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 종합부동산세제의 핵심인 세대별 합산에 대해 위헌 판정을 내렸다. 장기보유주택 과세도 위헌 결론을 내렸다. 비싼 집을 소유해 종합부동산세를 내왔던 사람들은 최대 1조원 가까운 세금을 돌려받아서 좋겠지만, 종부세는 이빨 빠진 종이호랑이가 돼버렸다. 집을 부부 공동명의로 돌리거나 자식 앞으로 해놓으면 아예 안 내도 된다. 이래저래 부동산 부자들은 좋은 세상이다.
이 대목에서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다. 종부세를 종이호랑이로 만든 헌법재판관들은 부동산 재산이 얼마나 될까? 종합부동산세를 낼까?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소박하게 의문을 품을 만한 문제지만 속 시원하게 사실을 확인하기는 무척 힘들다.
고위공직자들은 공직자윤리법 제10조에 따라 1년에 한 번씩 재산 변동 내용을 신고해야 하고, 2007년 말 기준으로 5,490명의 고위공직자 재산변동 신고 내용이 모두 투명하게 공개돼있다. 또 언론보도를 통해서도 대략 알 수 있고, 헌재재판관들의 재산총액은 이미 보도됐다. 그러나 그 중 부동산 재산은 보도된 게 없어, 직접 신고내용을 확인해야만 알 수 있는데 이게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헌법재판관 재산 내역 왜 삭제했나?
헌법재판관들의 부동산 재산을 아는 게 왜 힘들까? 고위공직자의 재산변동 내역은 정부와 각 기관 관보나 공보에 공개하고 있다. 올해만 해도 2008년 3월부터 7월 사이에 퇴직자를 포함해 5,600명의 재산변동내역이 신고한 그대로 공개됐으며, 그 내용은 언제라도 전자관보나 각 기관 홈페이지에 게시된 공보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그런데 유독 헌법재판소만은 홈페이지에서 이를 볼 수 없게 하고 있다.
물론 헌법재판소도 법률에 따라 공보를 펴내며, 재판관들의 재산변동사항도 공보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올해도 3월 20일 펴낸 <헌법재판소공보> 제137호에 ‘헌법재판소공직자윤리위원회공고 제2008-1호(재산변동사항 공개목록)’이라는 공고를 통해 헌법재판관들의 재산변동을 공개했다. 그런데 헌재 홈페이지 초기화면의 소식-새소식란의 게시번호 466번 [공보] 2008년 2월 공지사항에 첨부된 ‘2008.3.20 발간 헌법재판소공보 제137호’ 파일을 다운받아보면 재산변동사항 신고 내용은 삭제돼있다. 분명 표지에 실린 목차에는 있는 데 재산 변동사항 공개목록이 시작되는 292쪽부터는 아예 없다. 그렇다고 다른 곳에 실린 것도 아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 말고는 중앙정부나 국회, 선관위, 감사원 등은 물론이고 구청이나 시청과 같은 기초단체도 홈페이지에서 재산변동 내용을 삭제하고 싣는 경우는 단 한 곳도 없다. 오직 헌법재판소만 그렇다. 왜 그럴까? 헌재재판소에 전화를 걸어 담당자를 찾아 물으니 ‘그 부분은 관행으로 그렇게 해왔다’는 답변이었다.
과연 어떤 법률에 따라 그런 관행을 세워왔는지 알 수 없으나 국민들로서는 불편하기 짝이 없고, 재산변동 신고 내용에 대한 괜한 오해를 살 일이다. 지금이라도 개선했으면 좋겠다.
헌법재판관 1인당 부동산 재산 22억
그래서 할 수없이 종이에 인쇄된 헌법재판소공보를 찾아 발품을 판 끝에 확인한 내용은 이렇다.
먼저 공기가격 기준으로 30억대가 3명, 20억대가 2명, 10억대 2명이고 나머지 두 명도 6억과 8억대를 신고했다. 신고된 액수 기준으로는 모두 종부세 납부 대상인 것이다. 다만 이 가운데 부모 또는 자식과 세대가 분리돼있을 경우 한 명 정도가 대상에서 제외될 수는 있다.
9명의 부동산 재산은 총 216억 원으로 1인당 평균 22억 원에 이르렀다. 물론 이것은 적정시가의 80% 수준인 공시가격 기준이니 실제로는 재판관 한 사람 당 평균 27억 원 어치의 부동산 재산을 소유하고 있단 얘기다.
