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안정효의 영어길들이기, '영작편' 26 페이지에 있는 글을 옮깁니다. 제가 영어공부하는데 가장 훌륭한 길잡이가 된 글이었습니다.
5. 눈뜨는 책읽기
번역편에서도 이미 얘기한 바 있지만 나는 공부를 위한 책읽기 에서는 사전을 찾지 않는 독서를 해야 한다고 믿는다. 사전을 안찾고 영어 소설을 읽기 시작하면, 처음에는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알 지언정 그래도 읽어 냈다는 성취감이 만만치 않으며, 단어를 찾고 내용을 이해해야 한다는 의무감도 없어 마음이 홀가분 해진다. 사전을 안 찾으면 많은 단어의 의미를 모르기 때문에 소설이 안 읽힐 것 같아서 엄두를 못 낼지 모르지만 아마도 나 자신만큼은 사전을 안찾고 많은 책을 읽었기 때문에 영어를 더 쉽게 이해하고 더 빨리 배우지 않았나 생각된다.
나도 고 3 때는 남들처럼 무식하게 영한사전을 통째로 외우려고 덤비기까지 했지만, 서강대학교를 다니던 시절 나의 영어 글쓰기를 각별히 돌봐 주시던 번브락 신부(John E. Bernbrock, S. J.) 가 가르쳐준 책읽기 방법이야말고 참으로 효과적인 길잡이였다.
뜻도 모르면서 마구 책을 읽어나가는 기간이 처음에는 낭비처럼 여겨질지 모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그것은 언어 배우기의 터잡기요 땅 다지기를 위한 기간이며, 나도 모르게 연습을 계속하는 과정이다. 처음 두세권을 읽어내는 동안은 정말로 책의 내용이 무슨 얘기인지도 모르겠지만, 얼마 안가서 신기하게도 차차 전체적인 의미가 드러나 보이기 때문이다. 나뭇잎은 잘 안보여 헤아릴 수 없어도, 어쨎든 나무의 윤곽이 대충 보인다는 뜻이다.
그렇게 책읽기를 계속하면, 네댓 권으로 접어들 무렵부터 어느새 줄거리와 상황의 전개가 조금씩 이해되고 , 드디어 눈으로만 익혔던 어휘가 하나 둘 저절로 의미를 드러낸다. 단 한번도 사전에서 찾아보지 않은 단어임에도 불구하고 뜻이 분명해지는 것이다. 그러다가 작품의 이해를 위해서 정말로 중요한 어휘이거나 궁금해서 알아보지 않고는 도저히 견딜 수 없는 단어를 사전에서 하나 찾아볼 때, 그 때는 사전에서 펼쳐놓은 쪽의 단어를 쭈욱 훑어 내려가 보라. 그러면 눈으로만 익혔던 수많은 단어가 줄지어 나타나고, "아하, 이런 의미이리라고 짐작했는데 역시!" 라는 깨침이 온다.
이렇게 '감' 으로 익혀 배운 어휘는 그냥 줄줄이 암기해서 배운 단어하고는 달라서 절대로 잊혀지지가 않고, 여기서부터 어휘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단어의 접두어나 접미어 등이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를 나도 모르게 터득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책읽기에서 어떤 경지에 이르고, 시야가 훤히 트인다.
.............................(중략)
어쨎든 이렇게 양적인 책읽기를 하고 나면 언어 연령이 어느새 일곱 살 취학기가 되고, 그러면 이제부터는 (유의어 사전이나, 영어참고서를 이용한) 체계적인 공부가 필요하다.
언어 배우기는 바둑이나 마찬가지다. 18 급일 때는 아무리 많은 바둑책과 기보를 보고 암기해도 겨우 이해했다가는 곧 잊어버리기가 쉽지만, '싸움바둑' 으로 부수한 실전을 거쳐 13 급 정도까지 큰 다음 책을 읽으면 모든 얘기가 얼마나 쏙쏙 머리에 들어오는가.
그래서 1 백권의 책을 추천하겠다. 교보문고 외서부에만 가도 읽을 만한 좋은 책이 얼마든지 널렸지만, 여기에 추천한 목록은 내가 직접 읽어 본 책 가운데 사전을 찾지 않고도 비교적 읽기가 수월할 뿐만 아니라, 널리 알려진 작품이어서 이미 우리말로 읽어 봤다면 이해가 그 만큼 더 쉬우리라는 점도 고려했으며, 또한 문학성이 높고 우리 정서에 잘 맞는 작품을 골랐기 때문에, 우리말로 번역이 되지 않은 경우에는 남들이 접하지 못한 숨겨진 작품을 읽어 냈다는 기쁨도 얻게 되리라고 생각한다.
