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엄마가 된 이후 소설가가 되었습니다.
냥이 마다 가지고 있는 구비구비 절절한 사연들.
보이다 보이지 않는 냥이들을 향한 애끓는 마음.
어쩌다 가뭄에 단비같은 사연을 제하곤 태생 자체가 위태로워 늘 조바심을 내며 확인하는 매일의 안녕.
캣맘의 정서가 우울할 수 밖에 없다는 어떤 이의 말이 떠오릅니다.
오늘 내 소설의 주인공은 페리카냥입니다.
늘 내 아픈 손가락 같던 아이..
수 년동안 밥자리를 몇 번을 옮겼을까.
그때마다 용케 잘 따라와주어 늘 고마웠고 기특했고 안쓰럽던 아이.
이제 못 본지 거의 한 달이 되어갑니다.
치주은염이 심해져 진통제, 항생제, 면역강화제를 상태를 봐가며 번갈아 먹이고 있었어요.
다행이 매일 만나 상태를 확인해가며 약을 먹일 수 있었지요. 한 달 전 쯤일까. 비가 무섭게 내리던 며칠 동안 보이지 않아 어디 피해있으려니 하다가, 계속 안보이니 조바심이 나더라고요.
약을 먹어야 하는데.... 심해지면 안되는데....
페리야, 페리야를 외치며 근처를 돌기 시작했어요.
그 때 밥 집 뒤쪽 작은 건설 회사 소유 공터, 철근 자제를 높이 쌓아놓고 커버로 단단히 여며놓은 저 안쪽에서 냥이의 대답소리가 들립니다.
페리니? 너야?
사유지라 함부로 들어갈 수도 없고 주위만 뱅글뱅글 돌다가 최대한 가까이에 닭가슴살만 놓고 오기를 며칠 째. 닭가슴살은 없어지지만 페리가 먹었는지는 모르는 일. 또 그 울음소리의 주인공이 페리라는 보장도 없었어요. 나오는 길을 못찾는 것 같은데...
내 생각이 맞다면 저 안에서 이 더위에 어떡하면 좋아... 진짜 갇혀서 우는 것일까?
지금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밥은 꾸준히 없어지고 그 밥자리에 새로운 얼굴이 등장했어요. 요즘 다리가 불편해 저번 주 까지 이틀에 한번씩만 밥자리를 돌았는데, 하루 걸러 간다고 밥집 상태가 너무 안좋은 것이 참 희안하더라고요.
하루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았다고 이렇게 상태가 안좋아지는구나...
가끔 누군가에게 버려진 밥집을 볼때면 워즈워드의 '폐허가 된 오두막'이라는 시가 떠오릅니다. 자연의 힘이 얼마나 집요하고 불가항력적인지를 잘 느낄 수 있는 시에요. 사람이 만들어 놓은 밥자리를 다시 자연으로 되돌리려는 힘을 실감할 때마다 인간이 자연과 무모한 싸움을 벌이고 있구나를 느끼곤 합니다. 자연 속의 고양이, 인간과 함께하는 고양이....
고양이 입장에서 뭐가 더 행복할까요.
페리야, 그냥 도와주고 싶었어.
냥이들아, 그냥 함께하고 싶었어.
그런데 왜 이렇게 힘이 드니.......
장마가 오기 전 약을 먹고 있는 페리
첫댓글 우리 동네 연지가 몇칠 안보여서 별이 되었나 부다 했는데 그 뒤 거짓말처럼 나타났어요
페리카냥도 어디선가 나타나 줄거에요
페리카냥이를 못본다는 생각은 하지 마세요
생각 했더니 밤에 잠도 못자고 거의 미치기 직전까지 가더라구요
애정이 없었으면 그 긴세월 밥 못 챙겨 먹이지요
나를 위해서 어딘선가 있을 페리카냥이을 위해서도 무너지면 안되고 힘내야 해요
얼마전에 밥집이 뒤집어지면서 관리소 가서 CCTV를 확인하는데 관리실 직원이 옛날 보다 제가 힘이 없더래요
일을 하면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넘 힘든게 다른 사람 눈에 보였나 보더라구요
그때 정신이 번쩍 들더라구요
길냥이들을 위해서도 내가 지쳐 보이면 안돠겠구나
길 위는 항상 살벌하고 공격이 많이 들어 오기때문에 항상 긴장하고 있는 상태잖아요
우리는 우리 할 일만 묵묵히 하는게 지치지않고 꾸준히 할 수 있을거 같아요
밥자리에 바은 항상 있으니 밥자리 아니까 와서 먹어라
나도 닥치면 넘 힘들더라구요
해 줄 수 있는 말이 힘내라는 말 밖에 못 해 드리네요
그래도 힘내자구요
블루님은 훌륭하고 멋진 사람이에요^^
캣맘이 행복해야 집사의 감정을 살피는 냥이들도 행복한거 같아요
우리가 먼저 행복 해 지자구요 ^^
거짓말처럼 나타나 주기를 늘 기대해요. 시간이 안맞는구나. 오늘 늦게 나와서 먹고 갔을거야. 아니면 일찍 와서 먹었을 지도 모르지.... 항상 희망회로를 돌리지요. 그러다가 갑자기 짠하고 나타날 때면 어쩔 땐 욕이 나와요. 야 이@%?!@^/?~_%야!
