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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체제의 비용
비트코인, 그리고 달러의 지정학의 2nd 이다.
중앙은행이 전자적으로 이동하는 토큰을 만들 수는 없을까? 이 질문에 시작한 프로젝트가 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라고 한다. 미국이 CBDC를 발행하면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가 내리막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 통화에 대한 국민주권은 각국의 경기를 진작하거나 경기과열을 막기 위해 통화량을 조절한다. 달러 CBDC가 유통되면 대다수의 나라 국민은 자국 통화 대신 달러를 선택하려 할 것이다. 대다수 국가가 수십 년간 거시경제를 조작해 경기변동을 부드럽게 만드는 데 통화 주권을 사용하는 대신, 국민의 저축을 훼손해 특정한 계층에 이익을 몰아주는 방편으로 활용해 온 탓에 자국 통화보다 달러를 더 신뢰하기 때문이다.
달러와 국민국가의 공존, 케인스와 화이트가 설계한 세계 통화 금융시스템은 고전학파에 따르면 시장은 자율적으로 균형을 찾아간다. 케인스는 자본이동의 통제를 영구적인 특성으로 만들어야 한다고까지 말한다. 국가의 경제가 침체하면 정부가 이자율을 낮추어서 투자와 소비를 진작할 필요가 있다. 이자율을 낮추면 이자율이 높은 나라로 자본이 유출되고 자본이 필요한 나라에 자본이 부족해지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래서 투자가 줄어들어 실업이 늘어나고 경기가 위축되므로 정부는 딜레마에 빠진다. 따라서 국민경제가 이자율을 낮추어도 자본이 유출되지 않도록 하려면 자본이 국경을 자유롭게 넘지 못하도록 정부가 국경을 통제해야 한다. 이것이 케인스와 화이트의 생각이다.
바보야, 중요한 건 세계체제야. 역외금융의 토대는 국민국가 시스템이다. 역외금융이 자라난 토대가 바로 케인스주의자들이 선호하는 ‘국민국가 정치시스템’이라는 것을 다시 상기할 필요가 있다. 어떤 나라도 자기 권역 바깥에서 함부로 사법권을 행사할 수 없다. 이 단순한 규칙이 국가 간의 갈등을 방지하며, 국가 간의 갈등이 발생하면 누가 먼저 국경선을 넘었는지, 결과적으로 누가 잘못을 했는지 판단을 돕는다. 개별 국가의 자율성을 지켜주는 것을 절대권력의 제국주의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는 시장에서 투표권이 매매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민족주의자들일수록 직접적으로 표를 거래하는 행위만이 규제 대상은 아니라고 믿는다. 노동시장에서도 약자가 도태되지 않게 하려면 시장을 규제해야 한다. 성별, 종교, 출신 지역, 종교적 신념, 궁극적으로 우발적인 실력 차이 때문에 선택에서 배제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계약의 자유’를 국가가 제어해야 한다. 이상주의자들은 선과 악으로 세상의 단순화한 다음에 자신들이 선을 대변한다고 확신하는 경향이 있다.
케인스가 제시한 국제통화, 방코르. 종이에 쓴 차용증서를 제출하고 얻은 것을 대차대조표상에 자산으로 표기되는 숫자에 불과하다. 이것을 방코르 Bankor라고 하며 케인스가 1945 체제를 위해 제시했다. 즉 방코르란 ‘청산연맹’으로 불리는 국제은행이 발행하는 추상적인 금이다. 환어음은 물건을 납품한 수출업자가 발행한다. 수입업자를 지급인으로 은행에 제출해 자금을 미리 받는 방식으로 발행인 수취인 수신인 3자가 있다. 환어음을 계속 돌리면 이론상 화폐나 황금이 하나도 필요 없다. 거래의 속성상 누구나 누군가에 받을 돈이 있으므로 자신에게 돌아온 돈을 지급할 거래처를 지급인으로 해서 환어음을 발행하고 이를 화폐 대신 지급하면 되기 때문이다. 화폐는 신뢰가 충분한 이들 간에는 장부의 숫자에 불과한데, 신뢰가 부족한 사람들에겐 거래 당사자들의 변제물이다. 무한신용 상태라면 화폐는 필요 없고 장부만 있으면 된다.