재판관 1인당 재산 총액은 공시가 기준으로 25억 원으로 부동산 재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78%에 달해 일반 부유층들과 같이 부동산 재산 비중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재산은 땅 보다는 건물이며 그 가운데서도 아파트였다. 땅재산은 모두 3억에 못 미쳐 토지분 종부세를 내는 사람은 없는 반면, 건물재산은 모두 최소 6억에서 최고 37억 원에 달해 전원이 주택분 종부세 대상자다.
헌법재판관 9명 중 8명 강남권과 분당에 주택 소유
부모나 자식 소유 주택을 빼고 본인과 배우자 명의를 기준으로 집을 2채씩 소유한 재판관은 2명으로 나타났고, 1채 소유한 사람은 6명이었으며, 한 명은 전세를 살고 있다. 집을 소유하고 있는 재판관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강남․서초․송파구 등 서울 강남권과 경기도 분당 등 집값이 비싼 곳에 한 채 또는 두 채를 갖고 있다. 강남구에 아파트와 단독주택을 소유한 재판관이 5명이고 서초구와 송파구, 분당구가 각 1명씩이다.
공시가 기준 37억1,400만 원으로 주택 등 건물재산을 가장 많이 신고한 이강국 헌법재판소장은 본인 명의로 강남구 개포동에 있는 12억대 우성아파트 한 채와 배우자 명의로 서초구 서초동 25억대 건물재산을 신고했다. 개포 우성아파트 같은 평형은 작년 11월 15억7천만원에 거래되었다.
36억7,700만원의 건물재산을 신고한 목영준 재판관은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 아파트를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두 채 소유하고 있는 데 공시가는 각각 15억과 8억이다. 하지만 국토부 아파트실거래가 조회에 따르면 올해 2월과 7월 같은 평형의 매매가는 각각 22억과 8억3천만 원으로 30억이 넘는다.
건물재산 30억800만 원을 신고한 김희옥 재판관은 강남구 논현동과 청담동에 본인 명의로 아파트 2채를 신고했는데 공시가격이 각각 20억 원과 10억800만원이다.
이공현 재판관이 신고한 건물재산은 공시가 기준 25억6,800만원 짜리 강남구 삼성동 현대아이파크 59평형 아파트 한 채가 전부다. 그런데 국토부 아파트실거래가 조회를 보면 이 아파트 단지의 같은 평형은 올해 4월 무려 57억 원에 거래돼 최근 3년간 가장 비싼 값에 팔린 아파트로 유명하다.
한편 헌법재판소공직자윤리위원회는 재판관 외에도 하철용 사무처장과 정해남 사무차장 등 현직 고위공직자 두 사람의 재산변동 내역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하처장은 34억대, 정차장은 16억대 부동산 재산을 신고했으며, 재산총액은 각각 76억과 52억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헌법재판관들 종부세 면제 가능성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대로 공시가 9억 원까지 종부세를 깎아주면 주택재산을 6억3천만 원과 8억1,100만원으로 신고한 두 명의 종부세가 면제된다. 또 9억 원이 넘어도 세율을 낮춰주기 때문에 모든 재판관의 세금이 깎인다.
이명박 정부 안대로 종부세제가 개정되고 헌법재판소 위헌 판정 내용까지 반영돼 장기보유자가 면제되고, 또 주택재산을 부부 공동명의로 돌리고 자식 앞으로 증여할 경우에는? 법 개정 내용이 확정돼야 하겠지만 얼른 보기에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종합부동산세를 피할 방법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래저래 땅 한 뼘 없고 집 한 칸도 없는 사람, 있어봤자 간신히 식구들 잠잘 정도에 사는 서민들 스트레스만 커지는 세상이다.
오늘은 종부세 위헌 여부를 판정한 헌법재판소 재판관 9명의 부동산 재산 현황을 공부했다.
※ 참고한 자료
- 헌법재판소공보 제137호(2008.3.20)
첫댓글 단군조선 이래 제일 더러운 때가 지금인가 한다. 더러운 광우병도 그렇고
그런거였군요. 자기 살 떼어주는 아픔을 한낮 헌법재판관으로서는 감당할 수는 없는 고통이죠....이제 저 미생물들도 세금 안 내서 좋다고 춤추고 있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