얼마나 걱정했는줄 알아?
그렇게 기다리던 순돌이는 끝내 안나타났고...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별이 되었을지 생각하면 목구멍이 부글거려요. 페리와 함께 다니던 짝꿍이는 건강해 보였는데 그녀석은 페리보다 저에게 덜 친근했던 터라 오히려 안심이 됩니다.
난향님 어떤 모습으로 관리실 직원에게 보이셨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아요. 요즘 밥집을 도는 제 마음이 즐겁지가 않거든요. 제 모습도 그럴듯요.... 늘 힘내야지요. 그래야 또 남은 아이들과 살아갈테니까요.
늘 고마우신 난향님.
격려 감사드려요.
저도 비슷한 경험있어요 요즘은 와와가 저아픈 손가락 하루라도 안보이면 걱정 찾아다니고 능력이 아니 용기가 없어 구조 치료못해주는 미안함 등등 이제 아파트 초기맴버냥이는 너하나 뿐이구나 짐도 만나고 왔는데 계속 깨무네요 9살이나 되었어도 아직 애기구나 울와와
냥이들은 10살이 넘어도 애기같더라고요. 아픈 고양이 구조못하는 마음이 얼마나 무거운지 캣맘, 캣대디라면 너무나 잘 알지요..
저도 페리 입 아파할 때마다 눈 질끈 감는 걸요. 와와도 고별 갈 때까지 안아팠으면 좋겠어요.
2004년에 딸기를 데리고 왔고 2005년에 페사모라는 고양이카페에서 활동을 하고 2006=2010년에
치열하게 고양이구조하러 경기도를 모닝사서 몰고 거침없이 다녔어요. 그리고 페사모를 탈퇴하고
고더세를 만들어 지금까지 오는 길...결론적으로 나는 인간에 대한 기대가 없어요. 그래서 상처받고
실망하는게 거의 없어진거 같아요. 인간에 대한기대가 없어지기까지 수많은 감정의 강을 넘고 넘은듯 해요.
돌아보면 내가 이렇게 한인간으로 성숙해서 늙어가는구나..감사함이 많습니다.
불루님 글을 읽으니..참 마음이...나도 하루살이처럼 그날 아침 내가 밥주는 고양이 만나고 저녁에 만나고
집에 돌아오면 감사하고 잠잡니다. 그날이 마지막처럼 최선을 다하자 이러면서 사고 있어요.
블루님..다리도 잘 회복하세요. 그리고 기억하세요. 블루님이 그곳에 있어 이 세상의 삶이 나았던 수많은
고양이들이 있었다는거 잊지 마세요. 나도 내가 존재해서 지켜줄수 있는 생명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행동도 잘 할려고 노력하며 살다보니.. 한인간으로서 겸허하게 잘 살고 있는듯 해요. 부디 건강하세요.
그리고 감정만이 아니고 행동으로 울직이며 사는게 정말 실천하는겁니다. 나는 말로 뭐
라하든 관심없습니다. 그거 그저 말뿐이고..고양이들이 필요한것은 꾸준한 보살핌이지 멋진 하루의취미생활은
아니라는거... 인간눈에 덜 띄어서 매일 매일 내할일을 하는 게 캣맘인듯 해요. 늘 마음으로 응원합니다^^
@소윤 이번에 경험해 보니 진짜 몸이 자유롭지 못하니 대책이 없더라고요. 삼 주째 매일 드레싱 받으러 병원에 다니는데 진짜 말 그대로 환장하겠어요. 건강이 중요하다는 것 뼈저리게 경험하는 요즘입니다.
