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을 알면 가치가 보인다] 청량리역 상권, 정비사업 움직임 활발, 서울 동북부 랜드마크로 변화 중
1호선·경원선·경춘선·경의중앙선·KTX·분당선(하반기 예정) 등 광역교통망 형성
50·60대 인구 43% 이상, 중장년층 유동인구 비율 높아…
대형 쇼핑시설(민자역사), 전통시장, 먹자골목 상권 등 대표적
청량리역 인건 4구역 재개발, 200m 높이 최고 65층 건립
1899년 대한민국 최초의 전차가 개통되었던 청량리역은 대학생들이 춘천이나 가평, 대성리, 강촌 등지로 MT를 떠나기 위해 항상 드나들던 곳이었다. 지금도 학기 초나 방학 때면 등에는 배낭, 손에는 술과 먹거리를 들고 있는 청춘들의 무리를 볼 수 있다.
청량리역은 강원도와 경북 북부 지방으로 가는 열차편의 출발역이자 경기 동북권(남양주·구리·가평·양평)에서 서울 도심으로 진입하는 주요 교통 거점이다. 2010년 경춘선이 영업을 시작하면서 무궁화호는 폐지되었으나, 2012년 용산~춘천 간 ITX-청춘 열차가 신설되어 운행되고 있다. 또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최를 위해 지난해 개통된 경강선 KTX도 청량리역에서 승하차가 가능하다.
청량리상권은 오랜 역사와 인지도를 지닌 동시에 오래된 상권이라는 이미지도 있다. 여기에 철도망의 확장으로 타 역사에서도 철도 승하차가 가능해지면서 최근 청량리역 철도 이용객은 감소하는 추세다.
청량리 유동인구 흡입요소 ‘민자역사’
청량리를 대표하는 민자역사에는 현재 롯데백화점·롯데마트가 입점해 영업 중이다. 과거 맘모스백화점이 폐업하고 롯데백화점이 경영권을 인수받으면서 지난 1994년에는 롯데백화점 청량리점이 개점됐다.
청량리상권에서 유동인구 흡입요소를 지닌 대표 장소로는 민자역사를 들 수 있다. 민자역사에는 역사시설 이용객과 롯데백화점·롯데마트·롯데시네마 등의 문화, 쇼핑을 한 번에 해결 가능한 복합쇼핑몰이 있다. 청량리 민자역사에 입점한 롯데백화점 내에는 롯데시네마, 교보문고 등이 있어 시너지 효과를 보고 있다.
민자역사 내에는 쇼핑이나 문화생활, 음식점 이용을 위한 10~30대 젊은 층과 가족단위 고객이 많다. 청량리 상권 내에서 유일하게 젊은 층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고객들의 소비가 청량리역 외부 상권으로까지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청량리 상권이 정체 중인 이유다.
청량리역은 민자역사 이용객 외에도 인근 래미안크래시티(2397세대), 청량리 미주아파트(1089세대), 홍릉동 부센트레빌아파트(371세대), 전농동 동아아파트(360세대), 한신아파트(960세대) 등 주거세대, 의정부 구리에서 서울을 오가는 버스이용객 등을 배후로 둔 대형 주거인구 밀집지역이다.
청량리역의 요일별 유동인구를 살펴보면 토요일에 15.6%로 유동인구가 가장 많았으며 나머지 요일은 비슷한 수준을 보였으나 일요일의 경우 유동인구가 12.1%까지 떨어진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청량리역 상권의 2017년 하반기 매출통계를 살펴보면 생활서비스(월평균매출 3547만원), 소매(월평균매출 3364만원), 학문·교육(월평균매출 2942만원), 음식(월평균매출 2677만원), 스포츠(월평균매출 2508만원) 순이다.
청량리 전통시장, 중장년층 고객 선호... 광역수요 흡입요인
청과물시장은 청량리역 1번 출구로 나오면 닿을 수 있는 동대문구 왕산로33길 4 일대에 있다. 시장이 설립된 초기 점포는 약 250개였으며 서울에서 남대문시장 다음으로 큰 시장이었다. 현재는 국내에서 청과물 도매를 주로 하는 시장으로 명성이 높으며 약 70개의 점포가 4개의 구역으로 나눠져 영업 중이다.
특히 청량리 전통시장의 경우 역사와 전통이 깊어 중년층 이상의 선호도 및 인지도가 무척 높은 편이다. 또한 인근 동대문구 약령중앙로8길 10에 있는 ‘경동약령시(現 서울약령시)’는 1995년에 정식으로 시장허가를 받아 이후부터 한방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오늘날 전국에서 거래되는 한약재의 70% 정도가 경동약령시장을 중심으로 유통되고 있을 정도다.
청량리 재래시장 일대에는 대부분이 중년층 유동인구들의 비율이 높고, 10~30대 젊은 층의 유동인구를 찾아보기 힘들다. 청과물, 약재 시장의 특성상 젊은 층이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인구분석 자료를 살펴보면 실제 60대 유동인구가 25%로 연령별 비율 중 가장 높았고 그 뒤를 이어 20대가 18.7%로 나타났다. 이어서 50대가 18.3%, 40대가 17% 30대가 16.6%로 비슷하다.
