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uchenne‘s Smile'
뒤센 미소는 예의를 차리는 미소가 아니라 얼굴 전체를 밝히며 진정한 기쁨을 드러내는 미소다.
2005년 미국 뉴저지 주립 럿거스 대학교에서는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다른 선물을 받을 때와 꽃을 받을 때의 표정을 비교하는 실험이었다.
○ 결과는 어땠을까?
꽃 선물의 완승이었다. 꽃을 받은 사람은 모두 '진정한 미소'를 지었고, 다른 선물을 받았을 때보다 좋은 기분이 더 오래갔다.
꽃은 절박한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큰 폭으로 감소하는 효과도 가지고 있다.
시리아 난민 캠프에서, 난민들은 식량 문제가 절실한 와중에도 정원에 다른 식물보다도 훨씬 높은비율로 꽃을 심었다고 한다.
신경미학 교수 세미르 제키는, 아름다움을 느끼는 인간의 뇌에서는 공포감과 스트레스 반응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난민들이 절박한 상황에서도 꽃을 심은 것은 인간에게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다.
백의의 천사 나이팅게일도 꽃과 식물의 효과를 알았다. 그는 항상 병동에 풍부한 자연광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휠체어를 타고 야외로 나가는 환자들의 회복이 더 빠르다는 것을 알았다.
"환자들이 아름다운 꽃을 보고 무척 기뻐하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으며, 그 이후 회복이 훨씬 빨라졌음을 기억한다."고 했다.
이처럼 꽃과 자연, 식물은 우리의 마음을 정화하고 나아가 우리의 몸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
나만의 작은 정원이나 텃밭을 가꿔보는 것은 어떨까? 작은 공간, 작은 화분 하나만으로 식물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치유한다.
○ 'The Well Gardened Mind'
저자 '수 스튜어트 스미스(Sue Stuart Smith)'는 "워즈워스를 사랑하고 프로이트를 연구하던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치료사이다.
정원디자이너인 남편을 만나 30년간 정원을 가꾸면서 식물과 꽃을 가꾸는 일이 어떤 치료와 약보다도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식물이 우리의 마음과 몸을 어떻게 회복시켜주는지 그 비밀을 '정원의 쓸모 '라는 책으로 엮었다. 정원의 사계절을 지켜보며 정원이 주는 안전감과 자연의 풍요로움, 정직한 산출에 매혹된 그녀는, 정원과 식물이 인간의 정신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체험한다.
그녀는 정원 가꾸기 프로그램으로 전쟁 트라우마를 극복한 할아버지 이야기를 실마리 삼아 식물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한 탐구를 시작한다.
나아가 우울, 스트레스, 중독, 트라우마, 공황, 불안 등 정신 건강 문제를 겪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정서 상태를 바꾼 정원의 이야기를 듣고 정원과 식물이 어떻게 인간의 마음을 바꾸는지 신경과학적, 진화론적, 심리학적, 정신분석학적으로 밝혀낸다."
책은 총 13개의 장으로 되어 있다.
○ 마음을 가꾸는 식물
"아주 가까운 사람의 죽음은 우리 일부가 죽는 것과 같다. 우리는 그런 정신적 고통을 외면하고 싶지만 어느 시점에 의문이 생겨난다. 우리가 스스로 생기를 되찾을 수 있을까? 정원을 돌보고 식물을 가꿀 때면 항상 이별과 재회를 맞닥뜨린다. 성장과 부패라는 자연 주기는 애도가 생명 주기의 일부라는 사실, 그리고 애도하지 못하면 영원한 겨울에 사로잡히는 것과 같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도와준다."
"원예는 외부 환경을 변화시키고 주변을 아름답게 만들지만, 동시에 우리 안에서 상징적 의미로 작동한다. 정원은 몇 천년 동안 인간 영혼에 깊은 영향을 준 은유들, 너무 깊어서 우리 사고 속에 감추어져 있다시피 한 은유들과 접촉하게 해준다.
원예에서는 인간의 창조력과 자연의 창조력이라는 두 에너지가 만난다. '나'와 '나 아닌 것', 우리가 고안하는 것과 환경이 우리에게 허락하는 것이 함께한다. 그래서 우리는 머릿속 꿈과 발 아래 땅 사이 틈을 연결할 수 있다. 우리가 죽음과 파괴의 힘을 막아 세울 수는 없지만, 적어도 저항할 수는 있다. "
"원예는 생명을 작동시키는 일이고, 죽은 파편과 같은 씨앗은 우리가 세계를 새로이 개조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 녹색 자연과 인간 본성
'비리디타스(viriditas)'는 강물의 수원처럼 모든 생명체가궁극적으로 의존하는 에너지의 샘이다.