사람에 대한 기대는 저 역시 많이 없답니다. 동네 저보다 연배가 한참 높으신 지인 분께서 복은 사람을 타고 온다며, 관계도 중요한 것이라 (본인에게도 연락을 자주 하라는 취지로^^;;) 하시더라고요. 누가 모르겠나요. 복은 잘 모르겠지만 관계가 참 중요하다는 것을요. 하지만 그런 네트워킹이 전 너무 힘들더라고요.
자꾸 속이, 의도가 빤히 보이는데 허물없이 다가가기는 애초에 불가능하지요. 나이드니 더 심해집니다. 그럼에도 전 아직 혼이 덜 났는지 사람에 대한 기대가 조금은 남아있네요. 모지리라 해도 어쩔 수가 없어요...^^;;;
냥이들이 속수무책으로 안타깝고, 짠하고, 이쁜 이유가 그런 계산속이 없어서라는 것은 다 같으실 거에요. 전 냥이들 밥주는 모습을 보고 복받겠다 말 듣는 것도 참 싫더라고요. 복받으려고 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이 생에 기대가 없는 사람이라 복은 제 것이 아니라 생각하거든요.
이만큼 가진 것이 제 복이고 거기에 만족하려 노력합니다.
@blue 소윤님을 비롯한 고더세 분들도 제겐 큰복이에요. 한결같은 응원과 격려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블루님 글을 읽으니 제가 눈물이
핑 나는군요
그저 도와주고 싶었고
그저 함께하고 싶었는데
왜이리 힘이드는지....
그 말이 제맘 같아서요
길지 않은 묘연중에
홀연히 나타났다 사라진 냥이들은
늘 기쁨이였고 또 슬픔이였지요
허나 어쩌것어요...
할수 있는만큼만 할수 있는데까지만
하는걸로 해요 우리
우리가 소멸해도 냥이들은 이어질것인데
도와줄수 있을때 형편껏 돕고
마무리 해야 될 때가 오면 또 그때
지혜가 생길거라 생각합니다
제가 가끔 두려운건 구내염으로 발치를
해버리면 제가 밥을 못주게 생겼을때
야들은 사냥을 해도 먹질 못하니
발치한 냥이들은 끝까지 보호해줘야
된다는 결론이죠
그래서 발치가 돈도 무섭지만 정작 두려운건 뒷감당이네요
양호 보리 햅쌀이 팥이(부분발치) 빼빼...
정말 건강해서 쭈욱 얘네들 다
보내고 가야하니 건강합시다~^^
길냥이 발치 결론을 읽어니 구구절절이 맞아요.
나는 그런 걸 생각도 못하고 있었어요. 깨닫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가끔 제 사진첩이나 예전에 고더세에 올렸던 글들을 보면 기억나지 않는 녀석들이 있어요.
얘가 누구였지? 이름을 지어 주었었구나. 어디로 갔을까....?
가만히 기억을 더듬어보면 별이 된 녀석도 있고 어느 순간부터 안보이다 보이다를 반복하다가 서서히 잊혀진 녀석들도 있고... 냥아님 말씀처럼 기쁨이었다가, 행복이었다가, 그리고 슬픔이었다가.. 참 다양합니다.
그 다양함이 한결같은 녀석들.
발치에 대한 냥아님의 생각이 와 닿습니다. 무턱대고 중성화안된 고양이를 전발치만 해주고 방사했다가 임신을 했는데 탯줄을 못 끊어주어 아가들이 다 별이 되었다는 안타까운 사연이 생각나요. 이런걸 보면 인간이 개입한다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인 것은 확실해요. 애쉬만 봐도 이가 없으니 서열 꼴지로 하악질도 제대로 못하고 늘 방에만 있는 모습이 애처러워요.
하물며 야생에서는 오죽할까요.
이렇게 보니 정말 건강이 최고네요.
다들 건강해요. 우리 함께 건강해요.
blue 목이 메입니다 ㅜㅜ
어두운 글 죄송해요.
늘 재미난 일상 올리고 싶은데 잘 안되네요 ㅜㅜ. 기쁜 소식으로 다시 뵐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