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학교 고등과 우등 졸업생 최승희 양(16)이 세계적 무용가 이시이 바쿠와 이시이 고나미 남매의 제자가 되어 25일 아침 경성역을 떠났다 함은 직보한 바와 같거니와 최승희 양이 경성역을 떠날 당시 플랫폼에서는 한바탕 활극이 연출되어 뜻 있는 이들로 하여금 한 번 생각게 한 계기가 되었다. 즉 최승희 양의 모교가 되는 숙명여자고등보통학교에서는 자기 학교 출신이 무용계에 투신하는 것은 곧 학교 명예를 더럽히는 것이라 하여 여교사 두 사람이 최승희 양의 모친을 모시고 급히 정거장에 달려가 최승희 양을 떠나지 못하게 하는 바람에 역두에 모였던 사람들에게 일대 구경거리가 되었다. 그러나 최승희 양은 이미 그의 부친과 오라버니 되는 최승일 씨의 괘락을 얻어 가는 길이라 관계가 한 번 먼 모교 교사의 반대만으로는 어찌할 도리가 없는 일이어서 결국은 실패로 돌아갔다. 목하 동경 제국극장의 일류 여배우로 그 이름이 외국에까지 드높은 모리 리스코가 처음 아토이 여학교를 졸업하고 배우학교에 입학했을 때에도 그 모교에서는 반대를 하다못해 동창회 명부에서 제명까지 했었는데, 성공을 한 오늘날에는 도리어 그녀가 동창회에 출석하는 것을 자랑으로 여긴다 하니 무용계에 어린 걸음을 내딛은 최승희 양의 전도가 흥미로울 따름이다. 이에 대하여 숙명여학교 음악교사 김영환 씨는 “최승희는 참 얌전하고 노래 잘하는 규수였습니다.그가 무용예술에 발을 들여놓게 된 것은 여러 가지 주위 사정이 그렇게 만든 것도 같으나, 잘만 배우면 성공할 소질은 충분히 있는 줄로 믿는 바이올시다. 다른 학과보다도 특히 음악에 정성이 대단하여 만점이었던 학생입니다”라고 말했다.
청년 문사 최승일 씨의 영매로 올봄 숙명여자고등보통학교를 우등으로 졸업한 최승희 양이 부모의 승낙과 이시이 남매의 눈에 들어 25일 아침 경성을 떠나게 되었다. 최 양은 실로 맑고 어여쁜 수정 같은 미인으로 희망에 빛나는 눈동자에는 조선 소녀에게서나 찾아볼 아담한 빛이 쌓여 있다. 그는 처음 음악학교로 가려다가 부친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부득이 사범학교로 가려던 차에 이시이 남매를 만나 이번 길을 떠나게 된 것을 이는 단지 최 양 일개인의 기쁨만은 아닐 것이다. 그는 무용을 전문으로 배우는 동시에 음악과 동요도 연구하리라 하니 몇 년 뒤 그의 빛나는 천재를 대하게 될 우리의 마음도 일각이 여삼추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