라틴어 '녹색'과 '진리'를 합한 단어로 글자 그대로의 의미와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사고의 중심에 '녹색'을 위치시킴으로써 자연세계가 번성할 때에만 사람도 번성할 수 있다고 인식, 정원은 삶의 녹색 맥박을 가장 강력하게 느낄 수 있는 곳, 원예는 회복하고자 하는 우리의 소망에 자연이 생명을 부여함으로써 이루어지는 일종의 교환 과정이다.
"인간은 성실한 원예가처럼 평생토록 다양한 형태의 정서적 복구와 수선을 반복해야 한다."
○ 씨앗과 자신감
"기다림이 헛되지 않았다니까."
"내가 이 일을 일어나게 했어."
"원예를 처음 하는 사람은 누구나 식물이 제대로 자랄지 걱정한다. 하지만 새 생명이 뿌리를 내리고 힘차게 성장하는 모습을 목격하면, 우리는 자신이 가진 엄청난 힘을 느낀다. 이 경험, 그리고 경험을 통해 얻는 긍정적 감각의 핵심에는 일종의 환상이 있다. 나는 그 환상이 사람들로 하여금 무언가를 키우게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충분히 좋은 엄마'는 환상을 '충분히' 키워주는 엄마인 것처럼, 대자연은 정원을 통해 '충분히 좋은 엄마'처럼 우리에게 많은 것을 베풀면서, 어김없이 또 '인간능력의 한계'를 상기시켜준다.
인생 전체에서 '환상과 환멸', '효능감과 무능함'을 동시에 모두 경험하면 포기가 아니라 추진력을 얻는다.
"무언가를 자라게 만드는 경험은, 자기 정체 감각을 발견하는 유의미한 첫 걸음, 지금까지와는 다른 형태의 자존감"이다.
○ 플라워 파워
이 장에서 저자는 이탈리아 산파트리냐노에 있는 재활 시설에서 만난 레나타와 꽃의 치유력 사례를 이야기한다.
"식물은 사람 같아요."
"우리 도움이 필요해요. 도움이 없으면 죽어요."
"꽃을 키우는 것은 우리가 언제나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주고 있다는 의미다."
'레나타'는 약물의존에 빠져 재활시설로 왔다. 약물 중독은 쾌락과 보상의 경로를 손쉽게 질러감으로써, 삶 자체에 대한 애착을 포함한 다른 모든 애착을 꺾어버린다. 레나타의 애착은 여러 해 동안 의존한 약물이었다. 그러던 그녀가 죽어가고 있던 선인장을 스스로 회복시켜 주황색 꽃을 피우게 했다.
선인장을 통해 처음으로 레나타는 "인생의 고요"를 바라보게 되었다.
그녀는 차츰 미래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제 남들에게 '베푸는' 일을 하고 싶고, 사회복지사가 되면 암 병동의 어린이들을 도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꽃이 뿜어내는 좋은 감각 덕분에 '일한다는 것'에 대한 이해도 바뀌었다. 레나타는 원예가 안겨주는, 주고받는 감각을 경험했다.
"식물을 돌보면 우리에게 보답을 해줘요."
자신에게 일어난 변화를 경험하면서, 약물에서 탈출하면서, 새로운 삶의 소망을 찾으면서, 레나타는 다른 방식의 존재에 눈을 뜨게 되었다. 레나타는 꽃들을 손짓해 보이며 밝은 미소를 띤 얼굴로 소리쳤다.
"정말 너무 예쁘지 않나요?"
○ 읽고 나서
이 책은 '식물이 인간에게 주는 위안' 그 이상을 보여준다. 작은 화분 하나만으로도, 손바닥만 한 공간일지라도 식물이 인간에게 보여주는 힘은 같다.
저자는 정원의 치유능력을 다각도로 해석하면서, 식물과 함께 사는 삶을 통해 독자에게 조금더 건강한 삶을 살고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할 것을 준비시키고 , 스트레스나 트라우마와 같은 상처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문밖으로 걸어나와 주체적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주는 ''식물의 힘''에 대해 이야기한다.
영어 원제 'The Well Gardend Mind'를 직역하면 '잘 가꾸어진 마음'이다.
왜 '정원의 쓸모'라고 제목을 번역했는지 모르지만 저자가 책에서 말하고자하는 주제는 정원을 잘 가꿈으로써 인간은 자신의 삶과 마음도 잘 가꾸어 나갈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다.
'쓸모'는 실용적이고 과학적인 단어고, 정원가꾸기가 의미하는 '내적인 기쁨'은 인문학적인 단어다. 이 책은 ''정원을 잘 가꾸려는 마음'' 또는 ''마음을 가꿔주는 정원'' 에 대한 다양한 학문적인 시각의 접근을 한 책이라는 의미에서 감명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