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퇴근 하는 길... 회사 동료가 대뜸 말한다. "사장님, 새 다이어리 안 사셨죠? 제가 하나 사 드리겠습니다."
음.. 이 친구는 독심술 기능자인가? 요즘 주머니 사정이 안 좋은 걸 어찌 알고. 옳은 사람이군 옳아! 하면서 "괜찮아요"라고 답했다. 하..
그리고 오늘 아침.
오래도록 나에게 붙어 있는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들의 축복을 받으며 출근하는 길. 새해의 첫 주말을 맞이하는 오늘따라 유독 조용하다.
납부의 특례시(?)는 옅은 입김으로만 서로의 생존을 확인하는 야무지게 불친절한 동네라는 것을 다시금 되새기며 사무실로 들어선다.
그리고. 책상 위.
브라운 색. 2024라고 큼지막하게 적혀 있는 다이어리. 심지어 클래식한 '양지사' 맞다! 당신들이 아는... 그! 응? 음지에서조차 볼펜에 침 묻혀 적고 싶어지는... 그 양지 다이어리. 바로 그것이 떡~하니 책상위에 놓여 있지 않은가? '이 두꺼운 종이위에 얼마나 많은 활자를 적어야 할까?'하고 멍하니 바라보다가 이내 고마움으로 인사한다. 바쁘게 사무실과 현장을 오가는 그 동료를 불러 세우고, 감사의 말을 전해 본다. "지금까지 새해 다이어리를 남이 사주는 거, 처음입니다."
고마운 일. 맞다.
미안하게도 오늘 하루, 이 일로 가슴이 몽글몽글해지거나, 뜨겁거나, 설레거나, 즐겁거나 하지는 않다. 그 동료에게는 너무나 고마웁고. 그 마음을 당연히 표했지만 말이다. 갱년기일 수도 있다. 하하. 아니란 말은 못 하겠다. 암튼 여지없이 나는 표정없는 얼굴로 퇴근 준비를 한다. 이렇게나 희망차고 상큼한 새해이건만... 쯧.
즐겁자. 재미있자. 반 백살인데. 그래도 된다, 지랄맞은 듯 살가워질 수 있는 인간아~!하며, 반성하며 집으로 가 보자.
그리고 여기 사람들...간혹 꿈에서도 나오지 못 하는, 추억속 갇힌 사람들도.
새해 복 많이 받고, 많이 웃자.
첫댓글 좋은 글이네요...공감합니다..
이제서야 답글을 보는 이 부지런함이란. ^^ 감사합니다 10루타님.
해피뉴이어~~~~~
뜬금없이 상큼허이~
1월에 크롬이는 이렇게 살고 있었구나... 다이어리 하나에... 새콤하게... 1월의 크롬이 반갑다... 9월의 후니가.
어?! 피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