만일 사전을 찾지 않으면서 다음에 추천한 책을 1 년이나 2 년쯤 걸려 모조리 읽어 낸다면, 틀림없이 자신의 영어가 두드러지게 달라졌음을 느끼리라고 나는 믿는다. 그리고 이렇게 많은 책을 언제 다 읽느냐고 기가 질리거나 포기하는 독자라면 그만큼의 노력조차 기울이지 않고 영어로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달콤한 결과만 꿈꾼다는 것은 과욕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고 싶다.
마음을 다져 먹고 하루에 1 권씩만 읽기 시작한다면 1 백권을 읽어내는데 필요한 기간은 3 개월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리고도 70 인생에서는 69 년 9 개월이 남는다.
1. James Agee, 『A Death in the Family』
* 제임스 애지는 1955년에 사망했고, 이 소설은 사후에 발표되어
1958년에 풀리처상을 받았다.
2. Richard Bach, 『Jonathan Livingston Seagull(갈매기의 꿈)』
3. 『The Bridge Across Forever(영원을 건너는 다리)』
4. Pearl S. Buck, 『The Good Earth(대지)』
5. 『The Living Reed(살아있는 갈대)』
* 한국을 무대로 한 흥미 있는 소설인데, 장왕록 교수가 처음 번역했고,
최근에 그의 딸 장영희 교수가 다시 번역해서 발표했다.
6. 『The Hidden Flower(숨은 꽃)』
7. Eugene Burdick, 『The 480』
* 유진 버디크는 정치학 교수 출신이며, 이 소설은 케네디가 암살된 후의
대통령 선거를 배경으로 삼은 아주 흥미진진한 정치물이다.
8. Erskine Caldwell, 『The Last Night of Summer』
9. 『Place Called Estherville』
10. 『Men and Women』
11. 『Claudelle Inglish』
12. 『Certain Women』
13. 『Gretta』
* 이 밖에도 어스킨 콜드웰의 소설은 모두 권하고 싶다. 그의 작품은 하나
같이 110쪽에서 130쪽 정도로 짧고 적절히 외설적이기도 하며 재미가 있는
고급 통속 소설이다.
14. John cheever, 『The Stories of John Cheever』
* 단편집이기는 하지만 존 치버의 참된 대표작으로 퓰리처상 수상작이다.
15. John Dos Passos, 『Streets of Night』
16-18. 『U.S.A』
* 『1919』, 『The 42nd Parallel』, 『The Big Money』로 이어지는 3부작인데
우리 나라에서는 1권만 번역되어 있는 것으로 안다. 작가가 되려는 사람에게
는 문체에 대해서 많은 공부가 될 것이다.
19. Michael Crichton, 『The Andromeda Strain』
* 「쥬라기 공원」의 원작자인 마이클 크라이튼의 뛰어난 공상과학 소설이다.
20. Robert Crichton, 『The Secret of Santa Vittoria』
* 영화도 재미있지만, 소설은 더 재미있다.
21. James T. Farrell, 『My Days of Anger(분노하는 젊은 시절)』
22-24. 『The Studs Lonigan Story』
* 『Young Lonigan』, 『The Young Manhood of Studs Lonigan』,
『Judgement Day』로 구성된 3부작이다
25. F. Scott Fitgerald, 『The Great Gatsby(위대한 개츠비)』
26. Kahlil Gibran, 『Spiritual Sayings of Kahlil Gibran(영혼의 소리)』
27. Kahlil Gibran, 『Secrets of the Heart』
28. Willian Golding, 『Lord of the Flies(파리대왕)』
29. Graham Greene, 『The Power and the Glory(권력과 영광)』
30. 『A Burnt-Out Case(말기환자)』
31. Alex Haley, 『Roots(뿌리)』
32. Arthur Hailey, 『Airport』
* 역시 영화보다 소설이 훨씬 재미있다.
33. 『Hotel(호텔)』
34. Ernest Hemingway, 『A Farewell to Arms(무기여 잘 있거라)』
35. 『For Whom the Bell Tolls(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36. 『A Movable Feast(우울한 도시의 축제)』
37. 『The Old Man and the Sea(노인과 바다)』
38. 『By-Line』
39. John Hersey, 『A Single Pebble(양자강의 뱃사공)』
40. 『A Bell for Adano』
41. James Joyce, 『A Portrait of the Artist as a Young Man(청년 예술가의 초상)』
42. Nikos Kazantzakis, 『Report to Greco(영혼의 자서전)』
43. Milan Kundera, 『Life is Elsewhere(인생은 다른 곳에)』
44-45. Mary Lutyens, ed., 『The Penguin Krishamurti Reader Ⅰ,Ⅱ』
46. Harper Lee, 『To Kill a Mockingbird(앵무새를 죽여라)』
* 우리 나라에서도 많은 독자를 확보한 작품이며, 1960년 퓰리처상 수상작이다.
