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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줄거리
(01)편 http://cafe.daum.net/Europa/2oQs/15314
무엇이든 다 잘하는 나, 파스파르투는 여전히 포그 씨의 시종 일을 맡고 있다. 정신 없이 시간을 보내다 잠시 여유가 생겨 쉬고 있던 나는 포그 씨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게 된다. 또 세계일주를 하겠다니! 경악할 겨를도 없이 부랴부랴 짐을 싸서 열차를 타고 포그 씨와 함께 파리에 온 나는 만국 박람회가 아직도 열리고 있는 것에 놀라고, 그때 보지 못한 것들을 더 보려고 구경을 갔다가 발명가들이 보여주는 문물에 푹 빠져 내가 지금까지 어떤 고생을 했고 앞으로는 또 얼마나 힘이 들겠는지 따위의 생각은 까맣게 잊어버린 채 즐거움에 빠져 버렸다. 하루라도 고향에서 머물고 싶지만 포그 씨는 즉각 다음 여정을 재촉하는데…
......
“바로 결정하시죠!”
“부쿠레슈티까지 직행하세!”
열차를 타러 갑니다!
......
우리는 18:25에 파리 동역(Gare de Paris-Est)에서 오리엔트 특급 열차에 탑승했다.
열차는 아주 아름다웠다. 열차는 유럽 디자인계에 있어 보석 같은 존재라 할 수 있는데, 외교적인 관점에서도 역시 그러하다. 국제침대열차사(Compagnie internationale des Wagons-lits. 실제로 이 노선을 운행한 유명한 벨기에 회사입니다.)가 선망 받는 몇몇 나라들을 설득하여 철도로 그 나라들을 연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유럽을 횡단하는 이 철도가 우리를 실어 보내줄 것이다. 최소한 부쿠레슈티까지는. 이스탄불까지의 철로는 아직 공사 중이다.
긴 기적이 마지막으로 울리고, 우리는 동쪽으로의 여행을 시작했다.
철도 경비대원과 이야기를 합니다.
......
“안녕하십니까! 무슈!”
“도와드릴 게 있나요?”
“네, 부쿠레슈티에 관해 아시는 게 있으신가요?”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없군요, 무슈.”
“부쿠레슈티에서 이스탄불로 가는 게 가능한지 알고 싶은데…….”
“거의 불가능할 겁니다.”
“오데사로는요?”
“아는 게 없네요. 그래도 확실히 멋진 곳이죠. 어쨌든, 그런데 혹시 보르도에 가 보셨습니까?”
“자주 가 봤지요!”
“오! 그곳으로 신혼여행을 가고 싶은데 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그러죠. 이야기가 길 것 같은데 따로 시간을 내서 합시다. 지금은 부쿠레슈티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정말 모르십니까?”
“음, 부쿠레슈티 거리는 워낙 혼잡해서, 보젝 차로 이동하기 힘드실 거예요.”
“부쿠레슈티에서 노보로시스크는 갈 수 있을까요?”
“제 생각에 그럴 가망은 없을 것 같습니다만.”
“엘베루스 산은요?”
“오,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군요.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주인님은 파리를 출발한 후부터 줄곧 방해받지 않기를 바라신다.
그래서 나는 그를 두고 열차를 둘러보러 나왔다. 식당차는 마음에 쏙 들었다. 객차 한 칸의 창을 통유리로 교체한 전망대도 여전했다.
식당칸으로 들어간 나는 그곳에서 몇 사람이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을 보았다.
나는 빈에서 열리는 대규모 증기 관현악단 공연을 보러 가고 있다는 한 젊은 작곡가 옆에 앉았다. 하지만 그는 곡의 선율, 화성, 화음의 진행 따위 외의 주제로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음악에 관심이 있기는 하지만, 나는 그 뜻을 이해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가 한 말들은 내게는 거의 소용이 없었다. 그보다 더욱 재미있는 이야기는 그곳의 정치적 상황 문제였다.
“숙부께서 경고를 하셨어요. 성내에서 마음대로 제 악기를 연주하지 말라시더군요. 듣자 하니 금지되어 있다고요.”
