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새벽 편지1064
의상조사법성게64
동봉
능인이여, 해인이여!(7)
생명위한 보배비가 허공중에 내리는데
중생들은 그릇대로 각자이익 얻는구나
우보익생만허공雨寶益生滿虛空
중생수기득이익衆生隨器得利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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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아미타경을 읽는 즐거움》에서
새로운 삼보三寶로 해, 달, 지구를 들었다
일반적으로 삼보라고 하면 무엇무엇일까
부처님佛과 가르침法과 스님네僧라 한다
그런데 '새로운 삼보new triratna'라니
그만큼 해와 달과 지구는 소중한 까닭이다
지구 대신 별들을 집어넣어도 좋다
한데 별은 좀 뭔가 먼 느낌이 들지 않는가
그래서 별 가운데 하나인 지구를 넣었다
물론 해도 달도 별들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나는 여기 의상조사《법성게》에서
'우보익생만허공雨寶益生滿虛空'을 접하며
우보雨寶와 함께 열보熱寶를 들고 싶었고
열보와 함께 풍보風寶를 들고 싶었다
지구 생명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는
반드시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는 비rain요
둘째는 열energy이며
셋째는 바람wind이다
이들 셋은 대기중에서 공급되며
절대로 절대로 없어서는 안 되는 것들이다
만약에 비가 내리지 않는다면
지구 생명체는 멸절滅絶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지구地球'라고 했을 때 범위는
땅 속, 바다 속, 물 속을 비롯하여
지구 거죽은 물론 대기권까지 다 포함한다
이 곳에서 숨쉬고 사는 생명체는
그것이 동물계든 식물계든 균계든
반드시 내리는 비를 의지해 살아간다
어찌하여 굳이 비가 필요하겠는가
물만 있으면 되지 않겠느냐고 할 수도 있다
물이 물 그대로는 이동에 제한을 받는다
액체의 물이 높은 산에 서식하고 있는
풀과 나무와 바나나와 이끼에 이르기까지
가재, 송사리, 족제비, 다람쥐, 산토끼와
거미, 매미, 모기, 참새, 박쥐에 이르기까지
그들 모든 생명에게 공급되기 위해서는
수증기라는 화학작용을 거치지 않고는
결코 도달하기가 쉽지 않다
이 물이 수증기가 되고 구름이 되고
비로 내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이
다름아닌 열熱이고 또한 바람風이다
빗방울이야말로 아름다운 보석이다
바닷물을 데워 수증기로 만들어
하늘로 올려보내는 역할은 과연 누가 할까
초등학생들도 이미 다들 알고 있는
바닷물 그 자체와 함께 열이며 바람이다
열이 있고 바람이 있다 하더라도
뿜어 올릴 물이 있기에 기체가 만들어진다
대기권을 어떻게 데우느냐에 따라
수증기를 뿜어 올릴 바람이 만들어지고
수증기는 다시 그 바람을 타고
하늘 높이 솟아올라 구름이 되고 비가 된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떠나
지구 생명을 먹여살릴 방법이 있을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전혀 없다'
그러므로 의상의 입을 빌어 나는 말한다
"진주보배가 아니라 비보배雨寶다"
비보배가 생명生을 이익益되게 한다
이 비보배가 온허공滿虛空에 그득하다
허공 그 자체가 그대로 온통 보배다
앞서 말했듯이
첫째가 으레 비보배雨寶라면
둘째는 으레 열보배熱寶며
셋째도 으레 바람보배風寶다
민속 용어에 '삼재三災'가 있다
첫째는 수재水災요
둘째는 화재火災며
셋째는 풍재風災다
수재는 글자 그대로 물水의 재앙災이고
화재는 글자 그대로 불火의 재앙災이며
풍재는 글자 그대로 바람風 재앙災이다
