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문학관은 대전의 문학사를 정립하여 문학 전통을 계승하고, 지역 문인들의 작품과 문학 자료를 체계적으로 보존, 관리하는 곳이다. 더불어 시민을 위한 전시 및 교육, 문학 행사를 운영하는 문화 향유 공간이자 문인의 창작과 활동을 지원하는 만남의 장이다. 대전문학관 이은봉 관장을 시사저널 청풍에서 만나봤다.
1. 대전문학관 관장으로서 ‘대전문학관’을 소개해주세요.
대전문학관은 대전, 충청지역의 문학사를 정립하는 한편 그 전통을 계승하도록 노력하는 곳입니다. 지역 문인들의 작품 및 자료들을 체계적으로 보존, 정리, 관리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현재 대전문학관은 약 29,0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는데요.
주요 귀중 자료로는 우리나라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백석 시인의 친필 서명본인 <사슴>, 우리나라 최초의 번역시집인 <오뇌의 무도>, 신동엽 시인의 등단작 육필 원고 신문사 미검열본, 김성동의 대표소설 <국수>의 육필 원고 등 많은 근대문학 자료가 보관되어 있습니다.
2. 대전문학관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업 설명, 또는 관장님으로 재직하시면서 하신 일 등에 대해 말해주세요.
대전문학관은 2012년 12월 27일 문을 열어 올해 운영 11년 차를 맞았습니다. 대전문학관은 대전 지역을 대표하는 문학관으로, 현재는 세종, 충남을 포괄하는 중부권 대표 문학관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문학을 사랑하는 많은 분들과 함께 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문학 사랑방의 역할까지 하는 등 다양한 사업들을 펼쳐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는 문학 전시가 있고, 그밖에 다른 지역의 문학관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자랑할 만한 사업으로 ‘시확산시민운동’이 있습니다. 본래 이 사업은 미국의 ‘게릴라 가드닝’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시작했습니다.
1970년대 미국의 몇몇 예술가들이 지저분한 공터의 쓰레기를 치우고 꽃밭을 만들면서 도심 속 정원을 만들어 나갔지요. 그것처럼 ‘시확산시민운동’은 대전 곳곳에 시를 뿌리고, 시를 꽃피우기 위해 다양한 시 콘텐츠를 제작해 시민들과 함께 나누고 있습니다. 이 사업의 슬로건은 “시 뿌리다, 시 꽃피다”입니다.
3. 대전문학관이 지향하는 향후의 일정 또는 방향에 대해 말해주세요.
지난 3년간은 코로나라는 전염병의 횡행으로 대전문학관에서 행해온 행사가 많이 위축된 바 있습니다. 이제 코로나 팬데믹이 많이 극복되어 대전문학관도 시민들을 위한 봉사를 좀 더 적극적으로 펼칠 계획입니다.
첫 번째는 문예창작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해 등단작가가 되기 위한 특별반을 주말(토)에 운영하려고 합니다.
두 번째는 올해부터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 다시 ‘대전문학기행’을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대전에도 많은 문학적 유적지가 있습니다.
4. 대전문학관 이은봉 관장님의 미래의 계획 등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저는 충남 공주군 장기면 당암리 245번지 막은골(杜谷)에서 아버지 이주하(李柱夏), 어머니 윤종기(尹鍾基) 사이에서 장남으로 태어났어요. 지금은 이 지역 일대가 모두 세종특별자치시 다정동으로 바뀌었지요.
당암리 막은골의 앞쪽 및 왼쪽으로는 10여 리 넘게 들판(장남 평야)이 펼쳐져 있었는데, 그 끝의 동쪽에서 서쪽으로 금강이 흘렀습니다. 어린 시절 나는 이 금강의 백사장을 뛰어다니며 아버지와 함께 투망으로 물고기를 잡고 미역을 감으며 유년 시절을 보냈습니다.
금강이 어서 빨리 세종시민들의 삶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그냥 바라만 보는 곳이지 않습니까. 금강에서 미역도 감고 물고기도 잡으며 유년 시절을 보내던 때로 어서 빨리 돌아가야 한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5. 이은봉 관장님의 청년 시절 문학과의 인연들에 대해서도 말씀을 좀 해주시지요.
고향의 당암초등학교 졸업하고, 1966년 03월 공주중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읍내에서 하숙하거나, 당암리 집에서 버스를 타고 통학하며 중학교에 다녔습니다. 이때 하숙을 하면서 만나고 경험한 것들, 통학하면서 만나고 경험한 것들은 뒷날 내 문학의 큰 재산이 되었습니다.
6. 문학 지망생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일종의 선시론(禪詩論)을 담고 있는 엄우의 <창랑시화(滄浪詩話)>에는 夫學詩者 以識爲主(부학시자 이식위주)라는 말이 나옵니다. 무릇 시를 배우고자 하는 자는 지식을 주인으로 섬겨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문학 공부도 고시 공부하듯이 해야 최고의 경지에 오를 수 있습니다. 공부하기를 두려워하거나 싫어하는 사람은 굳이 문학을 하겠다고 나설 필요가 없습니다.
7. 마지막으로 인생의 지침서가 되었던 책이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단 한 권의 책을 말하라면 <논어>를 들 수밖에 없습니다. <논어>에는 참으로 많은 생활의 지혜가 들어 있습니다. <논어>를 읽은 후 구절구절 외우고 있으면 시를 쓰고 평론을 쓰는 데에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ㅡ 월간시사저널지 '청풍'3월호에 게재