“아니, 왜요?”
그는 고개를 젓고는 씨익 웃었다.
“뭐, 아마 외국인 음악가들에게 자기 나라의 훌륭한 작곡가들을 보여주는 일에 지쳤나 보죠.”
잠시 후 그는 나갔고, 수다를 떨던 두 여인도 뒤이어 별을 보러 전망대로 나갔다.
나는 포그 씨에게로 돌아갔다. 그가 신문 너머로 나를 갑자기 쳐다보아 깜짝 놀랐다.
“또 무엇을 배워 왔나?” 그가 물었다.
나는 식당차에서의 일을 말했고, 그는 감흥이 전혀 없었는지 재빨리 주의를 돌렸다.
......
견실한 성격이 되었다 합니다.
DAY 3
오전 05:00
이른 아침 우리는 빈에 도착했다. 승강장에서는 푸른 광택 도료로 칠한 제복을 입은 기계 군인들이 경비를 서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모습이 달갑지 않았다. 우리가 여기에서 내리지 않는다는 사실이 정말 기뻤다. 열차가 출발하자 해가 떠올라 시골 풍경을 따뜻한 노란 빛으로 칠해 주었다. 여행하기 참 아름다운 날이야.
바빴습니다. 신문을 좀 볼까요?
- 타임스(The Times)
부쿠레슈티, 소 독감 사태 종료
“소고기 값이 좀 싸겠군?”
부다페스트를 통과합니다.
DAY 4
- 타임스(The Times)
필리어스 포그, 또 세계일주를 시도하다!
바로 소문이 났습니다.
사흘째의 열차 여행은 짧았고, 우리는 별 탈 없이 정오 전에 부쿠레슈티에 도착했다.
하지만 우리가 열차에서 내릴 때 승강장에서 큰 소란이 일었다. 한 젊은이가 역 중앙 홀을 가로질러 우리 쪽으로 비틀거리며 다가오는 것이다. 그것도 가슴께에 무언가를 꼭 쥔 채로!
나는 그를 붙잡고자 다가갔다. 그러자 가슴을 덮은 그의 팔이 떨어졌고, 피에 젖은 셔츠가 드러났다. 그의 손 또한 많은 피로 젖은 상태였다.
어쨌거나 그런 것과 상관없이 나는 그를 붙잡았다. 그가 내 쪽으로 무너져 내려, 내 셔츠도 피로 얼룩지고 말았다.
그는 거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제발,” 그가 웅얼댔다.
“그들이 나를 찾았다고, 그 사람에게 전해줘요.”
그 이상한 메시지와 함께, 그는 내 손에 무언가를 쥐어 주고는 바닥에 쓰러졌다. 곧 열차 경비대 무리가 그의 주변으로 몰려들었고, 그는 시야에서 사라졌다.
나는 그가 실려 나갈 때까지 가만히 서 있었다. 경비대는 나에게 조치를 취하지 않고 내버려 두었다. 아마도 나를 친척이나 친구로 생각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사실, 나는 아주 깊은 충격을 받았을 뿐이다.
어느 순간 나는 역 밖에 나와 있었고, 그제야 나는 손바닥을 펴고 그가 무엇을 주었는지 확인했다. 정육면체 형태의 작고 검은 유리 조각이었다. 이게 뭔지 전혀 알 수 없었지만, 나는 그것을 주머니에 넣었다.
포그 씨가 조바심을 내며 지팡이로 땅을 두드렸다.
“파스파르투!”
나는 그의 발걸음에 맞추려고 서둘러 움직였다.
부쿠레슈티 BUCURESTI
보이는 건 루마니아의 영웅 미하이 비테아줄(Mihai Viteazul)의 동상인 것 같습니다. 다음 길을 탐색합니다.
테살로니케-부쿠레슈티-오데사 경로를 찾았습니다.
......
오후 04:32
포그 씨가 부쿠레슈티는 ‘작은 파리’로 더 유명하다고 말해 주었다. 포그 씨는 내가 집에 돌아온 것 마냥 편안함을 느끼도록 분명 최대한의 노력을 한 것일 터이다. 프랑스인으로서의 자부심이 있는 나로서는 그런 비교를 받으면 신경이 조금 곤두서지만.