규칙을 지키려면 규칙을 수호하는 깡패가 필요한 법이다. 바닷길에서 시작된 규칙 수호자의 길을 미국이 수행한다. 그러나 미국은 제국주의를 싫어하는 데다 유라시아대륙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서반구에 있었기 때문에, 서반구 패권국가로서 유라시아대륙 깊숙이까지 육군력과 행정력을 투입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미국의 이상에 맞으면서 미국이 처한 현실에 부합하는 역할이 바다의 통행을 지키는 것이다. 소련은 육군 중심의 국가였다. 영국은 해군기지를 미국에 이양했다. 일본은 해군력이 강하지만 미국에 패망하여 동아시아의 거점을 미군에 빼앗겼다. 그 덕에 미국은 서반구에 있으면서도 유라시아의 역할을 맡을 수 있었다.
중립성이란 판단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미국과 미국의 달러는 다른 어느 나라나 그 나라의 통화보다 중립성을 지닌다. 자급자족이 가능한 경제 규모를 지닌 덕에 해외요인에 크게 영향받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무역흑자는 15년 만에 적자로 뒤집혔다. 미국은 수출경쟁력을 상실하기 시작했다. 해외요인이 미국 경제와 달러를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게 된 것이다. 1971년 금 태환을 정지하기 전부터 달러의 금 태환은 문제가 되었다. 규칙을 지키는 수호자가 스스로 규칙을 파기할 때 가장 큰 피해는 규칙을 성실하게 준수한 행위자들의 몫이다. 이는 정부가 법을 바꾸거나 말을 번복할 때마다 일어난다. 파기할 수밖에 없는 약속이지만 정부는 최선을 다해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준다. 특별인출권 SDR special drawing right 창설을 발표하는 등 미국은 동맹국을 안심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국제무역에 쓰일 유동성이 부족했는데 이유는 금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달러를 공급하면 미국의 국제 수지가 악화하고, 결과 국제교역 참가국들은 달러를 믿을 수 없게 된다. 이것이 ‘트리핀의 딜레마’다.
세계체제, 미국의 허약함을 반영한다. 미국이 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민의가 세계체제를 지탱하는 쪽으로 수립되는 걸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1인 1표라는 정치제도는 평균적인 미국인들을 소외시켜 온 세계화를 지지하는 쪽과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는 힘이다. 국민이 엄청난 방위비를 부담하게 하면서 국민인 군인이 피를 흘려야 하지만, 국민 대다수가 세계지도에서 찾지도 못하는 나라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정치가에게 군사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절대권을 부여하는 것은 민주주의와는 어울리기 어렵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세계의 수백만 명의 생명을 앗아갔고 수억 명이 삶을 파괴했다. 중국에서 기원했지만, 발생 원인과 전파경로를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과학자의 추적조사를 중국이 불허하기 때문이다. ‘우한바이러스연구소’에서 생화학 무기의 일환으로 개발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중국 안과 의사 ‘리원량’은 코로나의 존재를 가장 먼저 세상에 알렸다. 의사들의 단체방에 확산을 경고하고 의사들에 방역복을 입으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중국당국은 그를 공안에 소환하여 ‘시키는 대로 한다’는 각서를 받았다. 그리고 감염돼 죽는다. 중국은 공안 예산이 국방예산보다 많다. 후진타오 집권기 2003~2008년까지 중국은 언론자유 황금기였다. 인터넷 사용자가 늘면서 지방공무원의 비리가 쏟아졌다. 2008년 ‘쓰촨성’ 지진 때 중국은 각국 취재진의 취재 경쟁이 뜨거웠다. 그러나 중국은 외국 입국자의 과거 행적을 검열해 정치적이거나 정치활동을 할 가능성이 있으면 격리 본국으로 돌려보냈다. 이 ‘베이징’ 올림픽 최고위 인사가 시진핑이다. 중국은 시진핑의 영구집권 체제가 노골화되자 세계에서 가장 덩치가 큰 북한으로 취급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네 가지 사실을 놓쳤다. 미국의 원한이 이리 클지 몰랐고, 미국 수법이 악랄할 줄 몰랐고, 미국에 중국이 얻어맞는데 편들어 주는 나라가 없을 줄 몰랐고, 미국의 공화당 민주당 할 것 없이 중국을 때린다는 것이다.
