浩然之氣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69. 호연지기 배길과 충북대 명예교수
浩然之氣(호연지기)는 우리 모두에게 익숙한 맹자의 말이지만 맹자 자신도 그 뜻을 설명하기 어려워서 ‘말하기 어렵다’라고 말씀하신 바 있다. 필자는 「맹자집주」에 있는 말씀과 주석을 인용 정리하여 호연지기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한다.
浩然之氣는 지극히 크고 넓고 굳센 기운(氣)이다. 인륜으로 말하면 사사로운 욕심으로부터 해방된 양심의 자유, 공명정대하여 조금도 부끄러울 것이 없는 의로운 정신, 道義(도의)가 확보되어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이 없는 도덕적 용기를 호연지기라고 한다. 사람이 이 기운을 잘 기르면 천하에 두려울 것이 없는 용기가 생기고 이로서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그 마음이 동요되지 않는 不動心(부동심)을 얻는다.
浩然之氣는 마음의 철학자 맹자와 제자인 공손추와의 대화에서 처음 나오는 말이다. 맹자는 ‘我 知言 我 善養浩然之氣(아 지언 아 선양호연지기), 나는 말을 알고, 나는 호연지기를 잘 기른다’라고 하셨다. 이 말씀에 대하여 주자는 知言이란 남의 말을 잘 알아서 옳고 그름을 모르는 것이 없는 것이며, 浩然이란 넓고 크게 성행하는 것, 물이 거침없이 흐르는 것, 마음이 넓고 뜻이 큰 것을 형용하는 말씀이다. 기운(氣)은 본래 몸에 충만한 것인데 그 기운을 잃기 때문에 부족하게 되는 것이니 맹자께서 이것을 잘 길러서 본래 상태로 회복하신 것이다. 말을 알면 도리에 밝아서 모든 일이 의심이 없고, 기운을 기르면 도리에 배합하여 모든 일이 두려울 바가 없으니, 이 때문에 큰 책임을 맡아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부동심을 지키는 것이라고 풀이하였다.
공손추가 여쭈었다. ‘호연지기란 무엇입니까?’ 맹자는 ‘難也(난야), 말하기 어렵다’라고 대답하셨다. 이 말씀에 대하여 주자는 호연지기는 맹자께서 스스로 마음에 터득하신 것으로 형상도 없고 소리도 없는 것이므로 언어로 형상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맹자는 호연지기에 대하여, 그 기운이 지극하게 크고 굳세니 정직함으로써 잘 기르고 해침이 없으면 이 호연지기가 하늘과 땅 사이에 가득 차게 된다고 하셨다. 이 말씀에 대하여 謝氏(사씨)는 호연지기란 천지간에 가득 차 있는 바른 기운이다. 마음의 본체는 하늘의 본체이기 때문에 호연지기를 잘 기르면 내 마음이 천지에 가득한 기운과 일치하게 된다는 말씀이라고 설명하였다.
맹자는 ‘호연지기는 集義(집의) 즉 의리를 쌓아서 생기는 것이다’라고 하셨다. 이 말씀에 대하여 주자는 集義는 積善(적선) 즉 선을 쌓는 것과 같은 것이니 일마다 의리(義)를 따르고자 하는 것이다. 호연지기를 기르는 자는 반드시 의로운 일을 많이 축적하는 것에 힘쓰고 인위적으로 조작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의로운 일을 많이 쌓아 호연지기를 기르는 절도라고 하였다.
본래 맹자는 마음의 본체는 천리 이외에 다른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마음을 하늘의 이치와 동일시하셨다. 맹자는 천리가 사람에게 내면화된 것을 마음이라고 하는 것이므로, 마음은 곧 하늘과 사람을 이어주는 것이며 사람과 하늘이 공존하는 신령스러운 곳이라고 생각하셨다. 그러나 그 신령스러운 마음은 삶의 욕심 때문에 그 기운을 잃게 되는 것이므로, 현실적인 욕심을 닦고 의리를 쌓아서 호연지기를 잘 기르면 누구나 하늘과 일치하는 天人合一(천인합일)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는 의미로 말씀하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