미주상가, 먹자골목... 중년층 선호 업종 입점
청량리역 3번 출구 방향으로 나와 정면으로 100여m 이동하다 보면 왕산로변에 들어서 있는 미주상가 A, B동이 눈에 들어온다. 상가 A, B동을 합쳐 250m가량의 스트리트 형태의 상가로 파리바게트, 이디야, 뚜레쥬르, 미샤 등 유명 프랜차이즈 매장들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특히 중년 여성과 남성을 타깃으로 한 의류브랜드 매장이 1층에 연달아 들어서 있는 점이 인상적이다. 상가 상층부에는 병·의원, 법무사, 세무사사무실 등이 있다.
청량리 재래시장과 농수산물시장 남쪽으로는 반경 100m 규모로 청량리 먹자골목이 형성돼 있다. 먹자골목 입구는 청량리역 3번 출구, 롯데백화점 반대편 정면에 있다. 최초에는 입구로 들어서서 130m 길이로 형성된 좁은 골목길이 먹자골목으로 불렸지만, 현재는 재래시장과 청량리 농수산물시장 남쪽 일대까지 먹자골목으로 확장되어 불리고 있다. 먹자골목이라는 이름답게 대부분이 음식점들이며 닭갈비, 삼겹살, 보쌈, 감자탕 등 육류 메뉴가 주를 이룬다.
먹자골목과 미주상가는 배후의 대규모 아파트 세대, 동대문세무소 이용객까지 확보가 가능한 위치에 있다. 하지만 청량리 상권의 특징상 중년층 이상의 고객층 유입이 많아 입점 업종에 한계가 있다.
교통 요충지, 청량리 3·4구역 재개발 등 상권 변화
청량리역은 서울 동북부 지역의 관문이자 사통팔달 교통의 요충지다. 청량리역은 현재 지하철 1호선, 경원선, 경춘선, 경의중앙선, KTX가 운행 중이며 올해 하반기 중에는 분당선 연장선이 개통될 예정이다. 버스노선 약 60개가 지나는 버스환승센터도 갖춰져 있는데, 청량리 버스환승센터의 하루 평균 이용객은 1만5000여명으로 버스환승센터 중 손에 꼽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다.
청량리역 일대에는 청량리 종합시장을 들르기 위해 경기를 비롯해 강원, 충청 등 거리가 있는 지방에서도 이용객이 찾아온다. 일일 유동인구는 약 12만명에 달하며 입지와 풍부한 교통 인프라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전국 단위의 광역 상권으로 발전했다.
청량리 상권의 단점으로 지목되던 집창촌과 노후화된 재래시장 등 부정적인 이미지는 최근에는 재개발 사업에 속도가 붙으면서 반전의 흐름을 타고 있다. 한때 집창촌이였던 전농동 588번지 일대(청량리 4구역)는 현재 지하공사가 진행 중이다. 사업부지에는 롯데건설이 2021년까지 200m 높이의 최고 65층 주상복합·호텔·쇼핑몰 등이 결합한 랜드마크 빌딩을 짓게 된다. 길 건너편 청량리 3구역은 한양이 사업을 맡아 동부청과시장 재개발을 진행 중이다.
또한 분당선 연장과 예비타당성 조사 중인 광역급행철도(GTX)B·C노선까지 확정되면 용산, 여의도 등 주요 업무 지구로 이동 시간도 대폭 단축될 전망이다. 인근 제기동에 서울 동북권의 왕십리와 상계동을 잇는 동북선 경전철이 2024년 완공되고, 수서발 고속열차(SRT)를 청량리역에서도 이용하는 안도 추진 중이어서 명실상부한 역세권으로 거듭나 유동인구가 대폭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청량리 3구역 재개발, 미주아파트 재건축 등 정비사업 움직임이 활발해 이들의 입주 후인 5~10년 뒤의 청량리 상권의 미래는 밝은 편이다. 통상 아파트 입주로 거대 배후수요가 형성되면 상권의 규모가 확장되고 분위기도 바뀔 수 있다. 현재의 노후화된 청량리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새로운 상권의 모습으로 활성화 단계에 다다를 것이 예상된다.
금성 공인중개사 사무소 손태준 공인중개사는 “지하철 분당선이 왕십리역에서 청량리역까지 연장 운행돼 교통 호재가 집값에 일부 반영되고 있다”면서도 “최근 주택거래는 한산한 편인데 정부가 주택을 규제하면서 상가에 관심이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의 청량리는 유동인구가 많은 역에 속하지만 흐르는 상권으로 상가들에 집객력이 떨어지는 곳으로 판단된다. 청량리 상권에 창업 시에는 롯데백화점 등 민자역사, 미주상가 등 입점이 비교적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민자역사 외부에서 창업을 준비 중이라면 중년층 이상의 유동인구가 높다는 점을 고려해 그들이 선호하는 업종을 선택해 영업하는 것이 유리하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출처 이코노믹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