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할 날도 이제 한달이 채 남지 않았습니다.내년 2025년 1월 20일에 취임하기 때문입니다. 2020년 대선에서 패배한뒤 이를 갈면서 재집권을 노린 트럼프 당선인이기에 그의 머리속에는 이미 모든 구상은 완료됐다고 보입니다. 4년동안 하루에서 수십번 썼다가 지우고 또 쓴 메모지가 얼마나 많았겠습니까. 재집권 그날이 오면 자신의 구상대로 일사천리로 진행할 것이다 그리고 손 봐줄 자와 지근거리에 두면서 이용할 자들을 철저하게 가려 그의 비밀 수첩속에 기록해 놓았을 것입니다. 일론 머스크라는 경제인을 영입해 최측근으로 둔 것이나 플로리다를 자신의 왕국으로 만들겠다는 구상들이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그의 기발하고 극단적인 구상이 취임도 전에 여기저기서 불협화음을 드러내고 마찰음이 점점 높아지는 것이 현상황입니다. 요즘 트럼프 당선인의 심정은 그야말로 '마음대로 안되네'일 것입니다.
미국 예산안이 대표적입니다. 미국 의회의 여야 합의로 마련한 예산안을 트럼프가 거부하면서 큰 소란이 일었습니다. 예산안에 정부가 낼 수 있는 빚의 한도가 정해져 있는데 트럼프 당선인이 이 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요구를 했기때문입니다. 자신이 집권하면 제한없이 정부의 돈을 마음대로 쓰겠다는 의도로 해석되는 것입니다.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예산이 끊기고 그럴 경우 미 연방 정부의 폐쇄라는 그야말로 셧다운사태가 벌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미국 공화당 즉 트럼프가 장악하는 공화당은 트럼프의 요구를 수용해서 새 예산안을 제출했지만 하원에서 부결됐습니다. 미 하원의원은 공화당이 다수의석을 차지하고 있기에 이 부결은 상당히 트럼프를 당혹스럽게 만들었습니다. 공화당에서만 이른바 반란표가 38표나 나왔습니다. 이런 현상은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보수 이념에 어긋나는 것이었다는 풀이가 가능합니다. 공화당은 다시 예산안을 제출했고 트럼프 당선인의 요구가 배제된 상태에 하원에서 통과됐습니다. 취임하기도 전에 트럼프입장에서는 대단히 불쾌한 일이 발생한 것입니다. 자신의 당 의원들이 자신의 요구를 면전에서 거절하는 상황을 맞은 것입니다.
트럼프 구상의 흔들림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현재 공석이 된 플로리다 주연방 상원의원 자리에 자신의 둘째 며느리 라라 트럼프를 앉히려던 계획도 자신의 당인 공화당 출신 주지사 론 드샌티스가 허용하지 않으면서 수포로 끝났습니다. 트럼프가 꿈꾸는 플로리다에서 왕국 건설 구상에 흠집이 간 것입니다. 미국 민주당에서가 아니고 자신의 당인 공화당에서 여기저기 불협화음이 불거지자 트럼프 당선인은 곤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트럼프가 공화당을 확실하게 장악하지 못하기 때문이지만 워낙 럭비공처럼 행동하는 트럼프이기에 앞으로도 이런 현상은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선거전에도 미국 공화당 네오콘(신보수)의 상징적 인물인 딕 체니 전 부통령이 자신은 트럼프에게 투표하지 않겠다고 했으며 부시 전 대통령도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했을 정도입니다.
트럼프 당선인의 차기 대사와 특사 지명에도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트럼프 당선인이 지명한 외교 대사들에 대해 그들은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다소 잡다한 밀사들의 무리로 보인다고 혹평했습니다. 가디언은 대사중 일부는 외교 관련 경험이 부족한 데다 일부는 이해 상충의 위험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지적했습니다. 한 외교 정책 분석가는 그들의 자격 부족을 분석하면서 '외교 광대차'라고 표현했습니다. 또한 그런 대사 지명은 외교 상대국에 대한 의도적인 모욕이라고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가디언은 이어서 외교관들이 대사역할을 수행하는 거의 대부분의 국가와는 달리 미국 트럼프 당선인은 지지자와 재정적 후원자를 일종의 보상적 차원에서 임명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미국내에서도 트럼프 당선인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이 자칫 미국안에서조차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비판의 소리가 높습니다. 미국 민주당 지지세력뿐 아니라 공화당 지지세력에서도 너무 일방적으로 정책이 진행되면 미국 우선주의가 미국 고립화와 미국 외톨이로 진행될 가능성도 높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요즘 거의 대통령급으로 격상된 일론 머스크의 행보를 두고도 우려의 소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미국 예산안 갈등에 일론 머스크가 깊이 간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일론 머스크가 미국 양당이 합의한 예산안 무산을 주도하면서 셧다운 국면에서 정치적 힘을 과시하고 있다고 그의 행보에 대해 우려을 표하고 있습니다. 미국 민주당은 머스크가 사실상 대통령으로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공격하고 나섰고 트럼프 당선자는 그가 결코 대통령이 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는 이 나라에서 태어나지 않았다고 강조하고 나섰습니다. 앞으로 나댈 일론 머스크를 트럼프 당선인이 제어를 못할 경우 정치적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의 1호공약인 불법 이민자 퇴출도 3D 직종에서 무작정 외국 인력 진입을 막을 경우 미국내 백인들이 그런 일을 할 의사도 능력도 없어 결국은 허드렛일을 할 인력의 태부족으로 큰 혼란을 빚을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의 법인세와 개인 세금을 감면해 주고 그 대신 관세를 높여 재정을 충당하겠다는 것도 자칫 저렴한 가격의 제품의 미국 진입을 막아 물가 상승을 야기시키고 그것이 인플레이션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이 플로리다 자택 책상앞에서 이뤄지는 탁상공론이 미국의 경제를 오히려 어렵게 할 가능성이 높으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로 대표되는 미국만 잘살겠다는 편협된 사고가 더 큰 화를 부를 가능성도 상당하다는 지적이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전에 이미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럭비공이자 독불장군인 트럼프 당선인이 앞으로 이런 지적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도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2024년 12월 23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