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천봉산악회 제1020차 정기산행은 경북 울진 십이령골,시시골,구수골의 비경이란다.
청송 근무할적에 업무차 후포에 한번 가보고 동해안 여행때 7번 국도만 달렸지
불영계곡 같은 깊은 계곡에는 마음만 가지고 있을뿐 기약없이 기다리기만 하다가
천봉의 산행계획을 보고 실행에 옮기게 되었다.
어제는 일기예보에도 없는 비가 불청객 처럼 치근거리던 것이 오늘 아침까지도 가지 않고
여행에 부푼 마음에 무거운 짐을 안기는가 했는데 마산역에 나와 하늘을 보니 안심이 된다.
먼길이라 07:00 출발, 이번에는 누구나 꿈꾸는 여행인지 만차하고도 인원이 남는가 보다.
11:10 울진 안말래에 도착
길아래로 흐르는 황금빛 물결에 눈을 뗄수 없는데 벌써 선두는 저만치 앞질러 가고 있다.
오늘의 코스는 안말래 - 십이령골 - 임도(너블한재) - 시시골 - 755봉 - 구수골 - 구수골자연휴양림이며
약15㎞에 6시간 30분 소요예정이다.
출발하자마자 나타난 조금만한 댐에는 물이 빠지고 측량을 하는것이 공사를 할 모양이다.
댐바닥에는 낙엽이 수북하게 쌓여 있는데 맨땅인줄 알고 밟았다가 무릅까지 빠지는 황당한 일도 있었다.
계곡으로 들어서는 초입에 있는 작은 폭포
달려 오면서 오늘은 흐리거나 구름많은 날씨를 기대 했건만 역시나 땡볕이다.
콘트라스트가 극심해 오늘도 사진은 별로 기대하지 않는다.
아름다운 풍경이지만 사진이 많고 대부분 다른 블로그나 카페에 있는 사진이기 때문에 한방으로 엮어 놓았고
농바우가 특별히 바라본 사진은 단사진으로 올렸음을 이해 하시기를...
십이령골은 옛날 보부상들이 울진과 봉화사이를 오가는 열두고개 옛길인데
그 경치가 신선들이 놀고갈 선경이나 다름없는 비경을 자랑한다.
낙화도 쉬어 가는데 천봉의 선두는 어디로 달려 갔는지 애통하기만 하다.
찍을건 수두룩하고 이제는 말미도 아스라하니 마음만 급해 우찌 사진이 되거노ㅠㅠ
살랑거리는 물결의 유희를 즐기는 바위의 모습과
햇빛을 받아 들이며 온갖 형상으로 농바우를 꼬시는 물빛은 오묘하기만 하다.
누가 내 마음 알아 주겠나...
따라 붙어서 힘겹고 즐거운 모습들 잘 찍어 주어야 술이라도 한잔 더 얻어먹지...
큰 폭포는 없으나 계곡을 지나가는 동안 만나는 아기자기한 폭포들의 이야기도 들어주면서...
관음증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농바우는
그들만의 이야기에 심취하면 일어나기가 싫다.
십이령골 이무기가 똬리를 틀고 승천하려다 벼락을 맞고 머리가 달아난 모습으로
몇천년을 이대로 있다는 전설이라면 누가 믿을까?ㅋㅋ
새끼새가 죽어 있는것을 일행이 보고는 이걸 찍으란다.
"그래 좋다 사진으로 찍어 너의 죽음을 세상에 알리노라!"
그리고 산기슭 낙엽밑에 묻어 주었으니 참 잘한 일인것 같다.
일행들은 쌍지팡이까지 짚고 길만 보고 가는데 너무도 부러워 죽겠다.
곁눈으로 흘기고 가는 풍경이야 아무리 비경이면 머하노 돌아서면 잊을것을...
그런데 농바우가 올린 사진을 보면서 그때 기억이 재생되는 효과에 만족하시겠지.
"아~ 마따!!"
기고 건너고 뛰면서 가는 십이령골 트래킹도 쉬운것은 아니었다.
앞서가고 안 보이던 산행대장님 먼저와 머리 샤워하니 행복하고 시원합니까?
우리의 호프 이상운 총무님 산우들이 건너지 못할까 손수 바위덩어리 들고와 징검다리를 놓아주는
헌신적인 봉사정신 역시 총무님 최곱니다.
계류에 깎이고 씻기면서 다듬어진 화강암의 미려한 모습을 농바우 시선으로 보다.
봄이라 많은 수위는 아니지만 그래도 적당한 물길이 있어 명경지수가 품어내는 온유한 빛에 취해
흥얼거리다 보니...
12:37 저 앞에 너무도 반가운 풍경이 펼쳐진 것은 바로 점심시간이기 때문이다.