불교에서는 이 삼재를 그대로 받아들여
재앙 쪽만을 부각시켜 전하고 있다
하긴 만일 재앙 쪽이 아니라면
애써 불교에서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불교에서 이 삼재를 받아들인 것은
삼재로 인해 고통 받는 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삼재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고 풀어가고자 함이었다
그 가운데 첫째가 불전에 기도함이고
둘째가 부적을 그려 공급하는 방법이었다
둘째와 같은 매우 토속적인 방법을
때로 유치하다고 생각하여 꺼리기도 하고
한 녘에서는 지푸라기로 여기기도 하였다
그만큼 사람은 마음이 약한 존재다
불교는 물, 불, 바람 삼재三災를 받아들이기 앞서
비, 열, 바람 삼보三寶를 받아들였어야 했다
물과 불과 바람은 때로 재앙이기도 하지만
이들 물과 불과 바람은 보배이기도 하다
어디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생명들의 삶에 있어서 물과 불과 바람이
과연 얼마나 보배스러운 것인지를 말이다
재앙 쪽에서 보면 모두가 재앙이다
비가 너무 많이 와도 물의 재앙인 것처럼
너무 가물어도 물의 재앙이다
큰 불이 나서 산과 들을 태우고
건물을 태우고 인명 피해를 입히는 것이
으레 불의 재앙인 것은 분명하지만
오늘 새벽처럼 영하 10°C 이하 기온에서
전기가 나가고
보일러가 고장나고
난로에 기름마저 바닥이 난다면
누가 뭐래도 이는 불의 재앙이 맞다
그러므로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지만
'불급유과不及猶過'도 결국 같은 말이다
'넘침過은 모자람不及과 같다猶'와
'못미침不及은 지나감過과 같다猶'는
묘하게 대구對句를 이루는 같은 내용이다
물질계는 지나침도 모자람도 다 좋지 않다
그래서 '적당適當'이 필요하다
맞을 적適, 마땅 당當 적당이어야 한다
태풍을 동반한 폭우가 밀려와서
애써 가꾼 농작물을 망치고
자동차와 함께 지붕을 날려보내고
가로수가 뽑히면 이는 무슨 재앙일까
으레 물의 재앙이고 바람의 재앙風災이다
그렇다면 바람이 아예 없으면 어떻게 될까
바람이 아예 없어도 으레 바람재앙이다
찌는듯한 삼복三伏 더위에
바람 한 점 불지 않는다면 어찌 될까
전기 사용량이 너무 높아 단전이 되거나
느닷없이 전기가 고장나서
선풍기도 에어컨도 켤 수 없게 된다면
이를 불의 재앙火災이라 할까
아니면 바람의 재앙風災이라 할까
어느 쪽이나 다 해당되겠지만
일차적으로는 바람의 재앙이라 할 것이다
삼보의 비雨와 열熱과 바람風과
삼재의 물水과 불火과 바람風은 같다
이름만 바뀌었을 뿐 본질이 같은 것이다
그러나 삼재라 할 때는 물, 불, 바람이고
내의 삼보라 붙인 이름은 비, 열, 바람이다
이 세 가지는 보배보다 훨씬 더 소중하다
우보익생만허공雨寶益生滿虛空이요
열보익생만허공熱寶益生滿虛空이며
풍보익생만허공風寶益生滿虛空이다
중생生을 이익益되게 하는
비보배와 열보배와 바람보배가
온滿허공에 빼곡하게 가득 들어차 있다
대기를 적시고
지구를 적시고
생명들을 촉촉하게 적시는 비보배
대기를 데우고
지구를 데우고
생명들을 따뜻하게 데우는 열보배
대기를 움직이고
지구를 조화롭게 하고
생명들을 고르게 살리는 바람보배
이들 세 가지 보배를 잘 살려
생명을 새롭게 함이 새로운 삼보
곧 'new triratna' 이다
나는 내게 묻는다
"수재 화재 풍재인 삼재를
우보 열보 풍보인 삼보로 받아들이려면
과연 어떤 방법이 마땅할 것이며
어떤 마음가짐이어야 할까?"
내게 던진 나의 물음에 답한다
"또 봐!"
[올재클래식스 100권 발간기념 독자와의 만남에서]
12/12/2017
종로 대각사 '검찾는집'에서
첫댓글 잠시 머물면서 즐갑하고 갑니다
항상 건강하시고,행복하소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성불하십시요.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