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새벽 편지1676
발심수행장096
동봉
시주여, 단월이여1
아침이면 죽을먹고 축원을하되
그에담긴 참된의미 알지못하면
이는또한 출가자로 단월들에게
부끄럽고 미안한일 아닐것이며
득죽춴원得粥祝願
불해기의不解其意
역부단월亦不檀越
응수치호應羞耻乎
-----♡-----
원불교에 사요와 사은이 있다
사요란 인생의 삶에 있어서
네四 가지 요체要고
이들 네 가지 요체와 함께
네四 가지 소중한 은혜恩가 있으니
첫째는 하늘땅 은혜天地恩고
둘째는 부모님 은혜父母恩며
셋째는 한겨레 은혜同胞恩고
넷째는 법률의 은혜法律恩다
불교에서는 원불교와 달리
사람으로 태어나서
받는 네 가지의 은혜가 있으니
경전에 따라 약간 다르다
심지관경心地觀經 말씀에 따르면
첫째 부모님 은혜父母恩요
둘째 중생의 은혜衆生恩며
셋째 국왕의 은혜國王恩요
넷째 삼보의 은혜三寶恩다
그러나 석씨요람釋氏要覽에 따르면
역시 네 가지 은혜가 있는데
첫째 부모님 은혜父母恩와
셋째 국왕의 은혜國王恩는
심지관경 말씀과 같고
둘째 중생의 은혜衆生恩 대신
시주의 은혜施主恩가 들어있으며
넷째 삼보의 은혜三寶恩 자리에
사장의 은혜師長恩가 대신 앉아있다
여기서 정작 하고 싶은 얘기는
바로 중생의 은혜와 함께
시주施主dāna-pati의 은혜다
시주란 글자 그대로
뭔가를 베푸는 자의 뜻이다
산스크리트어 다나파티를 음역하여
단월檀越 또는 단나檀那라 한다
승려 개인이거나 혹은 승가 전체를
물질적物質的으로 후원하는
행위자를 가리키고 있다
베풀 시施 자에 들어있는 뜻을
낱낱이 살펴보면 이러하다
베풀다, 실시하다
일을 차리어 벌이다
도와주어 혜택을 받도록 하다
나누어 주다, 널리 퍼지다
번식하다, 드러내다
뽐내다, 과장하다, 기뻐하다
탄핵하다, 효시하다
흩뿌리다 따위로 풀이되고 있다
깃발은 나부끼지 않으면
접힌 채 조용하다
그러다 나부끼기 시작하면
깃발에 담긴 뜻을 널리 알린다
깃발이 나부끼는 데는 2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바람이 불어와 나부낌이고
또 하나는 사람이 흔듦이다
바람에 나부낌은 의미가 없지만
만약에 사람이 흔든다면
거기에는 반드시 내용이 있다
베풀 시施 자를 파자하면
의미소意味素로서 나부낄 언㫃 자에
소릿값 잇기 야也 자가 만남이다
나부낄 언㫃 자를 보고 있으면
바람으로 나부낌이 아니다
그렇다면 '나부끼다'라는 자동사보다는
'흔들다'라는 타동사가 더 어울린다
나부낄 언㫃은 흔들 언㫃이다
깃대方를 흔들어대는 것이
곧 사람人인 까닭이다
세상은 줄 수授, 받을 수受
주는授 이와 받는受 이의 관계다
대가를 바라고 주든
대가를 바라지 않고 주든
주는 이가 있는가 하면
대가를 지불해야 하든
대가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든
반드시 받는 이가 있게 마련이다
물론 주고 받는 관계가 사람만은 아니다
베푸는 자가 공덕이 있는 것은
곧 받는 자가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받고 싶은 이가 있더라도
베푸는 이가 없으면 받을 수 없다
주고받음을 글자에서 본다면
왼손爫과 오른손又이 동시에 나가
포장冖된 물건을 기쁘게 받음受이다
줌授은 받음受이라는 동작에
겸손의 손扌하나를 더 보탠授 것이다
따라서 시주자施主者의 공덕은
어떻게 베푸느냐에 따라
상상 밖의 차이를 이룰 수 있다
가령 시주자가 무엇인가를 베풀 때
겸손의 손이 곁들여지면
그 공덕은 말할 수 없이 크겠지만
티相를 내거나 거들먹거리면
상황에 따라 공덕이 반감할 수 있다
비록 반감半減은 될지언정
공덕 자체가 없어진 것은 아니다
이는 마치 배고픈 시람이나
또는 목마른 이에게
음식을 베풀고 음료를 베풀었을 때
베푼 사람이 비록 티를 냈더라도
받은 자가 굶주림을 풀고
목마름을 해결한 공덕은 남음과 같다
따라서 비록 상相을 좀 내더라도
아예 베풀지 않는 것보다는
베푼 이의 공덕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시주의 은혜는 크다
가령 음식을 베푼 시주자로부터
아침 죽 한 그릇을 받고
그를 위해 축원祝願하되
음식을 베풀어 준 시주자와
그 음식을 받는 자신과
주고받는 음식에 담긴 참 이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시주자에게 부끄럽지 않겠는가
어떤 이들은 바로 이 대목을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해석하고 있다
축원할 때 염불문에 담긴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입으로만 주문 외듯 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라고 풀이하고 있다
그런데 한 번 생각해 보라!
가령 어떤 사람이 설사할 때
처방에 따라 지사제를 먹게 되면
비록 처방된 약의 성분을 모른다 해도
제대로 처방되어 지은 약일 경우
먹으면 반드시 설사가 그칠 것이다
마찬가지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부처님 말씀이 분명하다면
진언이든 다라니든 주문이든 간에
믿고 일심으로 지송하기만 하면
온갖 번뇌로부터 벗어나
마침내 마음의 안정을 찾게 되고
마음에 바라는 바를 성취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시주의 공덕을 이해해야 한다
죽粥은 쌀 미米 부수에
활 궁弓 자 2개를 양쪽에 붙였는데
강할 강強와 같은 의미다
활 하나弓로도 강도가 높은데
2개의 활弓을 한 데 합쳐弜 놓았으니
강할 수밖에 더 있겠는가 싶다
이 강함弜 속에 쌀米을 넣어
부드러워질 때까지 끓인 게 죽粥이다
죽은 밥보다 더 부드럽기 때문에
잠든 위胃를 깨울 수 있다
절에서는 아침에 죽을 먹는데
영어 breakfast의 뜻과 연결이 된다
-----♡-----
참고자료1
죽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https://ko.m.wikipedia.org/wiki/%EC%A3%BD
-----♡-----
야경에 모습을 드러낸 대각사 일주문/사진 동봉
-----♡-----
08/17/2019
종로 대각사 봉환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