차에서 내리고 처음 보는 혜경공주님이 생탁을 권하고 오솔길님이 불고기쌈안주를 스탠바이 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인원이 많아 여러군데 팀으로 나눠 점심을 먹는데 어찌나 맛나는 안주며 반찬이 많은지
이것이 산중출장뷔페인가 착각을 했을 정도다.
식사중에 말못할 사연도 있었지만...
십이령골의 마지막 계류와 인사를 나누고 이제 임도로 가야한다. (13:05)
임도로 15분정도 걷다가 좌측계곡으로 꺾어 가야하는데 길이 애매하고
험한길이라 산우 한분이 발목을 삐었다는데 이를 어쩌나?
금강송이 가로질러 누워 더 이상 가지 말라고 하는데도 막무가내로 올라간다.
여기 부터는 길이 없어 어림짐작으로 가야 하는데 경사가 심하고 미끄러져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 와중에도 먼저와 앉아쉬어가는 여유로운 분도 있다.ㅋㅋ
하늘보다 높이 올라가는 금강송의 위용을 느끼다.
755봉을 올라가는 중간에 쉬는데 지친표정들이 역력하다.
그런데 더 문제인 것은 산우들이 몇갈래로 흩어졌기 때문에 목적지까지 제대로 올수 있을까 걱정이다.
산행대장님은 "여기 17명은 동지니까 절때 떨어지지 말고 끝까지 함께가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옳은 말씀!
14:30 오랜만에 금강송 아래앉아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시는 안주호 회장님.
모두 모여 길을 찾는 토론이 아주 진지하다.
그 동안 농바우는 금강송을 만나고...
목적지로 가는 길이 정해졌는지 또 출발이다.
오던길에서 300도 유턴을 해서 가는데 오르락 내리락 이길도 장난이 아니다.
이 산에서 조망을 볼수 있는 곳은 처음이다.
아무리 바빠도 꽃이 다 이쁘다고 한다.
알고 보니 산조팝나무라네.
정상도 아닌데 기념촬영이란다.
찍을거면 한방에 찍을것이지 이게 또 머꼬?ㅋㅋ
그것도 잠깐.
끝이 없는 길 언제까지...
그러다 만난 755봉 정상(우하사진) 아무런 표시도 없지만 대장님은 안다.(15:00)
여기서 우리동지들 운명의 기로에 서다.
나침판을 보고 지도정치법을 갖다대고 해서 결론 내린건 무조건 좌측 골짜기로 내려가는 것이다.
길은 없고 70도의 극심한 경사에다 자갈밭이라 간간이 있는 나무외는 의지할것이 전혀없는
이 코스를 통과하는데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귀신잡는 해병대 정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끌어지고 돌이 구르고 잦은 비명소리에 아~ 무슨일이 나겠구나 하고 섬뜻한 생각이 들었다.
농바우도 카메라 집어넣고 완전무장 정신으로 길을 개척해 나갔다.
하늘이 도와였지 끈끈한 동지애로 가장 위험한 난코스를 피 한방울 안흘리고 무사히 통과했다.
회장님은 연신 천천히 조심해서 내려 가라고 노심초사 하시는 모습이 도리어 안스럽게 보였다.
안심이 되는지 명희연 부회장님 빛이 좋다며 사진을 부탁한다.
농바우 따라다니더니 빛이 어쩌니 저쩌니 하는 폼이 앞으로 좀 피곤하겠다는 생각이 든다.ㅋㅋ
배경 빛은 좋지만 얼굴빛은 엉망인데..ㅠㅠ
후래시가 없어서 가까이 다가가 이 정도라도...
아직 끝난것이 아니다.
9회말 투아웃을 조심해야한다.
완전 정글이다. 총각님왈 정글의 법칙 전병만이를 모셔와야 한단다.
우여곡절 끝에 길에 도착하니 흩어졌던 산우들을 만날수 있었고 여기가 구수골이다.
구수골 상류는 다시는 만나기 싫다.
구수골의 풍경도 십이령골 처럼 절경으로 계속 이어져 내려간다.
아홉물줄기가 각각 다른 아홉가지 경치를 보인다는 구수골이다.
해거름름때가 되니 빛이 부드러워 연못을 이룬 계류에 반영이 아름답게 나타난다.
반영을 모아보다.
걸음이 바빠 하늘은 본적이 없는데 물속의 하늘이 나를 보라 한다.
이제는 여유를 찾을란다.
17:20 우리 동지중에는 없었던 혜경공주님 마무리 하는 이곳에서 만나니
이산가족을 보는듯 반가운 것은 그만큼 난코스 때문이리라.
편안한 마음으로 고요한 마음의 풍경도 보고...
전병선 부회장님 일행도 본다.
학창시절 수학여행 왔나 보다.
18:10 구수골자연휴양림 도착
하늘거리는 단풍꽃 아래로 저녁노을이 주저앉을쯤 산행은 마무리하고...