중국은 국민소득이 1만 달러를 역사상 가장 빠른 30년에 달성한다. 미국이 180년 일본이 100년 걸렸다. 중국은 지리적 약점이 서쪽과의 교역이다. 서쪽은 험한 산지와 사막이 막고 바다는 남중해를 나와 인도양을 우회해야 한다. 인도 해군의 영역이다. 인도의 원유, 상품 중계무역을 인정하지 않으면 중국 해군력으로 인도 해군을 제압해야 한다. 수에즈 운하, 호르무즈 해협, 믈라카 해협은 모두 중국의 목줄이다. 중국이 원양함대를 파견하지 않아도 되었던 이유는 미국체제가 이 바닷길에 평화를 주었기 때문이다. 중국이 타이완을 점령하면 미국의 선택지는 바로 중국의 서쪽 항로를 봉쇄하는 것인데, 그 상황에서 중국이 견딜 수 있는 기간은 100일 정도라고 한다. 에너지와 식량을 자급하지 못하는 중국의 현실 때문이다. 중국이 작동하려면 하루 200만 배럴의 유조선이 6척 매일 들어와야 한다, 페르시아에서 상하이까지 19일이 소요된다.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동남아 국가에 반감을 사는 일만 그간 해왔다. 일대일로로 개척한 숨통이 파키스탄의 ‘과다르’ 항에서 기차나 파이프라인으로 중국으로 원유 수송인데 부패한 파키스탄의 식민 통치를 해야 가능한 일이다.
중국은 저축률이 높다. 그러나 65세 이상 노령인구는 세계 최대다. 중국의 문화혁명 때 배출된 사람들은 학교에 가지 못했다. 그들의 아들 농민공이 도시로 돈 벌러 갔을 때 손자는 할머니가 키웠다. 할머니가 업고 밭일을 하니 할머니 뒤통수만 보고 컸다. 초등학생 60%가 빈혈, 시력 문제, 기생충 감염 등 한 가지 이상의 문제를 안고 있다. 중국 정부는 중간 소득 함정에 빠졌다. 노동운동의 억압은 임금인상을 억제함에 도움은 됐다. 그러나 중국은 더 이상 저임금 노임에 의존할 수 없다. 산업을 고도화해야 국민의 평균소득이 올라간다. 시진핑의 공동부유 정책이 경제성장을 유지할 수 없다는 전망이다.
국가란 지배 엘리트가 대중을 어르고 달래고 회유하고 속이면서 끌고 가는 사회적 삶의 영속체라고 정의하는 이들이 많다. 들키지만 않는다면 엘리트들의 대중 기만이 심각한 죄는 아니다. 그러나 최근 미국 정치는 내전 상태와 다르지 않다. 어느 쪽도 대중을 설득하거나 속여 넘기지 못한다. 미국이 세계체제에 헌신한다면 미국 일반 국민이 들어가는 비용을 투자로 인식해야만 한다. 아니면 미국은 공화주의를 버려야 한다. 미국이 없는 유라시아, 과연 현실이 될까? 대항해 시대부터 먼바다를 운행하는 배들은 상선이자 군함이자 해적선이어야 했다. 원거리 무역은 항상 위험하고 비쌌다. 이것이 국민의 주권이 미치지 않는 깊은 바다 무역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미국이 손 놓은, 유라시아에서의 한국은? 한국은 60%가 수출입으로 비중으로 볼 때, 보편질서의 몰락으로부터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된다. 한국이 세계체제에서 가장 큰 혜택을 보고 있는 국가 중 하나라는 뜻이다. 미국이 달러를 찍어서 체재를 유지하면서 경제학 교과서에서 항행의 자유가 없다고 가정하는 지금과 같은 시스템이 한국에는 최적화된 상태다. 한국인들이 미국의 달러 특권을 없애라고 말할 때, 그들은 미국이 공해상의 안전을 위해 무한 영구동력을 개발하든지, 아니면 그 일을 그만두자는 것으로 주장하는 셈이다. 동해 서해 남해에 중국이나 일본의 이름이 붙지 않게 하거나, 그렇게 부르면 부당하다고 구글이나 세계지도 편찬자에게 계속 주장하고 항의하려면 이들 바다에 미국의 전함이 오고 갈 수 있어야 한다.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은 차이점과 연관이 있다. 