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비가 오길래 느긋하게 컴앞에 앉아서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데 따르릉 전화벨이 울렸다 다짜고짜"니는 뭐하고 있노 바빠 죽겠는데.." 빗님이 오시길래 설마 했는데 부지런한 우리 엄니 기어히 빻아놓아 물에 담가둔 도토리 가루로 일을 시작하셨나보다 그러지 않아도 도토리묵을 어떻게 만드나 처음부터 알고싶던 차에 급히 엄마네로 달려가니 비가 오는데도 그릇그릇 모두 도토리 가루를 물에다 담가 밤새 가라앉혀 놓았다 그저께 오후에 방아간에 들고가서 빻아온 도토리가루를 이렇게 물에다 담구어 놓고 앙금이 가라앉도록 두시간 간격으로 사알살 저어 주며 윗물을 따라 내고 다시 맑은물을 부어놓고 하셨다고 한다 온가족이 놀이 삼아 나가서 주워온 도토리 치고는 꽤 많은 양이다 윗물을 따라붓고 밑에 남은 가루를 헝겊 주머니에 넣어서 계속 주물렀다 그러고 난후에 물을 붓고 따라내고 또 주물르고 몇번을 반복한후에 앙금이 가라앉도록 또 물을 부어 놓았다 온 마당에 도토리물이 들어 마당이 불긋불긋했다 깨끔받은 우리 엄니 그걸 또 그냥 두지 못해 락스풀어 수세미와 솔로 박박 문질러 씻어 내신다 그냥두면 잘 없어 지지 않아 마당이 얼룩진다며.. 저녁엔 팔도 아프고 허리도 아펐다 내가 이러자면 엄마는 얼마나 피곤하실까 걱정했는데 이쁜짓하는 우리 제부씨 .. 오늘저녁도 빠지지않고 처갓집와서 엄마 허리안마해 주셨다 덕택에 나까지..ㅎㅎ 미안하고 싶어라..
오늘은 아침부터 본격적으로 도토리 묵만들기에 나섰다 아침일찍 연탄불 마당에 피워놓고 가라앉혀둔 도토리 앙금을 적당히 물을 섞어 끓이기 시작했다 계속 나무주걱으로 저어야 한다고 하신다 그래야만 묵을 만들어놓아도 건더기가 없다고 하신다 계속 같은 짓을 반복하고 있으니 잠도 오고.. 먹을때는 몰랐는데 도토리 묵하나 만들기가 이렇게 고되어서야 ..
하늘한번 쳐다보고.. 오늘은 날씨가 참좋네.. 흰구름도 떠가고.. 이~~ 궁 ..그래도 잠이 온다 ... 이 묵 다 만들어 동생네 사돈어른들 좀 나누어 드리고 .. 오늘저녁엔 이 묵처 놓고 동생하고 제부씨 오면 또 안마 받으라 하겠네..
온갖 생각해 가며 부지런히 눋지 않도록 젓는다 그래도 팔아프고 잠이 쏟아진다 형제들간에 만들어 먹이고 싶어 이러고 있지 나먹자고는 이런짓 못하겠다 하고 생각했다 집에서 한다면 한 두어되정도 같으면 이렇게 힘들지 않겠는데 한말이 되는것을 한꺼번에 하자니 이렇게 힘들다 하신다 엄마께서 내일점심은 밥대신 묵 처 먹으면되겠다 하시더니 내가 말해놓고도 꼭 욕하는것 같다 하셔서 한참 웃었다 사투리가 이래서 간혹 사람을 웃긴다 ㅎㅎㅎ 우리 엄니도 가끔 이렇게 유머가 있으시네...
묵이 조금 되직하다 싶으면 물을 더 붓고 묵이 묽다 싶으면 앙금을 더넣고 해가며 솥에서 공기방울이 푹푹날때 까지 끓였다 밑이 눋지 않도록 나무주걱으로 자꾸 저어가며.. 마지막에 약간의 소금을 넣었다 다 끓인후 마지막 뜸들이기 ... 담는 그릇에 밑에 보자기 깔고 뜨거운 묵을 주르륵 부었다
한참후에 묵이 식으니까 신기하게도 시장에서 파는 도토리묵 모양이 나왔다 어~~휴 힘들었지만 말랑말랑한 묵이 온 마당에 널렸다 점심을 먹지 않아도 보기만 해도 배가 불렀다
이제 저녁엔 갖은 양념을 한 장에다가 미나리랑 몇가지 야채를 생나물로 하여 무쳐서 맛있게 먹어야지..
그렇지만 너무 힘든 하루였다
특징
도토리는 옛부터 흉년이나 천재지변으로 백성들의 기근을 구하는 구황식품으로 각광받는 가장 좋은 자원이었고 근래에는 자연식품, 저열량식품, 건강식품으로 애용되며 섭취시 인체내 유해성 중금속을 제거한다는 이유로 현대인에게 인기가 높다. 산간지역이나 도토리의 채취가 가능한 지역에서는 충분히 보급성이 있으며 여러 가지 야채와 섞어 먹을 수 있어 부족되는 영양소 보충과 산뜻한 미각의 계절식을 맛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요리재료
도토리묵, 상치, 쑥갓, 깻잎, 오이, 당근, 들개1/2컵, 기타 양념류
조리법
도토리묵은 차지게 쑤어 굵게 채를 썬다. (도토리가루 : 물=1:6의 비율로 잘 섞어 중간불에서 풀 쑤듯이 은근하게 끓여 네모난 그릇에 담아 모양을 만든다.) 상치, 쑥갓, 깻이도 같은 모양으로 썰되 얇게 썬다. 양념장 재료를 만들어 1,2를 섞어 살살 무쳐 참기름을 마지막에 넣어 무친다. ※ 양념장 만들기 우묵한 그릇에 적당한 분량의 진간장, 채썬 파, 마늘, 실고추, 설탕, 통깨, 참기름을 넣어 섞고 물 2큰술을 부어 묽게 희석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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