들려볼 생각입니다.
서울 도심에 이런 도서 휴게 공간이 많아지는 것은 고무적입니다. 그러나 서울 부도심이나 변두리에 이런 공간이 있는 것이 더 매력적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명동 인근 상권이라서 레드오션인 곳에 들어선 점은 아크앤북의 장점이 아닌 단점으로 여겨지네요. 또한 교보문고나 종로서점, 영풍문고라는 대제 장소도 많고요. 종로서점도 장사가 안 되어서 음식점 몇 곳이 철수 하던데 아크앤북도 그런 절차를 밟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