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감독에 中배우… 다양성 품은 K콘텐츠, 세계와 통했다
[박찬욱-송강호 칸 영화제 동시 수상]
‘브로커’, 日감독 화법으로 연출… ‘헤어질 결심’은 중국어 대사 담아
다국적 관객들의 호기심 자극… 박찬욱 “범아시아 영화 더 나와야”
“제 영화에는 중국인 배우(탕웨이)가 나오고 ‘브로커’는 일본 감독(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화법과 연출로 만들어졌습니다. 아시아의 인적자원과 자본이 교류하는 것은 정말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28일(현지 시간) 칸영화제에서 영화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은 폐막식 직후 국내 취재진에게 말했다. 한국 영화 2편이 장편 경쟁부문에서 함께 쾌거를 이룬 이유로 ‘다양성을 포용한 K콘텐츠의 힘’을 꼽은 것이다. 박 감독은 “1960, 70년대에 많은 유럽 사람들이 힘을 합쳐 많은 좋은 영화들을 만들어왔다”며 “(아시아 영화인들의) 교류가 활성화돼서 범아시아 영화가 많이 나오길 바란다”고 했다.
박 감독의 ‘헤어질 결심’은 중국 배우 탕웨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한국 영화다. 영화엔 중국어 대사가 나온다. 송강호가 남우주연상을 받은 영화 ‘브로커’는 일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연출했지만 투자·배급의 주체가 한국이다. 출연 배우도 송강호 배두나 강동원 이지은(아이유) 등 한국 스타들로 채워졌다.
과거엔 한국 스타 감독들이 해외로 진출해 현지 배우들과 현지 영화를 만드는 것이 대세였다. 미국 영화인 박찬욱 감독의 ‘스토커’, 김지운 감독의 ‘라스트 스탠드’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K콘텐츠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흐름이 바뀌었다. 해외 배우나 해외 감독이 한국 영화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콘텐츠의 모호한 국적은 다국적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K콘텐츠의 포용력은 아시아 영화인들을 끌어들이고 관객들을 끄는 호재가 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한국 영화의 제작 환경과 배우들이 세계 시장에서 고평가를 받으면서 벌어진 새로운 현상”이라며 “K콘텐츠가 다양한 국적의 영화인들을 포용하면서 쾌거가 일어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외신도 올해 칸영화제에서 활약한 한국 영화의 높아진 위상을 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한국 영화가 칸영화제에서 주요 상 2개를 휩쓸며 한국 영화산업이 국제적인 연승을 차지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호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