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속담을 살펴보면 매우 기발하고 유쾌한 속뜻이 많이 있다. 우리의 조상들은 그들의 삶에서 터득한 지혜와 교훈들을 일일이 풀어 서술한 것이 아니라 짧고 강한 하나의 문장을 만들어 쉽게 부르고 외울 수 있도록 했다.
짧은 광고 속에 나온 카피 문장이 큰 구매 효과를 보듯 우리의 짧은 속담도 매우 깊은 뜻과 생활의 지해가 숨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중 ‘임도보고 뽕도 딴다’라는 속담은 한 번에 두 가지 일을 모두 해낸다는 뜻이다. 하지만 왜 하필 뽕을 따면서 임을 봤는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허나 이 속담의 속사정을 들어보면 얼마나 해학적인지 잘 알 수 있다.
관서 지방에 누에를 치며 사는 젊은이가 있었다. 그가 살고 있는 지역은 누에와 뽕나무가 유명해서 마을 사람들이 모두 뽕나무 잎을 채취해 누에를 키우고 있었다.
한 발 늦은 젊은 총각은 누에를 먹일 뽕잎이 없어 고민하다 멀리 이웃마을에서 뽕잎을 따오기로 결심하고 길을 떠났다. 마을을 하나 지나자 삼베를 만들 때 쓰는 삼밭이 넓게 펼쳐져 있었고, 아름드리 뽕나무 한그루가 삼밭 중앙에 자리하고 있었다. 젊은이는 사람 키 높이만큼 자란 삼밭을 헤집고 들어가 뽕나무 위에서 봇짐 가득 뽕잎을 채집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뽕나무 위에서 보니 삼밭 한 가운데에 사람이 드나든 흔적이 있고, 넓게 삼이 누워 있는 것이 아닌가.
삼이 모두 쓰러져 걱정을 하며 뽕잎을 따던 젊은이는 멀리서 남녀 둘이 삼밭 안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발견했다. 한 총각이 높은 삼을 헤집고 길을 만들더니 뒤에 댕기를 내린 예쁜 처녀가 조심스레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총각은 쓰러져 있는 삼밭 한 가운데에서 처녀와 함께 정분을 나눴다. 뽕잎을 따러 올라간 젊은이는 늦도록 장가를 못간 노총각이라 이런 모습은 본적도 없었고 해본 적도 없었다.
정분을 나누던 남녀는 준비해온 술을 마시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눴고, 처녀는 남자의 다리를 베개 삼아 눕고는 아무 걱정 없이 쉬고 있었다. 뽕나무 위에 있던 젊은이는 이런 남녀가 몹시 부러워졌다. 젊은이는 보는 것으로 만족 못하고 밑에 있는 처녀와 말을 섞고 친분을 쌓아가고 싶었다.
그때 갑자기 젊은이는 나무 위에서 나이든 노인의 목소리로, “이놈들, 남의 삼밭을 다 쓰러트리다니! 이게 무슨 짓이냐?” 라고 소리쳤다.
깜짝 놀란 남자는 옷 입을 새도 없이 혼자 뛰어가기 바빴고, 여자는 차마 치마를 벗고 도망칠 수가 없어 얼굴만 가린 채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젊은이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나무 밑으로 내려가 얼굴을 가린 처녀와 정분을 섞었고, 처녀는 아무런 반항도 못 한 채 남자의 움직임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젊은이는 아무도 오지 않는 삼밭에서 날이 새도록 여인과 함께 그들이 가져온 안줏거리와 술을 마시며 그동안 참아 왔던 회포를 모두 풀어 버렸다.
젊은이는 날이 지고 밤이 되자 여인에게 치마를 줘 돌려보냈고, 뽕잎까지 한 짐 만들어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자신의 처지가 명실 공히 뽕도 따고 임도 본 겪이라 속담이 맞는구나 하며 껄껄 웃었다고 한다.
이렇게 우리의 속담 속에는 밝히기 민망한 숨은 이야기들이 많이 있다. 속담 속에서 교훈과 지혜를 얻을 수도 있지만, 이렇게 재밌는 조상들의 사생활을 들춰볼 수도 있다. 우리 조상들의 삶 속에 얼마나 유쾌한 일들이 많았는지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될 듯하다
한규리 기자
첫댓글 아! 나도 해보고 싶어요.님도 보고 뽕도 따고,
뽕나무가 어디에 있는지 가르쳐 주세요.
ㅋㅋ
뽕나무를 심으시오~
@춘수 준수님이 심은 뽕나무 한그루 빌려주세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