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옛날옛날 무시무시한 귀신을 물리친 꼬마가 있었지,
이야기를 들을 사람 모두모두 모여라!
모든 아이들은 이야기를 좋아한다. 사실은 모든 인류가 ‘호모 픽투스’라고 불릴 만큼 이야기를 좋아하지만 그중에서도 아이들의 이야기 사랑은 특별한 데가 있다. 오죽하면 어느 집에 살던 쥐들이 장마철에 이사를 간다며 한 마리가 퐁당, 두 마리가 퐁당, 세 마리가 퐁당…… 하는 식으로 끝도 없이 이어지는 옛이야기들이 있을까. 이건 다 만족할 줄 모르는 아이들을 달래기 위해 고안해낸 어른들의 꼼수일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런 이야기라도 눈을 반짝이며 열심히 귀 기울인다. 이야기에 관한 한 아이들은 밑 빠진 항아리와 같고, 덕분에 바쁘고 피곤한 엄마 아빠 대신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은 대개 할머니할아버지들이다. 이야기만큼 격세유전이 잘 이루어지는 분야도 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아이들은 어째서 그렇게 이야기를 좋아하는 걸까?
박혜원의 동화 『이야기가 모락모락』은 바로 이야기와 이야기하기, 이야기를 통한 관계 맺기에 대해 들려주는 작품이다. 주인공 고요는 자타공인 이야기 대장이다. 틈만 나면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고요 곁에 아이들이 모여드는 건 당연지사. 고요는 할머니에게 들은 이야기를 소중히 기억했다가 아이들에게 들려주며 남다른 기쁨을 느낀다. 고요가 목소리를 줄였다 높였다 팔을 펼쳤다 접었다 할 때마다 아이들은 숨을 죽인다. 이야기 끝에는 모든 아이들이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또 다른 이야기 마당이 펼쳐지는데 그 자체로 즐거운 놀이가 되기도 한다. 물론 한참 이야기하고 있을 때 “거짓말! 귀신이 어디 있어?” 하고 초를 치는 은채 같은 아이도 있다. 우리 할머니가 어렸을 때 귀신을 만났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는 이야기가 거짓말이라고? 고요는 화가 나지만 딱히 대꾸할 말이 생각나지는 않는다. 안타깝게도 할머니는 얼마 전 돌아가셨고 이야기를 그냥 믿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으니까.
진짜 이야기와 가짜 이야기가 따로 있을까? 그렇다면 어떤 이야기가 진짜 이야기일까? 이야기처럼 이야기에 대한 질문도 끝이 없다. 게다가 고요는 같은 반 주안이의 부탁을 받아 동생 루아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다가 난처한 상황에 빠진다. 얼마 전 키우던 고양이가 죽어서 슬퍼하던 루아에게 고요의 고양이 이야기는 큰 위로가 된다. 고요도 이야기를 들려주며 보람과 즐거움을 느낀다. 하지만 매일매일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또 하니 이야기가 바닥날 수밖에. 할머니에게 들은 이야기가 다 떨어졌는데 어떡하지? 어쩔 수 없이 조금씩 조금씩 지어내지만 이것도 진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까? 한계에 다다른 고요는 다행히 여름방학을 맞아 잠깐 시간을 벌게 된다.
목차
입안이 간질간질
거짓말쟁이가 아니야
줄무늬 고양이가 된 토끼
할머니 집에서 여름방학을
영웅 고양이는 무슨!
자신감이 퐁퐁
진짜 이야기가 모락모락
작가의 말
저자 소개
글: 박혜원
어린이 친구들과 책 읽고 이야기 나누는 일을 하며 동화 작가의 꿈을 키웠습니다. ‘푸른잉크 동화교실’과 ‘글장이와 이야기꾼’에서 동화를 공부했고, 201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화로 등단하였습니다. 『거품 가족』이 첫 책입니다.
그림: 방현일
익숙한 노랫말이 많아 그림을 그리면서도 자꾸 흥얼거리게 되는 작업이었습니다.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담벼락의 고양이 이웃』 『노래를 품은 섬 소안도』 『달 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별에 다녀오겠습니다』 『내 동생이 수상하다』 『비밀 씨앗 공방』 『전봇대는 혼자다』 『강원도의 맛』 등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출판사 리뷰
이야기와 이야기하기, 이야기를 통한 관계 맺기
이야기에 담긴 따뜻한 온기와 단단한 위로
이야기는 분명히 재미있는 오락거리지만 재미가 전부는 아니다. 이야기를 함께 나누며 마음을 전하고 서로를 이해하고 감정이입을 하는 과정에서 특별한 정서적 유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고요의 이야기를 듣고 난 아이들은 각자의 감정과 근황을 털어놓고 거기에 반응하면서 서로에게 친근하게 다가간다. 고요는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아이들 사이에서 모락모락 빵 굽는 냄새가 나는 것 같다고 느낀다. 동생의 슬픔을 달래주고 싶어 하는 주안이와 최선을 다해 루아를 웃게 해주려고 노력하는 고요는 루아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통해 도리어 위안을 받기도 한다. 이처럼 모든 이야기에는 따뜻한 온기가 담겨 있다. 이야기는 들려주고 듣는 것이며, 언제나 사람들을 한데 모아주니 말이다.
고요와 엄마는 여름방학 한 달간 돌아가신 할머니의 시골집에 머무르며 다시 한번 이야기가 얼마나 소중한지 경험한다. 그곳에서 고요는 말하는 고양이 구름이를 만나 할머니 이야기가 진짜라는 것을 확인하는가 하면 자기만의 이야기를 수집한다. 고양이가 말을 하다니 말도 안 된다고? 하지만 이야기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야기 속에서는 세상을 떠난 할머니가 여전히 살아 있을 수 있고, 병에 걸려 죽은 고양이가 영웅이 되는 것도 다 가능하니까. 처음에 고요는 할머니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사실이라고 믿고 진짜 이야기만이 가치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제 아니다. 이야기는 얼마든지 지어낼 수 있는 것이고 지어낸 이야기도 ‘진짜’일 수 있는 것이다. 할머니를 떠나보낸 뒤 깊은 우울에 빠져 있던 엄마가 마침내 슬픔을 극복하는 것도 자꾸만 찾아와서 귀찮게 구는 옆집 할머니와 고요의 이야기를 들으러 모여든 이웃들 덕분이다. 이처럼 이야기는 사람과 사람을 잇고 가깝게 만들고 서로서로 위로와 응원을 건네게 한다. 진짜와 가짜를 가리는 대신 이야기를 나누는 일 자체를 즐기고 이야기에 담긴 메시지와 진심에 호응한다면 모든 이야기는 진짜가 된다.
『이야기가 모락모락』은 주인공 고요를 교실 안 이야기꾼으로 내세워 ‘이야기 짓는 어린이’가 얼마나 근사한지 잘 보여준다. 할머니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자란 고요가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슬픔에 빠진 사람들을 위로하고, 들고양이 구름이의 안락한 삶까지 마련해주는 걸 보라. 고요는 조그맣고 연약한 어린이지만 누구도 하지 못한 일들을 해낸다. 여기에 바로 이야기의 의미와 가치가 담겨 있는 것이다. 세상 모든 이야기의 주인공은 힘이 없고 약하다. 어쩌면 그래서 어린이들이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이 아닐까? 이야기를 좋아하는 모든 어린이들에게 권할 만한 책이다.
* 출처 : 예스24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35223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