주한미군은 한반도 전쟁에 미군을 자동으로 끌고 들어갈 수 있다. 주도권을 중시하는 미국은 주한미군이 상대가 주도권을 쥐는 카드로 이용될 것을 우려한다. 한국과 일본의 적당한 긴장감을 원하는 미국, 한국은 지나치지 않은 반일이 사실상 지정학적 현실을 고려한 현실주의적 반응이기도 했던 셈이다. 중국은 안면인식 기술, 빅데이터, 로봇 같은 첨단 기술을 활용한다면 정부가 10억 명 이상의 국민에게 일관된 사회평가 점수를 매기고 관리하는 사회공학이 가능하다는 상상과 공포를 자아낸다.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의 등장이 시기적으로 절묘하다고 볼 수 있다. 국민국가의 자본통제를 무력화하고 가치물을 어디에나 이동할 수 있다. 그래서 국가들은 비트코인을 합법화하기 어렵다. 나라마다 자유주의 정도가 다르고, 국가의 권능을 제약하는 한계점에 대한 정치적 합의도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기술이 피할 수 없는 현상이라면 미국은 적응하려 할 것이다. 미국의 지배 방식은 촘촘한 통제와는 결이 다르다. 미국은 오히려 비트코인을, 중국을 제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즉 위안화의 가치 상승을 억제해 수출 상품의 가격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중국 국민이 가치가 절하된 위한화 대신 비트코인을 보유하려 든다면 중국의 비트코인 가격은 미국보다 비싸질 것이므로 미국이나 다른 나라의 비트코인들이 대거 중국으로 이동한다. 이미 중국은 백만장자들이 중국을 떠나고 싶어 한다. 2008년 이후 중국의 투자이민 황금 비자의 68%가 중국인이다.
비트코인의 금지야말로 비현실적 이상주의다. 회의론자들은 국민국가로부터 인정받는 국제통화금융 관리기구가 권위를 가지고 작동하면서 빚을 갚지 않고 파산한 국가를 도와줄 것이고, 그 덕분에 회복한 국가는 빚을 갚을 것이다, 라 생각한다. 국제통화기금이나 국제결제은행은 국민국가의 화폐 주권을 보호하기 위해 비트코인을 금지하면 국민정부가 정부들이 ‘원팀’의 정신으로 어느 날 채굴업자들을 습격해 채굴기를 압수하고 거래소를 폐쇄한 뒤 ‘폴 노드’(모든 기록)의 운영자를 색출해 재판대에 세울 것으로 믿는다.
비트코인은 가격이 불안정하고 수수료가 비싸다는 것, 등을 포함해 현실적인 단점이 있다. 그럼에도 가장 보편적인 가치전환 수단이다. 전기에너지를 화폐와 비슷한 가치물로 바꿔주기도 하고 가치물을 공간 너머로 빠르게 보내주기로 한다. 비트코인은 보편성 하나만으로 가치가 있으며, 보편질서에 목마른 시대를 살아내기 위해, 필요한 준비물이다. 지정학 시대란 지리 때문에 세계의 통합이 깨지는 시대를 가리키지만, 대중이 너무 놀랄까 봐 지식인이 엄선한 어휘다.
무거운 금괴와 종이달러, 비트코인 중에서 어떤 가치물이 국경을 넘는 동안 보안 검색대나 구경수비대 혹은 헐벗은 난민들로부터 가족들의 자산을 지켜줄 수 있을지 상상할 수 있는 가정이라면, 이 세 가지 가치물 중, 무엇이 지정학의 시대에 가장 보편적인 가치물인지 선택하라는 시험문제에 쉽게 답할 수 있을 것이다. 라고 필지는 주장 한다. ( 청천벽력 같은 순간의 폐렴에 친형을 5일 만에 여의고, 같이 가자고 약속한 형제 여행을 형님을 모시지 못하고, 동생과 함께 일본 구마모토 ASOYAMANA RESORT에서)
2024.04,23
비트코인, 그리고 달러의 지정학
오태민 지음
거인의 정원 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