나는 도심으로 들어가는 전차를 탔다. 도심은 모든 면에서 현대적이었다. 소수의 상점 매대와 보여르(boier - 루마니아 귀족. 동유럽 귀족들이 보통 보야르라고 불리죠.)의 주거지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곳에서 전깃불이 빛나고 있었고, 보젝 자동차는 유증기를 날리며 털털대고, 골목마다 행상인들이 온갖 종류의 소형 자동 기계를 팔고 있었다.
백합 모양을 한, 교묘하게 제작한 등이 이곳이 발명가 조합의 지부임을 드러내고 있었다.
나는 문을 열었고, 먼지 가득한 공기에 즉시 기침이 나기 시작했다. 나는 멀리 카운터 뒤에 있는 머리색 짙은 여인을 바라보았다.
그는 나의 등장에 깜짝 놀란 듯했다. 의심에 찬 그는 눈을 가늘게 떴다.
“Cu ce sa va ajut?”
(주 - 어떻게 도와드릴까요라는 뜻의 루마니아어입니다.)
나는 매력적인 미소를 날렸다. 언어를 뛰어넘는 것이 몸짓이니까. 그는 감흥이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 당신 프랑스인이군요.” 그는 힘들이지 않고 나의 모국어로 바꾸어 절제된 어조로 말을 했다.
나는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내 소개를 했다. 그는 자신의 정확한 직함도 생략하고 그저 “스타인베르크(Steinberg)”라고 이름만 말했을 뿐이었다. 때문에 나는 그곳에 있기가 좀 어색해졌다.
“마드무아젤 스타인베르크.” 나는 과감하게 말해 보았다.
“그냥 스타인베르크.” 그가 엄하게 정정했다.
“그래서 여기서 원하는 게 뭐요?”
“그러니까 여기가 발명가 조합 맞지요?” 나는 감정 없는 어조로 물었다.
“조합이 지금은 그렇게 인기가 있지는 않으니까요.” 그는 으쓱하며 수긍했다.
“지금의 화제는 독립이죠. 그런데 우리나라의 신임 공작(公爵) 때문에 조합은 너무 오스만 쪽에 치우쳐 있어요. 또,”
스타인베르크는 명백히 항의한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조합이 대놓고 유태인을 고용하고 있죠.”
“유태인도 루마니아 공민이 될 수 있지 않나요?” 내가 대답했다.
“더 이상은 아니에요. 이젠 오로지 기독교도만 공민이 될 수 있어요.”
그는 눈길을 돌렸다.
“공은 누가 전차를 운용하고 누가 가스등을 켤 수 있게 해 주는지 모른 체하고 있어요.”
(주 - 아마 오스만의 종속국 시절이던 루마니아 공국의 카롤 1세 이야기인가 싶네요.)
나는 조합의 물건들을 삼십 분 동안이나 훑어보았다. 가치 있거나 흥미가 동하는 것은 거의 찾지 못했지만, 먼지투성이의 큰 메달 하나만은 예외였다.
나는 그걸 슬쩍 챙겼다. 친구들, 대단한 통찰력 때문이었는지, 그저 그 반짝거리는 물건에 대한 애착이었는지, 나는 내가 그리 한 이유를 확실히 답할 수가 없다.
죄책감에 사로잡힌 나는 두려운 표정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나는 스타인베르크에게 작별을 고하고 정중하게 그가 잘 지내기를 기원했지만, 그래도 그의 냉담한 행동을 누그러뜨리지는 못했다. 나는 걸어서 포그 씨에게로 돌아갔다.
훔쳐 봤는데 아무렇지도 않네요? 물건을 가져갔더니 포그 씨가 좋아하십니다. 관계가 더 친밀해졌답니다. 아그라에서 팔면 비싸다고 하시네요.
오늘은 호텔에서 하루 자기로 합니다. 차편이 없어요.
......