47. Sinclair Lewis, 『Elmer Gantry』
48. Anne Morrow Lindbergh, 『Gift From the Sea(바다의 선물)』
49. John P. Marquand, 『H. M. Pulham, Esquire』
50. Gabriel Garcia Marquez, 『One Hundred Years of Solitude
(백년동안의 고독)』
51. Carson McCullers, 『Reflections in a Golden Eye
(황금빛 눈동자에 비친 그림자)』
52. Colleen McCullough, 『The Thorn Birds(가시나무새)』
53. Yukio Mishima, 『Five No Plays』
54. Margaret Michell, 『Gone With the Wind(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55-56. Alberto Moravia, 『Two Adolescents(두 청춘)』
* 『Agonisto』와 『Luca』 두 편으로 이루어졌는데, 사춘기의 심리묘사가 뛰어나다.
57. Iris Murdoch, 『The Sea, The Sea(바다여, 바다여)』
58. John O'Hara, 『Appointment in Samarra』
59. 『Butterfield 8』
60. 『A Rage to Live』
61. 『The North Frederick』
62. 『From the Terrace』
63. 『Elizabeth Appleton』
64. 『The Ewings』
65. John O'Hara, 『Big Laugh』
66. 『Assembly』
* 마지막은 단편집이지만 어느 장편소설 못지않게 좋은 작품이다. 존 오하라는 미국에서
그의 작품이 영화로 가장 많이 만들어진 작가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영어 소설을 처음
읽는 사람이라면 존 오하라부터 시작하도록 권하고 싶다. 그의 문장은 대화체가 많아서
이해가 쉽고, 어스퀸 콜드웰보다도 때로는 더 재미있으며, 너무 외설이 심한 『The
Ewings』이외에는 상당한 문학적 수준도 유지한다. 이 밖에도 그의 작품은 많으며, 영
어 공부를 위해서라면 그의 소설을 모조리 읽어도 좋을 것 같다.
67. C. Northcote Parkinson, 『East and West(동양과 서양)』
* 역사책이지만 소설 못지않게 재미있다.
68. Boris Pasternak, 『Doxtor Zhivago(의사 지바고)』
69. 『Safe Conduct(어느 시인의 죽음)』
70. Hugh Prather, 『Notes to Myself(나에게 쓰는 편지)』
71. Ayn Rand, 『The Fountainhead』
72. Erich Maria Remarque, 『Three Comrades』
73. 『Spark of Life』
74. 『All Quiet on the Western Front
(서부전선 이상없다)』
75. 『The Arch of Triumph(개선문)』
76. 『The Night in Lisbon』
77. 『Heaven Has No Favorites』
78. Antoine de St.-Exupery, 『Night Flight(야간 비행)』
79. 『The Little Prince(어린 왕자)』
80. William Saroyan, 『Chance Meetings(어쩌다 만난 사람들)』
81. 『The Human Comedy(인간 희극)』
82. 『The Bicycle Rider in Beverly Hills』
83. Irwin Shaw, 『The Young Lions(젊은 사자들)』
84. Irwin Shaw, 『Rich Man, Poor Man(야망의 계절)』
85. Alan Sillitoe, 『The Loneliness of the Long-Distance Runner
(장거리 주자의 고독)』
86. John Steinbeck, 『America and Americans(아메리카와 아메리카인)』
87. 『Burning Bright』
88. 『Cannery Row』
89. 『Cup of Gold』
90. 『East of Eden(에덴의 동쪽)』
91. 『The Grapes of Wrath(분노의 포도)』
92. 『The Moon Is Down(달은 지다)』
93. 『Of Mice and Men(생쥐와 인간)』
94. 『The Pearl(진주)』
95. 『The Red Pony(붉은 망아지)』
96. 『Tortilla Flat』
97. John Steinbeck, 『Travels With Charley(아메리카의 초상)』
98. 『The Winter of Our Discontent(불만의 겨울)』
* 존 스타인벡은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작가로서, 문체가 간결하고 감성이
짙은 작품을 주로 썼다. 문장도 쉬운 편이어서 어스킨 콜드웰이나 존 오하라보다
문학적으로 수준이 높은 작가를 찾는 사람은 스타인벡부터 시작하면 좋겠다. 그리
고 처음 책을 읽기 시작하면 한 작가에 한 작품씩 돌아가며 읽지 말고 스타인벡이
나 포크너 같은 한 작가의 모든 작품을 읽고 난 다음에야 다른 작가로 넘어가도록
권한다. 그러면 한 작가의 작품 세계와 문체에 익숙해져 접하기가 쉽고, 문학성도
깊이 들여다볼 수가 있을 것이다.
99. William Styron, 『Lie Down in Darkness』
100. James Thuber, 『Fables for Our Times(우리 시대를 위한 우화)』
첫댓글 제가 영어 못해서 비법같은거 막 찾아다니다가,,,어떤 카페에서 찾은 글인데요 그 카페에서 가져온 글입니다^^,, 영어에 대한 좋은 글인거 같아서 올릴게요^^ ^^어디 올릴지 몰라서 ㅋㅋ 그냥 여기에 올릴게요 ^^
잘읽었어요 ~ 유익한 정보네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