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수필>
내 키 5cm만 더 컸더라면 ....
권다품(영철)
요즘은 연예인에 대한 인식이 옛날에 비해서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옛날에는 연예인을 좋아하면서도 "딴따라" 라느니 "나이 조금만 들면 끝"이라는 둥 하면서 자기 자녀들은 연예인이 되는 것은 꿈도 못 꾸게 했던 것 같다.
나도 어릴 때부터 우쭐하는 마음에 영화배우를 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던 적도 있었다.
그 때는 내가 생각해도 나는 다른 사람 흉내를 잘 내기도 했다.
연속극을 보면서도 "왜 저렇게 할까, 나같으면 이렇게 하겠는데" 비판을 하며 시건방을 떨기도 했다.
그래서 고등학교 때는 연극영화과를 가볼까 하는 생각을 군대 갔다 온 형님에게 말을 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바람이 들어서 공부도 하지 않았다.
내가 하도 공부도 않고, 싸움만 하고 다니다 보니까, 형님에게 작대기가 몇 토막 나도록 맞다가 도망을 가야 하는 일도 더라 있었다.
"이 새끼는 대가리 똥만 들어서 지가 잘생긴 줄 알고 영화배우 된다는데, 이런 새끼는 공부시킬 필요도 없어."
형님에게 작대기 맛을 보고야, 내가 패 싸움을 할 때 내게 몽둥이로 맞은 사람들이 왜 그렇게 죽는 소리를 하며 도망을 갔는지 금방 이해가 되기도 했다.
밥상머리에서는 "공부를 하도 못하니까 인자 날나리 될라카거마는." 등의 말을 들으며 눈치밥도 먹고 ....
그러다 보니 나를 비웃는 가족들이 모이는 자리가 싫어지고,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를 피하는 성격으로 변해 가고 ...
나를 조금만 건드려도 폭발하는 성격으로 변해갔다.
고등학교를 이 학교 저 학교 전학 다니다가, 결국 2학년을 다 못 마치고 고등학교를 완전 그만 두었다.
집을 두고도 마음을 못 붙이고 여기 저기를 떠돌아다니며 살았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섬짓하고, 생각하기도 무서운 생활을 한참이나 했다.
아무래도 큰일이 생길 것 같아서 군대를 가 버렸다.
군대서 나를 돌이켜 보면서 이렇게 살면 내 인생 끝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대를 하고 늦은 나이긴 하지만 검정고시를 거쳐서 대학도 가고 ...
그 때 늦은 공부를 하면서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덕분에 아들도 둘이나 얻었다.
가족이 생기다 보니 이제 다른데 곁눈질을 할 여유도 없었다.
이 학원 저 학원들을 돌아다니며 수업을 해서 가족들을 먹여 살려야 하다보니 내 꿈같은 건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남의 학원 생활을 하면서 '학원 경영을 왜 이렇게 할까? 또, 선생님들은 왜 이렇게 옛날 방식대로만 수업을 할까'를 생각하다가, 내가 생각한 방식대로 경영을 하고 수업을 해보고 싶어서 내 학원을 하나 인수를 했다.
강사 생활을 할 때보다 돈을 더 벌 수 있어서 기분 좋은 것도 있었겠지만, 그보다는 내가 생각했던 수업방식과 학원 경영방식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이 더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자식들 진학과 장래 걱정을 하다보니 나도 어느듯 머리가 희끗해졌다.
밤에 가끔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내가 만일, 그 때 형님이 그런 난리를 피워서 말리지 않고, 연예계로 나갔더라면 내 인생이 어떻게 됐을까?
물론, 지금 생각하면 내 인물이나 실력으로는 연예인으로서는 택도 없을 거라는 걸 잘 안다.
무엇보다 내 이 키로는 그 쭉쭉 빠진 친구들도 버텨내기 힘든 그 연예계에서 어떻게 됐을까를 생각하면, 정말 큰일 날 뻔 했겠다는 생각도 든다.
내가 만일, 키가 지금보다 한 5cm만 더 컸더라면?
얼마나 폼잡고 흔들고 다녔을까?
한창 한량이라며 폼잡고 잘난 척 하며 살 나이가 아니었던가!
예쁜 여자들 많은 그 연예계에서 꼬라지만 믿고 온갖 착각은 다 하며 살지 않았을까?
그래서 지금 나는 '내 키 5cm가 작은 것을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
내 키가 5cm만 더 컸더라면, 내 인생 정말 클 날 뻔 했는 기라!
2025년 2월 6일 오후 12시 05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