오후 08:24
저녁에, 나는 호텔에서 나와 부쿠레슈티의 중심 대로인 포둘 모고쇼아이에이(Podul Mogoșoaiei. 모고쇼아이아 목재 포장 도로라는 말인데 이 시기에는 자갈로 포장되었습니다.)를 거닐었다. 도로는 쇄석이나 아스팔트가 아닌 작은 자갈로 포장되었지만, 거리에 늘어선 가스등은 최신 도이치 양식이었다.
신사숙녀들이 최신 유행인 스프링 달린 마차를 타고 거리를 누볐다.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인 광경이었지만, 그래도 샹젤리제(Champs-Élysées)만큼은 아니다. 포그 씨가 어떻게 생각하든지 말이다.
DAY 5
일어납니다. 이제 바로 브리핑을 해야죠?
정오에 떠나는 화물열차로 오데사에 갈 수 있습니다.
마차 파에톤으로 테살로니케에 갈 수도 있는데요.
포그 씨가 교섭한 결과 오늘 오후 1시에 출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540 파운드를 더 주어야 합니다.
......
“북으로 갈까요, 남으로 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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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어서 네덜란드로 갑시다.
어...? 암스테르담은 이미 늦어 버렸는데요...
@koringenieur 북극항로의 시작은 로테르담이라는건 상식이거늘.....
삭제된 댓글 입니다.
아. 저는 그와 그녀라는 말을 구분하는 것을 싫어해서 의도적으로 쓰지 않고 있습니다. 원래 우리말에 그녀라는 표현이 없지요. 그 바람에 화자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헷갈리는 단점이 있기는 합니다만...
시베리아 횡단철도 가즈아아아아ㅏㅏㅏㅏㅏ
ㅋㅋㅋ
세계관을 관통하는 큼직한 떡밥이 두 개나 나왔습니다. 하나는 빈 성내에서의 음악 연주 금지령, 또 하나는 부쿠레슈티 역 살인사건에서의 검은 유리 정육면체. 첫번째는 빈을 지나쳤으니 이번 회차에서는 지나간 떡밥이 되었고, 두번째는...? 그리고 여러 회차를 돌다보면 두 떡밥은 서로 깊이 연결되어있다는 걸 알 수 있죠.
그리고 이번에도 시장에 채 들르지 못해서 또 어디로 갈지를 결정하기가 애매해졌습니다;; 오데사로 가면 흑해로, 쎄살로니키로 가면 지중해로 가게 되는데...
부쿠레슈티 발명가가 마드모아젤이라는 표현을 강하게 거부하는 것은, 오늘날 미스와 미세스가 성차별적이고 비실용적인 표현이라는 이유로 미즈(Ms.)라는 표현이 만들어져 보편화된 것과 같은 맥락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발명가 조합이 친터키적이라는 의심을 받고(아마 조합의 공용어도 터키어라는 설정이었을텐데..) 유대인이라도 회원으로 받아준다는 점에서, 당시 발칸 반도 전체를 흔들던 민족주의 열풍과 물밑에서 충돌이 일어나고 있음을 엿볼 수 있지요.
@인생의별빛 이 세계관이 성 문제에 있어서 개방적이고, 여권 문제도 꽤 중한 화두로 나오는 것 같다는 느낌을 처음부터 받았지요. 이번에 루마니아에 와 보니까 발칸 문제가 복잡할 것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됐습니다. 생각해 보니 전에 베오그라드 떡밥도 있었는데. 이거 연재 여러 번 하게 되나요...ㅋㅋ
이게 대체 뭔 게임이죠?
파스파르투가 되어 세계를 일주하는 게임입니다. http://cafe.daum.net/Europa/2oQs/14743 요 연재를 보시면 이해에 도움이...
삭제된 댓글 입니다.
훗 과연 그러실 수 있을까요?
번역만 되면 당장 즐길 모드인데요
한글화하려고 했지만 손을 대 보고 바로 포기했습니다. ㅠㅠ
테살로니키는 가봣으니 (?) 오데사로!
근데 테살로니키도 상당히 매력적인 선택지죠
오데사가 압도적이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