불여튼튼이라고 수차 외치던 회장님의 표정도 밝게 돌아와 모두가 기쁜마음으로 서로 위로 하면서...
편안한 방석위에 앉아 생탁이며 쐐주며 오늘의 무용담에 무르익어 간다.
그러나 언제까지 퍼져 앉아있을수는 없는것이라 시간이 많이 지체 되었다고 일어나 가잔다.
돌아오는 길은 퇴근시간대라 시간이 늦어진다.
21:20 청통휴계소에서 천봉산악회 전세버스 위로 이틀지난 보름달이 가는길 끝까지 살펴준다고 한다.
오늘 산행은 많은인원이 참여하고 탐험으로 하는 개척산행이라 일일회원들이 염려 되었으나
끝까지 아무일 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돌아올수 있었던 것은 회장님의 안전제일의 외침이나
노련한 산행대장님과 소리새님의 지혜로운 인솔에 일차 공을 돌리고 동참한 모든분들이
남에게 부담주지 않을려고 있는힘을 다해 쏟아낸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 생각하며
이것 또한 천봉의 운이고 덕이라 믿는다.
2014. 5. 15 울진 십이령골, 구수골에서 농바우 (http://cafe.naver.com/gakangsan)
CANON EOS 5D Mark II / CANON EF24-105mm F4L IS USM
첫댓글 잠시 베란다에서 서성거려 봅니다.그리고 셀수없을 정도의 힘든 산행 추억이 되새김질하듯 떠올리듯 머리속이 복잡하기만 합니다.
농바우님..!
또 하나의 멋진추억 십이령골 시시골 구수골 뼈마디가 아픈 산행이었읍니다. 그리고 멋진 추억을 만들어 주셨읍니다. 감사드립니다. 수고하셨읍니다.
이번 산행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로 위기를 극복하셨으니 감회가 남다를겁니다.
좋아하시는 사진도 찍지 못하고 산행을 이끈다고 정말 수고 많았습니다.
농바우님이 올린 사진과 글을 읽고 있으니.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는 말에 공감이 갑니다.
농바우님 고맙습니다.
사진의 본질을 잘 알고 계시니 고맙습니다.
천봉은 힘든산행을 하고 내려와서는 지난 산행의 추억을 먹고 사는것 같아 잘해 보려고 노력은 하는데 이제 기력도 그렇고 재주도 없으니 안타깝기만 합니다.
아름답고 개성있는 자연을 예리한 시각으로 바라보시고 한폭의 그림으로 담으시는 실력에 감탄해 마지않습니다....
오랜만에 멋진 작품 만날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아래에 덧붙인 설명도 아주 재미 있었습니다...감사합니다...
명코스로 안내해 주는 천봉덕분에 좋은소재들을 만날수 있어서 힘들었지만 행복 했습니다.
졸작을 높이 평가해 주시는 마음들이 있어 더 행복하구요.
감사합니다!
맞아요
두 번 가기도 힘든 곳인데 곁눈으로 비경을 슬쩍 스치듯 왔습니다.
사진으로 보면서 제대로 된 십이령골의 비경을 만끽 해 봅니다.^^
몸을 지탱하는 스틱대신 무거운 카메라 메시고
천봉 식구를 위한 배려가 너무 감사합니다^^
오묘한 물빛의 신비함과 수채화 같은 반영 사진들
금강송의 매력까지 ...
걸음이 바쁘실텐데 새끼새를 묻어주는 따뜻한 마음씨...
감동이 전해집니다
반드시 복 받으실거예요 꾸벅
ㅋㅋ 생각해 보니 자연 웃음이 터집니다.
로또나 걸리는 대박은 싫습니다.
마음이 변할까 싶어서...
언제까지일지는 모르나 천봉을 찍고 글을 쓰는 보람이 있어 기분 좋습니다.
사진을 사진으로만 남겨두지 않고 간절히 원하는 이들에게 지나쳐버린 시간을 추억할 수 있게 감동의 메아리로 되돌려 주시는군요...
힘들고 위험천만했던 산행의 고단함에 지쳐있을즈음 작가님의 셔터소리는 언제나 활력과 생기를 돌게합니다...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아야 된다던 동지애로 똘똘 뭉첬던 산행이 다시금 리플레이 되는군요...
벅찬 감동이고 짜릿한 경험이었습니다...
오늘도 보고 또 보고..즐감했습니다~^^
다녀온 추억의 여행을 완성하고 되돌려 보는 즐거움에 아침마다 웃음으로 시작하는 하루가 재미있습니다.
농바우 혼자 출사에서 담아온 수작을 보는 재미보다는 추억거리가 많은 천봉과 함께한 시간을 연장해 나기는 것이 훨씬 즐겁답니다.
오늘도 즐거움을 주신 천봉의 한분한분께 감사드리며 좋은 날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